작성자 : 악 (madness_0@hanmail.net) 추천: 102, 수정: 1, 조회: 18218, 줄수: 453, 분류: Etc. [창작연재] 나를 잃다. <1> [CGISERVER 공지사항] [BGM] In the end - Linkin Park http://pop.bugsmusic.co.kr/popmusic/pop/0M/pop0M150443.asf 많은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부른다. 잡종, 혹은 개망나니 새끼 빌어먹을 병신이라고. 나는 망나니 같은 짓을 한 적도 없고, 빌어먹을 병신 짓을 한 적도 없다. 다만, 잡종-hybrid-일 뿐이다. 나는 몸을 슬그머니 일으켰다. 해는 아직 다 뜨지 않았다. 어슴푸레한 푸른빛이 창가로 스며들고 있다. 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뭐라고 해도 일을 해야 처먹고 살아갈 수가 있다. 뉴욕의 브루클린의 할렘가. 빌어먹을 잡종들이란 잡종들은 다 섞여 있는 이 곳에 나는 살고 있다. 이런 곳에서도 엿 같은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쪽으로 분류가 되는 잡종인데, 대충 피부색깔이 갈색이라 African-American쪽으로 불린다. African-American은 허울좋은 이름이고, 빌어먹을 튀기새끼, 잡종, 더러운 엿같은 놈....이런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지..... 상관은 없다. 사실이니까. 내 말은...나는 적어도 안은 그렇게 썩어 들어간 놈이란 말이다. 새벽의 향기는 조금은 덥게 얼굴에 끼쳐왔다. 그 날은 이른 여름이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피자 집에 일을 하러 나가야했다. 빌어먹을 일이지만...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는 것에 상당한 자긍심을 느꼈다. 비록, 밤에, 뒤에서는 마약 따위 팔아대고, 더럽게 징그러운 새끼들과 이리저리 뒹굴어 다니는, 갱에 불과하지만. 일거리 하나 잡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 이 뒷골목에서 감겨오는 건, 보이는 건, 터질 것 같은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창녀들 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그나마 흔들어 댈 수 있는 엉덩이로 Job이라는 걸 가진 여자들은 행복하지. 그만한 Job도 가지지 못해서 마약으로 떨리는 손으로 살인을 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등신(dope)같은 새끼들이 쌔고쌨으니 말이다. 조금 걸어가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나를 부른 놈이 있었으니까. "Hey !!!"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내 앞에서는 쓰레기 같은 아가리에 그에 맞게 어울리는 계집의 혀를 넣고 웅얼거리듯이 말하고 있는 새끼가 보인다. 혀를 돌리는 창녀 같은 여자의 가슴이 흔들린다.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다리사이로 들어온 저 등신의 손놀림에 놀아나는 여자의 풀린 눈이 내게 와 걸린다. "항상 생각하는데, 저런 빌어먹을 잡종새끼 한 번 기차게 밟을 방법이 없을까." "쿡쿡..." 옆의 여자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듣기 싫은 목소리로 웃었다. 굳이 나를 불러서 그리 말해줄 필요도 없는데 말야.. 아주, 고맙군.. 나는 웃음을 입가에 머금는다. 아니다. 억지로 입가에 비어져 나오는 토기를 삼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목구멍 저 너머로 삼킨다. 병신에게 날려주는 조소치고는 아까우니까. 빵빵한 아가씨랑 잘 놀라구. 그러나, 걸음을 돌리려는 한 순간, 나는 뒤에서 가해지는 린치에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머리가 심하게 울리고 눈앞이 멍멍한 느낌이 들었다. 뒤통수가 엄청나게 아려오고 있다. 젠장...새벽부터 짜증나는데... "Hey, you know, I'm just playin' (이봐...장난치는 거 뿐이야. 알지?)" 개새끼가..죽고 싶냐.. 나는 몸을 슬슬 일으킨다. 빌어먹게도 벌써 뒤통수에서 약간의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쩔까...아침부터 한바탕 뛸까... 아니다.....난 순간적으로 머리 뒤에서 떠오르는 사람을 생각하고 분노를 저 뒤로 삼켜 먹었다. "fuck..." 돌아본 그 자리에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서있는 백인 비계덩어리 새끼가 보인다. 웃는 얼굴위로 말려 올라간 볼의 지방들이 출렁거린다. 그 위로 매우 작은 눈이 자리하고 있다. 주먹을 쥐고 뒤돌아 섰다. 내 손에 들고있던 작은 수첩을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빈정빈정 창녀와 계속 뒤에서 시시덕거리는 새끼가 한 놈. 내 앞의 pig' eyes 가 한 놈. 다 죽여버리고 싶군. "Hey..." 조용히 지나치려던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돼지같은 새끼. 나는 더 내 자신을 멈추지 못하고 역겨운 느낌에 뒤돌아 서 버렸다. 그리고, 내 앞의 비계새끼를 향해 한 방을 크게 갈겼다. "Do you wanna play with me? huh? 나랑 정말 놀고 싶냐고, 이 개새끼야!!!" 나는 녀석의 머리 뒷통수를 세게 틀어잡고 팔을 꺾어냈다. 녀석의 뒤에 가서 서서 그 얼굴을 내 쪽으로 당긴다. 참 못생겼군. 얼굴은...역시 색깔이 아니라 모양새다. 이 빌어먹을 놈아. 빈정거리며 창녀와 엉켜있던 새끼가 까닥거리고 있다가 이쪽으로 심하게 몸을 돌리며 섰다. 내쪽을 향해 달려오는 놈을 바라보며 나는 한쪽 손으로 잡고 있던 녀석의 귀를 세게 물어뜯어 버렸다. 온 골목의 곳곳에 비계덩어리가 내뱉는 비명이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바로 뒹굴거리기 시작한다. 내 입가에 살점이 묻어 나온다. 더러운 피군.. 맛이 안 좋아. 그리고 나는 주위의 쓰레기통에서 곧바로 깨진 술병을 꺼내든다. 달려들던 녀석이 멈추지 못하고 내 앞에 와서 흔들거렸다. 그 머리를 향해 바로 세게 한 대를 내려쳐 버렸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내 앞에서 주저앉는 놈의 턱을 세게 무릎으로 쳐 올린다. 녀석의 비명 또한 곳곳에 울려 퍼져버렸다. ....듣기 안 좋군. "이게 장난 같아? 재미있나?" 놈의 머리채가 내 손가락에 감겨 기분 더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랑 더 놀고 싶으면, 밤에 스캐디 패거리에게 오라고." 녀석의 동공이 크게 퍼진다. "스...스캐디....!!!!" "자..장난이었어!!!!!!!"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비계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려서 녀석을 바라보았다. 계속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그 꼴이 참으로 구역질이 났다. "그래~ 나도 장난이었어. 근데, 이런 지루한 장난은 두 번은 재미없어." 나는 겁에 질린 놈의 얼굴을 뒤로하고 여자가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땐...끝내야지." 나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개새끼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내 시야 앞에 더 이상 놈들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다만 내 앞의 후들거리는 여자를 바라볼 뿐이다. 아직도 안 도망치고 있었다니, 대단한데... 어쩔까.... 이대로 돌아선다면...저 여자가 내 얼굴을 알텐데. 시끄러운 건 질색이야. 흐음... 내 눈 앞에 걸레처럼 흔들거리던 여자가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벽에 기대어 쓰러진다. 나는 그 빌어먹을 여자 쪽으로 걸어갔다. "아가씨한테, 유감은 없어." 나는 입가에 미소를 올리며 말한다. 여자가 순식간적으로 안도의 얼굴을 한다. 그 얼굴을 신고있던 워커의 앞굽으로 세게 걷어차 버렸다. "아아아아아악!!!!!!!!!!!!!!!!!" 몇 번을 걷어차자 여자가 피투성이의 얼굴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멈추었다. 이빨 한 두 개가 떨어져 나가 주위에 뒹구는 것이 보인다. 그걸 보면서 나는 웃었다. 재미있다....그 피떡이 된 얼굴이. "큭...내 얼굴은 잊어버리도록 해. 뭐, 죽이지도 않았잖아.." 나는 back pack을 집어들었다. 구석에 잘 던져두었던 터라 그다지 더러워지지는 않았다. 뭐..약간의 오물이 묻기는 했지만. "네가 사귀고 있던 남자가 문제였다. bitch." 나는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봤다. 조금씩 밝아온다. 무언가...빌어먹게 시작한 하루였고...무언가..알 수 없는 큰 일이 다가올 것 같기도 한 하루였다. 왜일까.... 왜 이렇게 떨리는 느낌이지. [창작연재] 나를 잃다. <2> [CGISERVER 공지사항] [BGM] lose Yourself - Eminem http://pop.bugsmusic.co.kr/popmusic/pop/0B/pop0B140680.asf 눈 앞에 작은 시가상회가 보였다. 언제나 장사가 끝내주게 잘 되는 Rabb's 는 내 눈 앞에서 항상 얼쩡거리는 느낌이었다. 품질 좋은 쿠바산 시가가 가득한 곳. 뭐, 주인이라는 놈이 그렇게 깨끗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진 않고, 상당한 뒷거래가 있는 놈 같지만. 시가를 좋아하지만, 시가상회에서 시가를 구입하기에는 내 경제적 요건이 좋지 못하다. 물론, 내가 뒷골목에서 더럽게 번 돈으로야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은 다른 문제였다. 어렸을 때의 한 사람에 대한 예우이자, 나 자신에의 약속인 것이다. 이것과 관련하면, 내게 있어 아버지라는 개자식 보다 더 아련한 어떤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 기름때가 묻은 커다란 손에의 경의라고나 할까.... 적어도, 이 시가라는 것 만큼은. 내가 도착하자마자, 폴은 거세게 소리를 질렀다. "J.D, 이 개새꺄!!! 왜 이렇게 늦어! 나 혼자 죽어나는 거 안보여?" 가게는 인간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아침부터 피자를 먹을 생각을 하다니.. 속이 좋기도 하군. 접시를 들고 왔다갔다 거리는 모습이 아주 바빠 보이기는 한다. 점장이 나를 보고 혼내기 전에 어서 배달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주문서를 받아들었다. 폴은 애새끼가 딸린 홀아비다. 그 애새끼라는 게...나이가 아주 어린 놈인데 상당히 귀염성이 있다. 전에 한 번 봤는데, 꽤나 나를 잘 따랐다. 갑자기 나는 밝은 곳으로 나온 기분이다. 이런 할렘가 같은 곳에서도..역시나 존재하는 건가..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여기, 주소. 완전히 밀렸으니까 날라갔다 오라고!" 나는 녀석에게 살짝 윙크를 해주며 빨리 튀쳐 나왔다. 내 뒤로는 토악질을 하는 폴 녀석이 던진 걸레가 따라나온다. 빌어먹을 녀석! 그렇게 역겹나. 궁시렁 거리면서 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솔직히 자전거라니..위험하기 그지없다. 이런 곳에서는 언제나 도둑맞기 일상이고.. 아예 자전거를 놓고 건물 안에 들어갈 때는 거의 해부해놓다시피 해서 분해된 조각들을 거의 다 들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때 조립을 해서 탄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귀찮은 일을 못했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을 겪었지만..나는 하나하나 다 복수를 했다. 폴만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라는 놈이 얼마나 더러운 놈인지. 스캐디 패거리들과 돌아다닐 때의 나는 병신 같은 갱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 위치를 싫어하지만 분명 나는 녀석들에게 필요한 존재다. 적어도 지금은. 행복할 때가 있느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적어도 내 행복한 시절은 나의 스무살 때 딱 한 번 뿐이다. 그 때는 지금은 맡을 수도 없는... 찌든 담배와 마약 냄새가 아닌...향기로운 샴푸냄새가 났던 아름다운 갈색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을 수 있었던...정말 행복한 때였다. 2년이 지났지만..역시나 그때는 내 인생 사상 가장 좋았던 때로 기억이 되고 있다. 몇 번을 잊으려고 해도 잊어지지 않는 존재도 있고, 몇 전을 기억하려고 해도 잊혀지는 존재가 있다. 내게 있어서 그는 전자였고, 그리고 충분히 각인될만한 존재였다. 손을 들어서 목에 걸린 팬던트를 만지작 거렸다. 오로지 나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두 사람의 얼굴이 담긴... 아주 소중한 팬던트. ....뭐라도 집착을 하고 있는 건.. 소유욕을 가지고 있는 건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쯤은... 나는 조용히 입술에 웃음을 걸었다. 차가운 내 손안에 담긴 팬던트는...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조용히 그 팬던트에 입술을 맞췄다. 바람은 시원하다. 아마도, 공중에서 떠돌고 있음이기 때문이리라. 도착한 곳은 엄청나게 더러운 골목이었다. ....이 곳에서 뭐 깨끗한 구석 찾아볼수나 있냐만은. 빌어먹을 곳이군... 더럽게도 벌써 건물 입구부터가 기분 나쁘다. 몇 번이나 돌아다니면서 왔다갔다한 곳이긴 하지만, 역시나 내키진 않는 달까. 자전거는 그냥 건물 앞에 세워두었다. 이 골목에서 내 자전거 건들만큼 미친 새끼는 없겠지. 그리고 나는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뭐야... 충분히 더럽고 지저분하다. 이런 곳에서 먹을 맛이 잘도 나겠군. 탕탕- 두 번을 두드렸다. 누구든지 어서 기어나와. 역겨운 냄새 때문에 기분이 더러우니까. 나는 눈을 노려뜨며 문을 계속 바라봤다. "누구야." 안에서 빌어먹게 걸걸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피자 배달입니다." 나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말했다. 그리고 문 옆으로 몸을 비켰다. 스윽 거리고 긁히는 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내 대가리에 총구를 겨누려면 소리없이 하라고, fuck! 나는 곧 거칠게 문을 여는 놈을 옆 벽에 기대어서 바라보았다. "피자 배달이라고 했는데, 왠 총을 들고 나오나." 나는 빈정거린다. 그리고 얼떨떨한 동양사내의 품안에 피자박스를 세게 내팽개치듯이 건네주며 손을 내밀었다. 남자가 여전히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너....!!!" "입 닥치고, 돈이나 내놔, 맥커웰." 녀석이 급하게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뒤쪽에서 몇몇 여자들과 사내새끼들이 보였고.. 나는 피자 5박스의 값을 손에 챙겨 들었다. "...J.D...." 녀석이 우물거리며 내뱉는 내 이름에 나는 눈을 치켜뜨며 녀석을 노려본다. "뭐." "오늘, 그 뗏놈(중국인)들이랑 한판 붙을 거냐?" "내가 아닌 거 알잖아, 이 병신새끼야. Dick이 하면 하는 거." "......." "네 새끼들도 감춰둔 거 다 내놔. Dick은 속이지 못하는 거 몰라? 병신들." "..........." "다 꿰고 있으니까, 뇌에 구멍이 생겨서 바람 빠지기 전에 조심하라고." 나는 녀석을 향해 웃으면서 최대한 잘 말했다. 이 정도 말하면 알아듣겠지. 예상외로, Dick이 내게 넘긴 일거리가 잘 풀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 수입이었다고 생각하면서 계단으로 발걸음을 내렸다. 탕-!! 탕-!! 갑자기 귀를 뚫고 들어오는 총 소리에 나는 급하게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소리야!!! 뒤돌아본 그 문 안에서 비명이 새어져 나온다. 여자의 비명, 남자의 비명.. 정신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울림이었다. Fuck! 미친 새끼들 아냐!! 또 한 번 이어지는 총 소리. 탕- 탕- 네발이다. 무슨 일이냐!!!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한 놈이 배에서 피를 쏟아내며 뛰쳐나온다. 그러더니 얼마 못 가 내 앞에서 쓰러져 내린다. 나는 녀석을 발로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몸을 최대한 문 옆쪽으로 숨기고 계속적으로 새어나오는 비명과 피비린내가 그치길 기다렸다. 재수가 없다... 뭔가 큰 일이 터져 버렸다. 그리고..내가 여기에 있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늘 아침의 일은..이런 일의 전초전이던가. [BGM] Crawlilng - Link Park http://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20574.asf 나같이 빌어먹을 상황인 녀석이 있을까. 백인-흑인 혼혈로 태어나서 어느 갱 조직에 들기도 힘들었다. 잡종국가라 불릴 정도의 이 브루클린에서도, 적어도..그들은 그들의 핏줄인 국가가 있다고. 푸에르토 리코 새끼들...중국새끼들..한국새끼들... 또 흑인놈들. 얼핏 그쪽으로 분류만 되는 African American.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이 흐린 연한 갈색 때문에. 차라리, 온전히 검었다면. 아니면 온전히 희었다면.. 게다가....타고난 운도 없는 모양이군. 정신 차려, J.D!! 나는 최대한 몸을 벽 쪽으로 붙였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작은 나이프 하나뿐이다. 젠장할...이런 일이 대낮에도 잘 일어나는 건 알았지만..오늘 나는 방심의 그 자체다. 안에 누군가 있기는 한 것 같다. 분명 피비린내와 더불어 인간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시체들은 움직이지 않는다구. 안에서 중얼거리던 소리가 조금 더 커진다. 빌어먹을! 한 놈도 아니다. 두 세 놈? 챈 놈의 떨거지들인가... 맥커웰 새끼는 뒤로 약을 빼돌려서 챈과 Dick을 서로 이간질 시키고 있었다. 얼핏 내가 보기에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병신같은 일이었으니.. Dick이나 챈이 못 알아챌 리가 없어.. .....그렇다면...지금 맥커웰 새끼들을 죽인 놈들은 어디 놈들인 거야? "찾았냐?" "Nop." "젠장..이 빌어먹을 누랭이 개자식이 도대체 어디다 숨긴거야!!!!" "너무 빨리 처리한 거 아냐?" "뭐가." "아까, 피자배달부 같은 놈이 왔다갔는데..." "이런, 시팔...창문으로 들어오느라고 못 봤어!" "더 좆같은 일 알려줄까?" "어...?" "그 개자식이 매어놓은 자전거가 아직 아래에 보이는데?" 나는 그 순간 숨을 크게 삼켰다. 녀석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현재 나이프 하나뿐이다. 두 명쯤이야...해볼 만 하지 않겠어? 만약...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Fuck!!! 빨리 찾아봐!!!! 우릴 봤을 수도 있잖아 !!!!" "아직 건물 안에 있어." 침착한 말투로 말하는 새끼가 좀 더 힘들겠군. 어디에서든 흥분을 잘하는 자식은 처리하기가 쉽지만 왠만한 것에 놀라지도 않는 놈을 죽이기는 참 힘들다. 그래도..분명, 처리해야 할 놈인 건 지금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사실이군. 분명..챈 놈의 떨거지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대로라면..Dick이 가만있지 않겠군. 한 놈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나는 숨을 죽인다. 그리고 나이프를 쥔 오른손에 오진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주저앉았다. 녀석이 걸어 나온다. 앞으로 세 발자국 남았군. 셋. 둘. 하나. 순식간에 나는 내 옆으로 발만 나온 그 다리의 발목을 나이프로 세게 잘라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나이프는 역시나 날카롭다. 거의 반 정도가 잘린 발목으로 상체를 지탱하지 못하고 녀석은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끔찍한 비명을 올렸다. 피가 순식간에 내 얼굴로 확 끼쳤다. 덥다. 더운 느낌의 피다. Fuck!!! 곱게 죽어!!!! 나는 쓰러지는 녀석의 배를 심하게 무릎으로 구타하고 손에 들린 총을 뺏는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서 쓰러진 놈의 뒤통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나쁘지 않군. 박살나는 대갈통이 조금의 형태만을 남긴다. 바닥이 피범벅이다. 젠장... 분명, 조금 있으면 경찰이 찾아들게다. 아까부터 총은 울렸고, 아래층이나 위층 놈들이 총알밥이 되고 싶지 않으면 이 곳으로 올라오거나 내려오거나 하질 않을 것이다. 이 개새끼들은 소음기도 안 쓰나! 죽이려면 조용히 죽이라고! 나는 몸을 다시 벽으로 붙였다. 분명 다른 놈이 이쪽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역시나 침착한 놈이다. 소리를 쳐서 무슨 일 이냐고 소리치지 않음으로써 녀석은 자신의 위치를 숨겼다. 빌어먹을 새끼.. 나는 숨을 조금 내쉬며 내 앞에 엎어져 자빠진 새끼의 얼굴을 봤다. 이그러져 있어, 놈의 인종을 말해 주고 있질 않다. ....백인인가...? Vigo네 놈들인가?....Spanish계열은 아닌 거 같은데. 뭐야..그러면 챈 놈의 떨거지도 아니란 말야? 빌어먹을! 어서 자리를 뜨는 게 나았던가. 그러나 저놈은 반드시 없애고 가야한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틀을 기점으로 살짝 돌았다. 안을 총으로 겨루고 바라봤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놈은 분명히 아직 이 안에 있다. 나를 죽이고서야 갈 테니까. 끼이익- 밟는 소리가 분명히 나는 아래바닥이 삐걱거린다. 젠장... 저쪽에서 또한 잠깐이지만 분명한 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게 몸을 낮춘다. 그리고 거실로 돌기 전에 있는 벽에 다시 한 번 기대어서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탕- 이런..시팔.. 순식간적으로 내가 기대어 선 그 벽쪽에 총알이 와 박힌다. 대가리 박살날 뻔 했군... "이봐...큭..." 1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저쪽 너머 놈의 초조함이 느껴진다. 아직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녀석으로 하여금...또 이 사냥이 어느쪽이 사냥꾼이고 어느쪽이 사냥감인지를 판가름 못할 상황이 녀석으로 하여금 조금의 공포를 주고 있는 거다. 언제나...정해진 위치에서 사냥꾼의 역할만을 즐겼던 놈들은 항상 이렇다. "거기 있었어?" 나는 슬쩍 말을 걸었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 이 잡종 개새끼." 어쭈..내 얼굴을 봤나보군. 어쩔 수 없이 넌 오늘은 죽었다. "그 사이에 내 얼굴까지 보다니 대단하군.." "........." "그러면 죽어줘야 하는 거 알지..." 나는 나이프를 손으로 살짝 돌렸다. 핑-하며 반사빛을 내는 것이 상당히 예쁘다. 역시... 나는 순식간적으로 그 나이프를 반대방향으로 세게 던졌다. 바로 그쪽으로 녀석의 총구가 돌아가 있음을 느끼자마자 바로 아래쪽으로 드러누우며 녀석의 머리통을 향해 정확히 한 발을 날렸다. 머리가 뒤로 넘어간다. 그리고 피를 뿜는다. 예쁘다면, 예쁘게도 봐줄 수 있겠다. 피를 뒤집어쓴 꼴이. 힘없이 쓰러진 놈을 바라보며, 나는 내 나이프를 주워들었다. 조금 세게 팽개친 바람에 살짝 긁혔지만, 역시나 아름다운 모양이다. 나는 숨을 내쉬며 피묻은 날을 셔츠에 닦았다. 그리고 시체가 되어 널부러진 놈을 바라본다. 어서 여기서 떠야겠어. 그리고 나는 돌아서려고 했다. 갑자기 뒤에서 딸칵- 하고 총알을 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내 뒤통수에 시원한 총의 총구의 느낌이 확실하다. 왠지 시원한 시가향이 난다. "거기까지." [BGM] The Message - Nas http://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85415.asf 몸을 그대로 굳혔다. 소름이 돋는다는 건 이런 건가. 순식간에 내 머리가, 내 뇌가 기능하는 것을 멈추게 될 거라고, 나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조차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목 뒤로 흐르는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내 턱에서는 물방울이 하나 떨어져 내렸다. 그 목소리는 완전히 낮게 쉬어있는 목소리였고 내 머리에 쇠처럼 텅-하고 와박히는 울림이었다. 총구가 내 머리카락 사이를 휘돈다. 그 사이로 공기가 스며들면서 약간은 추운 느낌이 두피에 스몄다. 이리저리 머리카락을 들쳐내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쳐내었다가 왼쪽으로 쳐내었다 한다. 그 총부리에 나는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반 곱슬은 처음 보는데." 역시 처음과 같이 가라앉고 갈라진 쉰 목소리가 머리를 때려온다. 돌아설까. 그러면 이 개새끼가 바로 쏘거나 하겠지. 차라리 그렇게 머리가 박살이 나서 땅바닥에 누워 있는 게 낫겠다. 지금은 뭔가 희롱 당하는 느낌이고, 이건 내 성미에 정말 맞지 않는 거다. 좋다구. 차라리 그러는 게 짜증나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빌빌거리며 기어오르는 이 느낌 같은 건 질색이니까. 나는 슬슬 몸을 돌렸다. 녀석의 총구가 머리를 두 번 친다. 탁- 탁- "거기서 멈춰. 메두사의 눈 보면 돌덩이 되는 거 모르나." "돌 되기 전에 쏴주는 건 어때, 병신." 그리고 나는 세게 몸을 틀었다. 그 사이에 머리에 구멍이 나 죽을 수도 있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 거라는 것에 나는 확신을 걸고 있었다. 그만큼 내 성격은 좋지를 못하다. 돌아봄과 동시에 나는 녀석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얼핏 보기에 피부색이 희한하다. 백인이 아니다. 흑인도 아니다. 동양인도 아니며, 라틴계 쪽도 아닌 거 같다. 그의 피부색은 나와 어쩌면 비슷한 약간 그을린 색깔. 생김새도 뭔가 딱딱 나누어 떨어지는 인종 쪽이 아니었다. 눈 색깔은 비정상적인 빛을 내는 회색. 검은 앞머리가 눈가 위에 있다. 노려보는 그 눈이 역시나 흡사 메두사의 눈이라 해도 믿을 만 하다. 이렇게 파악이 될 때까지 나를 잘도 그냥 두는군. 나는 곧 당겨질 그 놈의 손가락에 걸린 방아쇠에 눈을 맞췄다. 당겨- 빨리 죽이던가 하라구. 바로 그 방아쇠를 바라보고 있는 내 시선의 너머에는 비오듯이 흐르는 내 땀에 젖은 셔츠가 있다. 젠장할. 기분이 아주 나쁘다. 뒷머리에 와 닿아있던 총구가 이마에 와 있다. 그래, 적어도 자기를 죽이는 새끼 얼굴은 보고 죽어야 되는 거 아냐. 참으로 비굴한 죽음은 아니군. 한 참을 노려본 녀석과 내 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만 쏘는 게 어때?" 나는 조금은 거칠게 나가는 숨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마주친 시선이 너무 스산했다. 녀석의 눈은 동공과 눈동자의 색깔의 대비가 너무나 심했다. 진한 검은 색의 동공 주위를 옅은 회색이 감싸고 있다. 약간...소름이 끼친다. "너..낯이 조금 익은데." 녀석의 스산한 목소리가 내 머리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듯 하다. 나를 알아보는 건가. 어쩔까... 죽일 수 있을까. 나의 오른손에 잡혀있는 나이프는 아직 날이 선 채다. 지금 녀석의 총을 겨눈 팔을 세게 쳐내고 칼을 녀석의 목의 옆에 쑤셔 넣을 수 있을까. 척봐도 왠만한 완력이 있어 보이는 놈인데. 그 생각을 하며 나는 상당히 세게 나이프를 움켜 쥐었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놈의 총구가 아주 빠르게 내 머리에서 떨어져 나갔고, 나는 바로 내 오른팔을 들어 녀석의 목으로 나이프를 날렸다. 그 놈이 그 나이프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코앞에서 피한다. 겨우 손가락 마디 하나정도의 차이로. 젠장할!!!! 눈을 질끈 감았다. 실패다. 그 후에 남은 것은 오로지 하나다. BANG- 그러나 내 찡그린 인상이 느껴질 때까지도 아무런 감촉이 없다. 큭큭 거리며 웃는 소리가 짜증나게 내 청각을 자극했다. 나는 눈을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서있는 놈을 응시했다. 녀석은 상당히 멀리 떨어진 장소에, 시체가 있는 장소에 서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있었다. 그 녀석의 발이 닿아있는 위치에는 무언가에 흠뻑 젖어있는 시체가 보였다. 그리고 녀석의 다른 쪽 손에는 빈 병이 들려 있었다. 비릿한 웃음을 웃는다. 소름끼치게 두려운 얼굴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마에 손을 얹었다. 비오듯이 쏟아지는 그 땀을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손바닥이 흠뻑 젖어온다. 녀석이 한쪽 입가를 슬며시 올리며 급작스럽게 시체에서 발을 거둔다. 그리고는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떨어지는 라이터의 불이 휘돌며 놈의 무서운 회색눈을 반사시킨다. 그리고 바로 끔찍스럽게 타오르는 시체 타는 내가 방안을 감싸고 있었다. "증거 인멸." 놈의 시가를 문 입술이 이상하게 비틀어지며 웃음을 낸다. 그리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리는 경찰들의 사이렌 소리가 멍한 내 눈 너머로 어른거리며 귀로 파고 들었다. [BGM] When We Ride On Our Enemies - 2Pac http://pop.bugsmusic.co.kr/popmusic/pop/00/pop00162714.asf 젠장할.. 목구멍으로 마른침을 겨우 넘겼다. 자전거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 그걸로 발이 잡힐까. 만약에 잡힌다고 해도 대충 둘러댈 수는 있다고 해도, 이건 뭔가 찝찝했다. 걸어나온 길목에는 인간들이 너무 많이 기어나와 있어서 대충 섞일 수가 있었다. 경찰들조차도 바글거리는 그 와중에 그 눈에 띄는 곳으로 가서 자전거를 가져오는 것은 병신같은 짓이다. 그건 확실히 알고 있었다. 증거인멸이라... 나는 놈의 한 마디를 떠올리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싸구려 담배의 맛이 혀를 버리고 있다. 젠장...놈이 피고 있던 그 시가는 그 사람이 피웠던 쿠바산과 비슷한 향이 났다. ...그건 왠지 기분이 나쁜 일이다. 아직 불이 다 재워지지 않은 3층을 바라본다. 놈은 저 불길 사이로 사라졌었다. 빌어먹을 정도로 빠르게. 또 간단하게. 피자박스도 다 타야한다. 나중에, 내가 저 자전거 때문에 심문에 불릴때가 올지도 모르겠군. Fuck! 지금은 그냥 가자고. "...My brother (같은 집단에 소속된 남자; 친구).... Where are my cracks (합성마약, 중독성이 매우 강함) ?" 빌어먹을...!!! Dick 이다... 나는 급작스럽게 몸을 돌릴려고 했으나, 약간은 날카로운 물건이 허리께에 와서 살짝 박히는 것을 느끼며 몸을 멈췄다. "No,No....돌아보면 안되지..나는 너와 달리 얼굴이 알려진 몸이잖아." 나는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시선을 앞으로 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다 타 버린 거 보면 몰라." 톡- 톡- 내 허리께를 건드리는 것은 녀석의 작은 나이프다. 기분이 급강하하고 있다. "set tripping(다른 거리에 속한 갱을 죽이는 것) 한거냐?" "갱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맥커웰 녀석들은 내가 죽인 게 아냐." "그러면?" "다른 놈 두 명. 두 명 다 백인..이었던 것 같다." "흠...." Dick의 덥고 소름끼치는 입김이 내 목덜미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이것은 꽤나 빌어먹을 상황인 것이...분명,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음이 알려진다면 갱들끼리의 싸움으로 잘못 크게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Dick의 입장으로서는 나를 갈아 마셔버리고 싶을 것이다. "큭큭큭...." "........." Dick이 낮게 웃는다. 나는 숨을 낮췄다. 주위는 온통 인간들로 뒤덮여 있었고, 그 와중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경찰놈들이나, 다른 갱들은 없다. ".....너 아주 대단한 새끼군...." "........?...." "BG(baby gangster -총격의 경험이 없는 갱)에서 OG(original gangster-사람을 죽이거나 출감한 갱)로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오다니 말야.." 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주위의 시끌벅적함이 점점 사그라들려고 하고 있었고, 3층의 불길도 점차 잡혀져 가는 것 같았다. "살인을 할 때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나?" "......." "놀라운 물건이군......큭...." Dick의 낮은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기분 나쁘게 메아리 치는 것 같다. "음...만약에 큰 싸움으로 번져도 뭐 어쩔 수 없지.. 괜찮은 새끼 하나 물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네 얼굴 본 새끼 있냐?" "이름 모르는 한 놈." Dick은 잠시 침묵했다. "놈의 얼굴 보면 알 수 있겠지." "아마도." 아마도는 아니다.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아니, 눈동자만 보더라도 어느 곳에서든 골라낼 수가 있었다. 그렇게 괴이한 눈동자를 본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내 머리카락 속으로 커다란 손이 들어온다. 그리고는 살짝 성글어낸다. 반 곱슬머리인 눈썹을 덮는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자연스레 흔들린다. "조심해라, banger(갱 혹은 살인에 연관된 사람).... 나한테 네 예쁜 얼굴 볼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지 말라구. 큭큭..." 기분나쁜 웃음이다. 스캐디 패거리들조차도 거의 리더격인 Dick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한다. 어디에서 굴러들어 왔는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갱스터였는지도 모른다. 다만, 스캐디라는 이름도 놈이 만든 거고, 지금의 위치까지 이 갱 집단을 끌어올린 것도 놈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묻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 몇 명은..괜히 알려고 발악을 하다가 큰 피를 보기도 했으니까. 가까이 느껴지던 Dick의 체온이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봤을 때, 인파 속으로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는 그 뒷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여유로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어깨가 보인고, 그 특유의 진한 붉은 머리색이 바람에 날리는 게 보인다. 눈에 아주 크게 뛰는데도 절대 버리지 않는 색깔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도, 녀석은 붉은 머리의 특징으로 경찰들 사이에서 떠돌게 된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붉은 색에 집착을 하는지. 놈은.. 동양인인데도. "야!!!! 너 무사했냐!!!!!!!" 가게에 다 들어서기도 전에 폴이 뛰어나오며 나를 얼싸안았다. 뭐가 무사했냐는 거지. "네가 배달 간 거기 불바다라고 하더라고!!!!!! 안그래도 병신이 병신되서 올까봐..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이게 왜 이럴까...정말 걱정했던 거 맞나? 나는 인상을 조금 쓰며 폴 녀석을 노려보았다. 녀석의 얼굴이 설명을 요하고 있다. 그 이야기로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면서 말했다. 녀석이 걱정을 했다는 걸 훤하게 그 주근깨가 아직도 남아있는 희멀건한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약간 창백해지기까지 한 얼굴이 금발 머리를 더 반사되어 보이게 한다. "음..아주 간발이었지...덕분에 자전거는 못 건졌어. 급하게 도망쳐 나오느라." "야야, 자전거가 문제냐, 이 등신아! 몸이 안 다친 게 다행이지. 어쩐지 그 골목에는 다들 배달 가는 걸 꺼린다고..갱 새끼들이 설쳐서." "그래?" "근데..살인사건이라고 하던데..." 녀석이 말끝을 흐린다. "시체는 봤냐?" "아니, 그것도 간발의 차로 못 봤다." "의외로 운이 좋은 놈인가 보다. 네 녀석." 폴은 내 머리를 비적거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싱겁게 웃는다. 놈의 아들은 분명 상당히 괜찮은 자식으로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빌어먹을 골목에서도..분명, 괜찮은 인간은 나올수도 있을 거다. .....브루클린 찬가라도 부를까. 옆 골목에서 사건이 터지던 말던, 살인이 나서 몇 명이 뒤지건 말건.. 그건 이 골목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별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바로 오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에 대해서 열을 올리는 인간은, 적어도 내가 일하는 이 피자 집에는 없었다. [BGM] Papercut - Linkin Park http://211.39.156.108/popmusic/pop/0L/pop0L20579.asf 늦은 오후,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옆에서 누군가 툭툭하고 내 어깨를 건들였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전에, 조용히 바지 뒷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내 주머니에는 조금 피가 남아있는 나이프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새끼들은 내가 이걸 써야할지도 모르는 놈들일 것이다. 챈 패거리들. 나는 슬쩍 고개를 넘겨서 폴이 어디에 있나 본다. 다행히도 폴은 아직 점장과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여기서 소란스러운 거 싫지, J.D?"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바람이 빠져 버린다......머피.... "망할새끼, 오늘, 일 하나 치룬 거 몰라?"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내 눈앞에는 진한 초콜릿 색 피부의 친구가 서 있다. 녀석이 얼마나 장난스러운 놈인가..다시 한 번 상기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얼마나 나를 골탕먹였었는지. 그러나, 한 번 붙기가 무서울 정도로 신경이 지랄같고 더러운 놈이라...꽤나 널널히 봐주는 놈들 중 하나다. 한 번 물리면 빠져나오기가 힘드니까. 미간에 인상을 씌우고 녀석을 잠시나마 노려본다. 그렇지만, 다시 나는 녀석을 애정어린 포옹으로 감싼다. "What's up, dog.(왠일이냐, 새꺄)" "네가 오늘 OG가 됐다고 하던데? 아까 잠깐 Dick봤다." "옆의 놈은?" 나는 그때까지 머피놈의 옆에서 약간 맛이 간 눈깔 상태로 이쪽을 겨우 응시하고 있는 흑인 놈을 바라봤다. 벌써 꽤나 약을 한 얼굴이다. 자신의 몸을 억지로 가누고 있었다. 얼빵해보이는게, 스캐디 패거리에 섞이기는 글렀군. "Ah~ he is my coz (내 사촌.)" "Don't smokin' bones too much.(너무 피워대지 마라.) 나는 싱겁게 한마디를 던지고 주머니에서 싸구려 담배를 꺼내서 물었다. 약도 좋다. 가끔하기에는 괜찮다구. 아직까지 중독되어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싸구려 담배나, 쿠바산 시가에 중독이 되어 있다. 입맛을 버리거나, 아니면 그 사람을 생각하거나. "오늘, Dick이 모이자고 하더군." 옆에서 머피 녀석이 중얼거린다. 나와 함께 느긋이 것기 시작한 녀석과 녀석의 얼빠진 사촌은 발걸음이 조금 힘겨워 보였다. "음." 나는 입술로 연기를 내 보내며 말한다. 가끔 생각하는데, 머피는 조금은 특이한 놈이다. 같은 흑인들은 자신들만의 갱그룹을 만들거나, 아니면 흑인들만의 조직에 들어간다. 원래, 리더라는 것은 있어도 brother형식을 더 따른다. 녀석은...왜 우리같은 피섞인 잡종들이 들어있는, 스캐디 패거리에 머물고 있는 것인가. 스캐디 패거리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피를 가진 놈은 Dick과 머피 두 놈 뿐이었다. 그래도, 녀석은 Dick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뭔가, 내가 모르는 다른 것이 있음에 틀림이 없다. 보통, 이런 거리에서 동양인은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니까. 어디까지나..Dick은 예외다. "오늘은 뭔가..좀 땡기는데." "뭐가?" 나는 놈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Wild thing (섹스)." "큭... 언제는 땡겨서 했냐? 언제나 일상다반사로 했으면서." "음. 오늘은 사내새끼랑." 나는 숨을 멈췄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는거지? "네 새끼 얼굴만 보면, 자꾸 그게 생각나잖아. Medina (최음제) 가 따로 없다고. 큭큭.." 순간적으로 눈위로 확 몰려오는 핏기가 나를 어질하게 만들었다. 순식간이었다. 나는 놈의 목덜미를 잡아서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단박에 주머니에 꽂혀있던 칼을 재빠르게 돌리며 꺼냈다. 그리고 당장에 녀석의 목에 맞추고 겨냥했다. 내가 나를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녀석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2년간 같이 뒷골목에서 뒹굴어 먹은 놈이다. "What did you say, you mother fucker?!!!!!! huh?!!!!!! (너 뭐라고 그랬어, 이 빌어먹을 새꺄!!!!!")" 녀석의 검은 얼굴도 조금은 하얗게 질려가나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순간, 내 머리에 놈의 사촌새끼가 겨누는 mag (magnum-권총)의 총구가 와 닿았다. 나는 팔에 힘을 준 채 시선을 돌렸다. 놈의 사촌은 갑자기 약이 깨기라도 했는지 눈의 동공이 커져서 벌벌 떨며 내 머리에 겨우 총을 겨누고 있었다. "What are you doin'? BG(baby ganster) Do you want peeling caps? uh? (뭐하는 거야, 애송이 새꺄. 오늘 네 대가리 따줄까? uh?)" 머피새끼의 coz라는 놈은 몸을 떨다 못해 내 관자놀이에 겨눠진 총구가 춤을 추는 듯 하다. 나는 그 팔을 세게 쳐내며 왼쪽 발로 녀석의 배를 심하게 걷어찼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머피에게 향했다. 개새끼... "leg pull...(조크)" 녀석의 허연 입술에서 겨우 한마디가 새어나온다. 오늘같은 날 내 성질을 건드려? "장난인 거 알잖아, J.D....너, 나란 새끼 한 두 번 봐..?" 목에 끼워넣어질지 모르는 칼이 두려웠던지 놈이 조금 기침을 내뱉으며 말한다. 그래..오늘은 사고도 많이 쳤으니...Dick이 일처리 하는 걸 귀찮게 했으니.. 이쯤에서 그만두자.. 더 일 벌리기에도 양심이 있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네 목은 잘렸어. 시팔... 나는 서서히 칼을 거두었다. 그리고 놈을 노려보았다. "아가리 조심해라." 놈은 목을 매만지며 나를 겨우 쳐다본다. 나는 눈가에서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 올렸다. 덮여져 있던 이마가 바람에 드러나며 조금은 시원해진다. 그래봤자..여름날의 더운 해는...나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지만.... 스캐디 패거리가 몰린 곳에서는 이미 파티가 한창이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여러명이 정신없이 흔들고 있었고, 벌써부터, puff lye (대마초와 같은 약초를 태워 흡입하는)를 하고 있는 놈들도 있고, 거의 대부분이 rock star(크랙 중독자) 였다. hoodrat(성관계가 난잡한 여자) 같은 여자들이 열 댓명. 애새끼들과 이리뒹굴고 저리 뒹굴고 있다. 얼핏 몇 명은 2:3 플레이같은 걸 하고 있기도 하다. 뒤범벅된 정액 냄새가 역겨웠다. "왜 이렇게 늦어?" 뒤에서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Dick이다. 놈의 목소리는 어디에 가나 확실하게 튄다. 낮고, 여유롭다. 그리고 거의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다. 벌써, 그 자체로도 꽤나 중압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고개를 올려 놈을 바라봤다. 키가 거의 190에 달하는지라 올려다보지 않으면 볼 수가 없었다. 녀석은 동양인 특유의 그 마른 근육을 갖고 있다. 그러나 헐거워 보이지는 않는 그 모습. 녀석의 옆에는 상당히 볼만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놈의 허리를 두르고 있었다. 녀석의 목덜미에 대고 고개를 올려 혀로 핥고 빠는게 왠지 역겹게 느껴졌다. 여자의 혀는 너무나도 선정적인 붉은 빛이다. 그 입술과 마찬가지로. 나는 조금은 눈썹을 모으며 Dick을 바라봤다. "오다가, 조금 일이 있어서." "그래?" 녀석이 한쪽 끝을 올리면서 웃는다. 시팔..내 눈이 왜이래...? 내 얼굴이 심하게 뜨거워짐이 느껴졌다. 갑자기 호흡이 조금 힘들다. 분명, 오늘 머피새끼가 사내새끼와의 wild thing같은 걸 말해서 그런 거다. 그래서, 오늘 Dick놈의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거다. 왠지....뭔가 야하게 보이는 거.... 사내새끼 눈에 사내새끼가 야하게 보여서 뭐 어쩌자는 거냐... fuck!!! "그럼, 즐기라고," Dick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이제껏 내가 그런 적이 없을 정도로 뚫어져라 바라봤다. 아마도... 상당히 머저리 같았을 것이다. [BGM] In the end - Linkin Park http://pop.bugsmusic.co.kr/popmusic/pop/0M/pop0M150443.asf 밖으로 환기되지 못하는 더러운 공기가 나의 발목을 잡고 계속 아래로 끌어당기는 기분이다. 그 정도로 지금 이 곳은 너무나도 역겨운 상태다. 벽은 실력 없는 그래피티들로 가득하다. 볼만하지 못한 그림들이다. 조금의 메시지도 없으며, 조금의 감동도 없다. 빌어먹을 장소다. 녀석들의 약에 취한 웃음소리가 더럽게 시끄러웠다. 그런 와중에 여자들과 얽힌 놈들이 물건이나 제대로 겨냥할지 궁금하다. 나는 쓰게 느껴지는 맥주를 입안에 털어 넣으며 쾅쾅거리는 음악 속에서 춤을 추는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다. 온갖 인종. 스페인계와 동양계의 혼혈, 흑인과 백인의 혼혈, 쿼터, 몸 안에 저 위로부터 4개 이상의 피를 이어받은 놈들... 꽤나 볼만하다. 다들 얽혀서 춤을 추고, 약을 한다. 녀석들의 피부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실력자들이 이 스캐디 패거리에는 모여 있었다. 게다가..꽤나 미친놈들이 대부분이다. 제 부모를 살해한 놈도 있었고(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강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긴, 밤중에 이 골목을 지나가는 미친 여자가 있을리도 없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대가리에 대고 bang-bang 당겨대는 놈들이니까. 사실....우리 주위의 갱 새끼들을 볼 때, 그 정도의 담력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사실은 속으로 비명이라도 지르고 있는게 아닐까. 피에 절은 시체나...창자가 비어져나오며 죽어가는 동료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건... 나중에 자신도 언젠가 저런 식으로 죽을 거라는 막연한 공포를 억지로 억누르기 위한 발악일지도 모른다. 한 방에 죽는 것은 두렵지 않은 일이다. 다만, 죽기 전까지 계속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은 견디지 못할 일이다. 그러니..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새끼들은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는다는 생각도 못할 정도의 찰나에 죽기를.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창녀같은 여자들의 교성이 이 작은 아지트 같은 곳에 쩡쩡거리며 울리는 듯 하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리고 내 눈도 핑글 거리며 돌아가는 것 같다. 쿵쾅거리는 음악이 내 청각을 미묘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이런 냄새나는 구석에서 발 아래부터 슬슬 기어오르는 빌어먹을 약의 냄새..기운.. 어질거리며 나조차도 취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재미없냐?" 옆에서 머피 새끼가 나에게 아까 했던 말이 은근히 미안했는지 EL(El Producto의 시가-궐련)을 불을 붙여 내밀었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었다. 폐 속 깊이 한 번 들이 마셨다가 녀석의 얼굴을 향해 불어내었다. 이미 꽤나 취한 정신이라 놈의 얼굴도 조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듯 싶었다. "아까는 미안했다, 장난이었어." "흐음-" 나는 눈이 자꾸 나른하게 떠지는 걸 참으며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왠지 정신이 멀리 날아가는 느낌이다. 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 기분이라는 건..오늘은 아무래도 조금은 피곤했던 거였던가. 머피녀석의 눈이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나도 놈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봐 주었다. 조금 눈을 내려뜬채로. "재미없는 장난은 질색인 거 몰라?" 나는 입술끝을 올리며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머피놈의 눈이 계속 나를 향해 꽂혀 움직이질 않는다. "너는 흑인하고 백인의 피만 섞인거냐?" 갑자기 물어오는 놈의 질문에 조금은 당황했다. 그건 나도 잘 모르는데..빌어먹을 정도로 나를 아프게 팼던 father 라는 개새끼는.. 어쩌면 나와 같은 잡종이었을지도 모르지. 피부색이 그리 진한 것은 아니었으니.. 창녀같던 mother를 생각해 볼까.. perfect white. .....그럼 난 뭐지..쿼터? 아..정신이 하나도 없군. 어질어질 거린다. "네 피부색은 이상하다구. 완벽한 갈색도 아니고... 게다가...얼굴은...진짜, 예쁘고." "그래서..." "궁금한 거지. 그냥......fuck!! 그렇게 물어봤다고 당장에 이럴 건 없잖아!!!!" 녀석의 얼굴이 다시 검붉게 질려가는 것 같다. 내 나이프가 다시 놈의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패거리들 많이 몰린 곳에서 놈을 어떻게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지 녀석도 조금은 찡그리며 웃는다. 장난이라고. 그래..맞아, 장난이지. 여기서 일어나는 이 빌어먹을 일들도 다 장난이라구. "Are you a fag(faggot-게이, 동성연애자) (너 호모냐)?" "No!!! fuck you, ass hole!!!!!! (아냐!!! 이 개자식아!!!!)" ....큭큭큭.... "Ya dicks on hard. (네 물건 존나 섰는데...)" 나는 놈의 약간 부풀어오른 바지 앞섶을 나이프로 건드렸다. 놈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진다. 그리고 내 얼굴에 와 박히는 시선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럽다. 이 새끼가..지금 놀이로 끝내지 않겠다는 건가..? ".....shit..." "사내 새끼랑 해봤어?" ".........." 녀석이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나는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르는 걸 느꼈다. 무슨 맛인데 그래? 난 아직 못해봤거든. 좋아? 죽여줘? 말해봐. 머피놈은 아무런 대답없이 나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큭큭....혹시..안해 봤으면서 나에게 괜히 수작 걸어본거냐? 병신같은 놈. 나는 놈에게 빈정거리며 알했다. "keep your Willy.(물건 잘 지켜라). 완전히..잘리기 전에." "........." "저기 저 여자 보여?" 놈은 한껏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본다. 나는 그 시선을 부드럽게 마주봐 주었다. 약간 낮고 넓은 코가 녀석이 지금 극도로 열받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가서 Dick sucking lips(DSL-오럴섹스) 라도 해달라고 해. 큭큭..." 놈이 내게 세게 주먹을 뻗었다. 어떻게 피했는지 모르지만 굉장한 속도로 나는 피했고 곧이어, 정신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와중에 나는 놈의 정강이를 아주 세게 걷어차며 그 꼬인 짧은 곱슬머리를 손아귀에 한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목을 꺾었다. 갑자기 주위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린다. 더불어, Dick의 시선도 나를 향하고 있었다. "오늘, 두 번 죽고 싶냐?" "......." 꺾인 목 너머로 살기어린 시선을 던지며 머피 놈이 이를 간다. "너도..나도..오늘은...윽... 너무... 취했어." 놈의 목소리는 이를 악물고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녀석은 비겁한 성격이다. 뒤쪽에서 치는 것을 좋아하는 약간은 더러운 성질머리를 가진지라 많이 건들지 않던 새끼였다. 오늘은 이상하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 너무나도 이상한 날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한 날. 취해서... 술이나, 약에 절어서가 아니라.... 그저 이 빌어먹을 인생의 역겨움에 취해서 처음으로 했던 살인이었다. 손 안에는 아직도 피가 끈적거리고 있는 듯 하다. 그만하자....fuck... "그래..그러니까, 오늘은 이쯤하지. 너 오늘 두 번 봐준거다." 나는 칼을 놈의 엉덩이 뼈 쪽에서 거두었다. 위협을 하는 곳이 꽤나 민망했던 곳이다. 나도 모르게 비릿한 웃음을 입가에 지어내었다. 얼굴이 약간 뜨거워진다. 분명...조금은 선정적인 시선. 꽤나 따가운 아픔이 느껴지는 그 곳으로 눈을 돌렸다. Dick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순간 움찔해 버렸다. 시끄러운 음악이 쿵쾅거리는 가운데, Dick의 시선은 소름끼칠 정도로.. 검어져 있었다. 그러나...왜 이러는 걸까. Dick놈이 끌어안고 있는 여자의 풍성한 육체가 내 눈에 들어와서인가. 분명, 그 시선에는 나를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음악에 맞추어서 여유롭게 흔들리는 놈의 몸에 여자가 감겨있다. 상당히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놈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휘어진다. 그리고 내게 시선을 대며, 자신의 입술은 여자의 쇄골에 가져간다. 나도 모르게 큰 침을 한 번 삼켰다. 여자의 등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것이 보인다. 심하게 취해서일 것이다. 놈의 시선에 내가 얽혀들어 버린 것 같은 것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진한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다. 놈의 허벅지가 여자의 다리 사이로 들어간다. 조금씩 마찰하는 놈의 허벅지에 의해 여자의 목이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벌어진 붉은 입술에서 나오는 탄성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나는 목구멍이 젖어드는 것 같아, 싸구려 맥주를 계속 입안으로 흘려넣었다. Dick의 눈은 나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놈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내가 놈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구려 창녀가 사내 유혹하듯 하는 시선일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표정이 어떻게 놈에게 비춰질지 알고 있었다. 자꾸 옆에서 치근덕거리는 머피 그 개새끼 때문인가... 계속 Dick을 의식한다. 머리가 먼저 의식하는 게 아니다. 빌어먹게도...... 내 몸이 먼저 의식을 하고 있다. [BGM] With You - Linkin Park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20583.asf Rush- 쾅- 귀가 얼얼할 정도의 엄청난 굉음. 빌어먹을!!!!!!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갑자기 멈춘 듯 하다. 순식간에 뚫린 문으로 밀어닥친 신선하고 시원한 공기가 불안감과 함께 떠밀려 들어왔다. 그래, 빌어먹을 습기다. "꺄아아아악---" "get the mag(magnum-총)!!!!!!" "fuck!!!!" 비명- 여자들의 째질듯한 비명과 사내새끼들의 약에 취해서 덜떨어진 비명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거리며 울린다. 이렇게 빨리 당할 줄은 몰랐다. "!!!!!" 시선을 문 쪽으로 돌리기도 전에 굉장한 소리로 순식간 적으로 Dick과 내 사이에서 랩을 흥얼거리던 한 녀석의 머리통이 눈앞에서 박살이 나버린다. 나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삼켰다. 역겨움이 한 순간에 등줄기를 훑고 지나간다. 소름이 끼친다. 눈 앞에서 붉디붉은 피가 번져나갔다. 오늘이 무슨 날이던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 밖으로 피가 새어나오는 게 느껴진다. 옆에서 머피 녀석이 내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게 닿지 못할 자리에 있던 놈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다른 새끼를 미친 듯이 밟으면서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 숙여!!!!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숙이라고....? 퍽- 갑자기 얼얼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 몸이 옆으로 크게 밀려나가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화면이 이렇게 흑백처럼 느껴질 수도 있던가. 내가 마지막으로 본 색깔은 내 앞에서 머리통이 작살난 대니의 기름기 섞인 붉은 피였던 것 같다. "이 새끼야!!!!!!!!!!!" 나를 가르친 손가락이 눈에 보이자마자, 한 놈이 나를 거세게 쳐내며 들어왔고 나는 정말 놀랍도록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았다. 그리고 거세게 날아가는 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약에 취해서 절어있는 주위 애새끼들이 몇 명 죽었다. 역겨울 정도로 풍겨 올라오는 피내에 어질한 현기증을 느낀다. 지금 내 왼쪽 머리에서 흘러, 내 눈에 튀어서 시야를 가리는 이 액체도 분명, 피일 것임에 틀림없었지만, 순간적으로 내 눈에는 검은색으로 보였다. 울렁거린다. 속이 아플 정도로 세게 걷어차이는 몸이 느껴졌다.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옆구리를 걷어차는 한 놈의 다리가 구석에 찌그러진 내 위로 몇 번이고 쳐들어왔다. "hello, babe. 너를 봤다는 새끼가 있었어. 오랜만이지?" fuck.... Vigo...... 빌어먹을 새끼.... 순식간에 몇 발의 총성이 귓가가 멍할 정도로 크게 꽤나 좁은 공간 내에서 울린다. 나의 멍하고 날아갔던 정신이 그 총성과 함께, 또 약간은 시원한 여름밤의 산소와 함께 확실히 제자리로 돌아옴이 느껴졌다. 재빨리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돌린다. 주위의 녀석들이 Vigo의 패거리들과 널부러진 게 보였다. 벌써 피비린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넌 너무 눈에 띄어, J.D. 사고를 치려면 다른 놈을 시켰어야지...큭큭..." Spanish 발음이 섞인 약간 눅진하고 가라앉은 가래끓는 목소리가 귀 언저리에서 기분 나쁘게 메아리 치는 듯 했다. 오늘...정말 내가 몇 번이나 뒤져야 될 운명 이었나보군. 아주, 죽여 밟아 버리려고 찾아와 주는데..? 아주 짜증이 난다.. 신경질이 슬슬 올라온다고. "아주 빌어먹을 얘기 하나 알려줄까, J.D?" 나는 말없이 놈의 짙은 검은 눈썹을 노려봤다. 숱많은 눈썹과 검은 머리카락이 놈이 철저한 라틴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넌 오늘 죽을 거야." "..........." "얼굴이 매우 아깝지만...너무 위험한 새끼거든." 나는 아래에 누운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서 쏘라고. 오늘은 너무 피곤해...빌어먹을... 네 새끼 느글거리는 쌍판을 봐줄 여력도 없을 정도라고. "You know, you played yourself.(네 새끼가 한일이 널 이지경까지 만든거다)" Vigo의 손에서 싸구려 pot(대마초)가 떨어지는 걸 바라본다. 놈이 주위의 애새끼들에게 가볍게 한 마디를 던진다. "알아서 처리해라." 그리고 Vigo는 돌아선다. 그 뒷모습의 대가리에 대고 한 방 갈겨주고 싶을정도로 순간적인 증오가 떠올랐다. 알싸하게 얼굴에 끼쳐오는 피비린내가 어색하지 않았다면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는 것일까. 주위에서는 미친 듯한 고함소리와 욕설, 그리고 뒤엉킨 놈들과 총에 맞아 빌빌거리는 애새끼들의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린다. 갑자기 내 눈앞에 우리 패거리의 Rock녀석의 얼굴이 들어온다. 녀석의 얼굴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Rock녀석의 머리 뒤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린다. "Can you see? 큭큭..." 아...안돼!!!!!!!!!!!!!!! Bang- 빌어먹을 목소리가 귀에서 울린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내 눈앞에서 Rock 녀석의 얼굴이 박살이 났다. 내 위에 더운 피가 끼치며 뇌수가 떨어져 내렸다. 내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눈의 동공이 커지고 그 사이로 더 많은 피가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다. 욱- 여...역겨워.... 이럴수가.... 나는 눈을 들었다. 잘 보이지 않던 검은 액체가 점점 색깔을 띄기 시작한다. 사라진 Rock녀석의 얼굴 뒤에 나타난 놈은 상당히 낯이 익었다. 내 눈앞에서 한 놈이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소름끼치는 회색. 그걸 발견하자마자 나의 눈이 다시 색깔을 보기 시작한다. 그래. 두 번째다. 얼핏 벽에 걸린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1시 54분. 왠지 말이지, 오늘이 가기전에 네 새끼를 볼 것만 같았어. 이 세상에서건, 아니면 뒤져서건 말이지. 나는 누워서 Rock 녀석의 시체에게 깔려 있었다. 진한 회색빛 눈동자가 나를 향해 내려져 있었다. "안녕." 듣기가 힘들 정도로 쉬고 갈라진 낮은 목소리다. 안녕 이라고 말하는 놈의 눈이 내 위에서 웃고 있었다. 뭔가 기묘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새끼는 너무나 기묘한 느낌이었다. "Hey......오늘 두 번 보는군." ".....Hi....." 나는 역시나 비릿하게 웃으며 놈의 인사에 대응했다. 네 새끼가 날 죽일거냐? 그러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당겨. 나는 눈을 녀석의 어깨너머로 돌렸다. 주위의 애새끼들이 엄청나게 고요하다. 몇 명이 피를 흘리며 자빠져 있고, 다리 정도나 팔 정도 맞은 놈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음이 보인다. 주위의 애새끼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긴장한 상태에서, 또 약이 거의 다 깬 상태에서 미친 듯이 떨고 있다. Vigo놈의 패거리들도 마찬가지다. Dick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거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Squeeze the trigger, you fucker.( 쏴, 이 빌어먹을 새꺄)." 나는 낮게 뇌었다. 이 빌어먹을 놈의 메두사처럼 차가운 눈동자가 내게 꽂혀져 움직이지 않는다. 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진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눈을 감았다. fuck.... "Nop. 재미없어, J.D." 갑자기 나는 감은 눈으로도 느껴지는 그림자를 느끼며 눈을 들었다. 낯익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언제나 붉은 기운을 동반한다. 그러나 현재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소름끼치는 회색눈. 그리고 그 너머에 그 회색눈동자의 새끼의 머리에 총을 겨눈 Dick. Dick의 얼굴에는 약간 피가 묻어 있었다. 분명...그것이 Dick의 피가 아닌 걸 알 수 있다. 놈의 피 치고는 너무 선명한 선홍빛이다. 아마..Dick의 피는 그보다는 진한 아주 진한 붉은 색일 것이다. 그의 머리카락처럼. 회색 눈의 얼굴이 아주 싸늘하게 굳어진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여기저기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구경 잘했다. 이제까진 재미있었는데...앞으로는 재미없을 거 같아. 큭큭..." Dick의 비릿한 웃음이 아주 낮았음에도 그 낡은 창고 속에 크게 울리는 듯 하다. [BGM] Run Rabbit - Eminem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O/pop0O154371.asf "....J.D. 죽고 싶냐?" 그것은 협박이 아니다. 다만, 묻는 것일 뿐이다. 죽고 싶냐고. Dick의 낮은 목소리가 그렇게 묻고 있다. Dick은 낡은 나무 박스들이 쌓아져 있는 위에 올라서서 다리를 접고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놈의 헐렁한 바지에 자잘한 주름이 가 있다. ...주위의 모든 새끼들이 다 올려봐야 하는 상태였다. Dick의 입에서 떨어져 나온 한 마디는 주위를 한꺼번에 깔아뭉갤 듯이 나른했다. 주위를 압박하는 나른함이라. "Not yet.(아직은 싫어)." 나는 목구멍으로 피맛이 섞인 침을 삼키며 누워서 말했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회색의 그 눈에 향했다. 놈의 얼굴이 굳어진 모습이..확실히 지금 얼마나 짜증이 난 상태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다행이군..아끼는 놈이 죽고 싶다고 하면 재미없어." 피식- 아무렇지도 않게 흘리듯이 웃는 그의 미소가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Mad hot...(꽤나 덥군..)" 입가에는 아직 Chronic(마리화나)이 물려 있었다. 그런데도 그 눈가는 확실히 조금도 흐려지지 않은 정신을 말해주고 있다. Dick은 양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 오른쪽 손으로는 회색눈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고, 왼쪽 팔은 오른쪽 팔을 가로질러서 저 너머에 있는 Vigo를 겨누고 있었다. 언제나, 우두머리만 노린다. Dick이라는 놈에게 다시 한 번 놀란다. 이런 와중에서도 정확히 핵이 되는 놈들만 골라내는 그 행동에. "Y'all....I think you must bail out from me. (이봐들...나한테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Dick은 낮게 읊조리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그 이상의 힘이 들어있었다. Vigo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Chronic(강도가 센 마리화나)에 취한 새끼들 이렇게 덮치는 건 아주..." Dick의 얼굴이 웃음기를 거둔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일이야." 다시 한 번 깊이 Chronic을 빨아 들이킨 Dick은 입가에 약간 짜증이 섞인 주름을 만들어 내면서 옆의 제이슨 녀석에게 고개를 까닥하며 웃는다. "몇 명 죽었지?" 불쌍한 제이슨은 그 압박되고 긴장된 총들이 Cross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사이들을 헤집고 다니며 시체들을 하나하나 뒤집어까고 확인을 했다. 토하려고 하는 그 얼굴이 짜증을 삼키고 있음이 보인다. "우리쪽, 6명. 퍼프, Rock, M.S, 맥코이, 딜런....대니." "음...." Dick의 미간이 찌푸러진다. Vigo가 그때를 살펴 총을 들려고 했다. 나는 그걸 Dick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입을 벌려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 순간, 탕- "Shit !!!!!" 순간적으로 놀라서 다들 총의 방아쇠에 힘을 준다. 그러나 아무도 아직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다. 나는 여전히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Vigo의 모습이 보인다. 놈이 쳐들려다가 말았던 총을 다시 떨어뜨린다. 그 발 아래에 땅이 DIck이 쏜 총알의 자국이 선명하다. Dick의 총구가 아주 정확하게 그 아래를 겨누었던 것이다. 귀가 아직까지 얼얼한 것 같다. "No, No...허락 없이 움직이는 거 싫어해." 다시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오른다. Dick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여유로움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역시...제정신인 놈은 못돼.. "우..리 쪽도 죽었어." Vigo의 낮게 잦아들어가는 갈갈한 목소리가 내 신경을 건드렸다. 그와 동시에, Dick의 신경도 거슬리게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Vigo?" Dick의 말투는 예의가 있다. 그러나 한없이 위협적이었다. "Fuck!!! Vigo!!! 그냥 쏴버리고 다 쓸어버리자고!!!!" 갑자기 한 spanish가 고함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그리고 우리쪽의 한 명에게 겨루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 하고 있었다. "멈춰, 로드리고." 엄청나게 쉰 낮은 목소리. 주위가 싸늘하게 내려앉으며, 로드리고라는 놈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병신...그러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놀고 있군. 회색눈동자에서 내가 눈을 돌린 그 순간 그 놈은 벌써 내 머리에서 총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내 위에 엎어져 있는 Rock녀석의 몸을 발로 치워내며 나를 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그 손을 세게 쳐낸다. "건들지 마라." 나는 거칠게 나가는 목소리를 최대한 제어했다. 그리고 스스로 겨우 몸을 일으켰다. 뻐근하다. 꽤나 맞이 얻어터져서...잘못하단 죽을 뻔 했다. 내 눈 앞에서 회색의 그 눈이 상당히 짜증섞인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Mac." 나는 놈의 쉰 목소리를 귓가로 흘려들으며 눈을 크게 떴다. 놈은 Dick의 총구에 머리가 겨눠진 상태에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내 이름." "So?" 나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Mac이라는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순간 Dick의 총에서 소리가 난다. 딸칵- 총알을 재는 소리. 익숙한 소리. Dick의 웃음기를 머금은 조금은 싸늘한 목소리가 저 아래서부터 울린다. "Whose turn is it? (누구 차례지)?" 회색눈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Dick은 여전히 여유롭기 그지없다. 뒤돌아선 회색눈의 얼굴이 온전히 Dick을 향했다. "Do you wanna die? (죽고 싶냐..)" Dick의 얼굴은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저 회색눈의 얼굴을 바라보고도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놈은.. 아마도 Dick밖에 없을 것이다. "If you can. (할 수 있으면.)" 두 놈의 주위에만 온 신경이 집중된 듯 하다. 모든 갱 녀석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Dick이 우위에 있다. 어디까지나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니까. "Mac!!!!" 갑자기 Vigo가 소리를 지른다. "아무짓도 하지마!!!!" Dick은 여전히 비릿한 웃음을 입가에 걸고 있었다. "저녀석 말이 맞는 거 같군..." 그리고 Dick은 단숨에 숨을 내 쉬고 Chronic을 저 멀리 던져 버린다. "꺼져, Vigo." Vigo의 얼굴에 조금의 안정감이 도는 듯 했다. 탕- "아아아악-!!!!!!!!!!!!" 헉- 다들 순간적인 상황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따위로 일 벌여놓고..무사히 갈 줄 알았나..." Dick의 소름끼치게 무서운 낮은 목소리가 허공에서 조용히 흩어졌다. 웃음기가 어린 게 사람을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마음에 드는데.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Vigo놈의 한쪽 팔에서 피가 처절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안 죽어." 새로운 마리화나를 꺼내 물며, Dick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나..." 모두 숨을 죽인다. 놈은 그런 놈이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압박감을 주며 중압감을 가진...철저하게 그 존재감이 있는 놈이었다.. "이 구역에 한 번 더 발을 들여놓으면....정말 다 죽여버리겠다." Vigo를 부축하고 나가는 놈들의 욕설이 주위에 널린다. "Dick!! 이대로 보내도 되는거야? 우리 쪽이 너무 많은 손해를 봤다고!!!!" Dick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앞에 있는 회색 눈의 Mac인가 하는 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꺼져, 애송이. 너는 다음에 내 눈에 띄면 안 좋을 거다." 저건 진심이다. 흘리듯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정말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두 놈이 다시 만나면..그때는 정말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회색눈은 더 이상 Dick을 노려보지 않았다. 바로 몸을 돌려 나를 한 번 응시하고는 Vigo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이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이렇게 응축된 공간 속에서 오직 여유로운 두 놈은.. Dick과 .........Mac이라는 놈 뿐이었다.. 조금씩... 이 공간이 조용해 진다. VIgo패거리가 사라지고 난 뒤는.... 처절한 쓰라림이 남아있었다. 피비린내와..역겨움.. 나이프에 의해서 창자가 잘려나간 시체 놈들과... 재수좋게 한명도 죽지 않은 여자들의 덜덜 떠는 모습. 눈 앞은 살풍경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마에 와닿는 느낌에 몸을 흠칫 떨었다. 커다란 손. 그러나 그 손은 거칠기 그지없다. 마른 손바닥이 내 이마를 쓸고 지나갔다. 나는 눈을 들었다. 나무박스 위에 여유로이 앉아있는 Dick의 모습은 여전하다. 그리고, 침착하다. 조금은 웃음기를 머문 것 같은 그 눈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진심으로 웃지 않는 것 같은 눈동자가...조금은 피로 물든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여유로웠다. ...그 눈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그닥 여유롭지 못했다. 조금은 가빠지는 호흡을 나는 그저... 방금 일어난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로 했다. 아니라면... Dick의 손이 닿은 뜨거운 이마와..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낯익은 나의 사랑이 나를 내려다보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 떠날 준비가 되었어? 나는 얇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의지(意志)가 포함된 말로. Matt . A . Richardson 』 작은 Paperback을 덮었다. 의지(意志)가 포함된 말로...라.... 손가락으로 눈을 가린다. 쏟아져 내리는 여름햇살이 너무나 뜨겁다는 느낌이다. 그래...내가 죽는 날도 이런 날이면 좋겠다. 너무 더운 날은 감각에 무뎌지니까. "뭐 읽냐?" 잠시 쉬는 동안에 가게 앞에서 꺼내 읽던 책을 뺏어서 보며 폴이 묻는다. 이런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로 하여금 정말 잠시나마 숨을 쉬게 해준다. 그래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굳이 햇볕아래로 나와 있는지도 몰랐다. 가끔이지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곳이 왠지 현실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곳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약간은 김이 새어나가 맛이 심심하기 그지없는 콜라를 마시며 한 쪽 손으로 책을 흔들어 보였다. "맷 리차드슨?" "음." "너무 몽환주의적 작가야, 이 자식은." "글쎄...그게 마음에 드는데." "나도 이 사람 책 몇 권 갖고 있다. Jim이 좋아하거든." Jim은 놈의 이제 겨우 8살 난 아들이다. 나는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아들이 적어도 제 아비보다는 문학성이 있구만?" 비웃듯이 말하는 내 입가를 폴 녀석이 좍 잡아서 옆으로 늘린다. "네 녀석이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 뒤부터야!!! Jim녀석이 서점에서 이 뜻도 모를 난해한 책을 고른 게!!!!" 흐음..역시 Jim녀석은 내 아들로 태어났어야 했나보군. "작가라도 되고 싶은 거냐? 항상 책을 손에 들고 있잖아. 맨날 뭔가를 끄적 거리기도 하고. 네 backpack에 들어있는 작은 수첩 같은 것들 말야." ".....심심해서 쓰는거다." "그래...." "나 같은 놈에게서 나오는 글이라는 건...나중에 읽어봐도 역시나 쓰레기더라고." "........" 폴은 입을 다물었다. 녀석은 언제나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있는 거 같다. 괜히 어줍잖은 위로나 충고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나는 잠시 앉아서, 내 옆에서 시가를 피워대는 폴 녀석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폴은 이제 서른이다. 얼마전에 생일이 지났다. 마누라는 재수 없게도 지나가다가 booster(가게 좀도둑) 같은 새끼에게 걸려 강간을 당하고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 빌어먹을 개자식은 딱 걸려서 지금 썩고 있지만... 그것이 폴의 마음을 달래 줄 수는 없다. 이 거리에서는 지나치게 사랑을 하는 것조차도 죄다. 폴 놈은 갓 태어났던 Jim을 품에 안고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 왔을까. 분명, 폴의 마누라는 아주 예쁘고 착한 여자였을 게 틀림이 없다. 이런 멋진 놈을 남편으로 두었으니까.... 놈을 안지 3년이 다되어 갔지만.. 아직 놈의 아픔을 느낄만한 친구가 되진 못했다. 옆에서 폴 녀석이 피워대는 시가향이 알싸하게 풍겨온다. 어린 시절의 커다란 손이 생각났다. 자동차 기계부품에 관련된 작은 정비장을 하던 그 손은 언제나 거칠고 매말라 있었다. 그렇지만 항상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런 빌어먹을 골목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그렇게 갈 사람도 아니었다. 어쩌면, 내게 있어서 아버지보다 더 큰 존재였을 사람. 그와 관련하면 항상 한 여자가 떠오른다. 그 사람과 같은 시가를 피웠던 여자였다. 얼핏 잘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웃는 얼굴이 스쳐지나간 듯 했다. 지금 내 옆에는 없지만.. fuck... 날씨는 좋은데 내 기분은 더럽게 우중충하군. "어제, 아주 대대하게 갱들 싸움이 있었다고 하더라. 들었냐?" 나는 주머니에서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진 담배를 피워 물며 눈살을 찌푸렸다. 당연하지..아주 잘 알고 있다. 거기서 나도 죽은 시체로 발견될 뻔 했거든. "시체들 검정하기가 되게 힘들대. 아주...난리도 아니었더라. 다 싸잡아서 불질러 버렸다고도 하고...그 위치가...아무래도 그 스캐디 패거린가 하는 놈들이 자주 아지트로 이용하는 곳인가 보더라구." .....shit.... "그래서... 그 리더격 비스무레 한 놈을 찾고 있던데? 지금 안 보여서 난리라고 하고.....그..뻘건머리 동양인 있잖아. 키 장대같이 큰 놈." ....!!!! "언제 본 적이라도 있냐?"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우리 가게에 왔었지. 아무도 주문을 받지를 못하더라구. 대충은 소문을 들어서들 알고 있나봐. 동양인인데도 엄청 큰 키하고...그 마스크가 꽤나 눈에 띄잖아. 뻘건 머리도 그렇고... 뭐랄까....약간 위협적인데...흐음, 꽤 잘 생겼더라고." ".....그래서....?" "네가 피자 배달하러 갔을 때 왔어서...넌 못 봤을 거다. 같은 남자가 봐도 꽤나 멋진 스타일이었어. 내가 주문을 받으러 갈 때까지도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이 주위를 보고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 "그런데..그렇게 어린놈이 리더일까... 아무리 많게 봐도, 스물 여섯? 그 이상으로는 볼 수가 없던데." "........" 설마..... 나는 조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나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다시 이마가 뜨거워지는 듯 하다. 어제 Dick은 내 이마에서 조금은 더운 땀이 날 때까지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나는 그 손을 굳이 쳐내지도 않았다. 다만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조금은 가쁜 숨을 내쉬었던 듯 하다. 얼굴도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을 것이다. 피비린내. 그리고 썩은 마약냄새들.. 한참을 그렇게 내 이마에 손을 대고 있던 Dick이 손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눈을 떴었다. 그리고 나는 Dick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Dick은 더 이상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녀석을 바라봤을 때, 내게 보인 건 그 넓은 등 뿐이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내게서 등을 돌린 놈의 팔을 끌어당겨서 다시 내 쪽으로 돌려세울 뻔 했던 것이다. 그것은, 이미 한 번쯤 버림받은 놈의 더러운 매달림이 됐을 것이다. 나는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내 팔을 억누른 내 자신의 이성(理性)에 대단한 존경을 느꼈다. 놈의 손은 어쩌면 조금 그 사람의 손과 닮아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그 커다란 손은 매우 거칠었지만 상당히 따뜻했다. Dick은 절대 그 사람과 틀린 종족이다. 뭐랄까....인종이 아닌...아예 인간 자체로서 틀리다고나 할까. 놈은...너무 위태로운 느낌이다. 항상 높디 높은 빌딩 위의 가장자리만 밟고 걸어다니는 것처럼. 하지만...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을 거 같은 놈이라.... 가끔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놈인 것 같아서.. 인간으로서 아무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존재를 가지지 않은 놈 같아서 두려운... 그런 인간이었다. 자신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Dick. 언젠가...또 그처럼 아무런 미련없이 그 높은 빌딩 아래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휴우..이사라도 가야할까." Paul 녀석이 한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서야 멀리 빠져 나가있던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을 느꼈다. 퍼뜩 고개를 들며 나는 Paul 을 바라봤다. "왜?" 나는 담배를 문 입술 때문에 불확실한 발음으로 물었다. 폴 녀석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차 있다. "Jim 녀석 때문에. 그 녀석이 지금은 아이라서 내 말을 잘 듣지만..." ".........." "살인이라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 곳에서...그 아이가..잘 자랄 수 있을까..." 나도 그 중의 하나야. Paul...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지.... 분명, 그 빌어먹을 개새끼들도, 누군가의 애인이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남편일 수도 있지. 어쩌면 아빠일 수도 있다고. 너처럼 말이야.... 그러나, 나도 그런 새끼야, Paul. 여기선, 자기에게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힌다고. 나도... 네 녀석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 손에 피를 묻혀도 좋다고...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말도 어느 정도는 맞다. Jim이...이 곳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그러나, Paul로서는 이 거리에서 태어나서 이 거리에서 죽 커왔고 그의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던 곳도 이 곳이었다. 언제나 입으로만 떠나야 할까...하고 중얼거리는 그 모습이 상당히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다. "Jim은 속이 깊어. 커서 썩어빠진 갱 따위가 될 놈이 아니야." 나는 입술을 이지러뜨리며 말했다. 어느정도..진심이 포함된 말..... "너와는 다르다고. 아마도 제 엄마를 닮았나봐." 나는 Paul이 나를 패려고 뛰어오는 걸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나는 조금은 시원하다는 느낌으로 가게 주위를 뛰었다. 머리에 녀석이 방금 전까지 손에 들고 뒤틀고 있던 걸레가 세게 부딪히며 떨어져 내린다. 윽...냄새나... 마침내 녀석에게 목덜미가 잡혀서 조금은 아픈 주먹을 맞을 때도 내 입술은 계속 웃고 있었다. 이런 건...정말 지키고 싶다. 내 손에 더 많은 피를 묻힌다고 해도 말야. 나 또한 이런 잔인한 놈이야. 원래, 인간이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 아냐? ......이런 건.....정말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Paul...Jim....그리고 이렇게 빌어먹을 정도로 따뜻한 햇살 같은 건 말이다. [BGM] No Sex - Limp Bizkit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72927.asf Paul이 Jim과 같이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는 것을 억지로 거절하고 집으로 와버렸다. 되도록, Paul과 함께 있는 모습을 주위에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놈이 나 때문에 혹여 어떤 위험에 처한다면 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럽고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은 애초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였다. 사실, 나와 같은 쓰레기와 어울리기에는 Paul도, 천사같은 Jim도 너무 과분하다. 끼익- "Shit..." 나는 엘리베이터 (너무나 오래된 스타일이다.) 아주 싸구려 아파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철컹거리는 철로된 엘리베이터. 커다란 철창을 억지로 손에 힘을 주며 들어올렸다. 끼긱 거리면서 올라가는 게 소름이 돋을 정도의 철 소리를 낸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듣기 안 좋은 소리였다. 몇 번을 그렇게 끼긱거린 후에 나는 겨우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었다. 이건, 완전 고물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올라가는 중에도 덜컹덜컹 거리는 게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6층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는 정말 싫다고. 나는 입술을 비어 물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더럽기 그지없고, 오물냄새도 항상 났다. 언제나 옆집의 할망구는 TV소리 좀 낮추라며 궁시렁 거리며 그 너머의 집의 뚱땡이와 그의 bitch는 섹스를 할 때마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댄다. 여자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러서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마도 이 건물 내에서 그들의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인간들이 있을까. 교미란 소리로 하는 게 아니라고. 문을 열고 나의 좁은 방으로 들어섰다.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 열쇠를 던지던 나는 바로 멈춰섰다. 이 좁은 방에서, 한없이 텅 비고 가구조차도 거의 없는 방에서 낯선 냄새가 났다. 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만 움직였다. 아직 불을 안 켜서 깜깜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분명,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는 않는다. ......뭔가 이상한데.....? 평소와 공기가 틀리다. 내 아파트에서 절대 날 리가 없는 향수내가 나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비싼. .....Fuck!!!!! 바로 뒤로 걸음질을 쳤다. 내 앞쪽으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바로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뛰어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가 무섭게, 또 거기에 앞서 내가 방금 전에 열고 들어온 문이 끼기긱 거리며 닫히는 게 느껴졌다. 듣기 안좋은 내 방문의 삐걱거리는 소리. 그 문 뒤에서 나타나는 인영(人影). 나는 숨을 들이 삼킨다. 급속하게 뒷 주머니의 나이프에 손을 댔다. 재수가 없다. 약간 키가 큰 놈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여유롭게 서 있다. 총이라도 가진 건가. 나는 조금은 숨을 죽여본다. 놈이 그 위치에서 잘 움직이질 않았다. "뭐야...." "Hi...."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는 놈을 바라봤다. 역시나 간이 부은 놈임에 틀림이 없었다. Dick의 경고따위는 먹히지도 않는 놈이란 말인가? 그 회색 눈이 역시나 어두움 속에서도 잘 보인다. 왠지 색깔이 연한 것이, 밤 속에 붕-하고 떠 있는 것 같았다. "Are you mad? You motherfucker." (너 미친거 아냐? 빌어먹을 새꺄.) 녀석의 조금은 밤 안에서 싸늘하게 보이는 청결한 웃음이 공기 안에서 떠도는 것 같다. 역시나 낮게 쉰 목소리가 내 말을 받는다. 웃음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내 착각에 불과한 걸까. "Maybe." 그 목소리는 내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눈은 오늘밤만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인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새끼가....오늘 나를 죽이려고 온 게 확실한 걸까. 눈을 크게 떴다. 왜 이렇게 나를 짜증나게 만들어? 안 그래도, 너 아니라도 나는 지금 충분히 귀찮고 힘들단 말이다. 나는 조금은 긴장하며 바지의 뒷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 댔다. 놈과는 꼭 세 번째 만나는 것이다. 논은 그 때마다 내 머리에 총구를 겨눴었다. 그리고 첫 번째는 자신의 의지로, 두 번째는 타인의 의지로 내게서 총을 거두었다. 놈을 최대한 노려보며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상당히 짜증나는 상황만 골라서 만났다고. 너란 새끼랑 나는 말이다. "I like pissin' you off.....(너를 열 받게 하는 게 좋아...)" 녀석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역시나 쉰 목소리에 나는 숨을 집어삼킨다. 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What!!!???" "....큭큭....그럴 때 얼굴이 예쁘거든." 등줄기가 오싹하게 소름이 끼쳐왔다. 놈의 웃는 얼굴은 분명...아름다울 수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차갑고, 지나치게 얼어있다. 나는 더 이상 내 이성을 가리지 않았다. 바로 녀석의 목을 따고 싶어졌으니까. 적어도 이 바닥에서 뒹구는 창녀들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건 참을 수 없다. Fuck!!! 빌어먹을 쌍판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실실거릴만한 놈은 이 세상에 없단 말이다!!!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놈을 벽으로 몰아붙였다. 놈과 내 키는 비슷했다. 아니, 나는 조금 더 놈을 세게 밀어붙였다. 놈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벽에 밀려나서 조금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놈의 소름끼치는 회색 눈에 내 시선을 맞추고 이를 갈며 말했다. 녀석의 머리에 겨눈 어제 내가 챙긴 pistol(총)이 방아쇠를 당겨달라는 듯이 내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You act like fuck...(아주 개같이 행동하는군...)." 나는 이를 악물고 욕을 새어 내보냈다. 정말 상당한 진심이 포함되어 있는 욕설이었다. "나한테서 떨어져." 놈이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한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한쪽 입술을 잔인하게 들어올리며 웃는다. 순간적으로 놈의 머리에 겨눈 방아쇠에 힘이 빠질 뻔 했다.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What?" "I can't control myself. ( 조절이 안 돼...)" 내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녀석의 입가에 늘어진 미소가 상당히 슬퍼 보인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숨을 삼키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내게 끼쳐온 그 향수냄새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꽤나 향긋한 민트향이 나는 숨. 나는 동공의 움직임을 멈췄다. 내 목덜미가 강하게 잡혀져 있다. 그리고 나는 놈에게 끌려가 있었다. 그 전에 총을 쥐고 있던 내 팔은 비틀려져 고통을 호소한다. 입술이 얼얼하다. 나는 내 빌어먹을 상황에 놀라 총을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눈 앞이 깜깜하다는 건 이런 걸까. 그리고 녀석의 혀가 미친 듯이 내 안으로 말려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는 내 몸이 저 바닥으로 갑자기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알싸한 향이 놈의 손가락이 감겨 들어오는 내 머리카락 전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이것이 혐오에서 비롯된 느낌인 것일까. 항상 극의 혐오는 극의 쾌락을 동반하는 것일까. 지금 내 머리카락 끝까지 쭈뼛거리듯이 흘러 들어오는 이 전기 자극 같은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세게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 놈의 목소리만큼이나 깊고 두려운 느낌. 한없이 밀려 들어오고 마치 내 혀를 뽑아버릴 듯이 잡아당길 때는 얼얼한 그 아픔에 내 목구멍에서 신음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그 흘러나오는 신음에 회색 눈의 녀석의 혀가 응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 깊은 회색 눈이 나를 얽고 떠나려하지 않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이럴 수가 있을까. 나는 결국 눈을 감았다. 더 빌어먹을 일은..... 내 정신이....또 내 엿먹을 혀가 놈에게서 벗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몸이 뒤로 뉘여진다. 딱딱한 마루바닥이 머리에 와 닿았다. 왠지 부딪히지 않았음에도 머리가 아픈 느낌이다. 숨을 몰아 쉬었다. 잠시 떨어져 나간 입술에서 가쁜 숨이 나오고 있었다. "비켜..." 나는 억지로 숨을 내쉬며 같이 말을 내뱉듯이 꺼냈다. Fuck...내가 이렇게 욕구불만이었나...? 아무리 그래도 사내새끼라도 상관이 없을 정도냐고! 무언가 굉장히 힘들다. 이렇게 거친 키스를 해본 기억도 없고, 여자들과 해댈 때도 이렇게까지 정신이 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놈이 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밀어내야 했다. 그래..나는 밀어내야 한다. 나를 가두려고 하는 저 눈에서 벗어나야 한다. 녀석을 밀어내려고 하는 내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 순간, 놈의 입술에서 쉰 목소리로 낮은 한 마디가 새어나왔다. "Give me a kiss....(키스해 줘...)" "내 위에서 안 꺼져?!!!!" 나는 힘이 빠지는 몸과는 달리 성대로는 미친듯한 고함을 질러대었다. 몸이 떨리는 기분이다. 빌어먹을... 혐오감이 아닌 쾌락으로 떨리고 있었다. 놈이 건드리는 몸의 한 곳 한 곳이 반응을 하고 있다. 마치 경련을 일으키듯이... 성적 쾌감으로 완벽히 내 몸에 전류를 흐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힘이 빠져서 내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말았다. 내가 지금 뭘 한거야? 빌어먹을 호모새끼랑 지금 키스라는 걸 한거냐고!!!! 그리고...거기에 힘이 빠져서 나는 바닥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다고!!!! Fuck!!!! Fuck!!!!! 변명의 여지가 없어. fag(faggot -게이) 새끼한테 반응을 하고 있다고.. 아주..열렬하게 말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역겨움을 느끼지 않은 내 자신이다. 그것은...현재 나를 절벽 위에 세우고 떨어지라고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에 맞서 억지로 발악을 하는 모습이다. 나에게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발견하기 싫은 것을 발견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이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역겨움을 토하고 있을 때조차, 그보다 더한 일을 만나는 것은 수두룩하다. 아마, 지금이 그러한 때이리라. 머리로 온 몸의 열이 치솟고, 미친 듯한 심장박동과, 내 발끝에서 저릿거리며 나를 엄습해 오는 것은 아마도 공포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그리고, 분명, 나만 느낀 것은 아닐 거다. 내 위의 회색눈동자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 "Well...I feel like shit.....(....엿 같은 기분이군...)" 머리 안을 저릿하게 할 정도로 끔찍한 침묵 후에 들리는 나지막한 욕설..... 회색 눈 녀석의 목소리가 아니다. 쉰 목소리가 아니었다. 다만 한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 공기의 입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 했다. 이런 존재감은 가슴을 압박한다. 낯익은 느낌인 것이다. 숨을 몰아 쉬었다. 이 상황은 너무나 두렵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Dick이 내 집을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다. 녀석은 항상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같이 어울리는 놈들에게 감추고 사는 놈이다. 언제나 그가 먼저 연락을 해서 놈들을 끌어 모은다. 하물며, 놈이 내 집을 찾아온 것은 분명, 이상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지금 분명 이 어둠 속에서도 확실히 보이는 타는 듯한 짙은 붉은 머리는 내가 아는 녀석 중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Dick.... 나는 또 다시 회색 눈의 뒤에서 그를 보는 수밖에 없다. 힘없이 언제나처럼 누워서 보면 더 커 보이는 그를 아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검은 눈동자는 피하는 것이 확실히 나았다. 그것은..분명...이제까지의 약간의 웃음기라도 가진 Dick의 눈이 아니었으니까. 지독히 아래에서 긁히는 목소리. "Are you fucking with this.....motherfucker, J.D? (너...지금 이 빌어먹을 새끼랑 섹스라도 하고 있는 거냐...J.D ?) [BGM] By Myself - Linkin Park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20573.asf 순간적으로 Dick의 눈이 그의 머리와 같은 붉은 색을 보이는 듯 했다. 이렇게 보였다고 하면, 나의 과장인지도 모르나, 분명, 아무런 빛이 없는 곳에서 나는 놈의 눈에 서린 역겨움을 본 것만 같았다. 그는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아직 그가 이성을 잃은 것을 본적이 없었다. 갱들끼리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도, 또 몇 명이나 죽어나간 사건이 있었을 때도, 꽤나 친했던 녀석이 길 가다가 다른 갱 놈들에게 살해당했을 때도, 한번도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지 못했었다. 적어도...내가 놈을 만난 1년 반 동안은. 그래서 나는 정말 폭풍전야와 같은 이 적막을 순간적으로 깨버릴지도 모를 Dick에게 너무나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 눈이 내가 이제까지 보아왔던 Dick의 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회색 눈의 Mac이라는 놈이 녀석의 짜증을 자극하는 것일까. 나는 한없는 무력감을 느끼며 Mac이라는 놈 아래에 누워있었다. 분명, 옷도 다 입고 있는지라 우리를 보고 Sex를 하던 도중이 아님을 알고는 있을 것이다. 나는 얼굴이 미칠 듯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온 몸의 피라는 피는 내 발끝이 있는 곳에 서 있는 Dick에 의해서 전부 머리로 몰리는 기분이다. 스산한 목소리. 내 위로 올라오고 있던 회색 눈의 동공이 어느 한 지점의 내 얼굴에서 완전히 멈췄다. "I don't have a mag(magnum-총) tonight." (오늘은 총이 없군.) Dick의 갈라진 낮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최대한의 절제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놈은 아직 침착했다. 그 증거로 다시 입가에 비웃음 섞인 비릿한 짜증을 배어내고 있었다. "만약에 있었다면...지금...다 죽여버렸을지도 모르지." 나는 숨을 멈췄다. 녀석의 눈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Dick은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직설적인 말을 하는 놈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진심이 섞였음을 나타내는 놈이 아니란 말이다. "Will you back off, son of bitch?" (좀 꺼져주겠냐.) Mac 이라는 놈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 상황이라면...Dick을 성질나게 하고도 남을만한 일이다. 내게 닿아있던 Dick의 시선이, Mac의 뒷모습에 향했다. 순간, 나는 절망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한 번 경고했었다. you fuckin' punk..(빌어 처먹을 애송이)." 예상외의 웃음을 섞은 농담을 하는 것 같은 Dick의 목소리. 나는 조금의 안심을 느끼면서 눈을 떴다. 쾅- 그 낮은 목소리가 다 내 귀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나는 쾅 하는 소리가 내 귀 옆으로 나는 것을 들었다. 귀가 얼얼하다. 귀고막이 터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굉음이었다. 그것은 내 눈이 한 순간 감겼다가 떠진 것과 같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고개를 내 오른편으로 돌렸다. Dick은 왼손잡이다. 내 방에 문가에 세워두는 bat가 Dick의 손에 들려 있었고 내 옆의 나무로 된 마루바닥이 그가 휘두른 bat(야구 배트)에 의해 처절하게 박살이 나 있었다. 아래층에서 지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너무도 잘 들렸다. 아마도, 조금 더 소란을 피우면 경찰을 부를지도 모르겠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 정도 싸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아직은 괜찮다. 그러나 경찰이 온다면 그것은 꽤나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Dick은 현재 안 좋은 이유로 경찰들에게 심문을 당하고 있으니. 내 눈이 다시 옆으로 옮겨졌다. 오직 나에게 향해있던 회색의 눈도 동요를 하고 있었다. Dick이 다시 bat(야구 배트)를 크게 들어올리고 있다. 분명..놈의 힘으로 보아서, 내 위에 있는 Mac이라는 놈의 대가리가 박살날 것은 불 보듯 훤했다. Dick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재미있다는 미소를 띄고 그 bat로 Mac이라는 놈을 내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건들거리듯이 걸린 bat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는 듯 하다. 그 순간에 나는 숨을 멈추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 엄청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내 위로 떨어져 내린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눈을 떴다. bat는 내 옆으로 떨어져 나가 있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Mac이라는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뒤로 꺾고 주머니에서 빼든 나이프의 끝을 정확히 Mac의 성대에 겨누고 있는 Dick이 보였다. "죽고 싶어서 이 쪽으로 들어온 거겠지." Dick은 비릿하게 웃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웃음은 두렵기가 그지없었다. "스파이 짓거리 하나, J.D?" 나는 숨을 집어 삼켰다. 이렇게 나를 분노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내 입안에서 욕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을 나는 겨우 억누를 수밖에 없다. 회색의 그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섞여져 있질 않았다. 그런 면에서 나를 향해 똑같이 눈을 내려뜨고 있는 Dick과 Mac이라는 놈은.. 아주 닮아 있었다. 나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 그 상황이 화가 나지 않는 건가. 어떻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그 눈들로 한 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려고 하고 한 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으려고 하는 거지? 죽음이라는 걸 둘 다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그러나.... 그 다음에 온 말을 듣고 미칠 듯이 머리가 뜨거워지도록 화가 난 것은 나였다. "아니면...." Dick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새끼랑 하고 싶어서 네가 부른건가, J.D?" 지금 이 새끼가 뭐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누운 상태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회색 눈의 얼굴이 내 얼굴에 정면에 닿았다. 그리고 Dick의 눈은 나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미칠정도로 짜증난다는 건 이런 걸까. 나는 놈에게 더러운 창부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게 열 받는 걸까. "You dumb-ass!!!!!! (병신새끼!!!!)"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것은 왜였을까. Dick의 참을성을 시험이라도 해보고 싶었다는 건가. 나는 안 그래도 터지기 일보직전인 폭탄에 불을 붙여버린 것이다. Dick에게 잡힌 내 시선이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말버릇 좋아하지 않아." Dick의 손이 아무런 감정없이 Mac의 목을 그으려고 하고 있다. 왜 그랬던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급속히 내 주머니에 있는 나이프를 늘 그렇듯이 버릇처럼 돌리며 꺼냈다. 날카로운 빛이 어둠 속에서 반사될 것이 없는 와중에도 분명히 존재감을 알렸다. 그것도 바로 Dick의 목 위에서. "Cool off....Dick. (진정해, Dick)." 내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쉬어 있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이 내 심장에 좋지 않았기에, 조금쯤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Cool...off...." 나는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두 번째는 내게 하는 말이던가. 내 손이 떨리고 있을까. 놈의 목에 겨눈 내 손이 말이다. 분명히...Dick의 손은 멈춰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목을 여는 녀석의 성대가 내 나이프의 끝에 와 닿아서 내 손목을 함께 움직이게 만든다. 그 감각이 또 나를 미칠 듯이 기분 좋게 만들어버렸다. 나는 정말 미친놈이던가. 그 손목의 움직임이 팔꿈치를 타고 내게로 이상야릇한 느낌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Why?" 허스키하게 묻는 Dick의 잠긴 목소리는 내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조금은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Mac의 눈동자였다. Fuck....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해버렸다. 만약, Dick이 오지 않았더라면..나는 이 새끼와 뒹굴어먹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아니.... 머릿속으로는 어제부터 내 눈앞에서 나른한 춤을 추던 Dick. 내게서 시선을 움직이지 않던 Dick. 내 이마에서 느껴지는 Dick의 커다란 손.. 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는 녀석을 생각하면서 다른 놈과의, SEX 라는 것을 했을지도 몰랐다. 나는...이제까지 각성하지 못했던 내 더러운 습성을 알아채 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Mac이라는 놈에게 아주 큰 분노를 느꼈다. 아마도...아마도...네 새끼가 아니었다면..나는 나라는 놈을 잘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이런 거리에서 살면서.... 사랑이라는 것 하나는 희망을 가지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 나는..빌어먹게도 사랑이라는 것조차도 힘들게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남자를 원한다는 거 말이다. 아냐, J.D. 정신 차리라고...농담 마....큭큭... 일시적 성벽에 지나지 않아... 이건...일시적 성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내놈과의 SEX라는 거에 나는 흥미가 있을 뿐이라고... "Hey, Dick. 나는 이런 행동 좋아하지 않아. 이러지 말라구." 나는 놈을 향해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내 손 끝에 닿아있는 나이프는...내 여유로움과는 다른 의미로 조금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이거 못 치우겠냐." 다시 Dick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손목으로 놈의 성대의 움직임이 흘러 들어왔다. 곧 이어서 내 팔로.. 곧 이어서 아예 내 심장으로... 또...내 온 몸으로.. 이건, 정말 쾌락이다. 오르가즘에 다다르는 비슷한 느낌. 나는 어쩌면 너무나도 달뜬 표정일지도 모르는 눈으로 내 앞의 회색 눈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나를 응시하는 그 눈이 나를 미칠 정도로 떨리게 만든다. Fuck.... 네 눈은...내가 이 세상에서 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가려고 할 때마다 내게 나타나 각인시킬 거다. 진실을 말이야. 내가, 분명 남자임이 틀림없고 다른 사내새끼들처럼 달고 나올 걸 달고 나온 내가.. 같은 남자인... 놈을 원하고 있다는 걸. 나는 자괴감에 소리를 내어 웃고 말았다. 내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혐오섞인 나의 웃음은 나를 반미치광이로 만들고 있는 듯 했다. Dick과 Mac이라는 놈은 조용하다. 다만 내 눈 앞에 보이는 Dick의 나이프를 쥔 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나는 몸을 일으켜서 Dick을 마주보고 섰다. 여전히 내 나이프는 Dick의 성대를 겨냥하고 있는 와중이다. "이래뵈도, 아무 사내 새끼랑은 안 자. 내가 부른 거라면? 그냥 넘어갈 거야?" 맞아. 아무새끼는 안 돼. 조금은 특별한 놈이어야 하거든. 좀 더...아주 근사하게 나를 흥분시킬... 그런 놈이 필요해. 어째서 그런 말을 해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분명 보통의 놈들이 듣는다면 토하는 것을 멈추지 못할 말을 하고 말았다. 사내새끼와 Sex를 하는 놈이라는 거. 해 본적이 없었음에도 나는 그렇게 말을 해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나는 Dick의 눈을 정면 응시했다. 놈의 눈은 역시나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파동도 없어서 내가 한 말을 정확히 인식했는가 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 놈은 Mac의 목에서 칼을 거두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아무런 힘없이 단지 그의 목만 겨누고 있던 나는 그대로 나이프를 떨어뜨렸다. "I just don't get it. (못 알아 먹겠군.)" 그때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Dick의 눈에 어떤 의미든지 감정이 섞여져 나왔던 것을. 그것은...어쩌면 내게 기분 좋은 일이기도 했다. 그에게 어떤 감정을 내비치도록 만든 인간이 나라는 사실은 조금쯤 나라는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바보스러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 말은..." 나는 침을 삼키고 Dick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자와 잔단 말이냐?" 나는 미소로 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 남자와 잘 거란 말이다. 아니, 자고 싶어졌다는 게 더 맞는 말이려나...? 다음에 내가 얼마나 얻어터질지 말지는 더 이상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분명, 게이라는 이름은 보통의 사내들에게 역겨움을 느끼게 하기에 틀림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Dick의 다음 반응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DIck과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내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Dick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눈 Mac을 봤기 때문이었다. [BGM] Smells Like Teen Spirit - Nirvana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21353.asf 나는 숨을 죽이고야 말았다. 지금 이 상황보다 Dick의 표정없는 얼굴이 나를 질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진한 검은 눈은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공간이 아무런 존재감이 없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빌어먹게도 나는 내 정신이 내 몸을 떠나서 부유하는 것 같은 그 순간에도 시선을 Dick에게 잡힌 채였다. 이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언제나 목을 내놓고 다니는 gangster 새끼들이라도..이건 아니야. 내 눈앞에서 나는 다른 놈들과는 의미가 다른 녀석을 보낼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적어도..Dick은 아니더라도 나는 빌어먹을 현실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딸칵- Mac의 손에서 총알을 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소름이 온 몸에 돋았다.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 "이런 상황 나도 한 번 되보고 싶었다구." Mac이 Dick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네 새끼 머리에 구멍이 뚫리면..어떤 기분일까..?" Dick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너란 새끼는...이 상황에서!!! "You know, I'm gonna kill you.(...널 죽일거다..)." 더 이상 재미없다는 듯한 Mac...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낮은 Mac의 목소리. 내 나이프는 이미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와중이다. 어떻게 이 상황을 저지해야 할까. 나는 이 미칠 것 같았다. 아직, 네가 죽으면 안돼. 왜냐면...Fuck!!! 아직 난 널 제대로 유혹해보지도 못했거든. 너랑 한 번 자보지도 못했는데, 죽는 거.. 나 못 보겠는데...어쩌지. 내가 정말 그런 놈인지..꼭...네 새끼랑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말야. Dick의 손은 그의 헐렁한 청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더 이상 싸우기도 싫다는 듯이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나는 완전히 질려버릴 정도였다. "총 내려놔....개자식아....." 나는 입술을 깨물고 Mac을 노려보았다. 비록 팔을 내밀기만 하면 닿을 위치였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자꾸 방아쇠에 걸린 Mac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실로 불가능한 일이다. "Why?" 놈이 Dick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낸다.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즐기고 있다. 이 개자식은... Dick의 눈에는 표정이 없었다. 다만 그의 입술의 한쪽 끝만 신경질적으로 올라가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비정상적인 미소였다. "Shoot me.(쏴.)" 발목을 얽어매는 듯한 갉는 낮은 목소리. Dick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향해 서서 Mac에게 말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 거냐. 개새끼....빌어먹을 자식!!!! 내게서 움직이지 않는 그 눈이 '아쉬운 건 너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그렇게 인식하는 내 자신에게 놀라움을 느낀다. 그러나..적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덜덜 떨고 있는 것은 나였다. 그것을 억지로 감추고 있는 것도 나였다. 그래...인정하지... 인정할 수밖에 없잖냐, Dick. 빌어먹을 네 새끼가 오늘 죽는다면...앞으로 아쉬울 건 나니까. 적어도, 내 욕망은 너를 아쉬워하겠지. "총, 내려놔. Mac." 나는 직감적으로 놈을 그렇게 불렀다. 놈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것은 정말 놀랍다는 시선이기도 하고, 황당하다는 시선이기도 했다. "......Fuck.....내가 어떻게 해야 총을 거둘거야." 나는 이를 악물고 놈을 노려보았다. 놈의 색이 옅은 두려운 회색눈이 어둠속에서 나를 응시함이 느껴진다. 나는 그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I hate this motherfucker so bad." (난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진짜 싫어.) 놈의 목소리에서 쉰 느낌의 숨결과 함께 흘러나온 한마디였다. Dick에게 잠시나마 시선을 돌렸던 나는 급하게 다시 Mac의 손가락에 눈을 두었다. 그 걸린 손가락의 움직임에 내 심장이 뛰었다가 멈추었다가 한다. "그렇지만..오늘은 적어도 특별하군. 네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으니 말이다." "What......?" "이봐, 뻘건머리..나랑 재미있는 Game 하나 할까."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이 총에는 총알이 다 들어있어. 가득 채웠지. 단 한발만 빼고 말야." Dick의 눈은 우습다는 듯이 비틀려 있었다. 찌푸러진 그의 눈가에서 신경질이 슬슬 올라오고 있다. "만약에, 내가 지금 널 쏴서 말이다...네가 운 좋게도...죽음을 피해갈 수 있다면.." 나는 숨을 삼켰다. "살려주마."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 "NO!!!!!!!!!!!" 그 순간이라는 것은 내 심장이 완전히 파열되는 것과 같은 순간이었다. 조용하던 내 아파트에 내 비명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더불어, 메아리같이 영원히 울릴 것 같던 순간이었다. 내 이마에서 땀방울이 비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딸칵- 빈 총소리- 총은 소리를 울리지 않았다. "재수도 좋은 놈이군..." 나지막한 Mac의 욕설. 하아- 하아- 숨이 겨우 내 안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이런 빌어먹을 순간이 있던가. 내 앞에서 아무리 많은 새끼들이 죽어갔어도..내가 이 정도로 미칠 것 같던 적이 있던가. 아쉬운 건 나라고? Fuck!!!!! 아쉬운 건 나라고? 아주 빌어먹을 일이군. 하하...이럴 때조차도, 난 네 놈을 보면서 그걸 생각해. 정말 빌어먹을 일 아냐? 나는 눈을 들었다. 내 턱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어둠 속에서도 소리로 그 존재를 알렸다. 뚝-뚝- 내 눈앞에는 타는 듯이 붉은 머리카락만이 보인다. 나는 그 순간 오직 그것만을 볼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진짜 미쳐버린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이럴 수는 없는 거다. 숨을 천천히 고르자 감았던 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완벽한 인영(人影)을 내었다.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담지 않은 Dick. 그 옆에서 아직 총을 겨누고 있는 Mac. 내가 노려보는 순간 Mac의 손이 Dick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나는 그 순간을 하나하나 눈에 새길 듯이 노려보았다. Dick. 그의 얼굴에 아무런 자욱이 없다. 자신이 죽을 순간에 땀방울 하나조차도 흘리지 않는 독한 놈이 세상에 있다는 소리..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Mac은 Dick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내 나이프를 내 쪽으로 발로 찼다. 날카로운 나이프가 어둠속에서 빛을 내며 내쪽으로 굴러져 왔다. "재미있었지, J.D?" 나는 놈을 노려보았다. "You played the game with me. You ass hole." (그 게임이라는 거..나랑 한 거군..) 나는 이를 갈았다. 진정으로 화가 나 있었다. 내 손에 총이 있다면 그 새끼의 대가리를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주, 깔끔하게 말야. 그러나, 나는 나보다 더 짜증났을 상황인 한 사람을 잊었다. 언제나 나는 이 건망증이 문제였다. 그것은 대부분 더 커다란 사고를 내는데도. "Is it over? (끝이야?)" 갉아내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나는 내 눈앞에서 bat가 엄청난 공기의 저항음을 내며 Mac에게 휘둘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빡- 굉장한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분명..이것은 뼈가 부러지면서 나는 소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나는 내 눈앞에서 일렁이는 붉은 빛을 보았다. 그것이... Dick의 머리카락이었는지...아니면 Mac의 피였는지 나는 깨닫지 못했다. 쾅- 다시 한 번 엄청난 울림. 겨우 몸을 돌려 피하는 Mac의 팔이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피는 비릿한 내를 풍기며 주위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이제, 진짜 놀아볼까." Dick....Dick.... 그를 잊었다. 잠시나마. 얼마나...잔인하고...두려운 놈인지. 얼마나...개 같은 성질의 소유자인지.... 항상 싱긋거리며 웃는 그 얼굴에 속는다. 안심하라는 듯이 부드럽게 일그러지는 그 눈에 속는다. 빌어먹을- Mac의 팔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Dick의 얼굴에 튀어있었다. 그 거무스름한 색깔은 분명 피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럼에도..내 눈에는 오직 검게 보였다. 그저 Dick의 붉은 빛깔의 머리카락만이 선명하게 색깔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제...재미없는데...큭큭..." 낮은 Mac의 웃는 목소리. 그의 팔은 분명 엄청난 피를 흘리고 있었고...회색 눈과 더불어 안색이 질려져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Dick의 bat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벽에 기대어 서서 웃는다. "Kiss 한 번의 대가치고는 굉장한데...." 그 순간 Dick의 눈에 빛이 나갔다는 것은..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다. 분명- 검은 빛이 아니었다. 그렇게 진한 검은 빛이 분명 빛을 내지 않고 있었다. 흑암(黑暗). 검은 빛이라고도 볼 수 없는 것. 내 눈이 Dick의 뒷 주머니에 꽂혔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고 있는 것은 Mag(Magnum-총)이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놈이...Mac이 했듯이 그의 운을 시험해볼 기회같은 걸 줄 리가 없다. 한 방이다. 완전히 Mac을 없애려고 하고 있었다. 뭐야- 나는 소리를 질렀다. Mac의 피가 모자라는 얼굴을 향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꺼져!!! 빨리 꺼져!!!!!" 그리고 나는 DIck에게 덤벼들었다. Mac의 조금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놈에게 덤벼들었다. 내 눈에 Dick이 감겨 들었다. 내 손에는 총을 쥔 Dick의 손이. 내 다리에는 Dick의 긴 다리가 감겨들었다. 그렇게 온 몸을 던지듯이 나는 놈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은, 도전의 행위였으며 혹은...give의 행위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Dick에게 덤벼들었던 것일까. [BGM] Superman - Eminem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E/pop0E122149.asf 나는 힘든 숨을 내쉬었다. 무릎의 바지가 젖은 게 느껴졌다. 분명 Mac의 피다. 공기속에는 피비린내가 묻어나고 있었다. 이 피비린내에서는 약간 단 느낌까지 났다. 그것은 상당히 신기한 것이었다. 회색눈과 단 냄새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것은 끈적한 느낌으로 내 바지에 감겨져 들어왔다. 엄청난 고통이 무릎에 느껴졌다. Dick놈을 깔아뭉개며 덤벼들어서 심하게 부딪혔던 것이다. 놈의 뼈는 상당히 아팠다. 그러나, 미친 듯이 덤벼든 덕분에, 내게서 공격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Dick을 방심시킴으로써 Mac이라는 놈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분명...나는 미쳤던게 틀림없다. "하아...하아..." 공기 속에 녹아나는 것은 오직 나의 숨소리 뿐이다. 잠시..그렇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아래층에서 미친 듯이 지르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 개자식들아!!!! 한 번 더 시끄럽게 굴면 정말 총으로 대가리를 날려 버릴테다!! shit. 적어도 경찰들 부르지는 않았겠지. 밤중에 이 거리에 사이렌이 울리는 것은 일상다반사지만 오늘은 내 집에 들이닥치는 거 환영 못해주겠어. 뭐, 평소에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알아듣겠어!!! 개새끼들아!!!! 거참 아래층 시끄럽군.. 이봐, 나는 지금 네 총으로 대가리에 구멍 몇 개 뚫려도 전혀 아프지 않을 상황에 있단 말이다! 바로 열 때문이었다. 열이 내 몸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 힘들게 숨을 내쉬는 내 아래에 깔려있는 놈 때문에 나는 정말 온 몸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열을 내고 있었다. 덕분에, 아마 Dick도 상당히 더울 것이다. 빌어먹을 한 여름의 열기 때문이라고, 내 자신에게도 변명해 보지만, 분명 이유가 있는 열이었다. 내 아래의 붉은 머리카락을 바라볼 염두가 도저히 들지 않았다. 내 아래에는 분명, 잔인하게도 갑작스럽게 내 심장에 파고 들어와 버린 놈이 있을 것이다. 정말 갑작스럽게. 그리고 검은 흑빛의 놈의 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진한 검은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상황은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녀석을 완전히 깔고 뭉개서 녀석의 오른팔에 들려있는 총을 바닥에 누른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키가 이렇게 큰 놈이 가만히 누워있어 준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운 거였다. 아니, 애시당초 놈이 내게 순순히 맞아준게 대단한 거였다. 나는 놈을 깔아뭉개고 얼굴을 한 대 갈기기까지 했던 것이다. 한 무더기의 갱들의 리더에게 주먹다짐까지 하고.. 어디까지나 맨 밑바닥 서열에 불과한 새끼가 말이지. 아주....상황이 잘도 돌아간다. "So...you should fill me in." (그래...설명 좀 들어야겠군.) 그 조금은 으르렁거리듯 낮은 목소리에 나는 숨을 멎었다. 뒷골이 찌릿한 느낌이었다. 내 상태가 지금 얼마나 웃긴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눈이 Dick을 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서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것은 분명 놈이 보기에도 우스워 보일 테니까. 맞아..설명을 해야돼. 오늘은 정말 미칠 것 같은 상황이었다고. 그런데.... 뭐라고 설명하란 말이냐. 네 놈이 뒤지는 게 싫었고, 네 놈이 살인사건에 또 휘말리게 하는 게 싫었다. 빌어먹게도 네 놈이 동료로 아꼈던 새끼가 널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고? 나는 한 숨을 내쉬며 놈의 얼굴을 가까스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Fuck..내 눈이 맛이 간 거야? 네 새끼가 왜 이렇게 유혹적으로 보이는 거냐고. 높고 곧은 콧날과 그 사이에 위치한 검은 눈의 눈가가 짜증을 내듯 찌푸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 검은 동공은 아무런 표정을 담지 않았다. 놈의 붉은 머리카락이 약간 땀에 젖어 있다. 그것은 어제 여자의 가슴에 키스를 하던 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마치, 섹스를 하고 난 후의 몸에서 빠져나온 달콤한 땀 같은... 그리고 나는 놈의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었다. 다리로 놈의 마른 근육이 느껴졌다. 몸이 불편하다는 듯이 조금 움직일 때마다 내 다리에 마찰하는 놈의 긴 다리가 느껴지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 눈에 빨려 들 것 같은 건 왜일까. 누구에게 탓을 할까. 어제부터 내 머리에 이상한 잡념을 채워 넣은 머피 새끼? 아니면, 오늘 내게 키스하면서 내 욕망을 깨닫게 한 Mac이라는 놈? 누구에게 이 탓을 하면 좋을까. 누구라도 좋으니 이 빌어먹을 일을 남의 책임으로 돌려버리고 싶다. Dick....이 성질도 개같은 놈에게 반응하는 나를. "Whatever.(몰라..)" 다만..... "시끄러워 질까봐." 나는 놈의 몸 위에서 억지로 목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했다. 빌어먹을 변명이라는 것. 절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내 자신이 병신, 머저리가 되더라도 피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다. 이것은 내 father라는 놈에 의한 세뇌다. 변명을 하면 맞았으니까.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Dick을 바라보았다. 왜 움직이지 못하게 하냐. 나는 괜한 탓을 한다. 내 다리는 떨리고 있었고 도저히 일어설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내 엉덩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놈 때문일 거다. 빌어먹을! 나는 Dick을 탓하고 있었다. 묘한 감각이 내 허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리끝부터 등줄기를 타고 목덜미까지 올라오는 기분이 전기가 일 듯이 찌릿한 느낌을 낸다. 갑작스러운 마찰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 자신을 알아버린 후의 내 몸은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Look..(이봐...)..." 나는 숨을 집어삼켰다. 눈을 어디다 피하지. 결국 피하지는 못하고 놈의 마른 입술에 시선을 가져다 대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술선이 내 눈에 그대로 들어온다. 마치, 빌어먹을 삼류 로맨스 영화에서처럼 앵글이 어지럽게 주위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젠장할. "아무리 사내놈이라도." 바로 귓가에 와 닿는 것 같은 Dick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섹시하게 들렸다. 이런 돌아버릴 상황이 있나. "바로 물건 위에 앉아있으면...흥분된다고." 놈의 웃음기가 어린 낮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옴과 동시에 내 머리가 사고를 정지한 듯 했다.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 상황을. 나는 놈의 몸 위에 앉아 있었고...놈은 내 아래에 누워 있다. 분명히 내 다리 사이에 존재하는 놈이 흥분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는 내 빌어먹을 엉덩이로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놈의 헐렁한 청바지와 내 청바지를 얇은 경계로 삼아 분명히 느껴진다. 아무런 꺼림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순간적으로 두려워졌다. 오히려..내게 감겨들었던 것은 쾌락에 가까웠다. 아니야, Shit!!!! 쾌락이 분명했다. ....이건 걸어도 된다는 건가? 조금쯤은...승산이 있는 도박일까.. 나를 걸기에...모자람이 없을까... Dick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데 조금의 욕망이라도 보인다면 내가 희망을 걸어도 되는 건가? 나는 놈의 몸 위에서 다리를 살짝 움직였다. 덕분에 내 엉덩이가 놈의 물건과 확실히 마찰을 한다. Dick의 얼굴이 분명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잠시여서 모두 catch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이라도 심한 잔상으로 남아 내 눈가에서 아른거렸다. 너무도 야한 표정. 너무도 나를 흥분시키는 표정. "뭐하는 거냐." 나는 놈을 직시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움직였던 다리를 단지 불편해서 그런 것이라는 듯이 모르는 척 했다. "Nothing....." ...Shit...... ......진심을 말해볼까. Mac과의 키스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네 새끼와도 한 번 키스해보고 싶다고. 만약, 눈이 돌아갈 정도로 멋진 키스라면.. 나는 정말 내 자신을 억누르지 못할 테지. 해보고 싶어...SEX... 네 새끼랑 해보고 싶다....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놈이 내 다리 사이에서 느껴진다. 머리가 뜨겁다. 더불어 내가 점점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나 혼자 흥분해서 빌빌거리는 거 취미없어.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은 미친 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갑작스럽게 동료라는 이름, brother라는 이름에서 쫓겨나고 싶진 않다고. Trick(성교 시 여자가 머리나 엉덩이를 뒤트는 섹스기술)이라도 하듯이 놈의 몸 위에서 조금이라도 내 자신을 만족시키려고 내 몸을 뒤틀었다간, 더 이상 놈에게 My brother라고 불리는 건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더러운 놈 취급받는 건, 내가 fag라는 걸 알게 된 걸로 족하다고. 너를 원하는 것까지 알릴 필요는 없잖아?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빌어먹을... 될 수 있으면 조금 더 붙어먹으면 좋을텐데. 그래도..매달리는 건 내 취향 아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Dick의 붉은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리고 놈의 총을 놔 주었다. "You was wilding. Dick." (이성을 잃었었어. Dick.)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서서 내 자신의 흘러내린 곱슬머리를 쓸어 올렸다. 갈색머리카락이 아주 덥게 이마에 늘어져 붙어 있었다. 놈의 시선이 나를 따라 움직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작은 냉장고로 가서 물통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타는 것 같은 목구멍으로 급하게 흘려넣었다. "위험했다구. 내 덕분인 줄 알아라."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이, 또 놈과 나 사이에, 또 Mac이라는 놈과의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적어도 경찰새끼들한테 의심받고 있을 동안은 죽어지내라고." "......" "뭐라 해도 리더잖아? 그따위로 몸 굴려 먹을테냐?" 나는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는 놈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놈에게서 몸을 돌렸다. 언제나 여유로운 놈의 몸짓은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더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은 몸짓이다. "자야 되니까, 이만 가 줘." 조금은 목소리가 떨려서 나갔을 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내 감정은 나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내 자신이 나를 정리를 못하고 있었다. 다만 원하는 것만을 아이처럼 애걸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진정 아이였을 때는 아무것도 애걸하지도 못했던 나였건만. 부디, 이게 이 빌어먹을 성욕에서 끝나야 할텐데. 부디, 그저...욕망에서 끝나버려야 할텐데. 나를 위해서.. 모두... 단지 나를 위해서.... 뭐든지.. 진심으로 하기에는 위험한 곳이라고. 그래...뭐든지 말이야... 이것이 단순한 욕망이라면...다행이지만... 사랑이라는 거라면 안 좋아.. 아주, 안 좋다고.. 진심으로 하기엔 뭐든지 위험해.... 사랑이라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BGM] Rollin' (Air Raid Vehicle) - Limp Bizkit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164967.asf "You look terrible....(너 꼴이 왜 그래)" Paul은 아주 끔직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피자접시와 세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 나온 게 대단한 거야, 임마. 몇 대 맞은 상태에서 눈가가 조금 찢어지고, 입가는 부어 올랐다. 그것은 맞은 탓도 있지만, 어제 Mac이라는 새끼에게 당한 키스의 흔적이라는 이름이 더 가까웠다. "그렇게 보기 안 좋냐?" "야...니 쌍판 보고 손님들이 삼키던 피자가 목구멍 저 너머에서 올라오겠다." 빌어먹을...그 정도야? 나는 다시 눈가를 쓸어보았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꼭 말을 해야겠냐, 무정한 놈. 아 근데...미치게 아프다. 정말 한 번 때리는 걸 이렇게 심하게 치는 놈 있냐고. 어제의 Dick이 다시 생각나 버린다. 세게 주먹으로 한 대 맞았는데...엄청난 충격으로 뒤로 떨어져 나갔었다. 입가에서 아직도 그때 흘러나왔던 피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씁쓸하고도 단 맛. 나는 왠지 내 피맛이 Mac이라는 놈과 닮았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맞아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었지. 잘못하면 정말 너 다시 못 볼 뻔 했어, Paul.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다시 아려오는 입가 때문에 인상을 썼다. 눈가가 따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미지근해진 콜라를 입에 넣고 있었다. 잠을 자지 못했다. 내 귓가에 아직도 여운이 남아서 웅웅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인데도, 왜 이렇게 현실성이 없게 느껴지는 것인가. 빌어먹게도 날씨가 화창한 오후다.. 머리카락을 일렁이게 만드는 바람도, 뜨뜻미지근하지만 분명 흘러가는 흐름을 가지고 부드럽게 뺨을 스친다. 눈이 부실정도로 내려 쬐는 이 태양빛도...어젯밤의 소름끼치는 어둠을 잊게 만들었다. 그래... 아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내 우울한 몽상과...내 우울한 성벽 발견과.... 내 이상하게 울렁거리는 마음. "J.D. 루이스 씨?" 잠시나마 이런 순간을 가지는 것도 그렇게 힘든 일이냐. 눈을 감고 태양을 향해 피자가게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숨을 내쉬고 있는 이 순간을 이토록 짧게 만들어 버리다니..정말 역겨운 놈들이다. "What?" 나는 조금 신경질적인 말투로 눈을 들며 내 앞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한 명은 여자고 한 명은 남자다. 머리카락이 엉켜들어 눈을 가려서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이마쪽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넘겼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여자가 왠지 짜증나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신지?" 나는 그냥 시건방진 말투로 말했다. 좋게 말해줄 입장이 아니다. 그러기엔 눈가도 너무 아프고 어제 소리를 하도 질러대서 목구멍도 칼칼하고 신경도 곤두서 있었으며 머리도 터질 듯이 아파왔다. "아...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습니까?" Fuck..빌어먹을 경찰 새끼들....나는 최대한 기분 나쁜 내 표정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가게 안 쪽을 바라보고 Paul에게 고개를 까닥했다. Paul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잠시 배달 같은 거 미뤄놓아 달라고 손짓으로 말했다. Paul이 알았다는 듯이 끄덕인다. "무슨 이야기든지, 조용한 곳에 가서 하는 게 낫겠는데요." 나는 청바지에 손을 넣으며 일어섰다. 두 사람이 나를 멍하게 바라본다. "뭡니까, 여기서 취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나는 신경질적으로 두 사람에게 소리를 내어 짜증을 부렸다. 두 인간은 매우 당황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뒤를 금방 따라오기 시작했다. blond hair의 형사답지 않게 짧은 치마의 여자와 파트너인 듯한 남자의 멍청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비웃음을 흘렸다. 병신 같다고, 당신들. 조금 조용한 거리에 기대어 서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두 인간이 아주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화나쯤으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뭐야? "So......무슨 이야기입니까? 빨리 끝내죠." "J.D 씨...혹시 Vigo라는 남자 아십니까?" "Everyone knows him in here.(여기사는 놈들이라면, 다 알고 있죠.)" "........."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번갈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So, what? (그래서 뭐요?)" 여자가 억지로 입을 열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오늘 새벽.....그가 살해당했습니다." 순간, 나는 내 입에서 담배가 떨어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툭- 하고 내 워커의 발등에 부딪혔다가 다시 바닥으로 그 불길을 꺼내리며 떨어지고 있다. ....그 새끼가 죽었단 말야? "리볼버(회전식권총)로 정확히 4발을 맞고 죽었어요..뭐 총을 맞기 전에 상당한 폭력을 당한 것 같구요. 그렇지만, 아무런 섬유조직이나 그 어떤 것도 발견을 못한 걸로 봐서...몸싸움은 아니었고...." 머리가 어질하다. 그들의 입에서 떨어져 나오는 말들은 내 귀에 제대로 들어와 박히질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정신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머리에서 어제 Mac이 가지고 있던 리볼버는 기억하지 않기로 하자. ........그걸....마지막에 들고 나간 놈이 Dick이라는 것은 더더욱. 상관 있을 리가 없어. 절대 없어. "Fuck..그래서 나에게 물어볼 거라는 건 뭡니까? 왜 나에게 왔는데요?" 어떤 새끼가...나에 대해서 분거야. 정말 죽여버린다. 이 따위 일로 불려다니는데 존나 흥미없다고. "아무런 상관도 없으면 좋겠지만, 그...Vigo씨의 아파트 주민중의 한 사람이.. 새빨간 머리의 동양인이 이끄는..스캐디라는 갱 집단에 대해서 말해주더군요. 가장 적대적인 사이였다고..." "So?"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야했다. 지금 내 머리가 쾅쾅거리고 있어도... 귀가 윙윙거려서 저 빌어먹게 생긴 blond bitch의 시뻘건 주둥이가 뭐라고 지껄이든 말이다. 이성을 잃어서는 안되었다. "스캐디라는 갱조직의 일원 아닙니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남자쪽이 짜증을 내듯이 내게 따져들어왔다. 나는 그 행동이 더 짜증난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단 한마디만 내뱉었다. "No." 단숨에 잘라서 말했다. 더 이상 뭐라고 할 것도 없었다. 솔직히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이 짭새끼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으니. "이 거리에 있는 갱 집단이라는 건 아는데, 그 이상은 아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 한대를 빼어 물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떨어뜨릴 뻔 하는 것을 겨우 면해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흘린 내 옆쪽의 골목 밖에서 Dick이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나를 스치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놈에 대해, 스캐디 패거리에 대해 묻고 있는 경찰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놈은 저렇게 여유롭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나를 보는 그의 웃는 입가에 걸려진 시가가 움직이고 있다. 나는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주위의 머피 놈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Dick의 옆에 있는 놈들과 시끄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Fuck!!!! 간이 부은 거야, 이 개새끼들아!!!!!!! 이렇게 대낮에 돌아다녀야 할 형편이 아닌 거 몰라!!!!!! 소리라도 질러버리고 싶다. 어서 여기서 사라지라고. 내 눈앞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두 인간 안 보여? 라고 비명이라도 질러버리고 싶다. 그런 내 절박한 심정 앞에서, 감춰진 나의 절박한 시선 앞에서, 20m가량 떨어진 골목의 바깥길을 스쳐지나가며, Dick의 손가락이 총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자기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bang- - 나야. - 내가 죽여버렸어. 그리고 다시 비릿하게 웃는다. 한 순간이었다. 없어져 버린 것이다. 너무도 빠른 순간에, 골목 밖의 벽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내 눈은 아스라해서 내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어째서... 뭐 때문에....Dick.... 눈에 멍한 붉은 빛의 잔상만이 남는다. 내 시선을 따라 늦게나마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두 인간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저, 루이스씨?" 나는 신경질적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물어볼 말은 그게 다입니까?" 나는 짜증을 내며 등을 기대어있던 벽에서 몸을 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다시 집어넣으며 담배를 떨어뜨리고 발로 비벼서 껐다. "분명히 말했지만,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 왜 저를 찾아오셨는지도 알 수 없...." 그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골목 밖에서 들려온 엄청난 비명소리 때문에.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소리와 남자의 비명소리... 아니..모든 인간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엄청난 웅성거림. 나는 두 명의 인간들을 내버려두고 미친 듯이 뛰어나갔다. 방금 전에 내가 본 녀석은 분명 Dick이었다. 놈은 언제나 위태로운 놈이다. 그건, 환상도 아니었고, 꿈도 아니었다. 놈이 있는 곳에서 자주 듣는 비명이다.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나는 미친 듯이 뛰어나갔다. 20m길이의 골목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한 찰나였을까. 그러나 그 찰나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고 있었다. 내 이마에서 바로 떨어져 공기에 날라가는 물방울들이 눈가를 간질이는 느낌이다. 놈은...언제나 위태로운 놈이다.... 나는 주문처럼 입으로 그 말을 되뇌고 있었다. 뛰는 심장. 분명 안 좋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분명...내 머리카락 끝이 쭈뼛거리며 서고 있었다. No....너 아니지.... 너...아니지...네 새끼 아니지!!!! 그렇게 정신 나간 짓은 하지 말라고. 너무 경솔한 거니까! 나는 뛰어나갔다. 좁은 골목의 끝이 왜 이렇게 길단 말인가. 그리고 나는 바로 그 길의 끝 앞에서 멈추고 만다. 눈 앞에 Vigo 놈의 패거리임에 분명한 한 Spanish 자식이 널부러져 있었다. 피에 절어져 벌어진 동공이 눈에 보였다. 배가 심하게 쑤셔져 있어 창자가 곧 쏟아져 나올 듯이 보였다. 거리의 시멘트바닥에 스며드는 피가 더운 여름공기와 더불어 엄청난 피비린내를 내고 있다. 역겨움- Dick이라는 놈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남는 이 역겨운 피비린내는 그 다음에는 익숙함을 동반한다. 나는 숨을 틀어막았다. 기분 안 좋아.... 피비린내를 맡기에는...너무 뜨거운 한 낮이라고. 몸 저 아래에서 밀려들어오는 역겨움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러나 그 후각으로 밀려드는 감각에 상관없이 나는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놈을 찾았다. 타는듯한 진한 붉은 빛을 찾았다. 길 한가운데서 스쳐 지나가는 놈을 나이프로 아무렇지도 않게 난도질하는 새끼. 그런 잔인한 놈......그 놈을 찾기 위해서 정신없이 고개를 돌렸다. 내 눈에 내 앞의 얼마 안 되는 골목에서 돌아서는 Dick이 보인다. 그 붉은 머리카락의 빛과..여유로운 넓은 어깨와 큰 키와... .....돌아서는 옆 얼굴에 튄 피가 엉겨붙은 얼굴이 보인다. 찾았다.... 나는 안심했다. 놈의 얼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위의 녀석들과 웃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의 헐렁한 바지에 묻은 피... 그리고 시가를 잡는 피범벅의 긴 손가락..... 방금 전에 있었던 사실을 사진처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내 쪽으로 검은 눈동자가 잠시 닿는다. 그리고 아주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한 쪽 입가가 웃음을 내며 아름답게 이그러진다. 마치....난 아니야..하고 말하듯이. 그리고..내 눈에 영원할 것 같은 잔상을 남기며 골목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내 턱에서는 한 방울의 땀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아주..역겨운 놈이다. .....빌어먹게도.. 정말 미치게도.... 더운 여름날 곰팡이보다 더 역겨운 피비린내가 넘치는 처절하고도 불쌍한 한 구의 사체 앞에서, 나는 오직, 그가...안전한 곳에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 뒤에서 뛰어나오는.... 저 병신들 같은 경찰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만, 너라는 놈이 안전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나는....어쩌면...이미 네 놈이라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렸는지도 모른다. 굉장한 두통. 머리카락에 한 올 한 올 신경질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거울 속에 비춰진 나를 바라보았다. 뚝뚝 앞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져 내린다. 얼굴이..하루 새에 엄청 말라버린 것 같다. 충분히 창백해져 있었다. 약간 충혈 된 내 눈이 이상한 색깔을 보여준다. "개새끼...." 나는 내 턱에 고였다가 떨어져 내리는 말간 물을 바라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몇 번이나 토했는지 모르겠다. 그 긴장된 순간에서... Dick이라는 놈의 경찰들을 우롱하는 위험한 도발 행위에서.. 나는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화가 나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러지 마라. Dick. 난 그런 거 싫거든. 어쨌든 네 새끼가 위험해지는 건...별로 재미없어. 겨우 짜증나는 발걸음을 추스르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오듯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어지러운 와중의 어두운 창고로 다시 들어섰다. 거기에는 이제까지와 다를 바 없는 스캐디 패거리들이 늘어져서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에 6명이 죽어 나갔다. 그 새끼들은 분명, 며칠 전에 우리와 함께 싸우고 놀러 다니던 새끼들이라고. 기억은 하고들 있는 거냐? 이 새끼들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들이 없는 듯 하다. 싸울 때만 잔인하게 상대방 머리에 총 겨눌 수 있으면 다인가. 대가리들 좀 굴려. 시선을 한 곳에 둔다. 의지가 아니라, 저절로 한 곳으로만 내 시선이 가고 있었다. Dick... 아직도 놈의 청바지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말라서 갈색이 되어버린 피가 묻은 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얼굴에 튄 핏자국은 놈의 얼굴에서 붉은 빛을 내고 있어.. 마치...그 머리카락에서 물감의 색이 빠지듯 한 방울 떨어져 나온 것 같다. 나는 비틀거리며, 약간은 술에 취해서, 또 조금은 평상시에 많이 하지도 않던 약에 취해서 품에 여자를 품고 쿵쾅거리며 흘러나오는 음악의 한 중간에 서있는 Dick을 향해서 걸었다. 이 장소가.... 너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온 거다. 아니었다면....네 새끼가 모이라고 했건 말건... 내 머리에 바로 총구를 겨누며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건 말건.. 오지 않았어. 오늘...기분 정말 개 같았거든. 네 새끼는 아무렇지도 않은데...나만 이래서 말야. 내게 두려운 건 현재 딱 하나뿐이라고.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 하나. "재미있냐...?" 내 목소리에 놈은 여자의 가슴에 깊이 묻었던 얼굴을 들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놈을 향해 실실거리며 웃었다. 정신이 어질하다. 기분도 그렇게 좋지 못했다. 놈이 여자의 어깨너머로 나를 내려다본다. 허연 몸의 여자는 아주 부드러운 곡선을 띄고 있다. 여자의 다리사이에 들어와 와 있는 놈의 긴 다리가 눈에 띄었다. "음..." Dick이 아주 짧게 대답한다. 그리고는 바로 내게서 시선을 돌려서 여자의 쇄골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나는 그런 놈에게 늘어지듯이 매달린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자는 아주 탐스러운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가슴도. 풍만한 엉덩이도. 나긋나긋한 허리도. 빌어먹을.. 다 나에겐 없는 것들 뿐이군. 욕을 퍼부어 줄 심산이었다. 빌어먹을 motherfucker!!! 네 새끼 행각인 거 경찰새끼들이 눈치채고 있다는 거 알고 그따위로 움직이는 거냐고. 아주, 어리석고 어리숙한 행동들이었다고. 그리고...왜...Vigo의 아파트에 간 것인지... 왜..Vigo의 패거리를 죽인 것인지.. 묻고 싶은 것도.....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눈으로 들어오는 화려한 영상에 내 입술을 말하기를 멈추었다. 아무런 조명이 없는 조금은 어두운 창고에서... 빌어먹을 약냄새와...토사물...싸구려 시가 냄새...가.. 밑에 깔려 있는 이 곳에서.. 오직 놈의 여자를 안는 긴 팔.... 섬세하게 애무하는 선이 아름다운 입술.... 그리고...더는 나를 보고 있지 않은 검은 눈동자... 그것만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있다.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 바로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다. 어제 나를 때린 것에 대한 댓가로 한 대를 크게 날려주고도 싶었다. 그 뒤가 어떻게 되던 말던. 하지만, 나는 단 한 행동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약에 쩔어있는 정신없는 새끼들 사이에서.. 조금은 나른한 음악에 맞춰서 여자의 허리를 긴 팔로 끌어안고 있는 Dick의 얼굴을 바라보며.. 놈의 목덜미를 끌어당기는 것. 오늘은..약을 많이 해서 그래. 그래서..네 새끼를 끌어 당기는 건...분명 착각인가 보다고.. 약간은 병신 같은 변명도 생각해 두었다. 안 그러고서야...제 정신으로..어떻게....너를 맛 볼 수 있겠냐. 나는 세게 끌어당긴 놈의 목덜미를 조금은 낮게 내렸다. 역시나 방심하고 있던 놈의 아직도 피가 조금 엉겨붙어 있는 얼굴이 내게 끌려온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착각한 거야. 나도..많이 취했다고...술에도...약에도... 아주, 차가웠다. 정말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맞닿은 입술은... 어제 내 입술에 닿았던 Mac의 입술의 느낌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마치..얼음에 닿은 느낌. 그러나...그만큼 온 몸을 경직시키는 느낌... 나는 놈의 목덜미를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옆의 여자가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었지만, 이미 정신 나가서 각자의 섹스와 약에 얽혀있는 놈들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Dick의 몸이 내게 끌려온다. 저항없는 그 몸짓에 나는 꽤나 큰 우월감을 느낀다. 나는 허리가 조금씩 꺾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놈의 입술바깥을 혀로 농도 짙게 애무했다. 계속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놈의 입술이 움직이질 않는다. 나는 계속 두드렸다. 혀로 한 번 부드럽게 핥았다가 다시 짧은 키스를 하듯이 물러난다. 눈은 줄곧 감고 있었다. 두려웠다....점점 말짱해져오는 정신이...나를 미칠 듯이 두렵게 만든다. 아무래도..열어줄 것 같지 않아...라고 자신없는 생각이 들 때쯤... 놈의 입술이 아주 천천히 열린다. 나는 두근거림으로 Dick의 숨결을 받는다. 옆의 약에 취해서 불분명한 발음으로 소리를 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뜨거워. 너무나도 뜨거운 숨결. 급속도로 Dick의 차가운 입술에 얼었던 내 혀가 녹아 들어간다. 혀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놈의 혀를 찾았다. 부딪혀 오는 입술은 차고..숨결은 뜨겁다. 미칠 것 같은 대조다. 내 허리 끝에서는 점점 이상한 감각이 스며들고 있다. Dick이라는 놈의 존재감이 나로 하여금 움츠러들게 만든다. 놈의 팔이 내 허리를 감아왔다. 허리에 와 닿는 찡한 느낌에 너무 놀라서.. 눈을 뜨고야 말았다. 바로 내 눈앞에 보이는 검은 눈. 너무도....멀쩡한 제정신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Dick의 깊은 검은 눈... 난...그 눈에서 시선을 피하질 못했다. 한 순간이던가. 놈의 눈이 감긴다. 그리고....그것을 신호로...아주 뜨거운... 놈의 혀가 내 입술 안으로 거세게 침입해 들어왔다. 나는 미칠 듯이 밀려들어오는 감각에 숨을 멈췄다. 놈의 혀가 내 안에서 나를 붙잡고 있었다. 점점 멀쩡해지는 정신.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 얼굴...아니..온 피부... 놈의 혀가...내 입가에서, 또 내 입 안에서...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거친 Kiss...... "으음....하...하아..." 잠시 놈이 밀려왔다가 나간 사이에 내 입술에서는 신음이 흐르고 있었다. 놈의 허리가 내게 밀착되어 온다. 내 허리 뒤로 감긴 Dick의 커다란 손이 느껴진다. 약간 찌릿하며 튕기듯이 움직이는 내 허리가...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놈의 키스가 멈춘다. 내 머리는 뒤로 점점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도....낮고...끈적한 음악이 흐른다...그리고...내 다리 사이에 놈의 긴 다리가 들어오고 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는다. 마치..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라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다리사이로 들어온.. 놈이...조금씩 마찰을 하고 있었다. 곧 넘어갈 것 같은 숨. 내 허리는 점점 뒤로 휘어지고 있었다. "하아....." 한 숨 같은 신음이 내 목구멍에서 새어져 나온다. 놈의 입술이 내 쇄골에 닿아 있었다. "더 해봐." 낮게 쉰 것 같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나를 착각하게 만드는.... 지금...네가..나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목소리다... 조금쯤 맑아졌던가..했던 정신이 다시 놓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놈의 머리카락이 내 쇄골쯤에 와서 나를 간질인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미칠 것 같을 정도로 환장할 느낌이다. 끝내주는......도발...... 음악이 귓가에서 윙-거리며 울리는 기분이다. 미칠 거 같아... Dick....개새꺄...미쳐버릴 거 같다... 이러지 마... 두려워.... 정말 너무 두려워..... 너무...깊이 빠져버릴 거 같다고.... 내 온 몸이 두려움을 말하고 있다. 키스만으로 나를 완전히 흥분시킬 수 있는 새끼... 마주 닿은 모든 부분이 나를 미치게 만들어.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어... 욕망에 덜덜 떨게 만들어.... 끝도모를 나락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Dick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낡은 소파로 떨어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혀를 교차하고 녀석의 타액을 삼켰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 때, 머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Dick!!!!!!!!!!!!!!!!!!" 내 몸에서 천천히 몸을 들어올리는 놈을 느꼈다. 더불어 시원한 공기를 느꼈다. "챈 새끼들이야!!!!!!!!!!!!!!!!"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챈!!!!! 그 놈들이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Dick이 한 짓이라는 걸....그리고 Vigo 새끼들과 얼마나 가까이 지내는 놈들인지.. 잊고 있었다. Fuck...Mac놈이...알아챘을 게 분명하지... 아주, 현명해, Mac...네 놈이...챈 새끼들을 끌어모았나 봐? Vigo 새끼들이...먼저였다는 건....알고 있는 걸까. 얼마 전에..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구역에 들어와서 한바탕 소동을 부린 놈들이었다. Mac은..Dick의 경고에도 내 아파트에까지 찾아들었다. 한 갱 집단의 리더가 죽어버렸다. 주위의 Gangsters는 분명 누군가에게 추궁을 해올 것이다. 구역 침해. 게다가...상당히 커져버린 문제다. 그 때의 싸움을....암암리에 알고 있었던 놈들이...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Dick이라는...너무나 커버린 존재를 없애버릴... 계속 끊임없는 사고를 치고 다니는...독한 존재를 갈아버릴.... 아주, 괜찮은 핑계거리가 될지도 몰랐다. ....분명..Dick 놈은..이런 사고를 알고도 그 따위 짓을 저지른 게 틀림 없다. 바로 약에 취해서 쩔어있던 놈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스캐디 패거리는..약에 취하면...정신이 하나도 없어도.. 적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뭔가...커다란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다. 빌어먹을...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시기가 너무..안 좋다고!!!!!!!!!!! Dick의 몸이 천천히 내게서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런 놈의 뒷모습을 또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Do you know why I killed the asshole? (내가 그 새끼를 왜 죽였는 줄 아나)?" 뒷모습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목소리. "처음에는...그 새끼를 찾으러 간 거였지. That fucking grey eyes. (재수없는 회색 눈깔 말야.)" ....나는 숨을 멈췄다. "그런데...안 보이잖아." 그래서....Dick....너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하게 노는거냐. 내 편에 있을 때에만.... 안심할 수 있는 놈이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놈과 만약 적이었다면...어땠을까.... "화풀이 할 놈이 필요했어." 큭큭큭... 나는 놈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웃고 말았다. 재미있는 놈이라구, 너. 아주... 잔인한 놈이고... 조금은 신경질 적으로 웃는 내 이마에서는.. 나의 여유로움과는 상관없는 말간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워서 그래... "밖이 소란스러워. 오늘..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놈의 말 대로다. 너무나 시끄러워지고 있었다....이건 너무한 거야. 아직...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날 만한 때가 아니라고. 시기가 너무 안 좋아. 나는 뒷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저 쪽 너머로 넘어갈 수만 있다면, 내 Mag(Magnum-총)을 챙길 수도 있을텐데. 어떤 운명이든지.. 이 곳에서는 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스캐디 패거리들은 각각 방패로 삼을만한 것들 뒤로 물러나 있다. 소파를 뒤집어 엎고 그 뒤에 몸을 숨긴 놈. 깩깩 거리는 창녀들을 뒤쪽 창고로 몰아 넣는 놈들... 벌써...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젠장...피할 순 없을까... 잔뜩 긴장하고 문 앞을 노려보던 나는 Dick에 의해서 옆으로 밀려났다. 나는 그때서야 나 혼자 계속 멍하게 문 정면에 머물러 있음을 깨달았다. Dick은 나를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내게서 등을 돌렸다. 놈의 어깨선이 눈에 들어와 박혔다. 내 목소리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직 방금 전의 Kiss로 내 입술은 부풀어 있는 상태인데... 사실....더 놈을 안고 있고 싶었는데... 참 운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 그다지 가진 운도 없는 놈은, 빌어먹을 Kiss한 번 하는데도 정말 방해란 방해는 다 받는다고. 젠장.... 쾅- 끼긱거리는 문을 거세게 차면서 들어오는 챈 패거리들. 어둠 속에서 얼핏 들리는 시끄러운 Chinese. 나는 짜증 섞인 표정이 얼굴에 스며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긴장했다. "Hey...Sweet...." 나지막한 목소리.. 소란스러운 와중에서... 공기를 확연히 뚫고 나의 귓속으로 박혀드는 그 시원함... 그 울림과는 대조적인...너무나 달콤한 단어.... 나는 녀석의 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뭔가...아직 다 듣지 못한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오늘...안 죽는다면...나중에 한 번 더 할까?" - KISS.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나는 제 정신이다. 약이 깬 지는 한 참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귀에 들려온 놈의 지독하게 낮은 섹시한 목소리는.. 환청처럼 들렸다. 놈이 할 리가 없는 말을 들어버렸다고. 정말..놈이 할 리가 없는 말....이...다... Dick의 뒷모습의 목덜미에 얽힌 놈의 조금은 짧은 붉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나는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아마..... 나를 죽일 정도로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대답을 못 했다. 놈의..그 말에..대답을 못 했다.... 다만...미친 듯이 뛰는 심장 너머로.... 빌어먹게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란스런 고함소리의 Chinese(중국어)만이 들리고 있었다. [BGM] Wake up - Rage Against The Machine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R/pop0R151001.asf 심장은 뛴다. 살아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그래, Fuck...아직 말해주고 있지..내가 살아있다는 걸. 오직, 그걸 위해서만 뛰고 있는 걸 거다. 아니면...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빌어먹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뛰어대는 가슴을. - 한 번 더 할까. .....Kiss. 죽을 정도로 달콤한 Kiss.. 나는 빌어먹게도 계속 입으로 되뇌인다. 그래...몇 번이고 할거다. 오늘밤 이후에도 우리가 살아있다면. 주위에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총알들을.. 정말 간신히 피했다. 놈들이 가지고 있는 AK47(Avtomat Kalashnikova-러시아원산의 자동소총)의 울림이 텅 빈 창고에 울렸다. 빌어먹을... 더워서 이런 걸까..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군... 챈 놈들이 다 쳐들어오기도 전, Dick이 바로 위의 나른하게 켜져 있던 전등들을 총으로 다 쏴서 꺼버렸다. 칠흙같은 암흑이다. 어두우나 붉으스름한 빛은 내리고 있어 겨우 주위를 분간할 수 있었던 곳은 이제 아주 어둡다. 눈이 완벽하게 어둠에 익어있지 않다면, 누가 자기 대가리에 총을 겨눠도 못 알아 볼 만큼. 챈 놈들은, 참으로 비열하기 그지없었다. 어울리는 갱 그룹이 비슷하게 노는구만. Vigo새끼는 어쩌면 뒤지는 게 훨씬 나았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 안하나.. 큭... "Dick....Dick..." 느글거리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울리고 있었다. 챈이다. 자신의 이름이 저따위로 불리는 거...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Dick이라는 놈은 말이야. Dick은 대답이 없었다. 앞쪽에서 들려온 챈의 목소리는 놈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러나, Dick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같은 패거리인 놈들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 "이봐...죽일려면...소리소문 없이 죽였어야지...." 챈은 약간은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참으로 듣기 안 좋을 정도로 느글한 목소리였다. 소리로 어디쯤에 놈이 있을지 알 수 있었다. 그 주위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Chinese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가끔 영어도 섞여 들어가서 얼핏 알아들은 내용은, 놈들의 빨리 해치우고 가자는 식의 경솔한 말투였다. 마음대로 되면 좋게. "빨간머리가...너무 튀었던 거 아닐까." Dick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주위는 신음으로 들끓고 있었다. 어둠에 눈이 익을수록 보이는 것은 널부러져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놈들. 그럼으로 인해서 놈이 도대체 어디쯤에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어두운 가운데서, 몇 발의 총이 울렸고, 공기가 모자르는 공간에서 더러운 피비린내가 났다. 탕-!!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는 AK47의 총성을 시작으로 더러운 피가 끓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런식으로 시끄럽게 굴면, 이번에야 말로, 정말 꼼짝없이 다들 철창행이야. 병신 새끼...덤비려고 했다고 해도,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고, 챈, 씹새야! 더러운...피가...온 몸을 들끓고 있다. 내 엄청 순수하지 못한 피도...들끓는다고. "으아아아악--!!!!!!!!!!!!!" 갑작스럽게 들리는 엄청난 비명. 그리고 고꾸라지는 한 놈이 보였다. ....우리 패거리는 아니다! "Shit!!!!" 어둠속에서 헤매는 놈들의 목소리에 상당한 공포가 실린다. 더운 공기에 으슬으슬 피어나는 피비린내. "J.D!!!!!!!!!!" 어둠속에서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겨대는 놈들의 Mag(Magnum-총)에 얼핏 팔을 맞은 머피 놈이 나를 향해서 엄청난 인상을 쓰며, 리볼버(회전식 권총)을 땅바닥 밑으로 굴렸다. - 받아! 나는 그걸 재빠르게 주워든다. 주위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역겨운 피비린내는....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시끄러운 중국어가 다시 들린다. Hey, brothers.. 다들 정신 차린거야? 나는 피식..하고 한쪽 입가를 들어올렸다. 탕- 탕- 엄청난 소음. 그리고 죽어가는 놈들의 신음소리. 더불어,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녀석들은 가까이 근접해 오는 서로의 적을 나이프로 긁어내기 시작한다. 피비린내가 주위에서 진동하기 시작한다. 내 눈앞에 오늘 오후, Dick의 칼에 찔려 죽은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윽...울렁거려. 죽이려면...깨끗하게 죽여야 돼, 역시. 잔인한 비명- 나는 숨을 죽였다. 내 쪽으로 한 놈이 다가오고있다. 머피놈이 나를 바라보면서 손짓을 한다. - 뒤다, J.D. 나는 어둠에 익은 눈을 들어, 놈에게 시선으로 응했다. - O.K. 한 발. 두 발. .....반 걸음 더. 그러면 죽이기에 딱 좋은 거리야. 한 발. 퍽- 나는 엄청난 속도로 녀석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나, 마치 내가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는 듯이 재빠르게 몸을 돌리는 놈이 왼손으로 날린 내 나이프를 아주 빠르게 스쳐 피한다. 조용히 죽이려고 했건만, 안되겠어. 나는 한 쪽 손에 들린 나이프를 녀석의 성대에 밀어 넣으려고 함과 동시에 오른 손에 들린 Mag(Magnum-총)을 들었다. 그러나 오른쪽 손목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총을 놓쳤다. 그리고 내가 찔러들어가는 왼손에 들린 나이프보다도 먼저, 내 이마에 서늘한 총구를 느낀다. 죽는다-? 순간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나는 놈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대가리에 구멍이 뚫리더라도 일단은 찔러놓고 봐야한다는 생각에. 아니면, 내가 죽으니까. 빠앙- 낡은 창고의 창문으로 잠시 스쳐지나간 클랙션을 요란하게 울리는 자동차의 누런 빛. 그 빛이 내 앞의 놈을 확실히 비추었다. 그리고 나는 놈을 발견한다. - Mac. 놈도 나를 발견한다. "!!!!!!" 순간적으로 내가 놈의 목에 찔러 넣으려고 하던 나이프보다 앞서서 놈의 총이 내게서 비껴져간다. "Hey..." 헐떡이는 목소리... 조금은 숨차하는 쉰 목소리... "쏠 뻔 했어...." 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서 총을 거두었다. 놈의 한쪽 팔은 여전히 붕대에 감싸인 채이다. 그러나, 내 나이프는 여전히 놈의 성대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쏘는 게 좋았을 거야." 그리고 나는 비릿하게 웃는다. 몇 번이나 마주쳤는데, 왜 내가 널 그냥 보내줬을까. 분명, 꼭 죽여야 될 놈이었어. 일단....재수가 없거든. 나는 놈의 성대 깊숙이로 나이프를 움직였다.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놈의 몸은 엄청난 속도로 뒤로 젖혀지며 내 나이프를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그리고 자조적인 말투로 나에게 묻는다. "....쏘는 게 좋았을까?" 큭큭- 엄청나게 쉰 목소리로 웃어대는 미친 놈. "근데...아까 네 그 예쁜 눈이 보일 땐...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군.." "닥쳐." 나는 조용히 경고했다. "그 눈이 달뜬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꿈을 얼마나 많이 꿨는지 몰라." 주위의 비명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퍽퍽-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소리, 그리고 내 옆으로 튀는 붉은 피. 분명..그런 색깔이겠지. "으아아아악!!!!!" 비명이 들렸다 싶은 순간이 지나자마자, 갑작스럽게 피를 튀기며 내 앞으로 떨어져 나온, 챈 패거리들 중의 한 놈이 바로 내 뒤로 떨어져 내렸다. 덕분에 놈의 대가리에서 흐른 피가 내 얼굴에 튀었다. 뜨거워..... 방금 뿜어져 나온 거라 이런가..? 나는 입술에서 느껴지는 피맛을 살짝 혀를 내어서 핥았다. 그리고 맛을 보았다. Mac놈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게 느껴졌다. "왜, 나와 Sex라도 하는 꿈을 내내 꾼거야? 불쌍한...Mac..." 나는 엄청나게 놈이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려줬다. 그리고, 비릿하게 비웃음을 내었다. 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Hey..더 해봐. 더 도발해봐...더 내 성질 올라오게 해보라고. 내가 정말 널 죽여버리고 싶어지도록. 더 말이야. "죽기 전에 하고 싶다면...한 번 더 Kiss 해 줄 수도 있어." 큭큭큭... 나는 정말, 이 새끼의 신경을 건드릴 최상의 말을 해주고 있다. 열받으면.....오라구. 그리고 덤벼. 깔끔하게 말야. "Are you making a pass at me? (지금..유혹하는 거냐)?"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what..(뭐...)?" 갑자기 놈의 입술이 내게 아주 가까이 온다. "죽기 전에 하고 싶어. 그러니까...아주 깊게 해줘..."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 놈은 내 나이프를 아주 세게 쳐내고 바로 내 입술에 녀석의 입술을 묻었다. 너무나 역겨운 피비린내가 주위에서 나고 있는데, 게다가...계속 옆에서는 총성과.. 괴로운 놈들의 비명이 들리고 있는데... 놈의 숨결은 그런 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내게 와서 잡혔다. 정신없이 내 머리카락을 파고드는 손가락이 굉장히 거슬렸다. 방금전까지 Dick과의 키스에 얼얼해 있던 입술이 놈에 의해서 다시 열을 내고 있었다. 이러지 마!!! 나는 놈의 머리에 겨눌 무언가를 눈으로 찾았다. Fuck!! 주위에서 흐르는 피비린내. 내 입술에 튀었던 죽은 챈 패거리의 핏덩이가 섞인 Mac이라는 놈의 키스. 아직도 옆에서 울려대는 놈들의 비명. 그리고, 엄청난 고통의 공기. 압축되어서 잘 통하지 않는 산소. 나는 결국에는 Mac놈의 머리카락을 세게 틀어쥐었다. 놈의 검은 머리카락이 내 손에 감겨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놈의 어깨를 한 쪽 손에 들린 나이프로 그어내었다. 피가 흐른다. "윽...." 그러나, 내 입술을 파고드는 그 뜨거운 혀는 도저히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뭐하는 거냐....." 순간적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나를 미쳐버리게 만든다. 소름끼치는 소리. "미치겠군....." 짜증으로 뒤섞인 한숨의 목소리. 내 등뒤의 허리뼈가 굳어버리는 느낌. 놈의 낮은 목소리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나의 몸. 보이지 않는 붉은 머리카락이 일렁이는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은 나의 눈. "You always make me sick.(넌 나를 항상 돌게 만들어...) J.D." 뒷골이 서늘한 냉기. Mac 놈의 입술이 겨우 나에게서 떨어진다. 얼핏 어둠속에서 바라본, 회색 눈은 나를 넘어 내 어깨뒤의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급속한 속도로 몸을 돌렸다. Mac놈에게 잡힌 내 팔을 아주 아프게 빼내면서. 덕분에 회색 눈이 내게서 멀어졌다. - Dick. ....!!!!!!! 놈의 한쪽에는 챈의 겁먹은 표정이 있었다. 챈놈의 손에는 총이 보이질 않았다. 그 때를 기점으로 주위에서 총격전을 이루던 놈들의 소리와 비명과 신음과 폭력도 모두 멈췄다. ....... 몇 명이 총을 Dick에게 겨누려고 할 때, Dick이 총구로 챈의 머리를 한 번 밀었다. "Hey...guys... 다들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그...그래!!!! 다..다들!!! 움직이지 마!!!!" 챈 놈의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당황한 목소리. 놈의 얼굴은 번들거리고 있다. 어둠속에서도 그 습기찬 땀으로 긴장되어 죽을 거 같은 놈의 얼굴이 물기를 내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죽는 건 싫어?" Dick은 나에게 눈을 맞추고, 입으로는 챈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오지 않았으면 좋았잖나." 말투는 농담. 그러나...이제까지의 여유로운 구석은 보이지 않는.. 진심으로 짜증나는 목소리. 보이지 않았던 Dick은.. 챈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아주 여유롭게.. 놈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내 앞에 서 있었다. 놈은....이 와중에도..녀석만을 노렸다. 철저하게, 핵이 되는 놈만을 노렸다. 챈의 얼굴은...최대한 겁을 먹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분명, 그는 얼굴에 그 느낌을 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Fuck!!!.. .....본 거다...또 본 거다...두 번이나... Dick의 눈이 광기에 서려있는지..아니면 엄청나게 여유로운지.. 너무 짙은 어둠에서 놈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검은 눈동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놈의 눈은 회색 눈이 아니다. 조금도 빛의 반사가 없다. 흐르는 아주 찰나의 빛이라도. 이놈은...이 와중에...눈의 빛이 보이질 않았다. "You fucking grey eyes.(빌어먹을 회색눈깔 새끼)....죽으려고 온 거 맞겠지." "........" 내 뒤에서 느껴지는 Mac놈의 살기. 내 앞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노로 뒤덮인 Dick의 시선. .....정말 빌어먹을 상황이다... "You make me sick.(정말..돌게 만든다니까...)...J.D.... 큭큭...." 엄청나게 가라앉은 목소리. 나는 뒤로 회색놈의 기척을 느끼면서도 도저히 Dick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잘 보이지 않음에도... "Dick.." 내 목소리에는 Mac의 목소리를 능가하는 엄청나게 쉬어빠진 쌕쌕거리는 목소리가 새어나갔다. 말을 꺼내려는 내 입술을 굳어버리게 만든 건, Dick의 엄청나게 낮고 긁히는 목소리였다. 소름끼치도록... 낮은. "거기까지 해라, J.D. 더 지껄이면 재미없을거야." ...!!!!! "다 좋고...귀엽게 봐줄 수 있는데..." 나는 침을 삼켰다. 놈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낮다. 분명...터져 나오는 울분을 꾹꾹 누르는 느낌이었다. 그건, 주위의 공기를 충분히 압사시키고도 남을 엄청난 분노의 압축이었다. "나 갖고 놀 생각은 하지 마라. 정말 죽여버릴 테니까." [BGM] Points Of Authority - Linkin Park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20580.asf 공기는 침잠하고, 주위의 피비린내에 마비된 후각은 더 이상은 역겨움을 느끼지조차 못한다. 덜덜 떨리는 건, 내 머리인가... 아니...손인가.. ....아니면..그저 내 시선이 떨리고 있을 뿐인건가... ...... 왜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나는 놈을 향해서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지만..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지금 둥둥..떠돌고 있는 빌어먹을 이 이상야릇한 기분에 그렇게 멍청한 표정을 지어보일 수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난 미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분명, 내게 느껴지는 이건 쾌락에 가까웠다. 놈은 점점 이성을 잃는다.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는 놈의 눈이, 나에게 심하게 반응한다. 그거...네가 날 죽이고 싶다고 해도 말이지... 절대..기분 나쁜 건 아니거든. 놈의 눈가가 찌푸러지며 짜증을 일어내는 게 보였다. 더불어 놈의 손에 들려진 총이 조금의 짜증을 함께 일으키고 있는 느낌이다. 챈 놈의 얼굴은 이제는 깊은 어둠 속에서도 누렇게 뜰 정도로 허옇게 질려가고 있었다. 언제 뒤질지 몰라서 그래. 왜 왔을까...그 정도 죽을 각오..이 거리에서 하고 살지 않는 거라면.. 왜 왔을까, 병신새끼. "....웃지 마라." 피비린내로 주위를 진동시키며 떠들어대던 공간이 엄청난 침묵과 공기의 압력으로 가라앉아가고 있을 때... 그것을 능가하는 짜증 섞인 Dick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감싸는 뜨거운 총 소리도. 탕- "으...악!!! J.D!!!!!!!!!!!!!!!!!!!!!!!!!" 어디서 들리는 건지는 몰라도 내 이름을 엄청난 외마디 비명으로 지르는 머피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귓가가 엄청나게 뜨겁다. 머리주위가 갑자기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특히 왼쪽 귓가가. 눈을 겨우 뜨고 있었다. ....뭐..뭐야....? "짜증나거든." 투두둑-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붉은 피가 내 귀를 적시면서 어깨를 타고 흐른다. 머리 전체가 열을 내고 있다. "What the fuck...(뭐......)" 더불어서 뒤에서는 거세게 내 팔을 잡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팔을 잡힌 얼얼함은...머리의 뜨거움으로 삭혀진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마치...귀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아직 있어. 네 귀. 스친 거 뿐이라고..큭큭...." 붉은 머리의 놈이 웃는다. 그 붉은 빛은 보이는데... 내 손으로 만진 귀에서 흐르는 액체는 내겐 검은 빛으로 보였다. 손이 흥건히 젖었다. 검은 빛으로 번들거리고 있다. 주위에서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내 피 냄새인가....? 가까이서 맡은 피의 냄새는 생각보다 많이 비렸다. 그리고 엄청나게 끈적거린다. .......이거...진짜 내 피야...? 시팔....존나 짜증나는데... .....나 지금 너한테 총 맞은 거냐? Dick? 나는 겨우 눈을 들어서 내 앞의 놈을 바라보았다. 눈 앞이 어질한 기분이다. 기분 더러운데....네 새끼한테..죽는 놈들도.. 이렇게 기분 더러웠을까.. 귀에서는 계속 피가 흐른다. Dick놈의 손에 들린 총이 언제 나를 쐈냐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다시 챈 놈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그것은 내가 진실로 Dick에게 총을 맞은 게 틀림없는가 하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속도였다. 나는 놈을 노려보았다. 눈의 초점이 흐린 기분이다. 쉭- "아악!!!!!!!!!!!!!!" 엄청난 소리가 뒤쪽으로부터,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어떤 놈의 커다란 비명소리와 내 귀의 뜨거움이 함께 울린다는 걸 느꼈다. "죽여버린다." 뒤에서 들리는 것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쉰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가 이런 중량감을 담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건........ 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느낌이라서 이런가.. 얼핏 마주보고 있는 Dick 놈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지는 게 보였다. 내 뒤에서 날아간 건...Mac이 날린 나이프다. 그것도...내 것이다. 그리고..아슬아슬하게 스쳐서 그걸 맞지 않은 건...정말 재수 좋게도 Dick이다. 그러나..재수 없게 그 나이프를 어깨에 맞은 건.. Dick의 뒤에 서 있던 챈 놈의 패거리였다. 주위의 챈 패거리들이 엄청난 소리를 지른다. "Fuck!!! 으악.!!! 카..칼 맞았다고!!! 내가!!!" 맞은 놈의 시끄러운 비명에 Dick의 눈가가 찌푸러진다. 그 나이프는 분명, Dick의 얼굴을 아주 살짝 스쳐서 지나갔다. 엄청난 속도로. 주위 놈들은 그 상황에서 갑자기 총을 난사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하는 사실에 잠시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챈 패거리는 아니지만 자기들 쪽인 Mac에게 맞은 나이프이니. "Mac,!!! You fucker!!! 지금 뭐하는 짓!..........!!!!!!!!!!!" 챈 놈의 고함이 낡은 창고 안에서 다 울리기도 전에, 먼저 들린 총성. 탕- "으아아악!!!!!!!!!!!" 주위 놈들의 역겨운 비명. 더 이상은 있을 수 없는 당황. 다만 경악. 챈 놈의 얼굴이 박살난다. 뇌수가 사방으로 튀며 역겨운 주위 놈들의 비명이 낡은 창고 속에서라도 메아리를 울리겠다는 듯이 엄청난 소리를 내었다. 그제서야 쓰러지는 대가리가 없는 힘없는 육체를 Dick은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옆으로 떨어뜨린다. 더불어서 시선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발로 한쪽구석으로 시체를 밀어찼다. 주위 놈들이 덤벼들려고 할 때, Dick이 고개를 까닥하며 다른 쪽 팔에 들린 총으로 한 명을 쏜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한 명씩 챈 패거리의 머리에 총을 겨눈 스캐디 패거리들. ....큭큭큭.... 역시 네 새끼들이야.... 아주..기회 하나는 잘 탄다구. 그것도 아주 급작스러운 기회는 더더욱. ...아주...질려버려.. Dick은 양 손에 든 총 중에 하나를 땅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게 말린 Weed(마리화나)를 꺼내서 입에 문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그때....붉은 빛이 어둠 가운데서 나며 Dick의 존재 위치를 확실히 알린다. 놈 답지 않은 짓이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내 뒤의 Mac이라는 놈을 노려본 거다. 그러나...그 눈은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한 새끼에게 총을 겨누고 있으려니까...정말 죽이고 싶은 놈을 못 죽이겠잖아.." 설사...뱀이 말을 한다고 해도..저렇게 스산할 수 있을까. 깔려 흐르는 목소리에는 진정...죽이고 싶어하는 살기가 느껴졌다. 나는 어질어질한 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계속 손으로 받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Dick...이런 개새끼.. 네가 나를 쏴....? 이제야 올라오는 건..내 성질인가. Mac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Dick에 필적할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상한데....왜 이렇게 기분이 더러울까....." Dick놈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다 귀속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Sour grapes...you dumb-ass. (꼴같잖은 질투 때문 아닌가..빌어먹을 새끼..) 큭큭..." 뒤에서 들리는 쉰 목소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 쉰 목소리는 비웃음기를 담고 Dick에게 도발을 건다. 무표정한 Dick의 손이 총을 들어올린다. "yeah?(그래)?" 그리고는 한쪽입가를 들어올린다. 어떻게 저렇게 비릿하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놈의 얼굴에서 흐르는 미소는...소름이 끼친다. "알려줘서 고마운데.....그 댓가로 살려주기엔..나 오늘 너무 짜증났거든." 바로 총을 들어올리고 방아쇠에 걸린 Dick의 손가락이 재미있다는 듯이 그걸 당기려고 할 때. 갑자기 나는 내 몸이 흔들거리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내 목이 뒤에서 Mac 놈의 팔에 의해서 강하게 잡힌 걸 느낀다. 흘러내리는 피에 정신이 몽롱해지며 기분은 점점 더러워지는데.. 이젠 숨조차도 쉬기 힘들게 만든다. "shoot me.(쏴.)" Mac의 총이 내 관자놀이를 겨눈다. 서늘한 총구의 차가운 기운이 내 뜨거운 관자놀이에 닿아서 엄청나게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뒤에서는 쉭쉭거리는 놈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놈의 끈적거리는 혀가 미칠 정도로 아린 내 귀를 훑고 지나갔다. 고통 때문에 그 느낌은 절감했지만. "....큭큭..쏘라고." Dick의 손이 방아쇠에 걸린 채...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완전히 멈춰 있다. 나는 숨을 삼켰다. 내 눈이 그 매마른 검은 눈에 닿아있다. "........" 대답없이 엄청난 분노를 담아내는 Dick의 눈이 미친 것 같은 빛을 낸다. 이제야....겨우...빛을 보인다. 내내 빛 없이 매말라 있던 검은눈이 이제야 빛을..낸다.... 칠흙처럼 검은 빛을. "큭...네 새끼가...." 겨우 말을 한다 싶었다. 겨우 놈의 목소리가 소리를 낸다 싶었다. 나는 어째서였을까.. 귀가 멍멍하고 찢어지는 고통이 있지만.. 사실은...관자놀이에 겨눈 총 따위야...뒤에서 헐렁하게 Mac놈이 겨눈 총 따위야.. 내가 처리할 수도 있는 걸.. 네 새끼가... 어떻게 하는가 보고 싶어서 였나. 네 새끼가..망설임 없이...방아쇠를 당기면...엄청난 절망감으로 빠져 들까봐 였을까.. 아니면... 병신 같은 도박이었을까. 빌어먹을.... 가득한 피비린내의 역겨움. 괴로워하는 신음들. 나는...소리내어서 욕설을 내뱉지 않고 속으로 삼켰다. 분명..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소리하나만 잘못 나가도 애새끼들의 머리통이 박살이 나고 주위가 다시 총소리로 난장판이 되고도 남을 상황이다. 팽팽한 긴장. 피아노 실을 있는 대로 늘여놓고 그 위에 칼을 대고 있는 것만 같은... 엄청난 긴장감이 공기를 싸고돈다. "...그런 눈 하지 마라." Dick의 시선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 노려보아야 할 상대는 Mac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눈이 어떤 눈인지 몰라. 나는 놈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분명, Dick의 눈에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눈치를 채고 있으니까.. 내가...일부러 반항하지 않음을 눈치채고 있으니까. 놈의 얼굴은 비릿하게 웃는 놈의 낮은 웃음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굳어져 있었으니까.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 없는 눈. 빌어먹을 쾌락이 느껴진다. 귀가 뜨거워서 그런 건지...아니면 내 심장이 엄청난 열을 내고 있는 건지.. 그 눈을 바라보는 동안에 내 몸에 전류처럼 흐르는 기분. 이 싸움중의 긴장감 때문에 내 등뼈가 이렇게 오싹한거야...? 아닌 거 같은데, Dick. 너야말로...날 그런 눈으로 보지마. 개새꺄. ....나야말로...네 그 눈빛에 미쳐버릴 거 같으니까. 그건..한 순간이었다. 어째서였을까..... 왜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아직...시체로 챈의 패거리들이 다 널려있는 것이 아님을. 팽팽한...빌어먹을 대치상황에서...어째서 나는....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 눈을 마주보았을 때... Dick의 눈이 나를 떠나지 않았을 때... 어째서 나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을까. 아니, 어째서 나는 Dick의 뒤에서 오는 놈을 의식조차 하지 못했을까. 아니...아니.. 어째서...Dick은....움직이지 않았던 걸까.. 나에게 박힌 그의 시선은..조금도 움직이질 않았다. ......왜.....놈은 쏘지 않았을까.... 그의 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릴 때까지.... 그리고....내 입에서 공기를 다 깨버릴 정도의 비명이 터져 나올 때까지.... "아아아아악!!!!!!!!!!!!!!!!!!!!!" 푹- 투두둑- 엄청난 피가 떨어지는 소리. 나는.....벌어지는 눈을 Dick에게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지....지금 이게 뭐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말...도 안된다고!!!! 왜이래! 웃기지 말라고! 믿지 못하는 내 눈. 그러나... 내 입은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비명을 질렀다. 절규(絶叫)에 가까운...고통스러운 비명. 눈이 어지럽고 정신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붉디 붉은 피. 짙은 어둠 속에서도..그의 머리카락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피! 바닥으로 흥건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검게 보이는 내 피가 아닌... 붉고 붉어서.. 너무 짙고 붉어서...당장에 누구의 피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바닥으로 스며들어가는 피.. "Dick!!!!!!!!!!!!!" 머피의 그 비명을 기점으로... 주위에서는 엄청난 총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한다. ....다시 풍기기 시작하는... 역겨운 냄새들. ".....미치겠군..." 나지막한 중얼거림... 놈의 목소리는 그토록 낮다. 쉬어버린 목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쉭쉭거리며 쉰 소리가 나는 내 비명은...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나 분명 머리는 텅 빈 느낌에 심장은 쿵쿵 울리고 있다. Dick의 몸에서는 툭툭거리며 엄청난 양의.. 정말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그의 피가 쏟아져 내렸다. 어둠 속이다. 그러나...진한 붉은 빛의 그 피는.. 내 눈에서 소용돌이치며 나를 메스껍게 만들었다. "아프잖아....." 말하지마... 이 씹새꺄...말 하지마!!! 나는 속으로만 소리를 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Dick의 등 뒤에서 한 놈이 비열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Dick은 그대로 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다가 엄청난 속도로 총을 뒤로 돌려 자신의 몸에 나이프를 박아 넣은 놈의 머리통을 박살을 낸다. 엄청난 뇌수가 어둠 속에서 주위로 터져 나가는 게 보였다. 더불어 긴장하고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뚝 끊긴 바이올린 현처럼 튕겨져 흐르며 마구 흐트러진다. 챈의 패거리 놈들은 이때가 기회다 라고 하듯이 바로 움직이려고 했다. 그래..움직이려고 했다. 내 손에서 총소리가 나기 전까진. Dick의 얼굴에 끼친 엄청나게 더운 피. 그건..녀석의 피가 아니라.. 내 총에서 나간 총알에 관통된 다른 놈의 피였다. "큭큭큭...J.D...." Dick이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 소름끼치는 웃음기를 띠었다. 아래에서 긁어내듯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엄청나게 낮고 잠겨 있었다. 덜덜 떨리는 건..내 손이냐... 내...머리냐...빌어먹을 내 심장이냐... 온 몸이 진동을 한다. 내 눈에 붉게 보이는 건...정말 네 새끼의 피가 맞는 거냐.... "J.D...." 말하지마! 정말 죽여버린다, Dick!! 입 닥치고 있어!!!! 말할 때마다 피가 떨어져 나오잖아!!!!!!!!!! "네 새끼 때문에 미치겠다." 나를 향해 하는 놈의 말과.....웃는 얼굴이 소름끼칠 정도로 의연했다. 다만 핏기가 하나도 없을 뿐. 완전히 하얗게 질려가는 놈의 얼굴. 왜...그런거냐. 어째서...움직이질 않는거야... Dick은 등에서 배를 관통해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녀석의 커다란 손으로 막고 한 쪽 손에 들린 총으로 자기에게 덤벼드는 놈들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엄청난 비명, 시끄럽게 다른 놈들이 몰려드는 짙은 어둠에서 나는 핏기 없이 질린 Dick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피가 난자한 Dick의 주위. 뇌수와 시체들로 떠들썩한 자리들. 당장에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엄청난 큰 고함소리들과 총소리. 그러나... 내 몸은 오로지 Dick을 구해야 된다는 일념으로 움직였다. 내 정신은...이미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흔들흔들 거리는 느낌이다. 죽을 거 같아. 심장이 쿡쿡 아려. "No. 안돼...J.D." 엄청난 쉰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싶은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한 놈을 잊고 있었다는 걸. Mac!!! 몸을 돌리기도 전에 뒤통수에 엄청난 가격을 느꼈다. 언제나..빌어먹을 건망증이 문제다. 그것은..이번에도..커다란 문제를 초래할 거다. 뒤통수에 엄청난 아픔이 느껴지며 나는 흔들리는 시선 너머로.. 온통 붉은 색으로 얼룩진 Dick을 봤다. 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린다. 그게...왜...마지막처럼 보이는 건가..... 내 귀가 뜨거운 건....네 놈이 내게 마지막으로 주는... 각인 같다고 생각이 드는 건....왜인거야... 빌어먹을..... 눈가가 뜨겁다. .....넌 붉은 색이 안 어울려.. 그러니까....시팔......더 붉게 물들진 말라고. 정말...안 어울려... 네 몸을 온통 감싸고 있는.. 그 진한...네 피와 같은 붉은 색.. 의식이 멀어지기 전 바라본 놈의 모습이..어째서 이렇게 시선에 박힐까. 다시...놈을 못 본다면... 못 본다면... ....... 왜이런 거냐고.. 내..심장..왜 이러는 거야!!!! 찢어진 거 같다고. 어딘가...너무 세게 찢겨져 나간 거 같아. Fuck..아니라고 해줘. 나....빠진 게 아니라고 해줘. 제발.. 나....빠지지 않았다고....그렇게 말해 줘... 아직...빠지진 않았다고.... 내 머리가 정신을 잃은 것 같은 그 시점... 나는...내 심장도 무언가를 잃었음을 깨닫는다. [BGM] Outside - Staind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B/pop0B78755.asf Outsider....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떨어질 수 있는 건가. ....네 새끼는.... 그렇게..아무렇지도 않게...가버릴 수도 있나... 나는..네 놈이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미련을 가질만한 게 못 돼? .......안 돼..... 네 놈이 그 아슬아슬한 건물의 옥상에서...그렇게..여유롭게 걷다가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떨어져 내리겠다면... 내가 잡겠어. 내가 잡겠어. 아니면....같이 떨어지던가. 철썩- [....D!..J..D!!!] 웅웅거리는 왼쪽귀가 엄청나게 쓰려오는 걸 느낀다. 더불어 오른쪽으로는 차가운 손이 뺨에 마찰하는 걸 느꼈다. 누군가가 내 뺨을 몇 번이고 후려치고 있다. 멍멍한 귀 때문에 미간에 엄청난 인상이 써지는 걸 느낀다. [!!J.D!!!!] 조금 더 분명하게 들리는 건 내 이름. 정신이라는 게 영원히 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왜였는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내 눈은 색깔을 보기가 싫었던 것이다. 붉은 빛은 더더욱. 뒷골에 엄청나게 뻐근한 아픔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썹을 찡그렸다. 눈가가 지릿지릿한 느낌이다. 뒤에 느껴지는 딱딱한 침대는...내 것이 아니었다. 아니..침대가 맞나... 눈을 떴다. "정신 드냐, 빌어먹을 놈!!!!" 그제서야 나를 흔들어대던 손을 멈추고 고막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는 머피놈의 얼굴이 보인다..... 그제서야...나는... 핏빛의 Dick이 꿈만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We are on the same wavelength...right, man? (우리..지금 같은 생각하고 있는 거 맞지..)" 내 목소리는 잠겨서 더 이상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한다. 눈은 덜덜 떨리는 채, 시선을 한 곳에 향하고 있었다. 잠긴 그르렁거리는 목을 긁는 소리가 쇳소리처럼 쉭쉭 거리며 내 목구멍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런 목소리로 머피 놈에게 물었다. 놈의 한쪽 팔은 총을 맞은 채 제대로 치료치 않고 붕대로 대충 동여매 놓은 상태여서 어디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보였다. 빌어먹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던 현장은...다시 재만 남은 채, 아직도 역겨운 시체 타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늘은 한 여름답지 않은 회색 잿빛의 암울한 빛을 낸다. 그게 이렇게 역겹고 어지럽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란다. "Yeah....(그래..)" 머피 놈이 나지막히 대답한다. 주위에는 엄청나게 깔린 경찰새끼들과 형사들. 현란한 경찰 차의 빨간 등과 꾸역꾸역 몰려든..인간들.. 이 거리에 이렇게 인간이 많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몰려들어있다. 꾸역꾸역 서로를 밀어대며 어떻게든 무언가를 보려고 끝까지 고개를 들이밀어대고 있었다. 경찰들은 그들을 제어하기도 힘들어 보였다..겨우겨우 서로 팔짱을 끼고 그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사건의 현장을 알리는 노란색 선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증거물을 찾으려고 움직이는 형사들도 보였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소리쳐대는 동네 애새끼들과 쓰레기 같은 건달 새끼들과 창녀들이 보였다. 시체가 그렇게들 보고 싶어? 왜 그렇게 대가리들을 밀어 넣는 건데. 어차피...이 거리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보는 거 아냐.... "They were dropping like flies.(새끼들..거의 다 뒤졌어..)" "........." "........" "Dick은..." 내 목소리는 잠겨있다. 지금 몸을 숨기고 바라보고 있는 저 너머에서...어제... 그 놈이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말야.... "네 새끼 하나 구해 내기도 힘들었어..." 머피 놈은 한 숨을 내쉰다. "그것도...그 빌어먹을 회색 눈까리가 나에게 널 넘겨서.. 살아났던 거지...뒤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엄호해 준 것도 그 새끼고." 그게 궁금한게 아냐, 이 빌어먹을 개새꺄. 나 구해냈다고 존나 좋아서 펄쩍 뛸거 같은 게 아니라고, 병신아!!! "Dick은..어떻게 됐는지 못 봤단 말이냐..." 내 목은 어째서 이렇게 밖에 소리를 못낼까..할 정도로 듣기가 싫었다. 쉭쉭거리는게 마치 튜브에서 바람이 빠지며 내는 소리와 흡사하다.. "....마지막으로 본 게...놈이 엄청난 피를 흘려대고 싸울 때야....." 나는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찡하다.....더불어 머피놈이 감아놓은 귀를 감싸는 붕대도.. 엄청나게 답답한 느낌이었다. 머리통을 전체적으로 감고 있는 터라 귀가 잘려서 나가든, 상처가 덧나든 다 벗어던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드티의 모자를 내려 얼굴을 가려...태양 빛이 내 눈 쪽에는 닿지 않는다. "Fuck!! 제발 J.D...." 머피 놈이 갑자기 내 어깨를 세게 움켜 쥐었다. "놈은 안 돼..죽었으니까..그냥...잊어버려.....제발..그게 너한테 좋다고...빌어먹을!!!!" 나는 멍한 눈을 들었다. 정신은 저 너머로 꾸역꾸역 거린다... 그런데...이 새끼가 뭐라고 하고 있는거지...? 아....맞다..오늘 피자 가게를 안 갔군... Paul이 지랄하겠어... "J.D!!!!" 나는 어깨를 잡고 흔들어 대는 머피 놈의 손에 의해 그저 하릴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머리가 텅텅하고 울린다. "시끄러...머리 아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게 다였다. 더 이상 뭔가 말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나...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이봐... 당신도 알고 있어? 나라는 놈 왜 이렇게 운도 없는지? 별로 많이 가져보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왜 이렇게 가지지도 못하고..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다.. 가져가냐고... 응...? 나는 생각도 하면 안 된다는 건가? 내 운명은 그런 거란 거야? 말해봐..만약 당신...God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대답 좀 해보라고.... 눈가가 얼얼하다. 뭐야... 뚝- 떨어져 내리는 건...물이다. 내 발등에 확연하게 떨어져 내려서 낡은 가죽 워커에 자국을 남겼다. "Fuck....제발...J.D...." 머피 놈이 나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빌어먹을..." 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만 내 어깨를 흔들던 손을 가만히 놓았을 뿐이었다. 내 눈에서 흘러나온 물이라는 것도 그것 단 한 방울 뿐이었다. 그 후로는 갑작스럽게 말라 비틀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멈춰버렸다. 나는 숨을 삼켰다. 눈에서...흐르지 않지만... 지금 내 찢어진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건... 눈물이라고 할 수도 없어. 지독한...고름 덩어리지.... "He's just flirting with you...(그 새끼..너 그저 가지고 노는 것에 불과 하다구..)" 놈의 입술에서는 비틀어진 말투가 비어져 나왔다. 뭐라고...하는거냐.. "널...이 따위로 만들어 버릴 줄 알았어..." 피식- 나는 나도 모르게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알게 뭐야....상관없었다고, 그런 거...빌어먹을...." 나는 입술을 깨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가지고 논 것에 불과했다고.. 그래...상관없었어... Dick..너..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나 가지고 노는 것도 괜찮으니까... 살아서나 내 앞에 올 수 없어? 큭큭큭..... 아니면.....이번에야말로 내가 가야 하는 걸까. 툭- "J.D." ...나는 고개를 숙여서 내 앞에 떨어져 내린 무언가를 집어 올리는 머피 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거...뭐냐....?" 나는 멍한 눈으로 머피 놈의 손에 들린 내 팬던트를 바라보았다. 머피 놈이 아무렇지도 않게 팬던트를 열더니 그 안을 바라본다. 사색으로 변하는 놈의 얼굴을 노려보며 나는 손을 내밀었다. "내 놔..." 나는 다시 힘없이 중얼거렸다. "....너...너!!......이 사람들...하고 무슨 관계냐..." 머피가 그 검은 얼굴도 하얗게 질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뜬 얼굴로 물었다. 그 너무나 혼란스러운 얼굴에 나는 의외라는 눈을 했다. 이 새끼가 지금 뭘 물어대고 있는 거야...? "뭐..라고...?" 놈의 손이 엄청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놈의 손에서 내 팬던트를 세게 잡아채었다. 그리고 그 안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나에게 중요했던 두 사람... Zenith...또....Daniel.... 나는 가만히 두 사람들 바라보다가..소중히 닫고 다시 끊어진 줄을 묶어서 목에 걸었다. "......말도...안 돼..." 나는 다시 이상하다는 듯이 머피 놈을 바라보았다. 머피 놈이 내 어깨를 세게 부여잡는다. "제대로, 말해봐!! J.D!!!! 어떤 사이냐고!!!" 목구멍뒤로 겨우겨우 삼켜대고 있던 역겨움에 토할 것만 같았다. 놈이 흔들어대는 통에 더욱 메스꺼움이 더해가고 있다.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주위의 시끄러운 인간들을 능가하는 고함소리였다. "네 새끼가 알게 뭐야." 나는 다시 그렇게 말하며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이 개자식아!!!!" 갑자기 머피 놈이 흥분하며 내 팔을 잡고 흔들어댄다. 나는 또 흔들리는 게 짜증나서 놈의 얼굴을 세게 한 대 갈겨 버렸다. "나 건들지 마라." 입가에 비어져 나온 피를 물고.. 놈은 피 섞인 침을 바닥으로 뱉어내었다. 상당한 양의 피가 침과 섞여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한참을 가만히 땅을 보고 있던 놈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놈의 무서울 정도로 흰자위와 검은 동자의 대비를 가진 눈이 나를 향해 웃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마치 이제야 제 정신이 들었다는 듯이.. "그래...모르는 게 좋겠지.....그래......." 그리고 다시 내 팔을 잡고 이끌었다. 그리고 내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재빠르게 중얼거린다. "가자..당분간 몸 숨겨야돼..네 친구라는 놈에게 피자집 일인지 지랄인지 못한다고 전화해 놓으라고..아니지..전화도 안하는 게 낫지...벌써 경찰 새끼들이 살아남은 놈들을 찾으려고 조사하고 다닐거야..." "........." 놈과 나는 사람들이 많던 곳에서 뒤로 빠져 낡은 골목길로 새어 들었다. 질퍽거리는 땅을 보니...밤새...비라도 내렸던 걸까... 그래서....저 더럽게 타오르던 불길을 잠재우기라도 한 걸까... 그와 함께..차라리 나도 잠재워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우리도...죽는 게 나았을까..." "..........." 머피 놈의 그 말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았을 거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살아있다는 것이.....며칠 전까지는 근사한 일로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 어쩌면..오늘 밤, 내 머리에 대고 총을 당겨버릴지도 모르는 오늘 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머피놈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농담이라는 듯이. 그러나 내 마음 훤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네 새낀...못 죽으니까 그런 눈 하지마." 그런 눈 하지마... Dick..... 나는 머피놈이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는지.. 어떻게 내 생각을 읽어냈는지에...놀라기도 전에... 놈의 말투에서 다른 놈을 잡아내었다. - 그런 눈 하지 마라.... 네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내가...그 날 밤..너를 바라보던 눈이... 내 마음을 담고 있어서였기 때문일까..... 그래서.....네가 나에게....그런 말을 했던 걸까... - Right......맞아.....? [BGM] You Know You're Right - Nirvana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154706.asf 팽팽한 긴장감에서 주위를 항상 경계하고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사실..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빌어먹을 인생에서...... 꼭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인생에서.. 몸을 숨겨가면서까지 살아야 한다는 건...나에게..그렇게 필요한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머피 놈은 그걸 눈치채서인지 나를 밖으로 내보내려 하질 않았다. 사실...나가려고 할 때마다 엄청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대충 내가 참고 넘기는 게 대다수였다. 지금 상황에서 나를 위한답시고 지 몸 터져 가면서 막아대는 놈을 꼭 반 죽여서까지 내가 밖에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아니었으니. 밖으로 나다니는 건, 오직 머피 놈 뿐이었다. 어떻게 구했는지...경찰과 형사들을 피해다니는 2주일 동안, 아슬아슬하게, 낡아빠진 아파트를 세 번 옮겼다. 무슨 뒷줄이 있는 건지, 도저히 찾아낼 수도 없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를 놈은 잘도 얻어내었고 그때마다 꼭 나를 데리고 다녔다. 정말...놈과 나밖에는 살아나지 못한 건가.. 그렇다면...그 빌어먹을 Mac이라는 놈도 죽었다는 건가.... 경찰들 쪽에서는 이미...나라는 놈이 스캐디 패거리에 속해 있었다는 걸 알아챘을테고.. 빌어먹게도..Paul에게도 갔을 거다. 지금쯤..놈이 내 정체를 알았겠다... 그리고..얼마나 경악스러워 할지....Fuck...하루 아침에 다 잃는구만.. 머피놈이 밖에서 잠그고 간 문을 세게 걷어찼다. 잘 열리지 않는 문을 두 세 번쯤 몸으로 밀고 발로 엄청나게 걷어차 대어서 겨우 부셨다. 쾅- 엄청난 소리를 내며 문의 쇠걸이가 떨어져 나간다. 총을 사야돼.. "Hey, you Fucker!!! Do you wanna die!!! Do you want peeling caps?!!!!" (이 개새꺄!!! 죽고 싶어? 대가리 따줄까!!!) 문을 깨느라고 엄청나게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옆집에서 그 짓거리라도 하던 중이었던지 한 놈이 바지도 제대로 입지 않고 튀어나오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shit up.(닥쳐)" 나는 놈을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뻗어 보였다. 놈이 겁대가리도 없이 내 쪽을 향해 덤벼들길래, 나는 그나마 머피놈이 집안에 숨겨두었던 걸 찾아내서 가지고 나온 나이프를 뒷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덤벼들려는 놈을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던져대었다. 팍- 엄청난 속도로 날라가서 놈의 뒤의 벽에 박히는 나이프의 서슬에 그 병신같은 ass hole 의 얼굴은 허옇게 질렸다. 그 자리에 멈춰서 금방이라도 오줌지릴 듯한 얼굴을 하는 놈이 나를 땀을 뚝뚝 흘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꼴이 너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쉰 웃음이 나온다. 피식- 나는 비웃음을 띄었다. 그따위로 쫄려면..정말 덤비지마...나 지금 죽고 싶어서 안달난 놈이거든... 죽기 싫어하는 놈이 죽고 싶어하는 놈에게 덤벼서 뭐 제대로 되는 거 본 적 있어? 그리고 나는 놈쪽을 향해 나 있는 계단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놈의 몸이 옆벽에 껌붙듯이 달라붙는다. 나는 지나가는 벽에서 내가 던졌던 나이프를 다시 수거했다. 그리고는 잘 접어 뒷주머니에 넣는다. 그러는 동안에도 병신 놈은 꼼짝을 않는다. 다시 한 숨 섞인 비웃음을 혼자 입에 걸며 삐거덕거리는 계단을 내려왔다. 오늘에야말로.... 정말 죽고 만다. 갱답게 총으로 대가리 한 대 가볍게 날려서 죽겠다고. 그러긴 위해서 총을 구해야지.... 어서 가자..... 미안한데, 머피. 나 이제 정말 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거 지쳤어. 여기서 세 명이나 잃었거든.... 정말, 로맨틱하게, 빌어먹을 사랑 때문에 죽을 거다.. 죽고야 말겠다. 나 정말 태어나는 것부터,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어. 한 순간...아니...몇 찰나들... 소중했던 사람들과 기분 좋았던 때를 위해서..살아서 겨우 숨쉬던 게.. 그 붉은 색을 하나 잃었다는 것만으로도 다 버려질 것 같아.. 나...참으로 어리석지 않냐... 사랑 때문이라..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빌어먹을 사랑.... 나..빠지지 않았다고 굳세게 믿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더라고. 밤마다 머리에 울리는 네 목소리와..네 눈과...네 얼굴과...네 어깨와.. 그런 게 다 안되더라고.. 그래서 이 윙윙거리는 대가리 쏴버리려고..Dick.. .....가슴이 찢어지는 건.... 그냥 내버려두라지... 어차피 조금 있으면 멈출 테니까... 훤한 대낮에 길거리를 활보한다. 재수 좋게도, 스캐디 패거리 때부터 총을 사러 원래 가는 Chris놈의 지하 아지트 밑 계단 앞에 다다랐을 때에도, 나는 경찰에 걸리지 않았다. 곧 이 주위도 상당히 소란스러워 지겠어... 꽤나 영역다툼을 해대던 세 갱단이 자기들끼리의 싸움으로 완전히 끝났으니.. 나머지 러시안들과 쓰레기같은 조무래기 갱들이 설쳐대기 시작할거다.. Chris놈의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그 골목에 대낮부터 나와있는 창녀들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뜨겁고 목뒤에서는 땀이 뚝뚝 흐르는게 느껴졌다. 턱에 맺혀있는 물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다가..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녀들의 얼굴은 삶에 찌들어 있었다. 그러나...와중에...상당히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약간 특이한 피부색과...연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이... 누군가와 닮아있어서 더욱 그러하게 보였다. 그 창녀의 얼굴은.. Zenith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과 결이 좋은 피부... 또 맑은 눈과... 또 거친 입과....욕설이 섞인 건방진 말투와... 쉴 때면 항상 걸치는 헐렁한 남방과....그녀와 어울리는... 시가 냄새... 고가의 질이 아니었어도..너무나 아름다운...시가의 향내. 항상 근사했던 미소가 떠올랐다. 조심스럽게 고백을 했을 때...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부드럽게 말하던.. 또...사랑스럽게 웃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냥, 작은 짝사랑이려니 했었다. 그녀가 죽었을 때...내 마음이 그렇게 찢어지듯이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그렇게 작은 짝사랑이려니..하고 넘겼을 것이다. 갱을 사랑한 여자였다. 자신의 몸을 파는...그런 여자였다... 이 뒷거리에서...어떻게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던가..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여자였다... 몸이 속한 곳은..어두운 골목의 더러운 오물이 묻는 뒷골목이었지만.. 그녀의 영혼이 속한 곳은 밝은 곳이었다. 징- 등이 따가운 느낌이다. 그녀가 나를 꼬집을 때..따갑게...느껴지던... 그렇지만 그 손의 온기가 너무도 좋던...그런 약간의 아름다운 아픔... 귓가가 울린다. 그녀의 나지막하게 웃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Shit....." - 가끔, 죽고 싶어, Zenith...도대체 이 놈의 인생이 지긋지긋해...- - 풋.....산다는 건 즐거운 거야. J.D..넌 그래서 아직 애송이라구.- 옅었던 시가 냄새..... "shit...." - 웃기지마...애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빌어먹을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어? 밤이면 역겨운 새끼들에게 웃음을 지어야 하는데.- - 웃는거야, 어렵지 않지.- - ...........- - J.D....산다는 건...정말 즐거운 거야....사랑을 할 땐 더더욱 그렇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더불어, 내 목에 달린 작은 팬던트가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 당신은...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거지. 그...남자 하나 때문에 이런 뒷골목 빌어먹을 인생이 아름답다는 건가... - 풋...너....가끔 우리 오빠랑 너무 닮은 소리를 하는데. 웃음기 어린 낮고 자근자근한 목소리.. 말할 때마다 피어나오는 흐린 시가 연기... 낡은 남방과....아름다운 결의 머리카락... 그 좁은 입구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왜 나...지금 당신 생각이 나는지 물어봐도 돼...? 나...왜이렇게 죽을 정도로 아픈지... 당신에게 물어봐도 돼..Zenith... 비록...지금 당신이 대답해 주지 못해도.... "난...사랑을 하는데..산다는 게 하나도 즐겁지 않아, Zenith.... 다만..괴로워서 죽어버릴 거 같아..당신은.....안 그래...?" 나는 결국은 마른 손바닥을 들어 눈을 틀어막았다. 조금씩 물기가 스며 나오는 느낌이다. 나....지금 지독한 사랑에 빠졌어. 다시는 헤어나올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뜨거운 해가 내 뒤에서 목덜미를 내려쬔다.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지금..당신이 전하고 있는 말은 뭐야... "Hey..." 쭈그려 앉은 나의 위에서 지독하게 쉰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나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놈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얼마나 불같은 성질을 올라오게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을 뿐이다. 만약에 눈을 떠서 놈을 본다면 정말 한 대 갈기는 걸로는 모자르다고. 꼭 죽여놔야 속이 시원하겠지.. 나는 끝내 뜨고 싶지 않던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들어서 놈을 노려보았다. 내 옆에 서 있던 놈의 연한 회색 눈이 보인다. 나는 엄청난 짜증을 느꼈다. 그리고 당장에 몸을 일으켰다. 머리끝이 저릿저릿하며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 상태는 정말 끝장나게 짜증나는 상황이다. "God damn..(시팔..)" 나는 엄청난 속도로 몸을 일으켜서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회색눈의 새끼의 얼굴을 세게 갈겼다. 빡- 빠르게 돌아가는 놈의 얼굴. 그리고 시멘트 바닥에는 뚝뚝하고 몇 방울의 피가 떨어져 내린다. 나는 그대로 일어선 상태에서 아직 꼿꼿이 서 있는 놈을 노려보았다. "꺄악-!!!!" 옆의 창녀들이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댄다. 그러다가 한 늙은 여자가 -빌어먹을 새끼들, 다른 곳에 가서 싸움질 하던가해!! 장사 방해하지 말라고!!- 하고 소리를 질러대었다. "Fuck...." 놈의 쉰 목소리가 그 안에서 긁듯이 흘러나온다. 나는 다시 놈을 주먹을 쥐고 후려갈겼다. 이번에야말로 건물의 바깥까지 날아가며 놈의 몸이 밀려났다. 몇 대를 더 치려고, 그 놈의 떨어져나간 몸 위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을 때에야.. 나는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머피놈을 발견했다. 엄청나게 일그러진 얼굴이 놈이 진정 화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놈의 너머로 9시 방향에는 경찰 두 명이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사고 있었다. 그 때문에 머피 놈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것이리라. 두통은 엄청나게 심했다. ....Dick..... .......Dick....... 머리에서 움찔거리는 이름 때문에..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Dick....." 결국 내 입에서는 그 이름이 흘러나왔다. 목구멍이 칼칼한 느낌이었다. 눈가가 왜 이렇게 시큰한거야. 가봐야 돼.. 빌어먹을...난 놈이 살던 곳도 몰라. 놈이 어디서 사는지도 모른다고.. 빌어먹을..빌어먹을.... ...아직 죽을 순 없어...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어. 놈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내 발은 그 자리에 묶여버리고 말았다. 큭큭거리는 쉰 낮은 목소리가 내 결심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비웃고 있었다. "....그 새끼......죽었어." "........." "........" "큭큭큭...." 내 입에서는 미친 듯한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스캐디 패거리도 아닌...Vigo에게 속해있던 놈에게. 우리 리더가 죽었다고? 웃기지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정말 죽여버리기 전에.. 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웃기는 소리.... 그러나 내 몸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눈에 붉은 피를 뒤집어쓴 Dick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성적으로 굴어, J.D.. Fuck... 마지막으로 본 게.... 피를 뒤집어쓴 놈의 얼굴이었어. 피를 뒤집어쓴 놈의 얼굴이었다고.... 그러나..나는 다시 갈라진 목소리로 놈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Don't make me laugh (웃기지마...)" "..........." "웃기지 말라고, 개새꺄!!!!!" 놈에게 다시 달려들어 주먹을 마구 날렸다. 놈이 아무런 저항을 않고 맞고 있는 게....왜 이렇게 이상한거냐..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서 제대로 보이는 맑은 회색의 눈.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거짓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나를 이렇게 절망적으로 만들다니... "본 거냐...." 나는 이제 맛이 가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 목구멍이 뜨거웠다. 눈가가 따가워서 죽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본 게....거의 시체가 되다시피 해서 사라진 거였지.... .....그 정도의 피를 흘리고 살아날 수 있는 놈은 없어." 나는 결국 그 위에서 뚝 하고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왜 이래..Fuck... 왜 이래......시팔...정말 왜이래.. 이거 뭐야...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놈을 죽이려고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고 돌리며 칼을 다 열었을 때, 머피 놈이 등뒤에서 나를 거세게 끌어당긴다. "Loosen up, J.D!!!!(진정해,J.D!!!)" 목 뒤에서 뛰어오느라 숨찬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Loosen up....please....(제발..)" 내 이마에 손을 얹는 그 느낌이 아주 찼다. 더운 여름인데도..엄청나게 찼다. 지금..이렇게 숨차게 헉헉거리는 건...내 숨결인가.. 나는 길가에 널부러진 Mac 놈을 내려보았다. 이미..어제의 싸움을 말해주듯이 엄청난 상처로 가득한 몸과 얼굴이 방금 전까지, 내게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맞아대고 있었다. 꽤나 피투성이인 얼굴이 나를 노려본다. 오늘의 우울한 회색 하늘빛과 같은 놈의 눈이 내게서 조금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앞으로..내 눈에 띄면...죽여버리겠다..." 나는 놈을 향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 뱉었다. 오늘..한 번 봐주는 줄 알아.. "큭..." 나는 Mac을 한 번 더 밟으려다가 뒤에서 엄청난 힘으로 이끄는 머피놈의 팔에 끌려 겨우 발걸음을 돌렸다. 안 믿어. 못 믿어. 그 새끼가..얼마나 독한 놈인데...그깟 나이프 하나 맞고 뒤졌을 리가 없다구... 그러니까.. 다들...이 빌어먹을 씹새끼들아. 나 속이려고 하지마... 빌어먹을...나 속이려고 하지마... - 산다는 게 즐거워.... - 사랑을 할 때는 더욱 그렇지... 텅 빈 공기의 뿌연 매연같은 역겨움에... 작은 한 방울의 물기어린 산소처럼 내 귓가를 때리는 부드러운 울림. 나..병신 같은 놈이라서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만..말이야.... You betcha....... - 맞아....... You betcha....Zenith...... - 당신이 맞아... Zenith......... [BGM] All The Things She Said - TATU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T/pop0T150589.asf 더러운 쓰레기 냄새가 가득한 어슴푸레한 새벽. 나는 싸구려 담배에 불을 붙이며 오물이 말라비틀어진 벽에 기대어 서서 그다지 맑지만은 않은 새벽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한 놈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나 내 손에 들린 싸구려 담배의 향이 손가락에 배어들며 내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이런 더러운 담배 맛이 쓰게 느껴지지만도 않았다. 예전처럼 대놓고 약을 할 수도 없었지만, 이런 싸구려 담배라도 꼬박꼬박 사다주는 머피놈이 고맙기도 하고. 머피 놈이 그 날 놈 몰래 빠져나가 내가 지랄을 하던 때와는 다르게 나를 꽤나 여유롭게 풀어두었다. 괜히 나를 건드렸다가 더 지랄 같은 일이 생길까봐 그런 거겠지. 나는 빌어먹을 쓰레기들을 바라보면서 시계를 본다. 올 때가 되었는데. 그제서야 저 뿌연 새벽 공기 너머로 털털거리는 고물차의 소리가 들린다. 나는 시선을 멀리했다. 쓰레기 수거차. 덜컹거리며 끼긱거리면서 낡은 타이어로 잘도 굴러들어온다. 빌어먹을 동네에서 움직이는 차라 그런지 아주 더러운 냄새를 풍겼다. 끼익- 듣기 좋지 않은 브레이크 소리. 나는 조금은 옅게 깔린 어둠 속에서 그 차를 노려보았다. 덜컹- 좁은 골목으로 접어드는 그 차의 라이트가 꺼지자마자 한 놈이 조수석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쓰레기통을 열고 수거를 시작했다. 오물과 냄새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자마자 더 진동을 한다. 운전석에 있는 놈이 하나.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운전석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담배를 비벼껐다. 상당히 높은 트럭이다. 나는 손을 들었다. 툭- 창문을 한 대 친다. 여름인데도 성에가 낀 것처럼 뿌옇게 더러운 창문이 끼긱거리며 내려온다. 그 안에서 나온 얼굴이 내 얼굴을 바라본다. 상당히 놀랐다는 듯한 눈이 나를 노려본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 눈을 휘었다. 낯익은 얼굴. 동공을 퍼뜨린 것조차도 낯익은 그런 얼굴. 싸구려 노란색으로 염색을 해서 감춘 갈색머리카락이 밑둥을 드러내고 있다. 피식- 하려면 제대로 된 색깔로 했어야지. 역시 네 놈다워. 그 촌스런 색깔을 창피스러워 하지 않는 꼴이. 굉장한 자신감이라구. "Hey, Billy." 나는 놈에게 낮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난 2주 동안, 겨우 네 놈 한 놈 찾았어. 그거 알아? 아마도..네 새끼말고도 몇 명이 더 살아 남았을 텐데..스캐디 패거리 중에서 말이야. "My God....J.D?" 놈이 끼긱거리는 트럭의 문을 열고 단숨에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부여잡았다. "빌어먹을.!!!! 개새끼!! 살아있었구나! 그럴 줄 알았어!!!" 나는 놈의 기뻐하는 얼굴을 마주보며 힘없이 웃었다. 놈은 스캐디 패거리 중에서도 Dick의 왼팔에 해당할 정도로 꽤나 강한 놈이었다. 싸울때마다 Dick이 옆구리에 끼고 움직이는 놈들 중의 하나였다. 분명, 아주 오래전부터, 머피놈처럼 Dick에게 붙어있었을 간부 중의 하나였다. 또 머피놈과 더불어 성격 지랄 같기로는 소문이 나 있었지만, 신중해서...꽤나 신임을 얻는 존재였다. 2주일간 내내 수소문해서 찾은 놈의 얼굴은..예상외로 그대로였다. 다만 자잘한 상처들이 얼굴에 아픈 싸움의 흔적을 보이고 있었다. 몰랐는데.. 내 쪽으로 걸어오며 반갑게 인사하는 놈이 왼쪽 다리를 절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빌어먹을..... "Fuck...네 얼굴 좀 봐. 왜 이렇게 상한 거야?" 놈이 내 턱을 잡고 이리저리 얼굴을 돌려대었다. 뒤에서는 놈의 동료인가 하는 놈이 열나게 쓰레기를 싣고 있다가 Billy놈에게 뭐라고 소리를 쳐댄다. 그러나 놈은 그런 신경질 섞인 소리 따위 코끝으로 흘릴 뿐이다. "....이쁜 얼굴 엄청 말랐다." "네 새끼도 만만찮다고." 나는 피식거리며 놈의 손을 쳐냈다. 놈이 웃기 시작한다. ....빌어먹을...너무 낯익은 그 얼굴에... 항상 그 옆에 있던 Dick이 다시 생각났다. "어떻게...살아남았냐?" 나는 놈에게 싸구려지만 담배를 한 대 물려주며 물었다. 놈의 얼굴은 방금 전까지 꽤나 호탕하게 웃던 얼굴이 갑자기 그늘을 드리우며 어두워 졌지만... 이 이야기가 그냥 넘어갈 그런 이야기는 아닌 걸 알아서, 놈이 불을 붙이며 말한다. "Fuck...모르겠다....적어도 그 때...젠장...나랑 함께 마지막까지 있던 놈들.. 꽤 있었어." 왜 이렇게 희망 따위가 보이는 거지? 나는 조금은 성급한 질문을 했다. "마지막까지라고?" 놈의 입에서는 내가 물려준 싸구려 담배의 연기가 새벽공기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피우던 놈에게 물려주며 나도 하나 꺼내 물었던 담배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챈 패거리들 거의 다 죽일 때까지 남은 놈들 말야. 우리도 거의 다 죽었어... Shit....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놈들...나랑 프레디, 댄...에드,...또.....Dick도.." - !!!!!!!!!!! 나도 모르게 놈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놈이 놀라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린다. "Dick!!!???" "......그때까지는." 나는 놈의 팔을 아프게 잡고 흔들었다. 더 이상 뭔가 말이 나오기는 힘들고, 몸으로 다음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목구멍을 긁으며 소리를 내며 계속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출혈과다여서...죽었을지 살았을지...알 수가 없어..." "What?" 내 쉰 목소리는 약간의 괴로움을 토해내듯이 목구멍 저 너머에서 겨우 올라와서 소리를 내었다. "네..네 새끼들이 함께 있었을 거 아냐!!!!" "빌어먹을!!" 놈이 갑자기 욕설을 내 뱉았다. 그리고는 내 팔을 쳐낸다. 나는 놈을 바라보며 놀란 눈을 했다. 괴로운 표정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그 때의 기억을 생각나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이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나왔을 뿐이야. 놈이...마지막으로 불까지 지를 때는 우리 모두 질려버렸었다고. 놈의 얼굴이...빌어먹을...그 엄청나게 질려버린 흰 얼굴이.. 창고에 있던 휘발유와 차에 있던 휘발유까지 시체에 다 뿌려대고.." "..........." "같이 나와서...놈이 라이터를 던질 때...본 게 마지막이야. 그 새끼...네 놈이 사라진 쪽으로 갔으니까." 텅- 머리가 비는 느낌이다. 놈이...어디로 갔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네 놈이..그 회색눈깔의 이상한 새끼한테 쳐 맞아서 기절했잖아." 쿵- 머리가 울린다. 아니다, 심장이 울린다. "우리는 소리를 질렀지. 우리랑 같이 가야된다고." "그...래서.." "놈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정말 시체같이 하얗게 질렸었다고.. 그 때까지도 웃고 있었는데...그 독한 얼굴에..우린 정말 소름이 돋았어.." - 가라고, 새끼들아. - Billy놈은 Dick이 한 말을 내게 전했다. "...가라고 그랬어....그냥, 가라고 했다고. 어디서 만나자고, 다시 부르겠다고, 오겠다고, 만나겠다고 빌어먹을!! 아무런 말도 없었다... ..........죽었을 거야. 그 뚝뚝 흐르는 피를 겨우 왼손 하나로 막고 있었다고." 나는 어질거리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겨우 이마에 손을 대었다. 벌써 땀이 뚝뚝 고여서 흘러내린다. 기분이 으슬거리며 한기가 드는 것과는 다르게 몸은 마치 몸 전체로 울 듯이 땀을 흘려내고 있었다. .....놈은 나를 따라나왔다. 빌어먹을... 미친 듯이 쿵쿵거리면서 뛰어대는 심장이 귓가를 멍하게 한다. 이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웅웅거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컸다. "찾아볼...생각은 안했냐, Billy....?" 나는 조금은 고개를 숙인채 놈에게 물었다. 꼿꼿이 몸을 세우고 있기에는 너무 정신이 아련했다. ".......Fuck...무슨 말이 듣고 싶은건데." 놈의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Dick...말이야, 이 개자식아." 나 또한 내 목구멍에서 나간 쇳소리의 강한 목소리에 놀라고 만다. 내 목소리가 이랬던가. "손 씻고...J.D...봐...나..이렇게 살지만...절대 그 때보다 행복하지 않다고는 못해." "What?" 내 목소리는 아주 거칠어져 있었다. "빌어먹을....사실대로 말하면...난 차라리 다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이 개새꺄." "다!!! 잘 되었다고! 빌어먹을 갱인생 너무 지긋지긋하던 차에! 차라리 이렇게 쓰레기들의 더러운 냄새에 파묻혀 살 바에는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어?!!!! 언제 뒤질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서 도마위의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면서 살기도 아주 지쳐먹었다고!! 다 잘 뒤졌어! Dick이라는 새끼도!!!!!!!!!!!!" 놈답지 않게...정말 놈답지 않게 소리를 지르며 내게 을러대는 서슬에 내 머리통이 퓨즈가 나가며 놈을 세게 후려갈겼다. 아무런 방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놈의 몸이 트럭의 커다란 문에 부딪히며 비틀거린다. "개자식...너같은 배신자가 있는 줄 알아? You asshole! 그따위로 살라고!" 놈이 툭 하고 입에서 이빨 하나를 뱉어내었다. 뒤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던 놈의 동료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지르지 않고 아무런 잔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다만 아주 조용했다. "네..새끼가...그러고도 Dick하고 친구였다고 할 수 있나?" "친구라...친구...." 놈이 갑자기 미친 놈처럼 웃기 시작한다. 나는 그 놈답지 않은 모습에 다시 눈을 크게 떴다. 아주 웃겨서 죽겠다는 듯이...그리고 정말 돌아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미친놈처럼 갑자기 웃는 것을 멈춘다. 다시 새벽공기가 조용히 미친, 정말 돌아버린 침묵처럼 내려앉는다. "웃기지마..J.D...네 새끼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뭐라는 거야. 병신아." "......나는 Dick이 좋아서 따랐던 게 아냐." "개새끼. 네 새끼랑 머피 놈은 Dick하고 안지가 10년도 넘었잖아!" "그래...그러니까, 넌 Dick이라는 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 나는 말없이 놈을 노려보았다. 아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놈이 증오스러웠다. 아주..역겹고 혐오스러웠다. 그 다음 말을 잇는 Billy놈의 목소리는 아주 쉬어있어서 또 너무 낮아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았다. ".....우린 다....그 개새끼가 두려워서 함께 있었을 뿐이야." "...!!!!!!!!!!!!" "그 새끼의 밑이 아니라면....어차피...이 거리에서 갱으로 있는 동안.. 놈에게 죽을 테니까." 나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놈에게 덤벼 들었다. 그리고 다시 몇 번이고 후려갈겼다. 놈은 나를 밀치고 쳐내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내 귓가에 나이프를 겨눈다. 그러나..그 순간 내 나이프도 그 날의 끝을 놈의 눈을 향하고 있었다. "Hey...Did you forget?(잊어버렸어?) 나이프만큼은..아무에게도 안 져.." 나는 그렇게 말하며 놈을 비웃었다. 쿨럭거리며 내 목을 조른 놈의 얼굴을 노려본다. 놈이 잘 못 눈을 깜박이기만 해도 바로 베일 것처럼 가까이에 나이프의 날이 서 있었다. 네 새끼가 아무리 강해도 말야.... 혼자 죽을 수는 없지. 배신자 같은 더러운 새끼... 내가 그 동안 뭐 때문에 놈을 이렇게 찾아해맸던가. Billy놈의 뒤로 겁에 질린 얼굴을 한 동료 새끼의 얼굴이 보였다. 방금전까지 켁켁대며 Billy놈에게 욕을 해대던 놈은 얼굴빛이 허옇게 떠 있었다. Billy 놈은 눈을 껌벅이지 않고 내게 말했다. "놈을 두려워 해서 밑에 있었던 놈들이 나 뿐만이 아니었다는 거 알아둬. 스캐디 패거리는 이렇게 해체되는 게... 아니..영원히 없어지는 게 나았을 거다." "닥쳐. 아니면 네 눈깔로 내 나이프 받던가." 나는 으르렁거렸다. 더 들을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다. 놈은 피식 웃으면서 내게서 멀어졌다. 그리고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내 귓가에 겨눴던 나이프를 거두었다. "J.D....그 놈이 살아있지 않기를 바래라." "진짜 죽고 싶냐." 나는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Billy놈의 얼굴은 더 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내 말 명심하라고. 지금 이 주위는 대 갱집단이 세 개나 없어졌어. 남은 건...빌어먹을 러시안 새끼들의 오합지졸과...Dick, Vigo, 챈이 사라지고 난 뒤의.. 오리지널 갱이네 어쩌네 하고 떠들고 다니는 애송이들이라고....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나름대로 평화롭다는 뜻이다." "So, What! (그래서.)" ".....Dick놈이 살아있다면...이 거리는 다시 피비린내가 풍길거다....놈은 다시 갱 집단을 만들려고 할거야." "그러면, 가장 일착으로 뒤지는 건 네 새끼겠지."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놈은 분명히 살아있어. 그리고...분명..Billy 네 새끼는 죽을 거다. 더 이상 듣고 있을 것도 없어서 나는 몸을 돌렸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고. 이제까지 Dick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내기 위해서... 나는 내내 스캐디 패거리를 찾아 해맸고... 겨우 찾아낸 한 새끼한테 들은 건....Dick이 죽는 게 낫다는 개같은 소리 뿐이었다. Hey...Dick... 정말... 나를 따라나왔다면... 끝까지 따라와...그래서...찾아내... 그리고.... 다시 찐하게 Kiss해 달라고...정신이 나가버릴 만큼... 돌아서 나온 골목을 지나는 길에, 나는 경찰차가 순찰을 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방금 등을 돌리고 나온 Billy놈이 있는 골목으로 그 차가 들어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어쩌면..Dick놈이 널 발견하기 전에....넌 안전한 집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내 눈에는 아직 경찰차의 사이렌의 붉은 빛이 잔상을 남기고 흔들리고 있다. 마치....네 놈을 대신해서 놈을 죽이고 싶다는 의사라도 있는 것 같지...Dick.... [BGM] Rape me - Nirvana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21325.asf 재수 좋게도 경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었던 건.. 빌어먹을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하지도 못하는 대신에 얻는... Luck(운)인가. 나도 모르게 싱거운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놈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한 채, 벌써 2주일이 흘러갔다. 내 마음은...무엇을 믿고 있는 걸까. 머피 놈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아파트로 기어들어가기 위해 다시 조용히 접어든 골목길은..아직 새벽냄새로, 또 옅은 푸르스름한 새벽의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들리는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는 비명. 그건...푸르스름한 새벽과는 반대되는 엄청난 붉은 색을 떠올리게 하는 피와 관련된 진실로 괴로운 비명이었다. 그것도...여자의. "Hey..가만히 있어봐!!! 헉헉....그래봤자, ass peddler(창녀)밖에 안 되는 게 존나 지랄이네." 걸걸한 말투는 예사롭지 않은 러시아 억양이 섞여있었다. 빌어먹을... "HELP ME!!!!!!!!!!!!!!!읍!!!!!!!!!!" 어디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도움을 구하는 거라면 거절하고 싶은데. 나는 조금도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몸에 걸친 반팔 셔츠는 벌써 땀에 절어서 끈적거리는 기분이고, 더불어서 내 머리는 말라비틀어져서 냉기를 내는 땀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신경이 날카로워. 듣기 싫은 소리라고. "Bitch!!!(개년이!!!)" 퍽- "아악!-!!!!!" 여자의 외마디 비명이 들리고 이어서 대 여섯명의 러시안들이 골목을 도는 순간, 내 시야에 들어왔다. 이 길을 꼭 지나야 했다. 머피의 아파트로 가려면 말이야... 나는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또 멈추고 말았다. "Hey, Hey!!!!! Oh my god....Look....Shit hot!!!(야야, 봐봐! 존나 끝내주게 이쁜데..!!!!)" 내게 향해진 말이 아니었기를 바라면서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아직 헉헉거리며 박아대고 있느라 이쪽을 보지 못하는 한 새끼를 제외하고 다섯명 정도의 놈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나였다. 더러운 ass가 보이고 엄청 역겨움이 몰려들어왔다. "Oh...my God.....Fucking beautiful!!!!!!(시팔! 존나 이뻐!)" 아직도 제대로 정신을 못차린 놈들의 얼굴이 확실히 나와 시선을 부딪히며 들어온다. "Look at that eyes!!!! He looks like making a pass at me!!! (눈 좀 봐!!! 존나 나 유혹하고 있는 걸로 보여!)" 개자식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바지 위에서 만지작거리면서 내 쪽으로 들어올렸다가 내렸다가 해 보인다. 나는 웃으며 놈들을 바라보았다. 슬슬 엄청난 성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리 좀 더 와봐...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네 새끼들이 날 건드렸어.. 나는 다시 웃으면서 눈짓을 했다. 이쪽으로 와- 놈들 중의 몇몇이 멍한 눈을 하면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바로 앞에 오자마자 나는 한 놈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놈의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게..기다렸다는 듯이 끌려왔다. 그 얼굴에 달린..러시안 특유의 엄청나게 높은 코에 입술을 가져갈 때.. 놈의 물건은 더 할 나위 없이 흉물스럽게도 커져 있었다. 그리고.....1초도 지나지 않아 온 골목에 미쳐버릴 정도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악--!!!!!!!!!!!!!!!!!!!!!!!!!!!!!!!!!" 나는 입술에 있는 그대로 피를 물고 놈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입 안에서 커다란 살점을 뱉어내었다. 맛이 더러워. 더불어 피투성이의 내 입가에는 미소가 걸린다. 내게 코를 물어뜯긴 놈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다른 새끼들이 하나하나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그 새끼들의 너머에는 아직도 미친 듯이 발정난 개새끼처럼 박아대는 한 새끼의 등짝 너머로 처참하게 옷이 벗겨진 채로 rape(강간)를 당하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눈가에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입에서 떨어져 내리는 건 피였다. 그리고....순식간적으로 나를 미치게 하는 건...그 여자의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Zenith와 너무나 닮은 얼굴. 그래서 였던가. 내가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질이 올라온 것은.. 그 여자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돌아설 수 없었던 것은... 나는 당장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서 아직도 여자에게 박아대고 있는 놈의 등에 확실히 던져 박았다. 푹- 확실히 꽂히며, 내 힘과 더불어서 나이프의 날카로운 끝은 개새끼의 살을 엄청난 속도로 파고 들어갔다. "으아아아악-!!!!!!!!!!!!!!" 순식간에 온 골목 안에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나는 그것을 기점으로 내게 덤벼드는 놈들에 맞섰다... 한 놈이 내 목에 나이프를 겨누며 들어온다. 이 새끼들에게, 현재 mag(magnum-총)이나 리볼버(회전식 권총)따위는 없겠지...갑자기 이런 골목에서 총맞는 건 기분 안 좋은데. 하지만...여섯 놈은 너무 벅차다고. 나는 비관적인 웃음이 입가에 걸리는 걸 느꼈다. 그리고 놈들에게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주먹싸움이라...너무 오래만이라서. 한 놈이 내 얼굴을 아슬아슬 하게 스치며 주먹을 날린다. 엄청난 덩치로 나를 깔아뭉갤 듯이 덤비는 걸 주위의 쓰레기 통에서 골라잡은 깨진 병으로 배를 찔러 버렸다. 푸욱- 하고 나이프만큼 잘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꽤나 만족할 만한 피가...지방기를 가진 더러운 피가 내 손목을 타고 흘렀다. "Hey...아파?" 나는 엄청난 덩치로 고통의 충격을 완화시키지 못하고 얼어있는 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왜 이렇게 즐거운 거야...너무 오랜만이라 이런가.... 네 새끼의 역겨운 배를 쑤시는 게 고기 칼질 하는 거 같아서 이런가...큭큭... 놈의 얼굴이 허옇게 질린다. 더불어서 뒤룩뒤룩한 살이 잡혀 있는 목을 억지로 접으며 나를 노려 보았다. 놈의 등 뒤에서 덤벼들던 다른 놈들이 놈에게 가려진 나를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한다. 나는 놈의 배에서 술병을 다시 빼내었다. 아주 조금만 찔렸었던 참인데도, 놈의 얼굴은 엄청나게 질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내 팔을 아프게 잡고 놓을 줄을 모르던 놈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서 놈의 배에 병을 다시 한 번 박아 넣는다. 놈의 얼굴에서 비명이 새어나온다.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내 팔을 휘어잡는 한 새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비계덩어리 가장 큰 새끼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에서 잡은 놈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고 내 어깨너머로 끌어내렸다. 놈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없이 머릿 가죽을 벗겨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세게 끌어당겼다. 내 몸이 숙여지고 놈의 몸은 내 어깨를 타고 날라와서 내 앞의 비계덩어리 앞으로 떨어져 내린다. ....힘들어.. 돌아본 주위에는 이제 어마어마한 살기를 풍기고 있는 네 명이 나를 싸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원의 바깥에서는 덜덜 떨고있는 여자가 보였다. "Hey, lady!!!!(이봐, 아가씨!)" 나는 내 쪽으로 반경을 좁히며 들어오는 놈들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의 앞에는 등에 내 나이프를 맞은 채 기절한 놈에게 깔려서 정신을 잃을 듯이 보였다. 덜덜 떨고 있는 꼴이 그렇게 어리석어 보일 수가 없다. 나는 악을 지르듯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Hey!!!!!!!!!!!!!!!!!!!!!!" 여자가 그제서야 나를 바라본다. 나는 눈으로 여자를 노려봤다. 이, 빌어먹을 여자야. 어서 안 꺼져? 저게, 도와주면 빠릿빠릿하게 꺼지진 못할망정 다시 한 번 당하고 싶나보지? 나와 눈을 마주친 여자가 주섬주섬 움직인다. 그래..다행히 아주 돌대가리는 아닌 모양이야. 다시 주위의 새끼들이 덤비는 와중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끝에, 여자가 쓰러진 놈의 등에서 힘겹게 칼을 뽑아내는 게 보였다. ....이봐..뭐 하는 거야....? 휘익-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서 여자가 곱게 닫아서 날이 안서게 만들어 던진 내 나이프를 받았다. 탁-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겨우 있는 힘을 다해서 내게 칼을 던지고는 그 자리에서 겨우겨우 찢어진 옷을 주워 입고는 돌아설 뿐이었다. 그...힘 없는 눈에서... 나는...소리 없는 비명을 본 것만 같았다. 그러나...그 여자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가 없었다. 놈들이 내게 미친 듯이 덤벼들기 시작했으니까. 나이프를 꺼내서 열었다. 놈들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한 놈이 고개를 까닥하더니 다른 놈에게 눈짓을 했다. 그리고는 한 놈이 미친 듯이 골목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다른 세 놈의 새끼들이 한꺼번에 덤벼든다. 나는 서둘러서 한 놈의 목을 한 쪽 팔에 감고는 얼굴을 그어 내렸다. 놈의 뺨이 주욱 찢어지며 뜨거운 피를 내 얼굴에 끼쳤다. 처절한 절규가 좁은 골목에 메아리 친다. 다른 놈들이 움찔거리며 내 팔을 붙들려고 덤벼들 때 나는 내 팔에 잡혀진 놈의 머리통을 쳐내고는 또 다른 새끼의 옆구리로 빠져나가며 한 번 긁어내린다. 다시 뚝뚝 마른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피가 나를 흥분시켰다. 빌어먹을.... "여기야!!!!! 저새끼라고!!!!!!!!!!!!!!!!" 급속하게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어림잡아도 열 댓 명은 되어 보이는 러시안 갱 새끼들이 모여있었다. 급작스럽게 뛰어오느라고 다들 비릿하게 쉰 냄새가 나는 땀을 흘린다. 그리고...순식간에 좁은 골목은 시끄러운 러시아어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정신이 어질하다. 빌어먹을....상태 역전이군... 큭큭....나는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입에 걸리는 걸 느꼈다. 그때, 스윽- 소름끼치는 감각이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순간적인 비명이 새어나오려는 걸 내리 눌렀다. 뚝- 뚝- 숨을 몰아 내쉰다. 나는 내 옆에서 이제야 여유롭게 웃는 한 새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팔에는 깊지는 않지만, 충분히 벌어져서 땅으로 피를 토해낼 만큼의 상처가 생겨버렸다. 그 새끼의 손에 들린 나이프가 빛을 내고 있었다. 더불어...내 등 뒤의 러시안 새끼들 쪽으로 떠오르는 해는... 왠지..지금의 내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을 엄청 더럽게 만들었다. 나는 내 팔을 그은 새끼가 다시 덤비는 걸 피하며 놈의 뒤로 단숨에 움직였다. 그리고 바로 목을 잡고 세게 꺾어버렸다. 뚜둑- "저 개새끼가!!!!" "죽여!!!!!" 갑작스럽게 한 놈이 쓰러짐과 동시에 놈들이 내쪽으로 몰려든다. 재수도 없군... 여섯명까지도 잘 해치웠는데 말야... 기분 더럽게.... 나는 조금은 지쳐버린 몸으로 멍하게 내게 덤벼드는 놈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 한쪽 손에 걸린 나이프..오직 그 한 개만이.. 지금 나를 지킬수 있는 유일한 거였다. "저 새끼 잡는 놈은 저 놈의 엉덩이에 오늘 정말 떡치고 박게 해주마!!!" 한 놈의 더러운 욕설과 더불어서 조금은 흥분된 얼굴들이 덤벼 든다. 지랄하고 있네. 그런 건, 내가 죽은 다음에 해. 큭큭큭....시체에다나 박아대라고. 나는 놈들을 향해 비릿하게 웃으며 조금은 어지러운 정신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나를 향해 뛰어오는 놈들의 뒤에서 비치는 빛이 더럽게 느껴졌다. 뭐야.....그래서.....신도 오늘은 저 개새끼들을 돕겠다..이건가? .....빌어먹을.... 마음대로 해 먹으라고...... 탕-!!!!!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엄청난 소리. 내 앞에서 갑자기 한 놈이 머리통이 박살이 나며 주위에 뇌수를 떨쳤다. 군데군데 얼룩진 핏방울들이 떨어져 내렸다. "으아아악-!!!!!!!!!!!!!!!!!!!!!!!" "미하일!!!!!!!!!!!!!!!!으...으억!!!!!!!!!" 시체가 되버린 놈의 옆에 서 있다가 한꺼번에 뇌수와 피를 뒤집어 쓴 주위의 놈들이 갑작스럽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그들의 등 뒤에서 비춰내리던 아침의 해가 구름의 뒤로 사라졌다. 더불어서....마치...시간이 지나지 않은...새벽인 마냥 푸르른 공기빛을 내었다. .....what.....뭐냐고..... "큭큭....No...재미없잖아.. J.D..." 쿵- 등 뒤에서 들린, 한기가 섞인 낮은 목소리. 바로 반응하는 익숙한 심장. 이제...환청인가....큭큭...J.D...네 새끼도 돌만큼 돌아버렸나 보군... 놈의 그대로의 말투가 지금...들릴 리가 없잖아. 말도 안 된다고.... 그러나 내 입은 더 이상 비릿한 미소를 짓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 Fuck.... ......나.....정말......환청 들은 건가....? 그러나...분명 내 귀에만 들린 것은 아닌가...보다... 내 앞의 애새끼들이 분명 겁에 질린 얼굴로 멈춰 서 있었다. 더 이상 내게 다가서지 않는 놈들의 얼굴이 허옇게 떠 있었다. 그 놈들의 얼굴은...분명..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선은 나를 너머 어느 곳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내 심장은...무언가를 직감하듯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뒤에서 느껴지는 이 흐름은... 이 여유로운 흐름은....내 눈앞에 보이는 피비린내를 흘리는 시체의 역겨움을 넘어선다. 오직 한 놈에게서만 흐르는 기류. 그리고 내 뇌리에 완벽하게 와서 박히는 웃음기 어린 여유로운 낮은 목소리. 등뒤가 뜨거운 느낌이다. 그 목소리에........ "Hey......" 심장이 뛰는 걸 멈추나 보다. "....예쁜 얼굴 좀 보여줘..." 쿵- 심장은 박동을 시작한다. 멈추는가 했더니만...그래도 뛰어서, 아직은 살아서, 놈을 봐야 한다는 일념이 강했던 것인가.. 네 새끼...지금 내 뒤에 있는 거 맞나...? 나 정말 지금 꿈 꾸는 거 아닌가....? 발이 땅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이제까지 믿어왔던 일이 분명 사실이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시선을 돌려 놈을 바라보고, 놈의 존재를 느껴야했다. 내 앞의 늘어진 시체의 잘 보이지 않는 눈깔에 시선을 맞췄다. 눈의 흰자위가 검은 자위를 다 밀어내어 놓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안절부절 못하며 두려워하는 애새끼들이 떨고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리라. 놈들의 시선이 박힌 곳은 오직 하나였다. 내 뒤의 어떠한 존재. 그러나..나는 돌아볼 수가 없었다. 웅웅거리는 귀의 이명만을 느끼며...이게 꿈이 아니라고 확인시키듯 놈이 한 번 더 나를 불러주기 전까지는. "Hey..." 그제서야 다시 나를 부르는 놈의 목소리가 귀에 떨어져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발걸음을 돌렸다. 더 지체하다가는 놈이 사라져 버릴 거라는 의심이라도.. 불안이라도...들어서였기 때문이었을까. 쿵- 빌어먹을....일단 시선보다 먼저 반응을 하는 것은 나의 심장. 그 다음에 내 눈에 들어오는 건...여전히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 그러나 그 다음에 보이는 건...엄청나게 상한 얼굴.... 자잘한 상처가 난 얼굴....수척해지고, 눈은 깊다. 게다가 말라서 더 날카로워진 얼굴선. 긴다리는 낡아빠진 헐렁한 청바지에 감싸여져 있고... 낡은 남방 셔츠 사이로 보이는 건, 붕대를 감아놓은 놈의 복부... 그것도..방금의 움직임으로 터져버린 듯이..흰 붕대에.. 붉은 자국을 조금씩 뱉어내고 있다... 빌어먹을... 너무 아파보여. 그러나 놈의 여전한 여유는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낡은 나무 박스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놈은 한 쪽 다리를 세워서 팔을 그쪽에 고정을 시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나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시선을 맞추었다. 놈의 눈은 여전히 검다. 그리고 무거웠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놈이 낮게 웃는다. 그 얼굴은...너무 매력적이어서..이제까지 내가 놈을 찾아다니게 한 그 죄를 묻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여전히 예쁘네." 놈의 목소리는 고통을 참고 있듯이 아래에서 긁어대는 소리였지만.. 내 심장을 한 번 쿵 하고 고통스러운 울림을 하도록 만드는데는 충분했다. "Dick...." 나는 다시 한 번 놈의 이름을 목 매이게 불러보는 수 밖에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것은 잠시였지만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놈이 미소짓는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휙- 그러다가 나는 다시 내 귀를 엄청난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소름끼치는 느낌에 얼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아악!!!!!" "흐억!!!!!!!!!" 언제 내 뒤에 그런 새끼가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뒤에서 한 놈의 비명소리가 엄청난 크기로 울렸다. 어찌나 소리가 컸던지 소름이 끼쳤다. 온 골목에 쩌렁쩌렁 울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마주치고 있던 Dick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언제 나를 바라보며 웃었냐는 듯이 엄청나게 이그러져 있었다. "뒤에서 얼쩡거리지 마라." 뒤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소리에 뒤돌아본 자리에는 한 쪽 눈에 나이프를 꽂고 터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고 있었다. 소름이 온 몸에 돋는다. 차마 그 눈에서 나이프를 뽑아내지는 못하고 놈의 입은 외마디 비명만을 질러대고 있었다. Dick놈이 던진 나이프였다. 마주본 러시안 새끼들의 얼굴은 허옇게 질려있었다. 다만 나와 눈이 마주친 새끼들은 금방금방 시선을 피하며 발걸음을 돌리고 싶어했다. 옆에서 피를 흘려대며 소리를 질러대는 동료만 아니라면 벌써 도망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쪽으로 와. J.D." 눈에서 피를 뽑아대며 비명을 질러대는 놈들과 마주보고 선 내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멍하게 시선을 돌려 놈을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표정은 여전했지만, 놈의 복부의 고통이 아직 다 가신 것은 아닐 것이다. 뒤에서는 조금씩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역시나...네 새끼가 있는 곳은 피비린내가 그칠 줄을 몰라. 뒤에서는 러시아어가 왔다갔다 하고 있다 엄청나게 어지럽고 빠른 속도였다. 얼핏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선 너머로 늙은 여자가 창문으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피하는 것을 보았다. 빌어먹을...이제 곧 경찰이 들이닥치겠군. 나는 Dick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경찰새끼들이 미친 듯이 자기를 찾고 있는 와중에도...뻔뻔스러운 살인을 할 정도로 머리가 돈 놈이다. 지금 내가 이 새끼 챙겨서 나가지 않으면, 당장에 이 자리에 오는 경찰 새끼들 대가리 몇 개 날리고도 남을 놈이었다. 놈을 챙겨야 한다. 놈을 데리고 내가 도망을 쳐야 했다. 언제나 위험한 새끼니까. 갑자기 뒤쪽에서 엄청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쪽으로 뛰어오는 열 댓명의 새끼들이 보였다. 그래...네 새끼들이 쪽수에 의존하겠다 이건가 본데.. 나는 일단 내 쪽으로 가까이 임박한 한 새끼를 엄청난 힘으로 갈겨 내었다. 한쪽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질 것 같던 새끼가 겨우 몸을 지탱한다. 갑자기 뒤에서 세 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내가 팬 새끼의 옆에서 내게 덤벼들려고 하던 세 놈의 머리통이 완벽하게 박살이 났다. 그러자마자 내 한쪽 팔에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커다란 손가락으로 감싸인 한 곳이 엄청나게 뜨겁다. ".......빨리 이쪽으로 오라고!" Dick의 목소리는 이제 낮은 짜증을 담고 있었다. 놈의 손가락이 내 팔을 잡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들정도로 세게 움켜쥔 놈의 손가락 때문에 내 팔은 이제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러시안 놈들은 왜인지 내게만 덤볐던 것이다. 인질이라도 잡고 싶은 거냐고! 놈들에게 총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던가. Dick과 내가 닿자 마자 놈들은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뒤돌아서 도망치는 애새끼들의 뒤에 대고 Dick은 차분히 총을 겨눴다. 탕-! 탕-! 탕-! 다시 세 방. 그리고 바로 뛰어가던 놈들이 처참하게 자빠지기 시작했다. 동료고 뭐고도 없다. 죽음의 앞에서는 저마다 살려고 발버둥치기에 바빴다. 툭- Dick의 손에서 다 쓴 탄창이 떨어져 내린다. "이런...다 썼군." 더 못 죽여서 아쉽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는 놈의 미소에 다시 소름이 끼친다. 아픈 새끼 맞아...? 이제...남은 새끼들은...널부러진 시체와 내게 맞아서 거의 혼수상태에 빠진 새끼들 뿐이었다. ....한심한 새끼들... 욱씬- 팔이 너무 아파서 인상이 찡그려졌다. "아파..." 나는 놈이 잡고 있는 팔을 털어내며 소리를 내었다. 그제서야 놈의 손가락의 완력이 풀려나간다. 나는 조금 미간에 인상을 쓰며 팔을 쓸어 내렸다. 어찌나 욱씬거리는지..죽을 지경이다. 분명..멍도 들었을 거라고. "어떻게...살아났냐..?" 나는 놈을 바라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Dick을 바라본다. 나를 내려다보는 놈의 시선이 낮았다.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새벽공기는 사라진지 오래고...아침이 점점 우리를 내려 누르고 있었다. 놈이 눈을 감는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뻗었다. 이제 조금 눈을 덮어버리는 붉은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나는...너를 이렇게 만질 수 있도록 허락이 된건가.. 빌어먹게도 심장이 엄청나게 뛰기 시작한다. 갑자기 감고 있던 놈의 눈이 떠졌다. 나는 숨을 집어 삼켰다. Fuck.....놀랐잖아. 시선을 한 참 마주치다가 나는 아직도 내가 팔을 들어올려 놈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믿을 수가 없으니까... 네 새끼가 이렇게 내 앞에 돌아왔다는 게 믿을 수가 없으니까. 귓가를 울리는 징하게 낮은 목소리. 부드러운 웃음기를 담고 있다.. "Don't make a pass at me. (유혹하지 마)." 그러나 그 다음 순간...놈의 입술은 내 목덜미에 와 닿아 있었다. 그리고 불에 데인 것 같이 뜨거운 느낌을 주는 그 입술이 마치 낙인을 찍듯이 천천히 움직인다. 놈의 입술이 집요하게 내 쇄골 부분을 건드렸다. 심장이 미칠 정도로 덜컥거린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 속으로는 놈의 긴 손가락이..내 목덜미를 쓰다듬을 때.. 결국 내 입에서는 한 숨이 섞인 신음이 배어져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허리를 감아오는 놈의 팔에 내 몸이 얼마나 놈에게 가까이 닿아있는지를 그제서야 알아챈다. 이러다가..완전히 흥분한 거 들키겠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놈의 다리가 내 다리사이를 파고 들어온다. 아..주..죽겠어. 머..멈춰봐! "으..으..." 내 목구멍에서는 이제 억지로 참아내는 내 욕망의 억누름의 소리만 간신히 기어나오고 있었다. 내 목덜미를 잡아 쥐고 내려오는 놈의 입술을 멍하게 바라보며 나는 무언가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놈의 키스를 받았다가는 정말, 이 시체 냄새나고 언제 경찰 새끼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골목 바닥에서 놈과 뒹굴지도 모른다는. 이러지 말라고... 나도 욕구 불만이야...너..너야말로 나 유혹하지 마!!!! 팍- 미칠듯한 열기 때문이었을까..너무나도 더운 느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이제서야 열기를 내며 나를 쪼아대는 뜨거운 햇빛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놈의 가슴을 세게 밀어내었다. "놔...!!!!" 미치겠다. 머리에서는 열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기분이었다. 돌아버리겠어.. 저리...좀 꺼져봐....나에게 닿지마.... 진정 좀 하자고.... 나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두근 거리는 빌어먹을 소녀같은 심장 때문에 나는 시선을 제대로 들어 놈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개새끼...나에겐 너무 유혹적이라고.... 놈이 내게서 천천히 떨어져 나간다. "......." 아무 말이 없는 침묵에 나는 숙이고 있었던 고개를 들었다. 쿵- 엄청나게 어두워져 있는 그 눈을...마주 보았을 때 나는 뭐라고 해야 했을까.. 놈의 복부에서는 이미 상당히 많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것에 대한 고통 때문에..그렇게 눈가가 일그러졌다고...? "뭐냐.." 나는 아무런 말을 못하고 다만 침만 삼켰다. 놈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시선을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아래로 깔아뭉개는 살기. ....왜..그래.. 라고 묻지도 못할 정도로 놈의 살기는 엄청났다. 갑자기 귓가를 뚫고 들어오는 건 경찰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놈의 얼굴은..더이상 나를 향해 있지 않았다. 다시 붙잡아서 내 쪽으로 향하게 하고 싶었지만...놈은 다시는 나를 돌아봐 줄 것 같지가 않다. 엄청나게 귀를 아프게 하는 그 커다란 사이렌 소리의 반대로 놈이 몸을 움직인다.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나는 놈을 향해서 따라가야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놈이 나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모습에 나는 숨을 멈춰야 했다. 그 눈은 분명히 오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네 새끼가 그렇게 전한다고 내가 안갈 거 같아? 나는 독한 눈으로 노려보는 놈의 얼굴을 마주보며 놈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 팔은 거절을 당한다. 그건..내 이마에 닿은 나이프의 날카로운 날 때문에 알 수가 있었다. "왜..이래..?" Shit....내 나이프... 저게 언제 저 새끼의 손에 가있는 거지. 이 개새끼... 놈의 벌어진 상처에서 결국은 한 방울 피가 떨어져 내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놈의 커다란 손에 의해서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따라오지 마라. 죽인다." 놈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서 골목의 옆으로 나 있는 담을 한쪽 손으로 짚었다. 나는 결국 점점 가까워져 오는 그 사이렌 소리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빽 질러버리고 말았다. 바로 뛰어넘으려는 놈의 뒤에 대고.... "어디로 가는 거야, 이 씹새꺄!!!!!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고!!!!" 개새꺄!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말하고 꺼지던가 해. 내가 따라가는 게 싫으면 말이다! "Hey....너 말이다....알아 두는 게 좋겠는데....난..." 놈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낮고 짜증을 배어내고 있었다. "애 태우는 새끼 따위, 취미 없어." 주먹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몸이 떨린다는 건, 이런 건지도 모른다. 나는 놈의 그 한마디에 엄청난 조바심을 느꼈다.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고. 네 새끼가 닿는 손길 하나하나마다 너무 떨려서.. 너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내 자신에게 숨쉴 여유를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빌어먹을 변명 따위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너무 짜증이 났다. 그건 실로 이상한 일이었다. 놈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나답지 않은 변명따위를 생각해 낸다. 다른 새끼들에게라면 오해를 사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것을... 나는 언제나 놈에게 들으면 조바심을 내며 혼자 괴로워 했다. 겨우 찾아내 놈에게서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결코 내가 듣고 싶었던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이미 놈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나도 계속 이 자리에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머리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끝이 없었다. 놈은 항상 이따위로 내게 잔상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네 새끼가 살아있다는 것만 알아도..빌어먹을....오늘 기분이 엄청 좋은 건.. 여전히 내가 병신 같아서일까... 경찰들의 사이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싶을 때, 그리고 내가 미쳤구나, 아직도 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니! 하는 따위의 병신 같은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경찰 차의 붉은 빛이 골목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것까지 보게 되었다. 꼼짝없이 잡힌건가...나는 다급하게 도망칠 구석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때였다. "이 쪽이요!" 나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엄청난 구석의 한 쪽으로 한 여자가 담벼락의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내게 연약한 팔을 내리고 있었다. .......강간을 당하고 있던...그 여자였다. "이봐요..아직도...." 나는 그 여자가 아직도 이곳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아니, 황당해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내 입을 바로 막으면서 낮게 소리를 지른다. 그녀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내려진 그 담벼락은 사람의 도움 없이 넘기에는 꽤나 높았다. "여기 안 떠날 거에요!?? Shackes(수갑)이라도 차고 싶어요?!" 여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낮춰서 묻는다. 나는 지금만큼은 그녀가 확실히 옳음을 깨닫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담을 뛰어 넘었다. 꽤나 높아 도약력이 필요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도 경찰들이 내가 있던 자리를 바로 들이닥친 건 그 다음이었다. "하아하아..." 뛰어넘은 것은 나인데, 여자의 여린 팔로 나를 잡아내었던게 많이 힘이 들었던 모양인지..아니면, 아까 있었던 일의 충격 때문인지 여자는 힘들게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만은 너무 또렷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이쪽으로 따라와요!" 낮게 외치는 그녀를 말없이 따랐다. 그 힘들게 뛰어가는 모습은 처량맞을 정도로 불쌍했다. 그런데..요즘 창녀들로... 저렇게 마른 여자도 쓰나.. 보통, 남자들이 살집있는 여자들을 좋아하기에, 너무 마르면 그녀들을 먹여서라도 꼭 살을 찌운다. 그러나 내 앞에서 달리고 있는 여자의 다리는 너무 가늘어서 잘 못 뛰다가는 뚝 하고 끊어질 것만 같았다. 경찰새끼들이 담 너머를 엿보기 전에, 나는 꾸질꾸질한 한 건물에 그 여자의 손에 붙들려 들어섰는데, 그제서야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입구부터가 토악질을 내게 만드는 굉장히 좁은 건물이었다. 여자가 문을 빼꼼히 열고 바깥을 바라보다가 계속 내 손을 이끌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나는 여전히 힘없이 그녀를 따라갈 뿐이었다. "이제, 괜찮을 거에요..경찰들도, 이쪽하고는 아예 상관없는 것도 아니어서.. 구석구석 뒤지지는 않거든요." 여자는 부탁하지도 않은 설명을 재잘거리듯이 말하며 계속 내 손을 붙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여자들의 얼굴이 꽤나 반반하고 야한 모습이었다. 몇 명은 휘파람을 불면서 여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 오늘은 적어도 괜찮은 새끼에게 대주네. - 어디서 잡았어? - 돈은 제대로 받는 거야? 여자는 그녀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이고는 이내 한 방을 열어서 나를 들여 보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곳은 썩은 곰팡이 냄새와 남자들의 정액의 시큼한 냄새로 역겨움을 풍기고 있었지만...모양새는 꽤나 아늑하다는 느낌이었다. "So...here is the fuckery (...그래..여기 창녀촌이군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낡아빠진 화장실에서 겨우 얼굴을 대충 씻고 나와서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Yeah.. because I'm a prostitute.(네. 내가 창녀니까.)" 나는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굉장히 Zenith를 닮은 얼굴이었다. 씻고 났을 때 머리카락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이 아주 아름답게 보였다. "You know, you look kinda familiar. (당신 아주 낯이 익어요..)" 그 말은 사실 내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이었다. 그러나, 실로는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그녀는 멍한 얼굴을 하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그대로 받으며..뒤에 나올 말을 기다렸다. "이 곳에 많이 다녔나요?" 나는 피식- 하고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을 입가에 걸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나도 모르게 팬던트를 만지작 거렸던 것 같다. 그녀와의 만남 자체도 내가 Zenith를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그래서였을까...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게 된 건.... 그녀의 얼굴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확신에 찼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런...생각이 나버렸어....!!" 갑자기 그녀가 내 손길에 몸을 움찔하더니 말을 한다. "당신 말이에요.....너무..야위어버렸지만..." "..............?" "혹시요....Zenith....라는 여자 알아요?" 머리를 한 번에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라는 게 이런 것일 거다. 그녀는...Zenith를 알고 있는 여자였다. "...그 때...이 근처에 많이 왔었잖아요...Zenith 만나러." "............" 나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래...많이 왔었어. 이 건물이 아니었기에..나는 아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분명 이 거리에서 나는 Zenith를 보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 주변에 왔을 때..봐야 했던 건 여전히 나를 반겨주는 얼굴이 아니라.. 빨갛게 피로 물들어있는 그녀였지.. Fuck.... "아까도..많이 본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여자는 중얼거리며 내 얼굴을 계속 살폈다. 그 얼굴에는 반가움에 묻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여자는 마치 가족을 만난 것처럼 굉장히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했다. 쾅-!!! 쾅-!!!! "bitch!!!일 하라고 내 보냈더니, 벌써 기어들어와!!????" "Shit!! Rockey예요!!! 포주요!" 여자가 굉장히 낮은 목소리로 당황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한쪽에 겨우 나있는 창으로 내 보냈다. 밀어내는 그 손길에 어쩔 수 없이 질질 밀려난다. "Okay!! 곧 나갈거에요!! 미안해요, Rockey!! 잠시만요!!!" 나는 거의 내 멱살을 쥐다시피 해서 나를 창문 바깥으로 끌어내는 여자의 완력에 놀라고 만다. 굉장히 연약해 보이는 팔에서 무서울 정도의 힘이 나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Zenith가 생각이 나서 웃고야 말았다. 다급하게 밀어내는 그녀를 불렀다. "이..봐요!!" 나는 여자의 팔을 잡았다. 여자가 내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Stab out!!(가요!)" 억지로 낡은 삐거덕 거리는 사다리를 내리며 여자는 내게 웃었다. 그 서글퍼 보이는 눈매에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늘..고마워요. 그리고.." "........?" "다음에, 꼭 한 번 나 찾아 줄거죠?" 그 눈동자는 어쩌면 그렇게 아플까.. 나는 아슬아슬한 그 사다리를 밟고 내려가며 꼭 그러겠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애처롭게 한 번 웃더니 포주가 들어오기라도 했는지 바로 창문을 내려 닫았다. 나는 빨리 사다리를 내려와서 땅을 밟았다. 포주라는 새끼가 창문으로 나를 찾아댈지도 모르니까, 그녀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몸을 숨겨 주어야 했다. 빌어먹을... 갑자기 깨닫는다. 나는 그녀의 이름도 몰라. 이름도 묻지 못했다... 팬던트가 뜨거워지는 기분이어서 나도 모르게 목에 걸린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Zenith..왠지 당신이 너무 많이 생각나는 여자야.. 정말..당신이 다시 살아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치 Zenith가 대답을 해주려는 듯이.... 나를 쓰다듬어 주려는 듯이..... 눈부신 아침해가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어서...너무나 따뜻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머피 놈은 내 앞에서 까고 있던 오렌지를 뚝 떨어뜨렸다. 나는 그 놈의 눈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놈의 얼굴은 절대 기뻐하는 얼굴이라고 볼 수 없는 허옇게 질려서 뜬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얼굴에 이상한 쾌감을 느끼면서 말없이 입에 오렌지를 까서 쑤셔 넣고 있을 뿐이었다. "사...살아있다고...?!!!!" "음." 나는 짧게 대답했다. 엄청나게 동공을 퍼뜨리고 내게 윽박을 질러대는 놈 때문에 귀가 다 멍멍할 지경이었다. 지친 몸 때문에 하루는 그냥 말 안하고 넘어가고 그 다음날 나는 머피 놈에게 사실을 다 말했다. Billy놈을 발견한 것과, 돌아오는 길에, 바로 이 집 앞의 조금 떨어진 골목에서 Dick을 만난 것을 모두. "....Shit....." 머피 놈은 낮게 욕을 읊조렸다. 이 새끼도...Billy같이 바라고 있었던 건가...? 나는 조금은 슬슬 올라오는 신경질을 억누르질 못하면서 짜증을 내었다. "뭐냐, 그 반응은." 머피 놈은 멍하게 내 눈을 바라보다가 테이블을 엄청난 힘으로 한 번 세게 쳤다.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있던 곳이라서 놈의 이런 광분한 모습이 낯이 익지 않았다. 조용히, 최대한 입닥치고 숨어있었으니까. "그 자식...내가 어디에 몸을 숨겼는지 다 안거야..." "뭐가...?" 머피놈은 자조적으로 계속 중얼거렸고, 나는 그놈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해야했다. "그 새끼...스캐디 패거리를 다시 일으키려고 하고 있는거라고... 그래서..살아있는 놈들 하나하나 찾아내고 있는 거야." "그러면..좋은 거 아니냐?" "빌어먹을...그게 나와는 상관없어! 네 새끼에게 안 좋다고!" 머피 놈은 이상할 정도로 광분을 하며 짜증을 냈다. "....어쩌면..놈이 죽는 건....신의 뜻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빌어먹을.." "What!!???" 나도 모르게 엄청난 짜증을 느끼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버렸다. 놈은 그런 내 반응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다만 멍하게 벽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렌지를 몇 개 더 사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 그것말고도 먹을 것이 꽤나 필요했다. 얼마쯤은. 벌써 저녁때고...어둑어둑해져가고 있었다. 원래부터가 밤에만 움직여대며 지내왔었기 때문에, 머피 놈과 나는 적어도 저녁 7시가 넘기 전에는 바깥으로 기어 나오질 않았다. 집 안에는 내가 꽤나 많이 밟아버린 머피 놈이 찌그러져 있어서 음식을 사러 나갈만한 여력이 되질 못했다. 놈이 오늘 나를 너무 건드렸다. 개새끼. "Shit....." 일부러 그랬던 건지...아니면..무의식중에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왜인지 오늘 만났던 그 여자가 있는 건물로 발걸음이 향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그 건물 바깥 주위로 많은 헐벗은 여자들이 몸을 기대고 앉아있었고 굉장히 피곤한 얼굴들로 약에 쩔어서 겨우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몇 명은 몇 번이나 차의 창을 두드려 대며 흥정을 하고 있었고, 또 몇 명은 굉장히 뇌살적인 포즈로 지나가는 사내들에게 어필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내가 그녀를 발견한 것은..행운이었던가... 아니..내가 왜 그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는 건지는 몰라도.. 굉장히 짧은 미니스커트에....그녀가 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남자가 돈을 주억거리는 걸 보면서 왜 화가 나는 건지 알 수도 없었다. 여자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 돈을 받기를 꺼리고 있었다. 아니...미안해 하는 표정인가.....? 너무 어두워서 남자의 얼굴은 잘 보이질 않았다. 다만...그녀의 눈은 너무나도 슬퍼 보여서... 그리고 정말 하기 싫다는 표정을 갖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수밖에 없었다. "이봐요..." 내 목소리에 여자가 고개를 돌린다. 그러더니..너무나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내게 대놓고 아는 척 하지는 못했다. 다만 조심스러운 눈치를 보는 얼굴표정을 하며 주위를 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옆의 남자는 뭐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시선은 오직 그 여자에게만 박혀 있었다. 그러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을 엄청나게 굳혔다. "....J...D....?" 나는 갑자기 불린 내 이름에 놀라서 고개를 돌려 옆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 낯익은 쉰 목소리.. 그 목소리는 분명..내가 아는 그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름끼칠 정도로 흐린 회색눈도. "Mac..." 빌어먹을...아주 재수가 없군.. 내 입에서는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이게..말이 되냐고... 네 새끼를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여자의 얼굴에서 바로 돌아서자마자...놈의 얼굴을 휘갈겼다. 나도 모르게 그랬던 것이었다. 옆의 그 여자를 위해서 내가 해야했던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기 못했다. 주위가 시끄러워지면, 여자에게도 좋지 못한 것을 나는 이성을 누르지 못하고 놈의 얼굴을 세게 갈겨서 소란을 피웠던 것이다. 병신같이도. 빡- 놈의 얼굴이 세게 돌아갔다. 갑자기 엄청 놀란 내 옆의 그 여자가 소리가 비어져 나오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이 개새끼... 나를 지난 2주간..Dick을 찾아서 헤매게 한 건... 또 놈이 죽었을 거라는 괴로움에 빠져서 살게 한 건 네 새끼였지. 그런데..뭐? 여자를 사고 있어....?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린다고 했다." 나는 바로 오늘 머피 놈의 주머니에서 뺏아서 들고 나온 나이프를 뒷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그러나 Mac의 손에서는 바로 Mag(Magnum-총) 이 비어져 나와 내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미안한데..죽어줄 수가 없어." Mac놈은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는 얼마간의 살기가 있었다. 그러나 내 머리를 겨눈 놈의 총구의 끝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처음 놈과 내가 대적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말이야.. 나도 그 때와 같거든. 놀리고 싶으면, 차라리 쏘는 게 좋을 거다. "너를 계속 보기 위해서라도 좀 살아야겠거든." 놈의 목소리는 계속 듣기 싫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는 얼굴은 놈답지 않게 부드러워서 정말 혼란스러웠다. 나는 신경질 섞인 짜증을 느끼면서 인상을 썼다. 쏘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하라고. 아마도..내 손은 내가 시체가 된다고 해도 네 목 위에서 화려한 칼질을 하고 있을 거다. 빨리 돌리며 나이프를 열어 움켜 쥐었을 때,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놈의 목으로 박아 넣으려고 다가서고 있을 때, 나는 뒤에서 나를 붙잡으며 소리를 지르는 여자 때문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뭐..뭐하는 짓이에요!!!!" 빌어먹을... 여자가 뒤에서 내 허리를 끌어안고 세게 당기고 있었다. 덕분에 내 머리에 겨누어졌던 Mac의 총구가 떨어져 나가고, 내 나이프도 놈에게서 꽤나 멀어졌다. 금새 주위가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몇 명의 사내들이 약간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고, 창녀들은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 짜증만 할까. 나는 여자의 손을 세게 쳐냈다. 그래도 손님이랍시고..편드는 거냐? 재수 없어. 재수 없다고. 나는 그 여자를 노려보았다. 여자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황당스러움, 그리고 이상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이..이봐요.....!!! 설마....모르는 거에요?" 여자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몸을 돌리려고 했다. 내가 왜 그녀를 만나러 왔던가. 어차피...빌어먹을...shit!!!! 창녀에 불과한 여자인데..Zenith의 전처라도 밟고 싶은거냐, J.D?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게 무엇이건 간에.., 모르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리고 뒤돌았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들려온 말은 내 귀를 찢어놓고도 남을만한 것이었다. 그녀는 내 발을 잡아서 붙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사람은 내 손님이 아니라구요!!!!!!! 오해하지 말아요!!!" 나는 뒤돌아서 여자를 노려보았다. 이봐...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당신에게 질투같은 걸 하고 있는 게 아냐. 이 새끼랑은... "이 사람은....!" 더 듣고 싶지도 않은 설명이, 또는 변명이 그녀의 입을 타고 나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말을 자르려고 입을 열던 그 순간 내 혀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녀의 다음 말은...나를 그렇게 만들고도 충분했다. "이 사람은, Zenith의 하나밖에 없는 오빠라구요!!!!!!" 한 참을 벽에 기대어서 올라오는 토악질을 삼켜내었다. 엄청난 속도로 그 자리에서 뛰쳐나왔던지라..숨이 막혀서 죽을 지경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Zenith를 닮은 여자와 Mac이라는 놈을 뒤로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뛰어와 버렸다. 땀이 뚝뚝 턱에서 떨어져 내렸다. 몸이 흠뻑 젖고 머리카락도 얼굴에 엉겨 붙는다. 여름밤의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땀을 말리면서 시원한 한기를 들게 만들었다. 믿을 수 없어...있을 수 있는 일이야...? - 가끔, 너는 우리 오빠랑 너무 닮은 소리를 하는데.- "빌어먹을..." Zenith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텅텅 울려대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도...Mac놈과 조금도 닮지 못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진 초록빛의 눈이었다고.. 저 놈과 같은...저런 소름끼치도록 두려운 회색의 눈이 아니었어... Zenith..이거 무슨 일이야.. 당신이..나와 놈을 이렇게 만나게 만든 거야...? ...당신 정말 나 많이 놀라게 만든다고... 그 새끼도 엄청나게 놀랐겠군...자기 여동생과 내가 아는 사이였다는 걸 알아버렸으니..빌어먹을.. 그래도..나만큼은 아니야. 이런...Zenith...당신을 봐서 다음에 놈을 만나면.. 대가리 날리는 거 참아야 할까...그냥...넘겨야 할까... 왠지 나지막하게 웃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Zenith...놈을 좋아해 달라고는 하지 말아줘. 절대...그럴 수가 없어... 놈은...나에게서 현재 내 목숨보다도 중요한 새끼를 가져갈 뻔 했거든. 때문에...나는 절대 놈을 용서할 수가 없어. 이런 장난 치지마. 나 놀라게 하지마. 당신이 그대로 떠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게는 심장 도려낼만한 일이었어.. 그러니까..두 번 다시 날 놀라게는 하지마.. "What is fucking this? (이거 뭐야?)" 뒤에서 공기를 뚫고 들려오는 웅성거림이 골목을 울렸다. 그리고 더운 와중에..몇 개의 어두운 그늘까지 만들어내며 놈들이 한 골목의 통로를 완벽하게 막고 있다. 나는...그 골목이 예전에 내가 다니던, 내 집처럼 드나들던 스캐디 패거리가 있던 그 골목이 아님을 빨리 알아채야 했다. 그리고, 보통 갱들에게는 구역이라는 게 있고... 나는 더 이상 구역을 가진 갱이 못된다는 것도. 또...더이상 스캐디 패거리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는 비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오늘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버려 멍한 내 정신에.. 놈들까지 마지막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주려는 건가.. 하는 빌어먹을 생각과 역겨움이 내 속을 뒤섞고 있었다. "야..." 한 놈이 자기쪽 패거리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나는 눈을 치켜뜨며 놈들을 노려보았다. 몇 명...? .....얼핏 보면 여덟명..정도....? "저거...사내새끼 맞지." 나는 그게 내게 향한 말인가..하고 눈을 치켜뜨고 놈들을 노려보았다. 몇 명이 멍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결국 허리를 세우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죽이는구만....저 젖은 머리카락 좀 봐봐.." 놈들은 한 인종이 아니었다. 마치, 스캐디 패거리처럼 잡종 새끼들, 그리고 백인 흑인 동양인 할 것 없이 아주 뒤섞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쪽 입가에 웃음이 생겨버렸다. 저 새끼들은 같은 패거리인가... "....저 웃는 얼굴은 뭐라고 해석을 해야하지?" 개중에서 그나마 리더격으로 보이는 백인놈이..내 쪽을 바라보면서 낡은 담배를 한 대 빼어 물었다. 그러나 거기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꽤나 고급의 마리화나의 냄새였다. 뒤로 연줄이 꽤나 닿아있는 새끼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혹...인가....?"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이 내 입가에서 흘러나오자 놈들의 얼굴이 바로 굳어진다. 분명, 내 웃음이 놈의 신경을 건드렸음에는 틀림이 없었다. 놈이 바로 뒤를 돌아보면서 패거리에게 묻는다. 나는 그 얼굴을 똑바로 노려봤다. 지랄들 하고 있네. "어때, 사내새끼한테 박아볼 마음들 있냐?" "저 얼굴이면...내일 아침까지도 죽어라고 해댈 수 있지. 큭큭..." "한 번 넣으면 못 뺄 거 같은데?" "일착은 나야. 내가 먼저라고." 아주..지랄들 하시는구만... 나는 당장에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서 놈들의 면상에 던지고 싶었지만, 재수가 없게도 오직 내게는 그거 하나 뿐이었다. 던지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맨손으로 싸우는 수 밖에 없을 테니까..어쩔 수 없이 참는다. 가까이들 오라고. 가까이 와야, 나를 때려 눕히던가, 박아넣던가, 박고 움직이던가 할 거 아냐? 나는 놈들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아까 Mac새끼 다 갈기지 못한 게 좀 찌푸둥하게 남았으니까.. 네 새끼들하고 놀아보자. 조금..벅차도... 재미는 있겠다. 탕-!!!!!!!!!!!! 탕-!!!!! "흐억!!!!!" "아, 아악!!!!!!!!!!!!!뭐..뭐야!!!!! 피 튀었어!!!!!!!!!" 서서히 다가서는 놈들을 보며 손에 힘을 줄 때, 인간 세 명쯤이 바로 서면 그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좁은 골목의 입구에서.. 엄청난 고통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바로 두 명이 고꾸라 자빠진다. 그 뒤에서 한 놈이 나타났다. "Hey..너무 찾았어..." Mac... 빌어먹을 개자식이... 땀으로 완전히 젖은 얼굴을 하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쉰 목소리는 그 놈이 얼마나 나를 찾아 뛰었는지 알게 만들고 있었다. 개 자식... 손에 들린 총은...이미 두 놈의 머리통을 날린 후였다. 그리고 그 시체들을 이리저리 치우며 들어오느라 놈의 신발과, 바지와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바로 내게 덤벼들려는 애새끼들이 멈춘다. 그러더니 놈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총을 가지고 있는 놈에게 아직 그따위 시선을 던질 여유가 있단 말이야? 완전히 졸개 새끼들은 아닌가 보군. 도대체..저 여유가 어디서 오는 거지..이 새끼들은...? "........네 새끼는 혼자 두면 너무 위험하거든." Mac놈이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꽤나 시린 색깔을 띠고 있었지만, 분명 그 움직임만큼은 부드러웠다. 나를 보는 그 눈을 한참을 바라본다. 거기서 Zenith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고 싶어서인가.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짜증섞인 표정만 지었을 뿐이었다. 더 이상은..놈에게 미칠듯한 증오를 만들어내지 못하는...Zenith라는 이름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놈에게 자연스럽게 총을 겨누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너무 신경질이 났다. 중간에 낀 새끼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열심히 눈깔들을 돌려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의 러시안 새끼들처럼 우왕자왕하지는 않았다. 다들 뭔가 팽팽해서 어떤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팍- 터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내 슬슬 올라오는 거슬리는 신경은...머리카락 끝을 전기에 맞은 것처럼 충격을 일게 만들정도로 짜증나게 뛰고 있다. 그러나....그 신경질도.... 한 순간의 목소리에 완벽하게 걷혀버린다. "오늘..만나는 새끼들...아주 짜증나는군...." 갑자기 회색 눈깔과 내 사이에서 방황을 하던 새끼들의 시선이 한 곳에 박힌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내 왼쪽의 조금은 높은....그렇게 낮지는 않은 담의 위에 한 놈이 앉아있는 것을 본다. 쿵- 심장이 한 번 들였다 놓였다. 그 붉은 기운은 이미 저녁에서는 사라져버린 타는 듯한 노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선명했다. 아직도 믿지 못하는 내 눈을.... 다른 놈들의 목소리가 설명을, 또 증명을 해주고 있다. "Dick!!!!!!!!!!!!!" "Dick!" 엄청나게 반가운 목소리들... 이건..적을 만났을 때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소리였다. 다만...내가...놈을 부를 때... 내가..너무나 커다란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놈을 부를 때 내는 목소리와 비슷했다. 내 앞의 갱 새끼들은 Dick을 그렇게 불렀다. 놈들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안심한 목소리였다. ....이거..무슨 일인 거야....? "이 새끼 얼굴 봐봐.!" "우리가 오늘 하나 건졌다고!! 존나..죽이게 생겼지..막 선다니까!!!!" "큭큭...아무래도 리더니까 먼저 맛 봐야지." "원래, 구멍은 처음 여는 놈이 더 죽이는 맛을 보는 법이라구." 놈들의 입에서는 더러운 소리가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저런 소리에 Dick이 웃고 있는지 인상을 쓰고 있는지조차 알수가 없었다. 다만 놈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기운을 아스라이 느끼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탕-!!!!!!! 탕-!!! 탕-!!!! 탕!! 그건 순식간이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작스럽게 내 얼굴로 튀어들어온 엄처난 양의 피 때문에 터져 나오는 역겨움을 막기 위해서 입술을 깨물고 숨을 쉬지 않는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뜨겁고 비릿하다.. 완전히 피로 젖은게 느껴지고 있었다. "..........."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에야...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내 앞의 처참한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방금전까지 아가리로 떠들었던 네 명의 새끼들이 이제 누가 누군지 절대 못 알아볼 얼굴로 시체가 되어서 자빠져 있었다. - 리더...니까... 라는 말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분명, 그 새끼들 중의 한 명이 Dick을 자신들의 리더라고 했었다. 그렇다는 건...이 새끼들은..Dick이 모은 놈들이 된다는 거였다. 그..그런데..죽여 버렸다.... 놈들은 자신의 리더에 의해 처참한 시체 꼴로 대가리가 박살이 난채로 죽어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시선을 들었다. 그 곳에는 Mac이 굳은 얼굴로 나와 마주보고 역시나 자신의 앞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남아있던 Dick의 패거리 두명이 엄청나게 덜덜 떨기 시작한다. 급기야... 바지를 적시며 놈들의 가랑이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것은...지린내였다. 나는 숨을 삼켰다.. Dick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나.... 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조금은 말라가던 땀이 다시 등줄기를 타고.. 또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지금 내 목숨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지금...Dick의 눈에 띈.....Mac 놈이 살아날 수 있을까...하는 것. Zenith...내가..저 새끼 살려줘야 하는 거 맞아? 당신의 오빠 말이야. 나는 나도 모르게 Dick에게서 시선을 돌려 Mac을 바라봤다. 내 눈에는 어쩌면 두려움이 배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저 새끼를 어떻게 살리지.. 그러나 내 돌려진 시선을 너머서..... 내 귀에는... 엄청나게 가라앉고...쉬어버린....Dick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눈....어디를 보는 거냐." DIck의 낮고 짜증을 배어내는 갈라진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울린다 라고 느끼기가 무섭게 나는 놈에게 시선을 옮겼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내가 지금 놈의 행동을 주시하지 않으면, 분명 Mac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짜증을 내는 것보다 훨씬 진하고 낮은 느낌이었다. 나는 숨을 들이 삼켰다. 분명, 동일한 시간 내에 울렸던 이 소리는 나 혼자만 이 상황에서 숨쉬기가 힘든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어두워짐과 동시에 Dick놈의 표정은 더욱 잘 안보였다. 그러나 내 시선이 닿은 그곳에 위치하는 그 놈은 분명 일그러진 짜증을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옆의 남은 두 놈은 덜덜 떨면서 Dick에게서 조금도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눈을 떼었다가는 바로 대가리에 구멍이 날 거라는 듯이 벌벌 떨고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쿡쿡....그거...너무 귀여운 질투 아냐?" 큭큭거리는 쉰 목소리. 대가리에다 대고 bat로 세게 후려갈겨도 이런 충격이 올까. 내 옆의 두 새끼도 갑작스러운 그 목소리에 나는 순식간에 시선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옮겼다. 분명, Mac이라는 놈은 내가 놈을 살리기에 너무나도 힘든 상황 속으로 자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도발도 괜찮은데, 개새꺄!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것도 소용없는 거 몰라? Fuck!!! 바로 총성이 울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Mac놈의 대가리가 날라가는 것을 그 자리에서 봤더라도 전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을 거 상황. 나는 위기감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을 느꼈다. 머리카락이 너무 거추장 스러워... Dick이 갑자기 담에서 뛰어내렸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어서 잘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내 눈앞의 붉은 빛이 어지러이 스쳐지나간 다음에서야 내 귀에는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콰직- 바로 퍼지는 피비린내. 내 눈은 그제서야 엄청나게 밀려나 벽에 처박힌 Mac놈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주먹에 피를 흘리며 놈을 노려보고 서 있는 Dick의 뒷모습. "칭찬일까." 그 숨막히는 낮은 소리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는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Dick이 Mac을 한번에 죽이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할까.. "....더러운 회색 눈까리와....절대 그냥 죽이지 못하게 만드는 입을 가졌다는 것." Mac놈의 얼굴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시선만은 웃겨서 죽겠다는 듯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너무나 서늘한 그 모습에 모골이 송연해 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눈은 엄청나게 살기를 담고 있었고 바로 몸을 일으키는 놈의 손에 들린 총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Dick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길 것만 같았다. Dick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얼마나 다행일까. 분명..놈의 얼굴은 지금 내가 볼만할 정도의 살기로 채워져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나 자신도 얼어버렸을지 몰랐다. Dick은 자신을 비웃는 그 눈을 파내 버리고 싶어하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Mac의 그 눈이 웃는다 라고 생각이 들기도 전에 Dick의 손에는 쓰레기통에서 주워들은 깨진 병이 쥐어져 있었다. 순간 저절로 숨이 삼켜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분명히 몇 대 죽일 만큼 내려쳐서 피투성이로 Mac을 만들고 나서야 확인 사살 정도로 총을 꺼내들거다.. 빌어먹을..... Dick의 손에 들린 그 병이 Mac 놈을 내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엄청나게 갈라지고 높아진 내 목소리가 한 공간.. 팽팽해져 가는 한 공간을 유리를 깨듯이 깨뜨려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내었다. "Hey !!!" 나는 무엇을 생각했던 걸까. 그러나..분명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내 뒤에서는 쉭쉭거리는 두명의 쫄다구 새끼들의 침삼키는 소리가 들렸고.. 내 앞에서 서로에게 깨진 날과 총을 겨누고 있던 놈들은 분명 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맙기도 하지... 네 새끼들이 지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분명 내가 죽고 난 뒤에 시체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었을 거다. 내 목 옆에서는 약간의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덕분에 한껏 잠긴 목소리로 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로 죽이려면..나 죽고 나서 해라." 내 목 옆에는 내 자신이 나에게 겨눈 나이프의 날카로운 끝이 조금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놈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J.D...." Mac의 입에서는 엄청난 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분명, 지금 놈의 손에 걸린 Mag(Magnum-총)가 Dick의 대가리를 날리지 않을 것임은 확실했다. 힘없이 늘어져 가고 있는 그 Mac 놈의 총구에 반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Dick의 날카로운 병의 날 끝은..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그러나..놈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는 그 사실에 의존하기로 했다. 병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Dick놈 때문에 나는 내 목에 조금 더 날 끝을 밀어넣었다. 아주 약간이었지만..바로 피가 꽤나 쏟아져 내린다. 고통도 심해졌다. "J.D!!!!!!!!!!!!" 바로 Mac놈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Dick은 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네 새끼가..그 병의 날 끝을 Mac놈의 목에서 거두지 않으면.. 정말 이대로 내 목에 나이프 박아넣을 거다. Zenith를 한 번도 지켜주지 못했으니까..그 정도는 해야 한다구. 이봐, Dick. 네 놈에게 장난이 통하지 않는 거 알고 있어. 너라는 놈도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게 있는데..뭔 줄 아냐? ..나 말이야... 네 새끼에게는 장난치지 않는다는 거. 농담 따위, 하지 않는 거 말이다. 놈이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먹을. 이렇게 나 죽고 나면, 그녀가 반겨줄까. 손에 힘을 주었다. "NO!!!!!" Mac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아직 한 번도 놈의 고함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죽으려니까, 네 새끼가 크게 소리 지르는 것도 들어보는군. 질끈 감은 눈으로 내 목에 조금 들어와 있어서 내가 숨쉬는 것을 힘들게 방해하고 있던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찔러 넣으려는 순간. 나는 내 팔이 엄청나게 아프게 비틀려지는 걸 느꼈다. 더불어서 갑자기 비틀린 팔 때문에 힘이 빠지며 손에서 나이프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내 목에서도 피가 뚝뚝 쏟아져 나왔다. 그 가까이서 끼치는 피비린내와 함께 섞여서 들어오는 그 향내는 Mac의 비싼 향수 냄새가 아니었다. 다만 내 이마 위에서는 다급한 숨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내 머리카락이 서늘서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힘들게 숨을 내쉬는 그 소리는...약간의 담배 냄새와 함께 내 눈가를 간질이고 있다. 순식간에 끼쳐오는 것은..낯익은 놈의 살내음... 그 날 다 느껴보지 못하고 아쉽게 놓아야 했던 놈의 몸이 지금 다시 내게 닿아있다. "나..갖고 놀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턱턱 막히는 힘들게 내뱉는 숨소리....놈이 내뱉은 숨은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아직은..놈의 상처도 아물지 않은 상태니까..그런 걸까.... Dick 답지 않은 낮게 갈라진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초조함이 느껴진다. 팔목이 아프다. 심하게 저려오고 있었다. 두근- 심장이 지랄발광을 시작한다. 내 위에서 느껴지는 숨소리는 놈이 얼마나 당황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분명..내가 나이프로 내 목을 찌르는 것은 물론, 난도질을 한다고 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을 놈이었다. 그렇게 조직원의 죽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놈이었다. 그러나...분명... 지금의 놈은 보통 때의 놈과 달랐다. 내 목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내 목이 뒤로 넘어가려고 할 때, 바로 머리통 뒤로 놈의 커다란 손을 느꼈다. 부드럽게 받쳐드는 그 손에 나도 모르게 안락함을 느낀 건..무슨 이유에서였을까.. "Shit...." Dick의 목에서는 나지막한 짜증섞인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Dick놈이 나에게 주는 그 안락한 부드러움을 계속 느끼고 있을 수는 없었다...Zenith...그녀의 오빠를 살려야 하니까...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Mac....가라고....Fuck off!!!(어서 꺼져!!).!!!" 나는 어질거리는 현기증을 느끼며 Dick의 어깨 너머로 간신히 목구멍을 열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바로 몸이 굳으며 내게서 떨어져 나가려는 Dick놈을 느꼈다. 그 너머로 마주친 Mac의 눈은 짜증과 분노로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내가 놈과 마주친 시선으로 Mac은 느꼈을 것이다. 지금 놈이 떠나지 않는다면, 분명 내가 한 번 더 그 지랄을 할 것임을. 할 수 없이 몸을 돌리는 놈을 그냥 보내지 못하는 Dick이 내게서 몸을 돌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게 틀어쥐었던 내 팔목은 여전히 놓지 않은 상태였다 그 팔이 너무 아팠지만...놓아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게서 점점 떨어져 나가는 Dick의 손은 이미 뒷주머니를 향하고 있었다. 놈의 Magnum을 쥐려는 손짓일 것이다. 그러나 Dick은 그 다음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놈의 목을 세게 감아 버렸으니까. 다시는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세게 놈의 목에 온 팔을 감고 끌어당겼다. 놈의 상처가 내 몸에 다 닿을 정도로.. 내 목에서 흘러내리는 피가..놈의 낡은 셔츠를 다 적실 정도로.... 내 목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내 가슴 쪽으로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Dick놈은 피비린내를 느끼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놈의 눈썹이 찌그러지며 일그러지는 눈가를 만들어낸다. 나는 그런 놈에게 눈을 맞추며...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놈의 표정도 나와 함께 일그러짐에 따라서... 놈이 내 고통에 동요를 하고 있다는 것만을 겨우 느낄 수 있었다. 네 새끼가...나에게 반응하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돼...? 조금쯤은..내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가..신경에 거슬려서...네 새끼가..짜증을 내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되냐고.... 놈의 눈가는 대답을 하기 싫다는 듯이 찌그러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나는 그저 좋았다.. 네 새끼와 닿아있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야.... 그런 놈의 허리를 나는 내 쪽으로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이상하게도..분명 주위에는 시체 따위가 널려있고...아직 벌벌 떨고 있는 애새끼들 두명이 멍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나는 더 이상은 기다리기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벌써...놈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내 몸은 달아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이 거리에는...할만한 데도 많다구... 사실....애태우는 건 너 였어... 처음부터..너와 미친 듯이 뒹굴고 싶었던 건..나였다구... 내 몸을 열고...또 네 옷을 다 벗기고...내게로 이끌고 싶었던 건.. 나였단 말이다... Dick은 지금도 돌아서서 바로 Mac놈의 대가리에 총을 겨누고 싶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느꼈다. 지금은 내게서 못 벗어나, 너. 나는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는 입을 힘겹게 열었다. 그리고 내 팔로 감은 놈의 목을 가까이 끌어당겨서 내렸다. "애태우는 새끼는 싫다며." 목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아...." 내가 이렇게 심하게 찔렀었나..목구멍에서는 신음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숨쉴 때마다 쌕쌕 거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목 옆 상처의 그 열기와 마찬가지로 내 목덜미를 감싸고 머리카락 속에 감아 들어있는 Dick의 체온도 너무 뜨거웠다. 놈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기는 했지만, 사실 완벽하게 저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놈은 언제든지 나따위 내팽개치고 Mac의 대가리를 날리러 갈 수 있었다. 다만...나는 놈이 조금이라도 내 아픈 얼굴을 보면서 그 지랄같은 성질을 잠재워 주기를 바랬을 뿐.....어느 정도..놈이 나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나와 SEX를 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피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저 흥미일 거라는 생각에 입술이 비틀리긴 하지만. 내 힘든 숨을 내쉬는 입술로 놈의 입술에 내려오지는 않았다. 다만 놈은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피비린내와 어질어질한 현기증에 정신이 없던 터라 나는 젖혀진 고개 때문에 놈을 내려 뜬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Dick의 살내음이 너무 유혹적이다. 바로..나를 놈에게 섞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타이밍만 좋았어도..나는 정말...네 새끼를 한 순간도 놓지 않았을텐데.. 계속 끌어안고..미친 듯이 키스를 해 대었을텐데... "..........." 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만 찡그린 인상 너머로 놈의 여유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뿐이었다. 점점 정신이 멀어진다. 안 되는데.... "유혹이라..." Dick의 웃음기를 띤 목소리... 낮게 웃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아련하게 울리는 기분이다. 넘어가는 시선의 너머로.. 놈의 머리카락의 붉은 기운이 어둠을 타고 내려 적갈색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놈의 목을 두 팔로 세게 감고 놓지 않았다. 이번에도 두고 가면 죽여버린다.. 비록 입은 그 말을 내뱉지 못했지만...아마도 내 시선은 확실히 내 의사를 전했으리라... 놈의 얼굴이 희미해진다...분명..내 정신이 이리 혼미해 지는 것은 네 얼굴 때문일 거다.. 나를 바라보는...그 눈 때문일거다.. 나는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엔....." 까슬거리는 목소리. 조금 쉬어 버려서..놈의 목소리는...평소보다도 더 낮게 들린다.. 까무룩 넘어가는 것 같은 내 정신 너머로 놈의 한 마디가 들릴 듯 말듯한 소리를 내었다.. 그것이 어떤 소리인지 정확히...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결국엔...." 나는 눈을 감았다. 정신이 놓이는 기분이다... "....이렇게.....애태울 거면서 말이다...." - Daniel !!! 낡은 창고처럼 보이는 자동차 정비소로 달려갔다. 그는 여느 때처럼 나를 보며 반갑게 웃어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그만 눈물이 날 뻔 했다. 바로 사라질 것 같아서.. 손에 묻은 기름때가 내 머리카락에 묻힐 때에도 나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따뜻하다... - 오늘, 아파 보여요.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 잠을 못 자서 그래. 나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본다. 갑자기 그가 화난 얼굴을 하며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 뭐야, 네 얼굴은 왜 이러냐! - ......... 나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열 여섯 살의 사내새끼가...주변의 애새끼들과 싸우다가 그랬을 뿐이라고.. 그렇게 둘러댈 수도 있었건만..나는 Daniel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죄스러워서 아무런 말을 내뱉을 수가 없다. 이리저리 아버지에게 터져서 당한 상처인걸.. 뻔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도..나에게는 아버지라고 욕설을 내뱉지는 못하고 얼굴만 잠깐 일그러뜨리는 그를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꼈다. 부드러운 선과 차분한 입매를 가진 사람. 서른 한살의 나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얼굴.. 나에게 이런 형이 있었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 - Hey, J.D.!!! 변함 없이도 놀러오는구나? - Hi, Ron. 나는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며 주머니에 들어있던 콜라캔을 던져 주었다. 그가 가볍게 받는다. 나는 다른 콜라캔을 따며, Daniel에게 물었다. - Dan. 오늘 장사 잘 되요? - 잘 되 봤자 두 세 건이지. Daniel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쪽입술을 올리며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 Daniel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 풋! 뭐라고? 그는 한없이 웃기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쪽 손가락으로 시가를 옮긴다. - 이제 드디어 네가 나에게 연애사업에 대해서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구나. - 웃기지 마요....빌어먹을...나도 여자랑 한 번 해보고 싶다구요!! 딱- - 윽! 왜 때려요!! 아프잖아!!! -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 알 건 다 아는구만. - .....하긴 호르몬이 미친 듯이 분출해댈 때긴 하지. - Daniel. - 음. - 우리 집 아래층에 존나 이쁘게 생긴 여자애가 하나 있는데... - 흐음.... - I tried to hit on her.....(데이트 신청했었는데...) - And? Daniel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 ...Fuck.....나 같은 새끼는 싫대요...faggot(게이) 같다나.... - ........ - 여자는 때리지 않을려고 했었지만...적어도 뺨 한 대 갈기지 않을 순 없었다구요. - ....Why....? - 게이라는 말이 짜증났으니까. Daniel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 지껄인다..아마도 그도 내가 그런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짜증났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면서. - Dan은 이렇게 잘생겼는데..애인 없어요? 나는 옆에서 계속 손으로 자동차를 고쳐대며 시가를 피우는 Daniel의 얼굴을 바라보며 친근감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입가에 작은 웃음을 걸었다. - 있어. - 누구? 나도 아는 사람이요? - 아니. - 그럼..어떤 사람인데요? - .......아주......근사한 사람. - 설마...Daniel...짝사랑이라고는 하지 마요!!! - 푸핫! 웃기지 마, 자식아. 이 나이에 짝사랑하겠냐!! 그는 입가에서 시가 향기를 내며 내 머리카락을 흐트렸다. 어찌나 다정한 손길인지...나는 내내 그렇게 내 머리카락 사이에 파고든 그의 손가락을 느끼고 싶었다. 그건.....분명 보통의 어머니가 자식을 쓰다듬을 때는 이렇게 쓰다듬어 줄 것이다..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손길이었다. - 근데, Daniel. 밤에는 어디 가요? - 뭐가. - 나 전에 집 나와서 잠깐 Daniel에게 갔었는데..한 두 번? 갈 때마다 없었다구요. - ........애인 만나러 갔을 때 왔나보지. - 정말? - 음. - 그 밤 내내 안 들어오던데? - .......... - 으..야해라.. - 뭐야!!!!?!??? 딱- 다시 머리에는 부드러운 손길 대신에 아픈 꿀밤이 먹힌다. 나는 아프다고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대서 Ron이 무슨 사고라도 난 줄알고 뛰어 나왔다. 그러나 그 때, Ron의 눈에는 Daniel의 몫으로 사왔던 콜라를 엄청난 힘으로 흔들어서 캔을 따, Daniel을 향해서 뿜어대는 나와, 흥건히 젖어서 시가까지 젖는다고 웃으면서 화를 내는 Daniel의 모습만이 비칠 뿐이다. 그때...나는..왜...말해 주지 못했을까.. 당신이 정말....행복하길 바란다고... 내가...정말로 좋아하고 있다고....아버지보다도 더...어머니보다도 더... 그 때까지..내가 만나온 어떤 사람보다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빌어먹을.... 그리운 꿈을 꿔버렸다..... 목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그것은 시원함과 함께 오는 알싸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내 목구멍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닌...내 목의 표면에 찢어진 상처, 그 자리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다. "으음...." 나는 내 등을 받쳐주는 그 느낌에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않고 몸을 기댄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그저 가만히 감고 목을 시원하게 닦아내는 그 손길을 느꼈다. 갑자기 내 등으로 전해져 오던 체온은 사라지고 대신 푹신한 느낌이 등뒤에 닿았다. 계속 눈을 감고 있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빌어먹게도 나는 놈이 어떻게 할 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 때문인가..짭짤한 느낌이 입가에 스며든다. "정신 든 거냐." 귓가를 울리는 낮은 목소리. 나는 눈을 떴다. 조금 어두운 불빛의 와중에서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Dick의 붉은 머리. 그렇지만...놈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피투성이의 배에 감았던 붕대를 벗겨내고 있는 모습을. 등 뒤에서 보이는 끔찍한 그 상처에 나는 숨이 막혔다. 피가 진득하게 묻어나 있는 붕대는 놈의 등뒤의 상처와 붙어 찢어낼 듯이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조금의 신음조차 배어 나오지 않는 그 독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름다운 등... 수 많은 상처들이 나 있었고....피부는 예상외로 진한 갈색이다... 그것들은 Dick이 얼마나 많은 싸움들을 스쳐지나왔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넓은 어깨를 가로질러서 등까지 하나의 상처. 그리고 최근에 생긴 척추뼈 바로 옆쪽의 커다란 칼 자국.. ".........." 나도 모르게 그 아파 보이는 상처에 새로운 붕대를 감고 있는 Dick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끝이 살짝 놈의 등에 닿았을 때, 놈은 그 손길을 바로 멈추게 만든다. "건들지 마." 낮은 목소리. 그러나....손대지 않고 견딜 수 없게 네 새끼가 만들었잖아. "이리 줘... 내가 감아 줄 테니까." "됐다." Dick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을 쳐내고는 재빨리 붕대를 감아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저랬던 건지..너무나도 익숙한 손놀림. 빠른 속도로 다 감아서 고정까지 시켰을 때까지도 놈은 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진득한 피 냄새. 나는 그것이 꼭 Dick의 몸에서만 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나는 오늘 오후에 입고 있었던 내 피로 얼룩진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지독한 피비린내가 나에게서 풍기고 있었다. 목 쪽의 상처는 얇게 붕대로 치료가 되어 있다. 계속 올라오는 열기는 아마도 놈이 차가운 물로 찜질 같은 것을 해주었던가.. 꽤나 가라 앉아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생긴다. 너 답지 않아..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옷 갈아입어라. 냄새나니까." Dick은 셔츠는 벗은 채로 낡은 청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다. 그리고 창가에 기대어 앉아서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를 마신다. 그 모습이 또 근사해서 나는 잠시나마 넋을 잃고 놈을 바라본다. 그제서야 놈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내 쪽으로 턱 던져진 낡은 셔츠와 청바지를 보면서..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옷은 안 갈아 입힌 거야? 나는 바로 셔츠를 벗어낸다. 목을 스칠 때 따끔한 느낌이...그 자리의 상처의 존재를 확연히 드러나게 해준다. 셔츠를 다 벗어냈을 때, 나는 Dick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걸 보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뭐야....?" 그 눈길이 하도 스산해서 나는 놈을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놈의 눈이 짜증이 난다는 듯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갈아입으라며. 나는 다시 놈을 무시하고 바지를 벗어내기 시작했다. 피가 진득하게 묻어있던 터라.. 잘 벗겨지지 않는다. "미치겠군..." 나는 내 입에서 나온 욕설이 아닌..내 맞은 편에서 들려온 욕설에 놀라서 눈을 치켜 떴다. 머리카락이 시선을 방해한다. 빌어먹을 놈의 머리카락..자꾸 늘어지고 지랄인데.. 꼭 자르고 만다. Dick놈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제서야...나는 놈의 앞에서 바지를 벗어내고 있는 와중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그제서야..나는 놈의 마른 근육의 근사한 몸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손이 얼어버린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내던 내 손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듯이 멈춰 있었다. 이만큼 어색한 일이 있던가.. 그러나 결국 내 손은 빨리 자기 할 일을 해야한다는 듯이 재빠르게 바지를 벗어내었다. "Shit..." 놈도 듣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한 욕설이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바로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부끄럽게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 것 보다야 차라리 등을 보이는 게 나을 것이다. 입은 것은 달랑 팬티 하나뿐인지라 빨리 바지라도 입어야겠다고 새로이 Dick놈이 넘겨준 낡은 청바지에 손을 댈 때였다. 허리에 닿는 엄청나게 차가운 손길에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커다란 손바닥이 내 등에 닿아있다. 바지를 입느라 숙였던 허리가 뻣뻣하게 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찌릿한 전기 충격이라도 먹은 느낌. 마른 손바닥은 허리를 맴돌다 옆구리를 타고 가슴 쪽으로 흘러 들어온다. 어느 사이 엔가 내 목덜미에서는 냉기를 내는 입술이 닿아있다. 쿵- 쿵- 귓가에서 울리는 소리는 엄청나게 뛰어대는 내 심장이다. 미쳐버릴 정도로 울려대는 소리는 내 몸의 핏줄을 타고 하나하나 신경을 다 터뜨려 버리겠다는 듯이 흐르고 있었다. "입지 마."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것은 Dick의 낮은 숨결. 뒷골이 찌릿거리는 느낌이다. 빌어먹을....돌아버리겠어.. 겨우 세워진 내 등에 닿은 녀석의 몸이 느껴졌다. 가슴 쪽에서 움직이는 놈의 손길이 처음의 차가움을 없애며 체온을 뜨겁게 올려대고 있었다. 내 입에서는 한 숨이 섞인 것 같은 신음이 배어져 나온다. "하아......" 내가 입고 있는 것은 팬티 한 장이다. 더 이상 욕구를 감출 수도 없었다. 빌어먹을...진짜 왜이래....? 내 목덜미를 깨무는 그 행위에 나는 결국 허리를 놈에게 밀착시켜 버린다. 놈의 손이 내 아랫배 쪽으로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그만해..." 내 목은 결국은 젖혀져서 놈의 어깨에 기댄 상태였다. 목구멍은 심하게 쉬어져 가고 있는 기분이다.... "Why...?" 낮은 목소리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기 시작한다. "아까처럼 유혹해 보라구..." 나는 돌아버릴 지경이다. 머리로 온 피가 올린 상태에서 바로 터져버린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놈은 그렇지 않아...여유가 있다고.. 그게 나를 이렇게 짜증나게 만든 것일까... 나는 바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 보는 그 눈동자를 응시했다. 내 태도의 변화에 놈이 재미있다는 눈을 한다.. 호오...그래....? 조금씩 놈의 몸을 어루만진다. 여유있는데...아직까지도 말야....응...? Dick... 놈의 팔을 잡는다. 그리고 내 허리에 감게 만든다. 놈의 헐렁한 청바지 너머로 조금씩 흥분을 하는 몸짓이 느껴졌다. 더 가까이 갔다. 몸을 완벽히 붙였을 때, 놈의 몸이 나와 딱 맞는다는 이상한 느낌을 갖는다. 서서히 놈의 팔에 감기는 내 팔. 조금씩 놈과 마찰을 시작하는 내 허리. 점점 표정이 짙어지는 그 얼굴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한 걸음씩 놈을 밀어낸다. 그리고 낡은 소파에 털썩 하고 몸을 기대게 만든다. 놈은 앉아있다. 그리고 나는 서 있다. 그 상태에서 앉은 놈의 위로 나는 내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분명히 느껴져... Dick...너도 느끼고 있는 거야....? 놈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진다. 나는 놈의 위에서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나는 낮게 웃으며 놈의 목에 꺼칠거리며 감긴 붉은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만진다. ".........." 놈의 얼굴은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나를 흥분시키는 그 느낌에 웃음을 웃으면서 말했다. "좋다고 해줘...." ".........." "빨리...." 나는 더 낮게 속삭인다. 놈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진다. 더불어..놈의 하체도..내가 허리를 마찰함과 동시에 엄청나게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대답을 안하는 놈에게 벌을 준다는 듯이 놈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리고 몸을 조금씩 놈에게서 떨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조금 더..조급해 해 보라구...너는..너무 여유로워서..SEX를 할 때도 여유롭다면.. 상대가 화나... 나는 놈의 몸을 조금씩 밀어낸다. 나 자신도 이미 흥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그 순간에.. 나는 또 철없는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제...재미없는데...." 정신을 잃게 만들정도로 쉬어버린 섹시한 목소리. 귓가를 울린다고 생각을 하자마자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손길. 바로 나는 놈의 물건 위에 안착한다. ".....유혹을 하고..도망가는 건..재미 없다구.." 놈의 목소리는 다시 웃음기를 띤다. 그러나..여유로운 그런 웃음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내 허리를 쓸어 내리는 그 손길에 비어져 나오는 신음을 멈추지 못한다. "하...하아.." 놈의 이빨이 내 쇄골에 와서 박히고 있었다. 팬티가 벗겨져 나간다. 나는 완전한 알몸이다. 나는 놈의 바지를 성급하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버클을 열었을 때, 그리고 놈의 물건을 확인했을 때... 그제서야 나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빌어먹을...어..어떻게 하는 거더라...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지금 나는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도망치면..정말 죽여버릴지도 몰라..." 내 귓가에 울리는 낮은 목소리. 아래를 긁어낼 정도로 욕망에 쉬어버린 목소리. 놈의 손이 내 물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으...윽...아...."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추한 비명이다. 추한 신음이다.. 교미는...소리로 하는게 아니라고..나는 그렇게 생각해 왔던 놈이라구.. 그런데 지금 이건 뭐야... 이건 뭐냐고...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흡사 창녀보다도 심하다.. "소리 내. 흥분되니까." 놈의 손이 내 입을 막은 손을 거세게 끌어내린다. 결국 나는 놈에게 어루만져 지는대로 바로 소리를 질러내는 수 밖에 없었다. 허리가 튕기듯이 올라가며 맞닿은 놈의 물건과 마찰할 때.. 죽을 것 같은 쾌감을 느낀다. 말도 안돼...이건 마스터베이션이랑 비슷한 거라구...이렇게 흥분 될 수 없단 말이다... "죽겠군....." 나지막한 목소리.. 나는 내 엉덩이 사이에 닿아있는 놈을 그제서야 확실히 느낀다. ...네가 들어와야 돼... 그래....맞아..그래야 돼... 나는 다리를 최대한 벌려서 놈의 아직 들어오지 않은 물건 위에서 마찰을 했다. "하...하..응...으윽..." 내 허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조금의 여유도 찾아볼 수 없을 때.. 나는 눈을 내려떠서 놈을 바라보았다. 검은 눈이 조금도 내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나는...이미 사정한 내 정액이 엉덩이 사이로 스며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어서 들어와.... ".....넣어 줘." 나는 내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야한 말을 놈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미 머리의 퓨즈가 떨어져 나간 상태인 게 틀림없어. 빌어먹을.. 내일이면..나는 이 사실 때문에 쪽팔려서 돌아버릴지도 모른다고. "뭐라고....?" 놈의 눈이 커진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놈에게 그런 얼굴을 만들게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좋다.. 빌어먹을 일이다..진심으로.. "넣어...줘..." 나는 다시 말을 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이미 엉덩이 사이로는 놈이 느껴진다. "...You drive me crazy...(돌게 만드는군...)"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린다고 싶었을 때, 나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아악-!" 갑자기 뚫고 올라오는 느낌에 실려오는 엄청난 고통은 바로 나를 기절시키고도 남았다. 움직임이 없다. 한 순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빌어먹을.....거짓말이었군." 나는 정신이 놓일 듯이 안 놓일 듯이 휘청거리는 몸을 내 허리를 잡고 있는 Dick의 손길에 의존을 하고 있었다. "..사내새끼들과 잔다며." 나는 까무룩 정신이 놓일 것 같은 기분에 죽을 정도의 괴로움을 느꼈다. 놈의 낮은 목소리는 계속 내 어깨에서 울린다. 나는 힘들게 놈의 어깨를 끌어안고 더 이상은 넣질 않고 참고 있는 놈을 가만히 느꼈다. 괴로워..죽을 거 같다..이렇게 아픈 거였단 말이냐....? "....처음이잖아..." 놈이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넣었다가는 죽을 거 같은데.." 나는 숨을 참았다. 나를 걱정하는 거야...? 설마... 자꾸 기대시키지 마.... ".......해 줘....해 줘....." 나는 죽어갈 정도로 머리가 나간 상태에서 놈의 몸을 계속 채근했다. 더 움직여 줘.. 더 들어와 줘...아직 너를 다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빌어먹을...." 놈은 내 안으로 더 조금씩 밀고 들어왔다. 그 때마다 내 입에서는 찢어질듯한 비명이 새어나왔다. 억지로 입술을 깨물어서 피가 떨어져 나오고 있는 기분이다. 됐어.. 놈이 다 들어온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 몸은 이미 얼얼해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조금씩 시작되는 마찰.... 고통뿐인 괴로움에...그러나 놈을 품고 있다는 만족감에 이상한 쾌감을 갖는다. 그러나...그 쾌감보다 더 순간적인 느낌. 온 몸을 관통하듯이 찔린 듯한 엄청난 쾌감... 순간적으로 지나간 그 느낌에 나는 이제껏 내 목소리일거라고 생각해 보지도 못한 비명을 내질렀다. "여긴가...." 낮은 목소리.. 귓가에서 울리는 그 느낌에 나는 놈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갑자기 한 곳을 다시 놈이 건드린다. "하..!아..악!!" 뭐...뭐야...머리속까지 새하얗게 변해버리는 느낌.... 뭐..뭘한거냐고....Dick...미쳐버릴 것 같아..이 느낌..뭐야...? 나는...고통일지 쾌락일지 모르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움직이는 놈의 허리가...마치 나를 다 삼켜 버릴 듯이 야하고 관능적이며... 다시는 이 감각을 잊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각인을 시키는 느낌이었다. 텅텅거리듯이 울리며 몸이 튕길때마다 내 몸이 놈을 세게 조인다. 그때마다 미칠 정도로 야한 신음이 놈의 입에서 낮게 흘러나왔다. .....금기였던가... 이런 쾌락은...금기였던가... 그래서...너무한 쾌락이기에 세상으로부터 질탄을 받는건가.. 나는 숨을 멈춘다. 놈의 낮은 신음이 내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너...나와 같은 느낌 느끼고 있는 거냐...? 이런...온 몸이 타버릴 것 같은 쾌감...같이 느끼고 있는 거냐고... 놈과 함께 흔들리던 내 몸이 한 순간에 경련을 일으키듯이 찌릿거리며 다시는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놈을 조였다. 쾌락에 물들어있는 그 낮은 신음은..내 귀에서 알싸하게 퍼져나간다... ......놈과는 너무나도 다른 따뜻함이 내 몸 안에서 퍼져 나가듯이.... [BGM] Before I'm dead - O.S.T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O/pop0O123095.asf -------------------------------- - Daniel !!! 눈 좀 떠봐요.. 제발..눈 좀 떠봐요..... 핏빛으로 얼룩진 당신 얼굴이..평소처럼 웃어주길 바라고 있다면.. 그건 욕심인건가... 내 절규가 텅 빈 자동차 정비소의 뒷 창고에서 울려댈 때.. 나는 내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도 나였다. 꿈이군... 빌어먹을 꿈이야..... 어디에다 분출할 길이 없는 분노.. 그건....내 어린 시절의 단 하나의 추억을 빼앗겨버린 것에 대한 공포와 맞물려.. 최악의 고통을 선사한다. 부드러운 손길... 머리카락을 잠시 흐뜨러지게 만드는 것 같은 시원한 손길이.. 이마와 눈가를 스친다. ....정말......꿈인가..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 걸까... Daniel...만약 내가 정할 수 있다면.. 당신이...살아서 내게 마지막으로 웃어주던..그 때까지를 현실이라고 하고 싶어... 그리고.....그 뒤에 일어났던 그 끔찍한 피는.. 내 꿈에 불과 했다고.... 어린 열 여섯짜리 애새끼의...꿈에 불과했다고...그렇게 하고 싶다... 눈가를 쓸어주는 감각이 너무 시원했다. 그러나 그 감각을 잊게 만들 정도로 하체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 고통을 체감하고 나서야 내 심장이 덜컥거리는 느낌을 낸다.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알게 만들어주는... 엄청난 아픔. 죽겠군... 허리가 엄청나게 아픈 느낌이다. 눈을 뜨기가 싫다. 불과 몇시간 전의 일일 것이다. 하나하나 완벽히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놈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했던 내 모습과, 놈의 미칠 정도로 야한 낮은 신음과.....내 몸에 가득 들어 채워졌던 따뜻한 기운까지.... 귀가 뜨겁다. 정말 눈을 뜨기 싫다... 내 어깨에 닿아있는 느낌은...분명히 녀석의 것이다. 눈을 뜨면..분명, 놈이 정면에 보일 거다. 그러면 또 한 번 심장 지랄 발광 떨고 나서..어젯밤의 일 때문에..내가 놈을 유혹하고 애태우느라 했던 낯 빛 벌겋게 변하게 만들 말들 때문에 엄청나게 당황하고 말 거다. - 넣어 줘.... 벌써부터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은 채 하고 있기가 괴롭게, 찌그러진 얼굴에 햇빛이 정통으로 떨어져 내린다. 너무 뜨거워... "....깼는데 왜 눈을 안 뜨나..." 귀까지 뜨거워지는 느낌. 나는 낮은 부드러운 목소리에...또 나를 놀리는 듯한 목소리에... 놈을 있는 힘껏 야려 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두근-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심장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멈춰버린 느낌이다. 햇빛을 받아 붉은 머리가 더 붉게 보였다. 눈썹 아래로 늘어진 머리카락은...분명 내 정신을 앗아가고도 남을 정도로 현란했다. 정신 없어... 반사광이 없는 검은 눈도..오늘만큼은...약간의 빛을 담아 주겠다는 듯이 부드러운 갈색을 띠었다. Shit......그런 얼굴 하지마.. 네 새끼 잘 생긴 거 알고 있으니까. 꼭 내 심장 더럽게 뛰게 만들지 말라고. "......." "......." 눈이 마주친 것까지는 좋은데 귀까지 뜨거워져서 아무 말 못하고 마주보는 나나 그런 상황을 전혀 수습할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 놈이나... 분위기 썰렁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배고픈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일단 이 분위기 탈출하고 보자고. "일어나라. 뭐라도 먹으려면." Dick은 몸을 일으키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열었다. 뭔가..이상한데.... 그제서야.. 놈의 낡은 회색셔츠와 헐렁한 청바지가 눈에 들어온다. 빌어먹을.. 놈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분명...어제 나와 침대에 쓰러져서 한 번 더 할 때까지도.. 놈의 뒷모습에서는 어젯밤 나와의 격렬했던 Sex의 흔적 따위는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더 짜증이 나는 건... 낡은 회색 셔츠에 묻어있는 피. 어깨쪽에 묻어있는 그 피는...분명...놈의 것이 아니다. 놈의 등 쪽에서 배어 나온 피가 아니었다. "뭐야...." 내 목소리가 이렇게 갈라졌었던가... 나는 그대로 침대에 굳어져 앉았다. 나는 어제의 그대로다. 놈과 뒹굴 때처럼 옴 몸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어디 갔다왔어...." 나는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투를 내뱉고 있었다. 분명..적지 않은 양의 피였다. 놈의 뒷 모습을 한 번 보고, 낡은 테이블 위에 놓인 Mag(magnum-총)을 한 번 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놈에게 계속 시선을 두었다. "뭐냐고, 개자식아...너 또 어디 갔다 온거야.." 나는 놈의 등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랄 발광하듯이 외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던가.. 어째서 나는..오늘 놈의 아름다운 붉은 머리카락과 따뜻한 눈빛에... 속았던 걸까..... 왜 놈의 몸에서 배어 나오고 있는.. 지금도 온 방안에서 진동을 하고 있는 피비린내를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또...어떤 개새끼들이라도 죽인거야...?" Dick이 돌아선다. 놈의 얼굴이 너무 싸늘해서 어제의 놈의 뜨거운 열기가 배어있던 눈빛 따위는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내 목소리는 이제는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 놈의 얼굴은 실제로 진심어린 짜증을 배어낸다. 놈 답지 않게 내게 추궁을 당하는 걸 참지 못하는 것이다. 너는...내게 너무 벅찬 놈인 걸까.... 왜...부정은 안하는 건데....? 나는 목구멍이 터질 정도로 갈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내 목구멍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갈 리가 없었다. 다만 메마르고 거친 쉰 목소리가 나갔을 뿐이다. ".....Sex를 하고 나서도 누굴 죽이러 나가야....하나.....?" 나는 놈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일어섰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지만, 이게 다음날 아침에 Sex를 하고 난 후에 정상적인 꼴이라고. ".....나랑 뒹굴다가도 말이야....그렇게 나가서..피비린내를 풍기고 들어와야 한단 말이지...?" 내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빌어먹을.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의 근사했던 이 개자식에게.. 몇 번이나 내 머리를 돌게 만들었던 이 자식에게....아직도 내 허리에 짜릿한 통증과 쾌감을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이 빌어먹을 놈에게.... 찐한 Kiss를 해 줄 생각이었다. 놈의 눈가는 짜증을 배어낸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자기 어깨에 묻은..피를 바라보고 나지막한 욕설을 내뱉는다. 아무렇게나 쓸어 올리는 붉은 머리카락은 여전히 열린 창문으로 태양 빛을 뜨겁게 받아내며 반사를 하고 있다. 놈과 내가 하루 같이 잤다고 해서..그 관계가 조금 더 깊게 발전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던 건...오로지 병신 같은 J.D 나뿐이었던 거다.. 나는 서둘러서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놈과 마찰을 했던 곳은 아직도 스칠때마다 찢어진 것처럼 고통을 호소했다. 셔츠 속으로 머리를 밀어내며 나는 놈의 아파트 방문을 열고 뛰어 나왔다. 내 모습을 노려보는 놈의 시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나를 붙잡지도 않는다. 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놈은 나를 따라나오지 않는다. 나를 잡으러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지....당연한 거라구....네 새끼가 지금 좀 이상한거야, J.D. 마치....애인한테 하듯이 놈을 대하고 있단 말이다... 병신같이 뭘 기대했던 거냐, J.D. 네 새끼는 저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냉정한 놈에게 뭘 기대했던 거냐고. 빌어먹게도...내 눈가에서만 짜증 섞인 물기가 배어 나오는 거 같았다. 미친 듯이 뛰어나온 아파트의 입구에서는 따뜻한 햇살이 떠오르는 아침을 알려주듯이 아름답게 비치고 있었다. 낯익은 이 장소는....빌어먹게도 너무나도 Paul의 집에서 너무나도 가까운 자리였다. 나는..괜히 Paul을 생각하며..또 이렇게 가까이 있던 Dick놈을 찾아내지 못한 내 무능력을 생각하며 짜증을 내는 미간을 도저히 다시 펼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느꼈던 그 빛마저 진실로 짜증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짜증나는 일은...더 열받는 일은... 내가 놈의 아파트를 기억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는 것. Sex를 하고 나서, 나를 버리고 나가고.....더러운 살인을 하고 셔츠에 피를 묻히고 돌아온 그런 개자식을 영원히 못 보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라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외우고 있다는 것. 그런 놈을 정신나갈 정도로 원한다는 것....한 번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욕망을 다 채울 수 없다는 것... 아마도..... 놈에게 내가 바라는 게...Sex 이상의 것일 거라는...그런 두려운 느낌을 깨닫는 것.. 정말 모두모두...하나하나..... 개같은 일이다. 청바지를 뒤져서 나오는 돈은 동전으로 전부 다해서 1달러 75센트. 젠장....간단히 아침 먹을 돈도 없군. 몸은 왜이렇게 비실거리는 건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해대는 내 허리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게도 놈의 아파트 앞에서 아직도 나는 얼쩡이고 있다. 뭐야...왜이렇게 미련투성이야, 개새끼, J.D. 놈이 따라나와 주기를 기대라도 하는 거냐고. 참...바보같은 꼴이라니까... 그나저나.... 머피 놈에게는 뭐라고 한담... 나는 오렌지를 사러 갔다가 행방불명 된 나를 얼마나 짜증을 내면서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나도 눈에 보이듯이 뻔한 머피 놈에 대해서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바로 아파트의 앞거리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다다랐다. 전화기에 손을 얹기도 전에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빌어먹을 정도로..놈을 기다리는 어리석어보이는 내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다. 그렇지만....어제의 네 새끼는... 정말...내게 미친 것 같았어... 나를 그렇게 착각하게 만들다니...아주 악마같이 못된 놈 아니냐구... 나는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아침을 밝혀오는 따뜻한 햇살이 귓가로 떨어져 내린다. 그와 동시에 내 귀에는 어제 나를 돌아버리게 만들 정도로 섹시했던 놈의 낮은 신음이 울리는 것 같았다. 나...정말 된통 빠져 버린거야... 정말 미칠 지경이라구..... 네 새끼가 나에게 빠지게 하고 싶었어...그런데..결국.... 이런 꼴이 된 건 나로군... 나는 자괴감이 섞인 웃음을 지으며 몸을 어렵게 일으켰다. 그리고는 한참을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Paul... 왜 이럴때...네 생각이 간절한 걸까.... 왠지...네 놈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아침이었다면...나....잠시나마 Dick을 잊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나는 수화기를 들고 전화기에 동전을 넣었다. 빌어먹을..... 뜨거운 햇살이...Paul....너를 생각나게 만들어서 내가..내가.... 미안해. 나라는 새끼..다시 보고 싶지도 않을텐데.. 네 놈 말이다... 더러운 갱 새끼 따위...다시 보고 싶지도 않을 텐데.. 나는 전화를 걸었다. 놈의..낡은 아파트로...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아직 일을 나가지는 않았을 거다. - Hello. 친근한 Paul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게 만드는...친절한 목소리. 순간적으로 나는 놈과 통화하는 데서 어려움을 느꼈다. fuck..... - Hello? 저 너머에서는 다시 한 번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버렸다. 열지 않는게 좋았을텐데. "Hey...man...." - ....... "나야....." 아마도 내 입가에는 쓴 웃음이 걸렸을 거다. - ....J.D.... Paul 놈의 목소리 너머로 Jim의 목소리가 들렸다. - J.D? J.D야? 정말? 요즘 왜 안 놀러와!!!! [Jim. 지금 아빠랑 통화하고 있으니까..] [싫어!! 요즘 Jim 보러 놀러오지도 않는단 말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걸어버렸다. Jim...너 아직 아저씨가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래.. 빌어먹을.. 몇 번이고, Jim 녀석과 실랑이를 하는 Paul의 목소리가 들렸다. - J.D...너 괜찮냐..? "....괜찮아...너는?...." 나도 모르게 다시 눈가가 시큼해 지는 느낌이다. 네 새끼가 걱정이었어.. 나 때문에 피해입지 않았을까 해서... 그런데..놈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다급한 느낌이지...? - 우리 피자집도 잘 되고 있어. 그런데 웨이트리스들에게 제.복. 이라도 입히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 갑자기 무슨 소리야....? Paul...? - 그런데, 네 빨.간. 머리 친구는 잘 있어? "........." 빌어먹을!!! 나는 그제서야 눈치를 챘다. 놈의 다급한 목소리의 이유를.... Paul 놈의 주위에 경찰 새끼들이 깔려있음을. 분명, 내가 한 번쯤은 Paul 녀석에게 연락을 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을 거다. 그리고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Paul은 내게 어떻게 해서든지 그 상황을 전하고 싶었던 거다! 경찰 새끼들의 제복이나, 빨간 색이라는 경찰차의 사이렌 색깔. 진짜 끝장날 일을 알아버린다. 이 거리. Paul의 집에서 길어봤자 10분 거리인 곳. 빌어먹을!!! 철컥- 내 손이 수화기를 세게 내려놓기도 전에, 수화기가 놓일 자리를 거세게 쳐 내리는 피투성이의 손. 뭐...야......? Paul의 목소리는 전화 너머로 사라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멍한 눈빛으로 내 앞의 수화기자리를 누른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다시 눈 앞에 보이는 건 온통 붉은 빛 뿐이었다. 그리고 나지막하지만 분명 뛰어왔음에 분명한 조금은 숨찬 숨결... 낡은 전화박스 안을 가득 채우는 존재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 놈의 한 쪽 손이 아프게 내 팔을 잡았다.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서... 아직도 이 거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빌빌대고 있던.. 조금의 기대라도 바라고 있던 내 모습이 개 같아서...눈가가 짜릿하며 짜증이 솟구쳤다. 그리고...그 너머로 내게 오는 이상한 느낌.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나를 잡았다는 기쁨에 떠는 내 몸이..너무 신경질 나서.. 내 정신이 병신 새끼라고 몇 번이나 욕을 해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나는 깨달았다... 놈이 이상하다는 걸... 놈의 얼굴은 조금 낯빛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숨결도 굉장히 거칠었다. 설마...나를 찾아서 뛰어온거냐...? ....또 병신같은 착각하게 만들지 말고, 어서 꺼져. .....젠장...... ".......!!!!??" "...나 돌아버리게 만들지 마." "..........뭐....?" "....네 새끼 찾아서 헤매게 만들지 말라고." 나.....지금 봤는데..... 어째서...이렇게...네 팔에서..붉은 피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거야....? .....뭐...냐고......Dick......? 그 다음에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 수 가 없다. 어째서 내가 지금 붉은 머리의 이 새끼에게 멱살을 쥐여서 좁은 골목으로 끌려가고 있는지. 엄청난 속도로 나를 이끌고 도망가는 놈이 막다른 한 골목에 다다랐을 때.. 놈이 흘린 핏자국만으로도 분명 우리는 잡힐 거 같은 느낌이다. 어째서 내가 낡은 담 너머로 넘겨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놈의 뒤에서는 경찰들의 사이렌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고 있는지... 왜 이렇게 오늘따라...놈의 붉은 머리카락은 이렇게 빨갛게 빛나는지... 모두 다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 놈을 놓을 수 없다는 것. 놈이 내 팔을 아프게 잡고 자신의 옷에서 잡아 뜯어 낼때까지도.. 내 팔에 놈의 피가 흥건히 묻어 나올 때까지도 나는 계속 놈의 옷을 붙잡고 있었다. "놔!" 결국, 점점 그 사이렌 소리가 커질 때, Dick이 내 팔을 거세게 떼어내려고 팔목을 틀어쥐며 비틀었다. "왜!!" 나는 놈의 멱살을 틀어쥐고 조금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자꾸자꾸 밀어내는 놈의 손길에 반대하여 내 몸은 계속 놈 쪽으로 기울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놈의 얼굴은 굉장히 짜증스러움을 내뱉아 내면서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왜..이래...왜..왜 이러냐고!!! Dick!!!!!" 나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놈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러나...그 뒤로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아침의 공기를 와장창 깨버릴 정도로 소란스러운 느낌은 나를 이제까지 느끼지 못한 공포에 절게 만든다. "일이 조금 틀어졌다." 놈은 계속 나를 놈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틀어졌는데 왜! 왜! 나를 자꾸 담 너머로 보내려고 하는건데!! 내 멱살을 잡고 거의 반을 내 몸을 넘기고 있는 놈에게 겨우겨우 멱살을 잡고 매달리며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애원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Dick!!!!!!" 나는 놈의 얼굴을 한 대 갈겼다. 도저히 내 팔을 움켜쥐고 담장 너머로 나를 넘겨대는 놈의 손길의 힘이 거역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해서였을까..... 아니면 놈의 팔에서 흥건히 피가 배어져 나오는 총자국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였을까... 너는 다시 피에 그렇게 물들었어.. 이번에도 네 새끼 버리고 가게 만들거면... 나 죽이라구. 차라리 나 죽게 만들라고. 놈의 얼굴은 맞았던 입가의 피를 뱉어내고 다시 나를 돌아봤다. "그 길로 straight(직빵)으로 뛰어가면 어제 나랑 마주쳤던 골목이 나올 거다." 나는 발버둥을 친다. 놈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광을 했다. "....말도 안 돼. 이거 놔!!!!" 나는 비명을 질러 대었다. 덕분에 경찰들이 우리를 더 빨리 발견하겠지만.. 차라리, 그래서 네 새끼랑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같이 잡히게 해 달라구. "이번에 나 두고 가면 죽여버릴 거다!!!!진짜, 다시 찾아서 꼭 죽인다고!!!!" "거기에, Fuckery(창녀촌)이 하나 있어. 낡은 건물이고, 어제 너와 내가 한 번 봤던 부근에 있으니까 금방 찾을 거다." "이거 못 놔!!!!!!!!!!...가..같이가, Dick!!!! 제발!" 놈의 얼굴이 급속도로 파리해 지고 있다. 분명...등 쪽의 상처까지 터져 버린 게 분명했다. "나와 가면 너 잡힌다고." 억지로 숨을 뱉어내는 목소리. 그러나 입가에는 무서운 웃음이 담겨있다. "그 포주 새끼한테 가서 Dick이 보냈다고 해." "...죽여 버릴 거야!!! 이거 놓으라고!!!!" 나는 있는 힘껏 발악을 하며 놈에게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놈이 내 목을 세게 끌어당긴다. 뒤에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귀가 멍할 정도로 울려대고 있었다. 한 순간의 숨의 틀어막힘. 그 뜨거운 느낌에 내 동공이 퍼지고 있다는 걸 나 자신도 느낄 수가 있었다. 놈 답지 않은 뜨거운 열기를 내는 입술이 나의 입에 닿았다.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뜬다. 감겨진 Dick놈의 눈은 키스를 하는 단 한 순간도 떠지지 않았다. 얼얼할 정도로 뜨거운 키스. 다시는 못 만날 것처럼 헤어지는 혀. 숨이 막힐 것 같은 아픈 심장에 눈가가 고통을 느낄 때, 나는 놈의 눈이 떠지는 걸 보았다. 순간적으로 마주친 시선. "나라는 놈 알잖아..J.D?" 팍- 마지막으로 입술이 떨어져 나갔을 때, 나는 내 몸이 담 너머로 세게 밀쳐진 걸 느낀다. 어리석게도 놈의 달콤한 숨결에 나는 놈의 손을 놓았던 거다. "Freeze!!!!!(꼼짝 마!!!)" 떨어져 내린 등으로 느껴지는 고통보다...놈을 놓아버린 내 어리석음에 심장이 찢어진 것처럼 너덜거렸다. 그러나 나는 몸을 일으켰다. 비틀비틀 거리면서 내가 가야 할 곳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담장 너머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벌써 알아버린 경찰 새끼들이 나를 잡으려는 발악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내가 그 골목을 다 벗어날 때까지도 놈들이 나를 뒤따라 담을 넘어오지 못했다. Dick 놈의 마지막 시선에 희망을 걸고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놈이 알려준 그 곳으로 정신 없이 뛰어가고 있었다. - 살아있을 거다. 네 눈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걸...믿는다...네 새끼가..그렇게 죽을 리가 없을 테니까.... "Freeze!!!!!!!!!! (꼼짝 마!!!!)" "Freeze!!!" Dick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다만... 저 담장 너머로 들리는 경찰들의 소란스러운 철컥거리는 총알 재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BGM] P5hng Me A*wy/Maike Hinoda(Feat. Stephen Richards) - Linkin Park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129199.asf 나는 겨우 숨을 내쉬었다. 목구멍에서는 이제 비릿한 피비린내가 올라오고 있었다. 몇 번이고 몸을 숨겼다가 뛰고 숨겼다가 뛰고 했던 것 같다.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는 강한 바람은 내 앞에서 세게 불어오며, 마치, 나를 밀어내서 빌어먹을 경찰, 개새끼들에게 던져주고 싶다는 듯이 심한 저항감을 주고 있었다. 나는 경찰 새끼들이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미친 듯이 뛰었다. Dick의 말대로의 Straight way는 내게는 이상하게도 미칠 정도로 복잡한 길이었다. 도저히 한 번에 주욱 달려가는 그런 길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찌든 불안감과, 당황함과 분노와 짜증. 그리고 빌어먹을 정도로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과 터져 버릴 것 같이 이제 더 이상 공기를 수용하지 못하는 폐. 모든 게 엄청난 고통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다. 겨우 으슬거리며 도착한 건물의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밀려오는 토악질을 목구멍 저 너머로 억지로 삼킨다. 빌어먹을 정도로 굉장히 괴로운 느낌이었다. 주위에서 역겨운 정액냄새가 난무하고, 건물에 들어오기 전 바깥에 있던 이른 아침부터 길거리로 내 몰린 창녀들은 벌써부터 다리를 벌리고 누군가를 유혹해서 오늘을 넘겨야 한다는 괴로움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빌어먹게도 이 건물은, 전에 Zenith와 닮은 여자를 만났던 그 건물이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나는 왜 그랬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여자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를...찾고 있었던 것 같다. 붉은 머리의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자, Original 금발 글래머... 조금은 어떤 배우를 닮은 것도 같은 여인.... 그렇지만..그 안에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헐떡거리며, 잠시 건물의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걸어나가기만 했다. 비틀거리며 건물의 벽에 손을 짚고 조금은 힘든 숨을 내쉰다. "Look !!!! There !!!!! (저기!!!)"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등줄기로 한차례의 소름이 지나가는 걸 느꼈다. 들킨...건가.... 내 몸은 그대로 굳어져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Dick 새끼가 그렇게 열심히 나를 도왔는데..이렇게 빌어먹게 잡히고 마는 거야...? "....그 새끼 맞아요..!!!!!" "....Shit...." 그러나, 뒤에서 들려온 것은 익숙하지 않은 Russian 억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며 피비린내가 올라와서 터져버릴 것 같은 폐를 잡아쥐고 뒤돌아 섰다. 바로 얼마 전에, 만났던 Russian 새끼들이 보였다. 도망친 몇 명의 새끼들이 나를 알아본 거다.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분명 내가 이상한 놈인 것이리라. 나는 숨을 조금 돌렸다. 그럴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은 괜히 경계하는 눈초리로 주위를 살폈다. 그런 그들에게 여자들이 이상하게 엉겨붙으며 유혹을 한다. 그렇지만, 놈들은 굉장히 불안정해 보였다. 아마도....Dick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놈들 중에서 꽤나 중압감을 가진 놈이 앞으로 나온다. 샛노란 머리색깔이 놈이 정말 러시아인같이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코가 굉장히 높고 꽤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키는 그렇게까지 큰 느낌이 아니다. "........" 나는 헉헉 숨을 내쉬며 놈을 노려보았다. 아마..리더인 것 같은데... "너희들..설마, 이런 애송이 새끼한테 당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 나는 말없이 조금은 시선을 제어하기 힘든 눈으로 놈을 노려본다. 놈의 창백한 피부가 피부위로 핏줄이 보일 정도로 얇다는 느낌이 들었다. 죽을 정도로 피곤한데..또 한 바탕 해야하는 건가.... 하고 어지러운 짜증과 불만을 느끼고 쓰러져 갈 정도까지 되었을 때, 내 뒤에서는 꽤나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만으로도 그 체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난은 치지마, 안드레이." 내 앞의 창백한 피부의 꽤나 잘생긴 Russian은 얼굴을 풀며 내 뒤에서 들린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준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장난에 불과하잖아, Rockey." 놈은 방금전까지 내게 걸려고 했던 시비가, 절대로 장난에 불과했다고 믿고 있다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내 뒤의 놈을 쳐다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그 후에, 다시 들리는 묵직한 목소리. "이 꼬맹이 새끼에게는 그런 장난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그 말투에 내 뒤의 놈의 몸에 자석이라도 달려있다는 듯이 나는 시선을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흡사 거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덩치가 큰 사내가 빛을 등지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빛은 길게 늘어지는 검은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그 그림자가 나를 다 덮은 것 같았다. 어둡다. 그럼으로 인해서...더 놈의 체구가 크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Dick은...?" 내 앞의 사내는 온갖 인상을 쓰며 나를 내려보았다. 상당한 덩치에 살도 덕지덕지 붙어서 절대 완력으로는 이길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키도...Dick과 견줄 정도로 엄청나게 컸는데.....꽤나 둔해 보이기도 했다. 내려다 볼 때의 압박감도 상당하다. 네 새끼가.....그때 그녀가 두려워했던 Rockey라는 포주 놈이군.... 그리고...Dick이 찾으라고 했던..그 놈인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이제까지 설명했던 걸, 또 다시 설명하라는 듯이 묻는 놈의 질문의 저의를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저 발끝부터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느낌이 짜증났을 뿐이다. "I dont' know. (몰라.)" 나는 놈을 아래에서 눈을 치켜 뜨며 바라보았다. 놈의 키가 커서 나는 그렇게 노려봐야만 했다. 분명, 내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사내의 얼굴은 서서히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네 새끼가 온 것 보니...Dick놈에게 뭔가 일이 터졌군..." 나는 그 아무렇지도 않게 무미건조한 말투가 너무 짜증이 나서 놈에게 뭐라고 짜증 섞인 욕설을 내뱉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무언가, 나의 다급하고 절박한 심정과는 다르게, 놈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한, 그런 말투였다. 그 옆에 있는 얄싹한 얼굴의 러시아 새끼는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Dick 그 새끼가 우리 쪽 놈들 몇 명 박살냈었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굉장한 짜증을 섞어서 내게 닿고 있었다. "장난이라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심했다고." 놈의 시선이 마치, 그 자리에 나도 있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푸른 눈동자로 살기를 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런 러시아 놈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비꼬듯이 웃었다.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놈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꼭, Dick 새끼 잘못만도 아니야. 나도 좀 건들어 줬거든. 그 애송이들 말이다." 나는 웃겨서 죽겠다는 듯이 놈을 노려보며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하나하나 Russian새끼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말로 골라서 내뱉았다. 벌떡 일어나서 바로 날 죽일 듯이 달려들려고 하는, 놈을 Rockey라는 놈이 엄청난 속도로 의자에서 일어나서 저지했다. 도저히, 그 몸집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종류의 스피드가 아니었다. 내 코앞에서 손가락에 끼워진 흉기 같은 반지들로 나를 공격하려던 러시아 놈이 뒤에서 잡아당겨져서 겨우 멈췄다. "Dick 성질 알면서 이러냐, 안드레이. 그만해라." 놈의 헉헉거리는 열 받는 숨소리가 바로 내 코앞에서 울렸다. 그런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비릿하게 웃어주었다. 빌어먹을 정도로 짜증나는 위압감을 가진 사내는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Are you a fag(faggo- 게이) (너 게이냐)?" "........" 머리가 순간적으로 띵한 느낌이다. 뭐라고 말을 해야 했을까. 어젯밤 전까지는 아니었는데.....분명, 노말이라고도 할 수 있었건만... ...그 놈과 잔 이후로.....그 후로는 게이라고....? "요즘, 그 자식이, 좀 이상하다 했더니만." 사내는 혀를 끌끌 차며, 의자를 끌어다가 그 커다란 엉덩이를 겨우 붙이고 앉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자리를 권하지도 않고 뚱뚱한 다리를 어렵게 꼰다. 갑자기 그 옆의 Russian 새끼가 Rockey를 노려보며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Rockey?" "........" 남자는 조금 짜증이 난다는 듯이, 진절머리를 내며 작은 테이블 쪽으로 다가섰다. 낡은 의자는 그가 일어나자 살았다는 듯이 삐걱거린다. 아무말 없는 Rockey라는 놈 대신 안드레이라는 새끼가 나를 노려보며 서늘하게 묻는다. "You made a pass at him.(네가 그 새끼를 꼬셨군...)" "What?" "빌어먹을..놈답지 않아. 정말 이건 놈답지 않다고." 사내는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케이스에서 질 좋은 시가를 꺼내더니 곧 그 끝을 잘라내고는 조용히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나서 나를 흘끗거리며 노려본다. 나는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Dick......그 새끼가....." 여전히 입가는 일그러지고 짜증을 뱉어내는 모습이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는 나도 마찬가지로 같은 인상이 써지는 기분이다. 갑자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돼지 놈이 허탈한 웃음을 지어내며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이 포주답지 않게, 너무나 소박해 보이는 웃음이라 나도 모르게 눈이 꽤나 크게 떠지는 수밖에 없었다. "얼굴 풀어, 이쁜이." "........." 대답하지 않고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놈을 노려보았다. 몸은 흔들흔들 거릴 정도로 지쳐있었지만, 사실, 이 새끼를 덜컥 믿을 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뭔가...어리숙하게 보이는 넓적한 얼굴을 하고서도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놈이랄까. "이리 오라구, 네 새끼가 당분간 숨어 지낼만한 방을 가르쳐 줄 테니까." 나는 움직이지 않고 잠시 Rockey 라는 놈을 노려보았다. 그리고..진실로 궁금했던 질문을 결국은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Dick..이 어떻게 될지 알아...?" 놈이 나를 느긋하게 돌아서던 어깨 너머로 쳐다보았다. 꽤나 나이가 들은 얼굴. 한...30대 후반....? 40대 초반....? 놈은 자신의 손가락에 다시 시가를 옮기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을 입가에 지어 올렸다. "알게 뭐야. 지가 원하는 대로 뒤지겠지." 순간 머리가 획 돈다는 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뇌 신경에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었다. 나는 손에 힘을 주고 놈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You fucking ass hole!!!!! 놈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놈이 순식간에 엄청난 완력으로 내 팔을 잡아서 비튼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나에게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괴상한 완력이 느껴졌다. 놈도 상당히 내 힘에 놀랐는지 꽤나 눈을 크게 떴다. 동공이 퍼지는 것조차도 그 덩치답게 여유가 있다. "Hey..Cool off...(이봐..진정하라구..)" 결국 그제서야 나를 말로 타이르겠다는 듯이 놈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낸다. 작은 방안은 이제 내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열기로 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공기가 하나도 통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 새끼가..나에게 너를 보낸 이유가 다 있으니까." "What....?" "결국...그 놈 빼내도록 뒤에서 요리하는 건 나란 말이다. ...연방수사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빼내야 하는 게, 좀 힘들긴 하겠지만..... 일단, 며칠쯤은 좀 입다물고 기다려봐." "........" "이번에는 너무 사고를 많이 쳤어.....그렇지만, 전에 놈이 말해 둔 것도 있고.... 뭐, 아예 해결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겠지....." 놈의 말을 잘랐다. "당신...믿을만한 사람이야....?" 나는 놈을 노려보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물었다. 조금이라도 그 위치에서 더 움직이면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내 목에 걸쳐진 러시아 놈의 손에 끼워진 이상한 무기 같은 반지들의 서늘함을 느끼며. 그러나 Rockey 놈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또 포주 같은 악랄한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순간적으로 근사한 순수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내는 법을 알았다. 그것은 사람의 신의를 얻어낼 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 빌어먹을 개자식과는 거의 15년도 넘게 알아오고 있다." "......" "이 정도면 되냐? 네 새끼도 성질 아주 더럽구만. 이봐, 안드레이..너 못지 않은데? 크큭... 어린 나이에 너무 의심이 많으면 못 쓴다고." 놈은 내 손에 잡힌 멱살을 빼내고는 다시 자신의 양복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가를 다시 입에 문다. 향 좋은 그 냄새가 정말 나를 유혹하고 있다. 근육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지친 몸이..그제서야 내가 어제 Dick과의 격렬한 Sex로 얼마나 지쳐있는가를 말해준다. "놈이 침대에서는 잘해 주디?" "!!!!" 그 황당한 느글거림에, 나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놈을 살기충전해서 노려보았다. 내가 지금 이 개새끼에게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그 눈 좀 풀어봐. 다 알고 있으니까, 꼭 그렇게 도끼눈 할 필요 없다구. 그 새끼 사내자식 안는데, 그렇게 역겨움을 느끼지 못하는 놈이니까." "....뭐......?" 머리까지 불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 ...잘 못 들은 거겠지. "....몰랐나..?..." 약간 당황한 듯한 그 목소리에 황당함을 느끼고 더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놈은 내 앞에서는...아무런 말도 없었다고. 언제나..여자만 안고 있는 모습을 봤을 뿐인데.... "그 새끼 Sex 할 때, 죽여주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다구." 갑자기 옆에서 안드레이라는 새끼가 비릿하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그러나 그 눈빛은 너무나 서늘하고 짜증 섞인...이상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의 눈빛과 조금쯤은 닮은 것이었다. 조금은 추악한 질투. "특히, 한 번 빠져나갔다가 밀고 들어올 땐 말이야... 머리의 스파크가 나가버리는 기분이지?" 내 앞의 노랑머리를 쥐고 벽에 그 대가리를 박아버리고 싶었다. 그러지 않은 것은, 내가 이 상황에서 그런 추한 꼴을 보였다가는.. 분명, 놈에게 질투라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나를 안을 때의 그 여유로움은...사내새끼를 처음 안아보는 게 아니어서 그런 거였어... 나는 다만 살짝 입술을 깨물었을 뿐이다. 원래부터, 내 거는 아니었던 놈이다. 지금도 어차피, 내것이라고도 할 수 없는 놈이고. 그런 것 쯤이야..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건데.. 내 이 빌어먹을 질투심은 뭐냐고.. 견딜 수 없이 열 받는 이 기분은 뭐냐고!!! "...그만 쉬어야겠다, 이쁜이. 얼굴 엄청 안 좋은 거 같은데." 사내는 내 팔을 잡고는 아무런 저항 없이 움직이는 나를 한쪽 복도의 끝으로 데리고 갔다. 내 뒤에서는 그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안드레이라는 새끼가 남았다. 복도를 지나는 내내,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마주쳤는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Rockey 놈의 입에서는 욕설이 비어져 나갔다. "Hey!! bitch! 가서 일이나 해! 왜 벌써부터 골골거리고 지랄이야?" "아응~ Rockey. 오늘은 너무 장사가 안 되요. 게다가 너무 더워." "야, 이것들아, 나가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어 보라고! 몇 새끼들 쯤이야 네 년들 구멍에 혹해서 넘어오지 않겠어?" "그럼, 당신부터 유혹해 봐도 되요?" 빨간머리의 여자가 농염한 표정을 지으며 Rockey의 얼굴에 손가락을 살짝 스친다. 그런 여자의 손을 거세게 쳐내며 Rockey놈은 내 팔을 잡고 계속 걸어나갔다. "농담이라도 하지 말라고~!!너 같은 뻘건머리는 내 취향이 아니야!" 껄껄거리면서 웃기는 하는데...... 도대체...저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나로서는 절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다만 눈앞에 타는 듯한 붉은 머리의 여자가 스쳐지나갈 때... 그녀와는 다른..또 다른 붉은 머리카락이 생각이 났을 뿐... 어질어질한 정신의 너머로...복도가 으스러져 보이는 건...나에게 뿐일까... "이봐...정신 좀 차려 봐." 아스라하게 멀게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 팔을 잡는 손에 겨우 몸을 쓰러뜨리지 않고 냄새나는 복도 끝의 작은 방문 앞에 섰다. "일단, 여기서 한 사흘 정도만 죽은 듯이 입막고 지내." "......." "....Dick...그 새끼는 어차피, 내가 끝까지 뒤를 봐야 하는 놈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언제....풀려나올 수 있는 건데...?" 나는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상태에서 멀겋게 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나는 그 새끼를 볼 수 있는데. 언제....나는 그 새끼..다시 만져 볼 수 있는데....? "....경찰 내의 연락망이 있으니까, 일단은 한 번 시도 해 봐야지. 오래 끌면, 나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게 사태가 갈 수도 있어." ".....Shit......" "어서 가서 자라, 꼬맹이. 이미 눈이 맛이 갔다." 나는 미칠 정도로 어지러운 괴로움을 느끼며 토악질을 하지 않았음에 겨우 안심하면서 낡은 침대에 몸을 뉘였다. 깊숙이 몸이 파묻히는 느낌이다. ...너는...지금 이 순간....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나...너무 돌아버리게 만들지 마..... 너무..기다리게 만들지도 마.... - Daniel. - 왜. - Daniel 애인..나도 한 번 만나보면 안 되요? 그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시가를 한쪽 입으로 옮겼다. 그리고 자동차의 엔진을 만지며 내 쪽으로 손을 내민다. - 네 옆에 있는 것 좀 던져라. 나는 내 옆에 있는 공구를 Daniel의 손으로 옮겨 준다. 말을 돌리려는 듯한 그의 말투에 나는 괜히 심술이 난다. 계속 기름때를 만지며 대답을 않는 그에게 결국 나는 다시 말을 걸고야 말았다. - Are you dissing me?(지금 무시해요?) 빨리요. 대답 좀 해 보라구요. - 글쎄...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 어떤 여잔데요? - .......... - 나이는 많아요? - 나보다 어려. - ......흐음..남자들은 역시 어린 여자를 좋아하나? - ....너도 그러냐? - ....이봐요, Dan. 지금 내 나이에서 나보다 어린 계집애면, 핏덩이 아니에요? Sex할 때 안는 맛도 없는 그런 계집애 따위는 싫다구요. 퍽- 나는 내게 날아오는 공구를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사실은, 가만이 있었어도 맞지는 않았겠지만. - Fuck!!! 사람 죽이려고 그래요! 미쳤어요?! - 큭큭큭....새카맣게 어린 새끼가 미친 소리 하니까, 어른이 화 안나겠냐! - 머리통 날라갈 뻔 했다구요! Daniel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너무 정겨웠다. 나는 잠시나마 대가리가 날라갈 뻔 했던 황당함에서 벗어나 그 얼굴을 보고는 다시 넋을 잃고 만다. 부드러운 미소가 전반적으로 얼굴에 싸하게 퍼져나가는 분위기였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애인은 굉장히 아름다울 것이라는..... 분명...Dan의 여자는 끔찍스럽게 사랑스러울 것이다. 왜냐면...자신보다 사랑스러운 남자를 애인으로 두는 건 여자로서 분명 자존심 상하는 일일 테니까. - 그 여자 많이 사랑해요....? 내 질문에 그가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더니, 이내 근사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말한다. - ........사라진다면 죽어버리고 싶을만큼. 왠지모를 질투감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뚱한 표정을 짓게 된다. 내가 사라져 버려도, Daniel은 걱정해 줄까. - .....제길!!! 얼마나 멋진 여자인거야? - ....세상에서 다시 찾을 수 없는 사람이지. - 풋! 그런 말투, 너무 Dan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구요. Daniel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때의 얼굴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그 얼굴은...훗날, 내가 Zenith에게서 다시 만나게 되는 표정이었는데.. 나는 이제까지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을 단 두 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내가 가장 사랑했었던 두 사람. Daniel과 Zenith.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을 지을 줄 알았던 그 두 사람 말이다. [BGM] Exit Music - Radiohead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R/pop0R22304.asf [....D...J.D.....] 아스라이 들리는 목소리에, 또 이마를 차갑게 적셔주는 수건에, 눈가가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깊이 잠이 들었던가. 분명, 귓가에서는 내 이름이 불리우고 있는 것 같은데...몸은 조금은 딱딱할만도 한 침대에 파묻혀서 일어나지질 않았다. 차가운 물수건이 계속 얼굴을 닦아 내려가고 있다. 나는 눈을 떴다. 눈 앞의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피부색... Zenith와 너무나 닮은 근사한 녹색 눈동자. "...Zenith......?" 나는 환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 얼굴에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부드럽게 웃었다. "미안하지만...아니에요...." .....재빠르게 일으키던 몸은 다시 뒤로 뉘여진다. 힘이 없이 늘어져 가는 몸을 다시 부드럽게 받혀 주는 그 손길은...너무나 따스해서 나도 모르게 기대게 되는 그러한 감각이었다. 잊혀졌던 감각... 아니...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감각이던가... "....정신은 좀 들어요?"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나는 내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는 그 손길이 굉장히 부드럽다. 이런거리에서 썩듯이 살아가고 있는 여자의 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따스한 온기와 가벼운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 높은 콧날이며...선이 아름다운 입술이며..턱선이..완전히 Zenith와 닮아있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당신 정말 Zenith를 많이 닮았군요.."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러더니 내 앞 머리카락을 뒤로 천천히 넘겨준다. "전에도...Zenith 살아있을 때에도 당신 그런 말 한 번 했었어요." "..........." "마치 쌍둥이 같다고 했잖아요." ".........." ...그랬던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작은 미안함을 느꼈다. 그녀가 추억하는 기억 속에서의 나는 분명, 예전에도 존재했었던 놈인데도 불구하고..그녀를 완전히 기억을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어쨌든..그 때 다시 찾아줘서 고마웠어요. 비록 Mac하고는 그렇게 무섭게 싸웠지만..." 그녀의 눈이 재미있다는 듯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 또한 그런 표정을 따라 짓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묘한 느낌을 주는 여자다. 그리고..다시 상기해 버린다. 그 자식은 어떻게 됐을까...Mac...Zenith의 하나뿐인 오빠라는 놈. "좋은 사람이에요...매달 한 번씩 나를 찾아와요....요즘은 조금 자주 오지만.... Zenith가 편지에 항상 내 이야기를 썼다고 하더라구요...덕분에.. 자꾸 받기 싫다고 하는데도....돈도 꼭꼭 전하구요..." "........." 회색새끼의 그런 잔인해 보이는 습성 너머로... 절대 상상이 가지 않는 그런 다정함이 있었던가.... 하긴...Zenith와 남매였다면 조금이라도 그녀의 서늘한 다정함을 닮았을런지도 모르지... "Mac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여자가 침대 옆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수건을 들고 갔다. 조금 있다가 수건에 다시 물을 적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다 알게 된 사이...죠." 뭐라고 말하겠는가. 서로 만났을 때, 한 놈은 대가리에 총을 겨누고, 한 놈은 나이프를 겨눴지. 총을 든 놈이 처음에 살려줘서 나이프를 든 놈은 살았고, 두 번째에는 살려주기 싫었는지도 모르지만, Dick이라는 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려줄 수 밖에 없었고... 뭐...키스 두 번 한 사이....? "전에 보니까 별로 사이 좋아보이진 않던데요?" 그녀가 다시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리고 여전히 굉장히 더운 듯이 열을 내는 내 이마에 흐르는 뜨거운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 준다. "....첫 만남이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나는 어색하게 말하며 계속 여자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처럼 특별한 슬픈 눈을 가진 여자를, 이렇게 두 번이나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여자가 알겠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정말 근사한 미소다. "...Zenith가 죽고 나서 사흘 뒤에 정확히 Mac이 그녀를 찾아냈어요..." 그녀가 내 이마를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 "Zenith가 이렇게 뒷골목에서 창녀노릇을 하며 길거리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겠죠...그녀는 계속 오빠를 속였거든요... 오빠라고 해봤자...열 세 살 때 헤어진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었지만...." "........." 그녀의 손이 침대 옆의 서랍을 뒤지더니 약을 한 알 꺼내고는 물을 들어서 내게로 내밀었다. "해열제예요. 좀 먹어요. 아까, Rockey가 당신간호 잘 하겠다는 댓가로 오늘 일 빠지게 해준다고 했거든요. 어서 열 내리라구요. 그럼, 나도 오늘 하루는 쉬니까." 부드러운 말투가 귓가에서 울리는 걸...또 눈에서는 슬플 정도로 예쁜 미소가 걸리는 걸 넋 놓고 바라보며 나는 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물과 함께 바로 삼켰다. "Zenith...죽었을 때..." 그 미소가 닮아서 그랬던 걸까...나는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던 걸 이 여자에게 묻고 있었다. ".....많이 고통스러워 했습니까....." "........."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보았을 때의 마지막 피투성이의 모습.... 망신창이가 되어서 뻗어있던 모습......나..제대로 된 질문을 한거냐...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고 아프지 않았을 사람...있냔 말이다... "그 새끼는 손님이 아니었어요...." ".........." 벌써부터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이 든다. "Sadomasochism(피(가)학성 변태 성욕(새디즘과 매조키즘을 합쳐놓은 상태)자 였었죠..." "..............." "같은 방에...저와...또 다른 여자 한 명이 더 있었는데..." ".........." "....그 개자식이....Zenith의 몸에 넣고 하는 중에, Zenith를 죽였어요... necrophiliac(사체와 섹스하는 사람)라고 알아요...? 죽을 때...온 몸이 경직되면서... 더 심하게 조이게 되죠...." "........."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죽었을 때....그때까지 그녀가 아름답게 봐 오고 있던 삶에의 집착은.. 어디로 간 걸까... "..........." 그녀의 눈은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다. 다만 이제까지 담담하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투명하게 슬픔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Zenith...마치..나는 죄를 지은 것 같아... 나...지금 빌어먹을 정도로 어떤 새끼에게 빠져 있다는 게..왠지 죄스럽다는 기분이야.. 당신..그렇게 아프게 살다 갔는데 말이지.. 그렇게 근사하게 예쁜 웃음 지을 줄 아는 여자였는데... 그런 사람은 살지 못하고..나같은 쓰레기 같은 놈은 이렇게 잘만 살아있다구... "....Rockey와 아는 사이에요?" 갑자기 물어오는 질문에 나는 여자의 눈을 바라보며, 어투를 다시 추스렸다. 여자는 여전히 나긋나긋하고 낮은 목소리로 내게 부드럽게 묻는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원래 모르는 사람인데...내가 아는 어떤 사람과 친한 거 같더라구요." "누구요?" "말해도 모를텐데요.." 나는 괜히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묻는 게 귀엽다는 느낌을 받으며 웃음을 입가에 지었다. "Rockey 찾아오는 사람이면 여기 사는 여자들은 다 안다구요." 여자의 웃음소리가 낮게 방안에 울렸다. 나는 그녀를 마주보면서, 혹시 이 여자가..Dick도 알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아마, 말해도 모를 겁니다. 워낙에 그런 놈이거든요." "누군데요...말을 안해주니까 더 궁금한데요?" 계속해서 물어대는 여자에게 이름쯤이야 알려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얼굴은 꽤나 순수해 보였다. "이름이 Dick이에요." 피식. 나는 작은 웃음이 나왔지만...이 여자를 의심하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서 놀라고 만다. 왜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Dick에 대해서 여자에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왜..이렇게 Zenith를 닮은 여자를 믿지 못하는 걸까... Dick... 이름만 말하고 나서도..내 입가에는 씁쓸함이 맴돌았다. 벌써 쓰디쓴 맛이 혀를 다 적셔버린 기분이 들었다. 내 모습은..조금쯤..걱정되는 마음과...놈을 생각하면..나도 모르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괜히 가슴아프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지는 게.. 약간 정신병자의 그것과 비슷하다. 만약.... 내 앞의 그녀가... 그렇게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지 않았더라면..나는 계속 놈을 생각하며 혼자 낮게 웃고 있었을지 모른다.. 놈의 아름다운..검은 눈과 붉은 머리카락과 근사한 몸매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빨간 머리.........?" "........?" 나는 여자가 나를 노려보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까지의 부드러움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는데... 그것은 흡사...성녀가 갑자기 마녀로 돌변하는 것과도 같은 변신이었다. 방금 전까지 그 얼굴에 떠올라 있던 아름다운 미소가 완벽하게 사라지며.. 푸르스름한 기운을 띠는 얼굴이..경련을 일으키듯이 떨고 있었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동양인에 붉은 머리......?" "..........아...알고 있는 사람입니까....?" "............" 여자의 얼굴은 이제 완벽하게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수건을 움켜쥐는 그녀의 손의 마디가 새하얗게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입술을 깨어문 그녀의 얼굴은... 끔찍하게 굳어져 있었다. 나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쓰러질 듯이 창백해져가는 여자의 팔을 세게 움켜 쥐었다. "....왜..그래요!!!!" Fuck... 아픈 건 내 쪽이라고. 당신이 이렇게 질려서 쓰러질 것처럼 그러면 어쩌자는 거냐고.. 숨이 넘어갈 듯이 괴로워하던 여자가....한 마디를 겨우 내 뱉는다. 내 눈을 바라보는 그 눈의 동공이...이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다만 갈라져 가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을 뿐이었다. "무슨...사인데요....?" 그녀가 지금 무엇에 대해서 묻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가 없었다. 어떤 사이냐고 물어온다면..내가 그녀에게..거짓말로.. 같은 갱조직에 있었던 보스였다라던가.. 아니면..친구라던가... 그것도 아니라면..어제 처음 몸을 섞은...사이라던가...하는 식의 이야기를 둘러댔어야 했다. 그냥, 재미로 Sex를 해본 사이라던가.. 적어도....fag라는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러나...나는 아무런 말을 못했다. 다만 내 입에서는 한 마디 말만 맴돌고 있었을 뿐이었다.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는 않고..다만 쓰디쓰게 입안에서 맴돌고만 있는... 그런 말이었다. ........나 혼자.... 사랑하고 있는 거 같은........ 그런 관계라고...... 나는 한 동안 대답을 못했다. 질문을 하고도 아무런 말이 없는 그녀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그녀는 내가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눈이 너무 떨려서 그 눈을 마주치고 있는 나조차도 몸 자체가 떨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없이 시간이 이렇게 흐러갈 것만 같던 때가 지나고 그녀가 마른 입술을 침으로 겨우 적시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내가 너무....." 그녀가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낸다. 그리고 언제 아까의 그런 분위기가 있었냐는 듯이 다시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분명, 그 표정에는 이상할 정도의 경직된 느낌이 서려 있었다. "당신의 아까 표정이..." ".........." "Zenith와 아주 닮았었어요....." "........" "Zenith도 그런 표정 지었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요." "......." 나는 입을 열수가 없었다. 그걸 알고 있다는 듯이 계속 끊길 듯 말 듯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그녀였다. "......그래서..왠지 당신...그 사람....." "......." "좋아하는 거 같네요...." 여자가 아주 쓰디쓰게 웃는다. 나는 왜 그녀가 그렇게 웃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다만..한마디 한마디를 그녀가 내뱉는데..굉장히 큰 힘을 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Dick이라는 사람...." "....그 놈을.....알고 있었습니까?" "..알고 있었어요." "............" "왜냐면......." 나는 숨을 삼켰다. 뭔가..내가 모를 사실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왜냐면...." 그녀는 계속 마른 입술을 축일 뿐이었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눈동자가..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Rockey와 아주 크게 싸운 적이 있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마치 더 이상 말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큰 일 날거라는 듯이 괜히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했다. 나는 분명..그녀가 하려던 이야기가 그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다만, 지금은 조금도 채근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손을 대고 건들었다가는 바로 히스테릭한 짜증을 일으킬 것 같을 정도로 신경질적인 전파가 내 쪽으로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나...이만 가 볼께요....일..도 나가야지요..." 빌어먹을.... 여자를 붙잡고 싶었다. 지금 일 나가지 말아요 라고. 오늘, 나 간호한다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밤새, 같이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Zenith를 죽였던 그런 새끼들 만나면 어떻게 하냐고. "저기.." 어색하게 그녀를 불렀을 때..나는 그녀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묻지는 못하고 조금은 서툰 표정을 지었을 때, 여자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왔다. "Nicole. 내 이름이요. Nicole이에요." 여자가 부드럽게 웃는다. "있죠...너무 독한 사랑은 하지 마요." "......에...?" "....그런 독에 마비되면, 해독약도 없더라구요." "..........." "...깨달았을 땐, 이미 온 몸에 다 퍼졌을 때가 많지만...." ".......?" "아직, 늦지 않았다면요." 여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그리고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꽤나 오랫동안 기억이 날 것 같은 그 눈동자는 매우 서글펐으며..아주 깊은 아픔을 담고 있었으며..굉장히 따스했다. 아마도....그랬던 듯 싶다..... 빠르게 문을 닫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그녀의 눈빛과 함께 따스한 잔상으로 남았다. 눈가에 계속 어른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문득..... 나는..... 비단 Zenith의 친구로서 뿐만 아니라... 내가 만났던 두 번째로 아름다운 여자로 그녀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GM] Local God - O.S.T http://tkor.bugsmusic.co.kr/top20000/kor/0O/kor0O16398.asf 눈을 따끔따끔하게 만드는 따스한 오후 햇살의 느낌이 피부를 뚫고 어지러히 주홍빛의 먼지들을 만들어낸다. 어째서...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데도, 뭔가가 보이는 걸까... 사실은...얇은 덮개를 떠진 눈에 덮어놓은 것 뿐인건가... 네 새끼를 그렇게 놓아 버린 지 벌써 삼일 째다.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고, 때마다 만나는 Rockey라는 새끼를 아무리 채근해 봐도, 참을성 있게 기다리라는 말 밖에는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영영 못 보게 되는...그런 개 같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끼익- 덜컹거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조금은 석양빛이 지어지고 있는 뜨거운 햇빛이 내 얼굴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그리고 옆의 끼긱거리는 소란스러운 문을 소리 안나게 열려고 노력하는 Rockey 놈이 식판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혹시라도, Dick이길 바라기라도 했던가. 나는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는 몸을 느끼며 혼자 자괴감에 섞인 미소를 지었다. Rockey놈은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놈은 진심으로 웃을 때가 아니면, 그다지 볼만한 웃음을 웃는 새끼는 아니었다. 다만, 신의감을 주게 만드는...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믿게 만드는 왠지 듬직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살집이 꽤나 넉넉하게 잡힌 그 얼굴은 오늘따라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을 풍기고도 있었다. "거참...더럽게 끼긱대는군. 지나치게 소란스러워." 그 사내는 식판을 내 옆의 테이블에 내려놓고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 지을 수 있는 거냐?" 나는 힘이 없는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서 놈을 향해서 올렸다. "....건방진 꼬맹이군. 그렇지만, 그 시원스러운 눈꼬리 봐서 그냥 넘어간다." 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내 옆에 앉아서 척 보기에도 엄청나게 맛 없어보이는 비스켓을 쪼개서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 식판에는 역시나 맛 없어 보이는 빵이 있었다. 둥글둥글하고 손등에 털이 많은 손이 빵을 쪼개며 내 쪽으로 내민다. 나는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어제 뭔가를 먹었던가. "안 먹나? 체력 약해지면, 네 새끼에게만 손해야. 맛 같은 거 투정하지 말고, 주는 대로 처먹어."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피곤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Tell me straight up..(솔직히 불어...)" "뭘?" "Dick." "거참, 이 자식 더럽게 보채네. 빵부터 먹어, 어차피 빵 먹으면서 내 이야기 듣거나, 먹고 나서 내 이야기 듣거나 별반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궁금했다. 미쳐버릴 정도로 궁금했지만 나는 입에 딱딱한 빵을 가져가서 우격다짐으로 씹어 삼키며 놈을 노려봤다. 한 입 깨물었으니까, 말을 해 달라는 듯이. "더 끌었다가는 내 목 잘리겠군. 그만 노려봐라. 내가 Dick 놈에게 꼭 말해주마. 네 새끼가 이렇게 보채고 애태웠다고." "........." 나는 말없이 놈을 노려보았다. 놈은 그런 내 눈빛 따위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딱딱한 빵에 버터를 발라 입안으로 가져갔다. "...빵 안 더 안 먹어?" 나는 시끄럽게 보채는 놈 때문에 손에 들린 빵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딱딱한 게...요즘 이런 빵을 구하려고 해도, 못 구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너, 그렇게 자기 감정 조절 못하면..그 새끼 감당 못해." ".....뭐라고?" 다시 한 번 열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네 새끼가...얼마나 유혹적인 얼굴인지는 알겠는데...." "....!!!!!" "사실은, 나까지도 존나 꼴리게 생긴 얼굴이고." "....닥쳐!!!!" "끝까지 들어." Rockey놈은 먹는 것을 다 끝냈는지 내 앞에서 좋은 시가 하나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끝짱나게 좋은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 새끼, 어렸을 때부터 봐왔지만..아직까지도 그 속내 하나 읽을 수가 없어." ".........." "....유혹만으로, 허리 돌림만으로 놈 잡으려고 했다가는 안 돼. 그 새끼, 금방 싫증 낼 테니까. 안드레이 놈이 그런 경우였지...." "안 닥쳐! 죽고 싶냐." 그 Russian 새끼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 만남이 좋지도 않았고, 짜증나는 성격의 새끼였고... 무엇보다도, Dick새끼가 품었던 놈이라는 사실로, 나를 더 신경질나게 만드는 존재였다. 나는 내 목 저 너머에서 분노의 덩어리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으르렁거림으로 놈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진짜 내 물건까지 벌떡 서겠다." "What !!!???" 나는 밀려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내 앞의 새끼의 멱살을 움켜 쥐었다. 비스켓을 삼켜대다가 쿨럭하고 기침을 할 정도로, 기도가 틀어막힐 정도로 움켜쥐고 나서야 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더니 내 팔을 아프게 비틀면서 겨우 숨을 쉴 틈을 만들어 낸다. 나는 놈의 그 팔을 세게 비틀었다. 분명 한 손에 잡히지 않는 꽤나 두꺼운 살집이었지만, 나도 이 바닥에서 굴러다닌 시간이 꽤나 되었던 지라, 완력을 피해서 속도나, 스킬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도 알았다. "....Fuck...이..이것 좀 놔라." 놈의 얼굴이 조금은 괴로운 듯이 일그러진다. 내가 잡은 곳은 놈의 목이었는데, 1cm만 더 손가락에 힘을 주어서 넣으면, 놈이 질식사 해서 죽을 정도의 위치였다.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거였다. "그 따위 농담...받아 넘기는 것도 한 두 번이다." "........." 놈의 얼굴이 시뻘겋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나를 노려보는 그 시선은 상당히 강렬한 것이어서 나는 역시나, 이 놈이 Dick의 뒤를 봐줄만한 새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었다. 나는 놈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가만히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크헉...." 놈이 풀려난 목을 잡고 한참을 숨을 내쉬었다. 상당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한 놈이지만..오늘 같은 날, 내 성질 건드리는 건 정말 잘 못 된거야. 있는대로 날카로워져 있으니까. "나한테, 그 따위 농담 다시 걸지 마라. 짜증나니까." "..........." 놈이 벌개진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놈의 두꺼운 비겟살이 접힌 목에는 내 손가락의 벌건 자욱이 확연했다. "Dick..그 새끼..어제 보고 왔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바로 놈에게 시선을 주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다음말이 흘러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새끼 괜찮아...? ....아직 살아있기는 했던 거냐.....? 심장이 그 박동을 엄청나게 강하게 하는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가슴이 묵직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커다란 돌 같은 것 하나를 턱-하니 얹어놓은 기분이라 숨을 쉬기가 많이 힘들다. "그 안에서 좀 얻어터지느라고....몸 좀 상했겠지만....뭐 내일 모레 쯤이면....." ".........." "....뭐, 별 탈은 없는 것 같더군." "........" "저것 봐라, 금방 저렇게 애태우는 눈길을 하다니." 나는 놈을 향해 거두려고 했던 주먹을 결국은 세게 갈기고야 말았다. 놈이 엄청나게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내 주먹에 터지는 걸 면한다. "...성질 좀 죽이라니까...." 계속 떠들어 대는 새끼를 한 번 더 패려고 덤비지 않는 건.. 빌어먹을..왠지 모를 고마움 때문이었을까. 어떻게 되어서던지..Dick을 빼내어 준 놈에의 고마움.. 결국 나는 한 대 갈기지 않으면 참지 못할 그 상황에서 주먹을 꾸욱 억누른다. .......놈을... 볼 수 있게 됐으니까. 다시 말이다... 벌컥- 끼이이이익- 한 여자가 문을 벌컥 열면서 들어왔다. 그 바람에 끼긱거리던 문이 엄청난 울림을 내면서 소리를 지른다. "Rockey!" "뭐야?" "이상한 새끼가, 지금 난리에요!!!!!"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지는 바깥에 신경이 몰렸다. "비켜!" 방문 밖으로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굉장한 여운을 남기는 소란스러움에 여자들의 비명이 이리저리 울리고 있다. 뭐지...? 나는 혹시, 경찰이 들이닥쳤나..하는 불안감에 Rockey놈과 방문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항상 침대의 머리맡에 두었던 총도 온전히 방아쇠에 내 손가락을 걸어놓은 상태다. "Fuck!!! Move out!!!(비키라고!!)" "꺄악- 이 사람 왜 이러는거야!!!" "Rockey 불러!!어서!!!!" "아악! 왜 머리카락은 쥐어잡고 난리야!!!!!" 여자들의 깨갱대는 소리 너머로 나는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Rockey!!!!!!!!!!!!!!!!!!" ...빌어먹을....머피? 나는 서둘러 총을 뒷 주머니에 꽂고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 밖에는 엄청나게 여자들에게 휩쓸린 머피 놈의 얼굴이 보였다. 엄청난 더위와 열 때문에 달아오른 놈의 검붉은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엄청나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머피 놈이 그 자리에서 굳어져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맞아...놀라고도 남았을 거다.. 오렌지 사러 나갔다가 행방불명 된 녀석을 이상한 창녀촌에서 마주치니.. "........J.D.....?" 그런데...이 자식은 여길 어떻게 안 거지? "오랜만에..근사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까...기분이 어때?" 나를 발견해서 반갑다는 눈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놈의 얼굴이 엄청나게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이내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벼락이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었다. "Fuck!!! You son of bitch!! 내가 얼마나 찾아 다녔는 줄 알아, 이 씹새야!!!!" "...조용히 해, 들어오던가, 아니면 꺼지던가." 놈은 엄청나게 팔에 매달려대는 여자들을 하나하나 떨어뜨리면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방문을 스쳐 들어오면서 다시 서있는 나를 한 번 세게 노려보았다. 그 검은 눈을 여유롭게 마주 노려봐준다. 이봐...나도 좀 잘못한 건 알겠는데...그렇게까지 야리지는 말라구. 문을 닫자마자 놈이 내 멱살을 틀어쥐고는 미친 듯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아!!! 사람 반 죽도록 패놓고, 오렌지 몇 개 사러 나간다는 새끼가 며칠 째 감감 무소식이냐!!! 그 동안 집에서 피 말리며 기다릴 새끼는 생각해 봤냐고! 어? 이 Fucking ass hole!!! 미친 듯이 눈알 부라리며 네 새끼 찾아다닌 놈 생각이나 해봤냐고!" "Sorry." 나는 엄청난 속도로 퍼부어 대며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는 놈 때문에 정신이 다 날아갈 지경이었다...미안하다니까.... "어떤 새끼가, 남의 사업장에 와서 이렇게 소란을 피워!!!!!!!!!" 갑작스럽게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서 머피 놈도 그렇고 나도 꽤나 놀라버린 듯 하다. 그제서야, 나도 머피 놈도 Rockey라는 놈이 이 방안에 같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Hey, man...." 머피가 아무렇지도 않게 Rockey 놈의 어깨를 툭- 치며 인사를 한다. Rockey놈은 엄청나게 짜증나는 표정을 짓고 입에 문 시가를 깨물었지만 꽤나 반갑다는 듯한 말투로..아니, 조금은 애정이라는 게 섞여있을지도 모르는 것 같은 말투로 머피 놈을 나무랐다. "빌어먹을 개자식아! 장사 좀 해 처먹자! Dick 도 그렇고, 네 새끼도 그렇고!!! 돌아가면서들 말썽 부리냐!" "...Sorry...." 머피 놈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쪽을 바라보고는 어깨를 으쓱한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친근한 말투의 두 녀석을 보고 있자니, 문득...나 혼자 떨어져 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우선 내 멱살을 틀어쥔 이 새끼의 손목을 비틀어서 쳐내는게 우선이다. 아직도 머피 놈이 힘을 가득 주고 틀어쥔 채라, 나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Catch my breath, Please!!!!(숨 좀 돌리자!!)" 나는 머피놈이 억세게 내 멱살을 틀어쥔 팔목을 한 대 치며 놈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어찌나 세게 사람을 갈겨대었던가...죽을 지경이었다. "I was really burned out because of you!! ass hole!!" (네 새끼 때문에...완전 정신 나갔었어, 빌어먹을 자식!) "미안하다고." "........" 그제서야 조금 숨을 힘들게 쉬어대는 놈이 나를 노려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해주고 있었다. 아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난 눈이었다. 당장에 한 대쯤은 갈기고 싶다는 그런 눈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알았냐?" ".......한 번 와본 거야..Rockey 놈이 있는 곳이니까...네 새끼가 Dick이 살아있다며. 그러면...당연히, Dick의 최근 소식에 대해서도 Rockey는 알고 있을 테고.. Dick 놈이랑 어떻게 해서든지 연락을 한다면...네 새끼를 찾을 방도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너도...Rockey를 알고 있었냐?" 내가 묻자, 머피 놈이 허탈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하긴...네 놈은 워낙에 스캐디 패거리 바깥에서 부유하는 듯한 새끼였으니까..." "......." "벌써,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새낀데, 모르겠냐! 우리 뒷 빽이나 마찬가지잖아. 마약도 대주고.. 물론..Dick 새끼랑 친해서기도 하지만." 나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면 스캐디 패거리 중에서...나만 Rockey 라는 놈의 존재를 몰랐던가.. "J.D." 나는 나를 불러대는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바라보는 Rockey 놈을 쳐다 보았다. "Dick새끼..한 달 정도는 여기 떠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게...무슨 말인데..." 나는 놈이 뭐라고 말하는 건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설명을 요하는 눈으로 놈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라. "그 새끼...하도 저지르고 다닌 일이 많아서.." "......."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더라고. 빼돌린 게... 완벽히 사면으로 빼돌리는 게 아니고..거의 탈옥 수준이야." "....Shit....." "어렸을 때, 놈이 살던 집으로 가 있는다고 하니까...." "어딘데." 나는 Rockey놈의 말을 바로 자르면서 말했다. 보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다. 내 눈에서 붉은 색의 환상이 그저 어른어른거리고만 있는 기분이라고.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개자식 얼굴 좀 내 앞에다가 보여줘... 놈에 대한 갈증으로 목이 탈 것만 같단 말이다. Rockey놈의 얼굴은 이상하게 이그러져 있었다. 굉장히 피곤한 표정이어서 갑작스럽게 몇 년은 더 늙어보였다. "그 새끼가...보통, 은신 같은 걸 하는 데가 있어." 갑자기 Rockey 놈이 머피 놈의 눈치를 살폈다. 머피 놈은 그야말로 이제까지 본 적도 없을 정도의 살기를 내뿜으면서 Rockey를 노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Rockey. 당신 이러면 벌 받는다고." "뭐가." Rockey놈은 입에 다시 한 개피의 시가를 물면서 머피 놈을 노려보았다. 머피는 그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바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J.D.내 말 들어..빌어먹을..너....Dick새끼에게 가면 정말 후회한다. 그 새끼에게 가면....shit!!! 그 놈은 그저 너를 가지고 놀 뿐이야!" 놈은 필사적으로 내게 애원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놈의 눈빛을 받아줄 만한 처지가 못 되었다. 우선, 놈의 말은 하나도 설득력이 없었다. 왜인지, 왜 내가 Dick에게 가면 안된다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없이 단지 막으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런 말은...지금의 내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질릴 정도로 붉은 색의 머리카락만을 보고 싶은 지금의 나에게 놈이 하는 말은 다 귓등으로 흘러서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런 붉은 색에의 중독을 느끼며 쓰디쓴 입맛만 다셨다. 놈에게..꼭 가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지 만나고 싶고, 내 품에 품고 싶다. 한 번으로는 너무 부족해서 지나치게 갈증이 나는 새끼니까.... 그때였다. 밖이 한 번 더 소란스러워졌다.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머피 놈이 들어올 때처럼, 시끄럽거나 난장판의 어지러운 소리가 아니었다. 다만 조용히 다들 숨을 삼키며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쾅- 문을 열고 들이닥친 놈은.... 정말 의외로.....이 건물 안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옅은 회색 눈을 가진 놈이었다. "Mac.....?" 내 목에서는 쉰 목소리가 꺼칠하게 나갔다. 놈이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엄청난 살기가 순식간에 온 방안의 좁은 공간에 흘러들어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강하고 여운이 센 기운이다. 상황이 상당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놈도 굉장히 놀랐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마치 뜬금 없이 도깨비 만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굳어진 놈의 얼굴에는 방금 묻힌 듯한 뜨거워 보이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는 회색 눈은, 정말..그가, Zenith의 오빠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분명..이 곳은 Mac놈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다. Mac에게는, Rockey라는 놈도 그렇지만, 머피 놈과 마주친 것도 좋지 못할 상황이었다. 둘 다 스캐디 패거리에 속한 놈들이니까. 설마...Nicole을 보러 온건가...? 위험한 것을 뻔히 알면서, 여기까지....? 이..건물 안까지? "...J.D...." 내 이름은 굉장히 쉰 그 목소리에 불리운다. 마치 여운을 남기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그 목소리는..처음 놈을 만났을 때와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다. 어색한 가운데, 방안의 네 명의 숨소리가 조용히 잦아들었다. 그 순간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게까지 느껴졌다. "여기에...어떻게 온거지?" 나는 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놈의 손에 들린 Magnum(총)을 발견한다. 그리고 바로 내 뒤의 새끼들을 향해서 겨누어 진 것도. "Fuck!!!" 나는 바로 내 뒷 주머니에서 Biscuit(총)을 꺼내서 Mac놈의 머리에 갖다 데었다. 서툰 짓 하지 마라. 너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대로 움직이지 말라구. 나는 침을 한 번 삼킨다. 그리고, 놈을 노려보고는 총구를 까닥하고 한 번 움직였다.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조금은 거친 숨결이 섞인 말투가 나갔다. "총 치워." ".....그러면. 날 쏘게?" 놈의 스산하고 쉰 목소리가 무섭게 웃는다. 낮게 클클거리듯이 웃는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관자놀이에서 땀이 한 방울 떨어져서 마루바닥에 자욱을 남긴다. "걱정 말라구, J.D. 너 쏠 일은 없으니까." 놈은 내게 조금 소름끼칠 정도로 낮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 시선을 마주치며 나는 놈을 설득했다. 내 뒤의 새끼들에게는 지금 총 한자루도 없다. 그리고..솔직히 말하지만...내가 걱정하는 것은 내 뒤의 새끼들보다, Zenith의 오빠인 내 앞의 빌어먹을 회색 눈까리의 Mac이었다. 이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단 한가지. 총을 가지고 있는 놈이 Mac과 나 뿐이라는 것. ".....안 쏜다고 약속할 테니까, 내 뒤의 새끼들에게서 총 거둬." "........" 놈이 가만히 나를 노려 보다가, 내 뒤의 두 명과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이 너무 스산해서 내가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 내 뒤의 새끼들에게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분명, 그대로 얼어있음이리라. "......Nicole 만나러." "........." "그녀를 만나러 왔을 뿐이다." 놈의 목소리는 꽤나 짜증을 담아내고 있었다. "나도, 싸우고 싶은 생각 없어." 나는 놈을 설득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방아쇠에 가 있는 손가락이 땀에 젖어서 미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 목에 붕대를 감은 상처에 다시 눈을 주는 Mac을 바라보았다. 쉰 목소리가 놈의 입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목은..?" 까닥 하면서 고개를 한 번 들며 묻는 태도. 빌어먹을.....놈이 Zenith의 오빠라는 걸 알아서 그런 건가.... 그 행동이 너무나도 닮아서 소름이 끼친다. 놈과 나는 서로 총을 겨눈 상태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총소리라도 나면 엄청난 피가 튈 텐데. "......안 아파." 나는 흘낏, 몸을 조금 돌리며 Mac에게서 총을 거두지 않고, 머피 놈의 얼굴을 살폈다. 놈의 얼굴은 조금은 당황한 듯 했지만, 자신의 총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Rockey는 많이 굳어진 얼굴로 상황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다. 하긴...지금 Mac놈에게,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스캐디 패거리가 거의 싹쓸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건물 따위가 두려워야 할 대상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내 뒤의 있는 새끼들이 Mac의 상대가 될 리는 전무했다. 그러나 분명, 놈은 Dick을 죽음 직전까지 끌고 갔던 놈이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고...머피 놈이나, Rockey놈도 그런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상하다..... 이상스러울 정도로 내 뒤의 놈들이 조용하다. "...Nicole은 일 나갔어."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이 빌어먹게 돌아가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엄청난 싸움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Thanks." 놈은 한 참을 있다가, 그렇게 대답하고는 조금씩 발걸음을 뒤로 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로 걸어나가며, 내게서, 또 내 뒤의 새끼들에게서 총을 거두지 않았다. 탁- 문은 닫혔다. 나는 뒤에 있는 놈들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놈을 따라나가려고 했다.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Zenith에 대해서.....빌어먹게도...너무나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Hey!" 갑자기 뒤에서 Rockey가 나를 불렀다. "서툰 짓은 하지마." "무슨 소리야?" "경찰들도 널려있고...위험하니까." "걱정 마." 다시 돌아서려고 하는데 놈이 내 발목을 다시 붙잡는다. "진짜 서툰 짓도 하지 말고." ".....뭐?" "Dick 새끼는 질투가 아주 심하다고." 나는 황당해서 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곧게 세웠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지랄하네." "Hey!!!" 나는 돌아서 가고 있는 Mac놈의 뒤에 대고 놈을 크게 소리내어 불렀다. 놈의 여유로운 발걸음이 멈추고 서서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회색 눈이 이쪽을 향할 때, 나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지나칠 정도로 스산한 시선이다. 그 눈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러나, 감정은 있었다. "봐, 총 없어." 나는 놈에게 내 두 손을 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말했다. 그러나 놈의 총은 이미 나를 겨누고 있다거나 하지 않았다. 붉디 붉은 석양이 놈의 뒤쪽에서 떨어져 내려 확실히 어떤 표정인지는 잘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분명, 그렇게 좋은 얼굴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네 새끼 죽이려고 용쓰지 않을 테니까...얼굴 풀라구." 나는 조금은 농담기도 섞어가며 놈에게 말을 했다. 놈이 나지막하게..웃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는 이제 해가 기울어져 감에 따라 조금은 더 창녀들의 몸짓이 농염해져 가고 있었다. 몇 몇의 새끼들은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그녀들의 스트립쇼를 구경하고, 몇 명의 새끼들은 너무 많이 봐서 신물 난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지나친다. 그러나 분명 이렇게 쓰레기 같은 거리에서도 생명력이라는 게 넘친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서, Mac 놈이 서 있는 그곳만이 삶의 열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끝없이 어둡다는 것도. 마치...놈만이 이 생명력 넘치는 곳에서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듯이. "..........." "..........." 놈이 조금씩 내 쪽으로 걸어왔다. 따뜻한 석양빛은 오늘따라 붉디붉어서 놈의 지나치게 검은 머리카락도 어떻게 보면 적갈색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물들이고 있었다. 놈이 조금 가까이 다가오자 숨을 쉬기가 곤란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놈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내 신경을 조금 자극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놈과 Dick이 닮아서일까... 아니면...놈과 Zenith가 닮아서일까.... 어느 쪽으로든...놈은 나를 반응하게 한다. "Zenith는...." "그 이야기.. 별로 하고싶지 않은데." 낮게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는 꽤나 잠겨 있었다. 놈은 이제 내게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시선이 너무나 차가워서 발목 언저리에서 추운 바람이 부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내가 억지로 마른침을 삼키며 열었던 말을 뚝 잘라버린다. 그러나 보통 때처럼 내 말이 잘려서 내가 신경질을 내게 되지는 않았다. 다만, 내 입에서 다음에 흘러나온 목소리는 굉장히 가라앉은 소리였다. ".....미안....." 어째서 미안하다고 했었던 건지는 모른다. 나는 사실, 놈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Zenith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미안하다고...그 때 지켜주지 못해서...정말 미안하다고.. 왠지 모르게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음에도 같은 눈빛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놈의 시선이, 내게 Zenith와 놈을 겹쳐 보이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네 얼굴....많이 달라졌군." "......어....?" 나는 약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다는 거지..? 놈의 시선은 냉정하지만, 이제는 짜증을 배어내고 있다. "어젯밤, 내가 널 마지막으로 봤을 땐, 이런 얼굴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그 말투에, 어째서 내 얼굴이 그렇게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던 걸까. 내 눈앞에 져 가며 마지막 빛을 억지로 남기려는 듯한 햇빛의 발악이 보여서였을까... "무슨....말.." 나는 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왠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굳이 아는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일 테니까. 아니면..지금 어째서 어제 Dick의 어깨에 매달려 미친 듯이 신음을 흘려대던 내 모습이 내 시선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느낌이란 말인가. 게다가 귓가에는 그 날 밤, Dick이 내뱉던 낮은 신음 소리가 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미칠 정도로 생생하게.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겠다는 듯한 자조감 섞인 Mac놈의 말투도 신경에 거슬렸다. 빌어먹을 느낌이군. "진짜 짜증나는군."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놈의 표정은 그림자에 싸여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투는 그가 내뱉은 내용과 똑같이 확연히 짜증섞인 느낌을 전하고 있었다. 아주, 제대로. "네가 이런 야한 표정을 짓도록 만들어 버린 새끼가." 나는 숨을 멈췄다. 분명, 놈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뭐라고....?" 나는 내 목소리가 떨려서 나가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작은 파동조차도 일게 하고 싶지 않았던 침착함으로 가장한 내 목소리는 예상외로 공기를 심하게 헤치면서 내 입에서 나왔던 듯 하다. ".....적어도..다른 새끼가 이런 얼굴 만들게 하긴 싫었는데 말이다." 놈은 계속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 말에 왜 나는 반박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왜 놈이 그런 식으로 입을 놀리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일까.. "처음 그 눈을 마주쳤을 때..." "........." "네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을 때...내 손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지." "....뭐.....?" "빠지는 건 한 순간이었어." 놈의 목소리는 이제 낮아져서 쉬다 못해서 잠긴 듯 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하려는 말은 확실히 한 단어, 한 단어를 끊어서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그래서는 안 되었었는데 말이다." "..........."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 놈이었는데 말이야..." "..........." "이미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에는...헤어나올 수가 없었어..." 놈의 손이 갑자기 내 목덜미를 끌어당긴다. 그 회색 눈동자가 너무나 가까웠다. 순간....얼얼할 정도로 강한 숨결이 내 입술에 닿았다. 숨결이 굉장히 열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더불어서 내 목덜미에 닿은 놈의 손바닥은 땀에 젖어 있었다. 내 관자놀이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처럼. 뜨거운 혀가 밀고 들어올 때까지... 그리고 내 숨을 다 빨아 갈때까지... 나는 놀란 눈을 뜨고 가까이서 보면 무서울 정도로 옅은 놈의 회색 눈동자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머리가 뜨겁다. 주위에서는 창녀들의 고함 소리와, 그 유혹을 받는 사내새끼들의 역겨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강하게 놈과 나를 비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놈을 밀어내지 못했다. 놈의 회색 눈은...Zenith의 진초록의 눈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가끔 보여주었던 애절함이 닿는 눈동자의 느낌은...소름이 끼칠 정도로 닮아있었다. Zenith는...내게 그런 눈을 하며 시선을 주었던 적이 없었다. 다만...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에만, 그런 눈을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놈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지금 놈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내가 Zenith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그런 애절함을 담고 있어서 였던 걸까... 입술이 얼얼하다.... 뜨거운 햇빛이 Mac놈의 뒤에서 쏟아져 내린다. 나는..놈을 밀어내지 않았다. 다만....놈의 등 너머로 저물어 가는...석양의...무서울 정도로 붉디 붉은 처연한 빛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놈이 내 어깨에 기댄 머리는 검디검은 색이었건만, 놈의 뒤에서 흐르는 붉은 석양은 놈의 머리카락을 적갈색으로 물들여 버렸다. 그 머리카락은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주위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던 창녀들의 고함 소리는 이제는 유혹이 섞인 신음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었다. 바야흐로 제대로 장사를 할 시간대인 것이다. 그녀들은 몸을 최대한 야하게 뒤틀며 지나가는 사내들을 유혹하는 몸짓을 해대었다. "무거워....nucker..(멍청아..)." 나는 놈의 귀에 대고 정확하게 발음을 했다. 분명, 놈이 이렇게 내 어깨에 기대고 있는 것은... Zenith와는 정말 다른 행동이었다. 그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내 뺨을 간질인다. 놈은 내 어깨에서 그 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제는 뉘엿뉘엿 져가며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는 태양 덕분에... 놈의 회색 눈빛과, 시선이 제대로 보였다. 나는 그 놈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분명..이 곳은 너에게는 진짜 좋지 못한 곳이라고. 특히 이 골목은 말이다.... "This is the place where the real gangster's who ride....." (여긴..진짜 Gangster들이 거칠게 노는 데니까..)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놈이 내 말을 가로막았다. "Word up.(그래..)" "..........자주 이 쪽으로 오지 마." 나도 모르게 놈을 걱정하는 듯한 말투를 써 버렸다. 적어도 이 곳은 스캐디 패거리 남은 새끼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곳이란 말이다. Rockey놈도 그렇고 머피 놈도 그렇고... 하다 못해 나도 그렇지. 이번에야, 그냥 넘겼다지만..네 새끼는 조금 더 네 목을 간수 할 필요가 있단 말이다. 나는 혼자 그런 말을 곱씹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놈의 스산한 시선은 주위의 시끄러운 음악들과 여자들의 신음소리와 완전히 다른 공간에 존재하듯이 뚜렷했다. 그 얼굴이 왠지 Zenith의 눈빛과 전혀 다르면서도 닮아서.. 그 아이러니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짧은 미소가 번졌었나 보다... "네가 나를 보면서 웃었던 적이 있었나...." 놈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놈에게 기껐해야 비웃음만을 비추었으므로. ".........." "오늘...처음 본 것 같은데 말이다...." "..........." "다음에...볼 때에도..그렇게 나를 보며 웃어줄 수 있을까...." "..........." 놈은 자괴감 섞인 웃음을 지으면서 내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불이 놈의 눈에 반사되며, 놈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시체를 태울때...떨어지던 라이터의 불빛이...아주 무섭게 놈의 눈 안에서 빛날 때를. "아마..나를 죽이려 들지도 모르지..." 놈의 입에서 나온 말에..나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뭐라고.....? Mac의 손에 걸린 담배를 아슬아슬하게 강한 향기를 풍기며 내 후각으로 밀려들었다. 그런 놈을 바라보며, 나는 놈이 여기와 이상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굉장히 낯선 느낌이었다. 놈의 눈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각인을 시키려는 듯이 노려보는 시선은 이제까지 내가 놈의 눈에서 보았던 스산함이나 낯설음, 혹은 차가움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 색깔이 담을 수 없는 뜨거운..그런 느낌의 시선이었다. 놈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내게서 등을 돌렸을 뿐이다. 나도 놈을 붙잡지 않았다. 붙잡을 수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그런 놈을.. 내가 속한 곳에 잡아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또 잡아 두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진 골목길을 접어드는 놈의 너머로, 빨간 체리 색깔의 등을 단 경찰차가 보였다. 빌어먹게도 그 경찰차는 한 창녀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내 입에서는 비틀린 비웃음이 새어져 나왔다. 제대로 된 경찰이라....이런 곳에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거야...? 몸을 빠르게 건물 안으로 숨겼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더럽게 역겨운 정액의 냄새와 곰팡이.. 그리고 음식이 썩어 들어가는 듯한 냄새가 났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지러운 현기증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Mac 놈과의 격렬한 키스에서...? 아니면....빌어먹게도 붉어서...키스하는 내내 네 놈을 떠올리게 했던...그 진한 석양에서....? 아니면...그저...목말라서 죽을 것 같은.... 네 놈에게의 갈증에서...... 아마도...마지막이...제일 맞는 것 같다..... - Daniel !!! 제발 제대로 말하라구요! 얼굴 왜이래요!!! - 너..이렇게 밤늦게 쏘다니지 말라고 전에도 말했냐, 안했냐! - Fuck!!! - 지금 이길로 당장, 집으로 가! Daniel 의 얼굴은 이제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진한 피멍들로 가득했다. 찢어져서 계속 피가 새어나오는 입으로 계속 욕을 뱉어내며 나를 밀어내는 Daniel의 얼굴은 정말 이제까지 본 중에서 최악으로 아파보였다. - 어떤 새끼에게 맞은거에요? - J.D. 내 말, 제대로 들어라. 지금 당장, 집으로 가라고. - 싫어! 이야기를 하라구요! 왜 이런 꼴이 됐냐고!!!! 열 여섯 살의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발악을 한다. 그러나 Daniel의 힘에는 당하지 못했다. 내 손목을 비틀어 잡은 Daniel이 정비소 앞으로 나와서 주위를 살폈다. 주위는 컴컴하고 내 발악에 찬 고함소리만 아니면, 굉장히 조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새벽 3시니까. Daniel이 내 입을 틀어막고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무서운 광기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굉장히 낮은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 J.D. 나, 너한테 부탁한 적 있었냐? - .....!! - 이건, 내가 너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니까.. 제발, 이 길로 너네 집으로 바로 달려가라. 뒤 돌아보지도 말고. 나는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입이 틀어 막혀져 있는 채였던 지라 신음소리만 겨우 새어나올 뿐이다. - 아침, 일곱시다. - .........??!!!! - 그 때, 그 때 다시 와라. 그러면, 다 말해줄테니까. - .......... Daniel이 내 입을 막았던 손을 풀고, 나를 거세게 밀어내었다. 그 눈빛은...내가 이제까지 보던 Daniel의 부드러운 눈빛이 아니었다. 다만, 이제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애절하고 괴로운 눈빛이었다. 나는 그 눈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Daniel이 시킨대로... 집 쪽으로 뛰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지만...나는 적어도 몇 번은 돌아봤었던 것 같다.... Daniel...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말... 당신이 마지막으로 한 말...거짓말이었다는 거...기억하고 있어요? 분명....일곱시에 만나겠다고 했었잖아... 그런데..당신 나에게.....마지막으로 한 말... 거짓말이었다구요..... 빌어먹을 꿈이다.... 적어도...꿈속에서만은....언제나 행복한 미소만 지었던 당신이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꿈인걸 알면서도... ......다시 눈물이 나는 건 왜인가.... 눈을 떴을 때...눈물이 눈 옆으로 흘러 말라비틀어져 있음이 느껴졌다. 그것은...꽤나 선선한 여름바람에 말라서... 서늘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눈가의 뜨거움 때문에... 다시 그 시원함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옆방에서는 사내들과 창녀들이 섹스를 하는 신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여자의 숨 넘어가는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서야..내가 살던 아파트랑 다를 바가 없군...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게 된다. ....왜 이렇게..요즘 당신을 꿈에서 많이 보는 걸까...Daniel..... 갑작스럽게, 몸이 왠지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컴컴한 방 안에서 적어도 침대 하나만큼은 넉넉하다는 느낌으로 요 며칠을 지냈었다. 그런데....지금은 굉장히 좁다는 느낌이다. 몸이 한 쪽으로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게다가....빌어먹게도....피비린내 비슷한 것까지 나고 있었다.. 뭐야....? 나는 조금 짜증이 나서 시선을 내 침대의 한 쪽 옆으로 돌렸다. 어쩌면...그러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쿵- 완벽하게 커다란 바위에 심장이 짓눌리듯이 으깨지는 기분이라는 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이 왔기 때문에. 넓은 등. 내 쪽에 보이는 것은 등 뿐이었다. 날카로운 어깨선과, 날개죽지...그 사이로 나있는 커다란 흉터. 허리께에서 뭉쳐 있는 것은...피투성이의 붕대. 오른쪽 어깨의 팔에는 아무렇게나 치료한 듯한 총상이 보였다. 계속 피가 배어져 나왔던 것인지..억지로 감아놓은 듯한 붕대는 원래의 색깔인 흰 색깔 대신, 붉은 피로 거의 염색이 되어있다시피 했다. 그것 말고도...꽤나 고문을 당했는지, 상당히 자잘한 상처들이.. 근사한 갈색피부 위에 아프게 나 있었다. 눈가가 시큼해지는 기분이다... 놈의 상처는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을 정도로.. 마음을 찢어지게 하고도 남을 정도로.... 시리고 괴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목덜미에는 붉디 붉은 머리카락이... 어슴푸레한 달빛을 받아 적갈색같이 빛나고 있다. .......꿈인가.... 나는 아직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꿈인가 해서 미칠 정도로 아프게 팔을 꼬집는다. 잘못하면, 살점이 떨어져 나올 정도로. 더럽게 아프다. ....그럼...지금 이게 꿈이 아니란 말이야....? 나는 다시 멍하게 놈의 등을 멀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언제...온 거지...? 네 새끼에게서 흘러나오는 느낌은..분명..잠을 자고 있었어도 나를 하나하나 다 흥분시켰을 텐데... 나는 얼핏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4시. .....지금 내 앞에 누워있는 놈이...믿어지지가 않는다.... 가만히 손을 뻗어 놈의 등을 어루만져 보았다. 내 손은...Dick의 메마른 손과는 달랐다. 어느 정도는...땀에 젖어 있었고..어느 정도는..습기를 배어내고 있었다. 그 손을 놈이 그 날 밤 나를 애무했던 것처럼 옆으로 미끄러뜨린다. 놈의 마른 갈색의 피부가 내 손을 잡아 당겨서 다시는 놓아줄 것 같지가 않았다. 손바닥으로 하나하나 다 느껴지는 근사한 마른 근육... 놈의 몸은 너무나 아름다워서...달빛을 받고 있는 그 색깔은 황금색을 연상시켰다. 꿀꺽- 내 목에서 엄청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그 때, 옆 방에서 이제까지는 의식하지 못했던 엄청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 아..하..하악...으.....하앙~ 너..너무 좋아....더..더 세게.. - bitch!!! 그래...헉...헉!! 이러니까...이렇게 박아주니까...좋아? - 아직...아직 다 안 들어왔어...!!아..앙~!!! 더..더..깊이.. - 헉헉...헉...정말...죽이는군.... 갑자기 화들짝 놀라, 나는 놈의 몸에서 손을 떼 버렸다. 빌어먹을....사람 놀라게 좀 하지 말라고. 순식간에, Dick놈과 처음 섹스를 하던 날의 내 모습이 내 눈 안에 파고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넓은 등에 매달려서 몇 번이고 소리를 질렀었다. 아마, 그 때의 내 신음이 지금 이 벽을 타고 넘어오는 저 여자의 신음 소리보다 못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더하면 더 했지 말이야...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버릴 수 있는 사내놈들과 여자들의 쾌락에 찬 신음소리가 오늘따라 바로 귀 옆에서 울리듯이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빌어먹을...그만 좀 하라고! 보통 때라면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단 말이다. 나를 미칠 정도로 흥분시키고도 남을 새끼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 나는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서, 정말 잠시 몸을 멈췄다. 놈이 깰까봐. 다행히도 놈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빌어먹을.....찬물에 세수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을 제대로 가지고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눈 앞에서 생생하게 포르노가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몸을 일으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넓지만은 않은 욕실의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숨을 골랐다. 눈 앞에서 계속 붉은 색의 잔영이 어른어른 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빌어먹을....놈과의 밤이, 또 놈의 낮은 신음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것 같았다. 미칠 것 같아..... 비슬거리는 몸을 일으켜서 바싹바싹 타는 목구멍에 물이라도 축여야겠다는 생각에 세면대로 가서 조용히 물을 틀고 받아 마셨다. 빌어먹을..죽을 지경이군... - 끼익 - "...!!!!" 문이 열린다. 숨이 막히는 기분은, 들어오는 산소로 인해서 보다 시원해져야 정상이건만, 내 입술은 그런 것 따위는 모른다는 듯이 더 바싹하게 타들어가고야 만다. 거울로 비치는 붉은 머리카락은..역시나, 내가 지금 아직 잠이 덜 깨어서일까. 그러나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봐도, 내 앞에 달린 거울에 비친 모습은... Dick의 모습이 확실했다. 나도 모르게 엄청난 속도로 몸을 돌렸다. Dick의 얼굴은 굉장히 상해서...그 날카로운 얼굴선이 더 날카로워 보일 정도였다. 피곤해 보이는 검은 시선은, 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몸을 문틀의 한 쪽에 기대고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은.. 나를 돌아버리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근사한 갈색피부의 놈의 근육은 낡은 청바지 하나에 겨우 감싸여져 있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기분이 들었다. 밤이라는 것은 인간을 한없이 욕망에 들끓게 만드는 마약성분을 가지고 있다. ...아니......지금 상황에서는..나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꿀꺽. 내 목구멍에서만 침이 넘어간다. 분명, 놈은 온 몸의 고통에 짜증이 나고 힘들텐데...나만 이런 생각을 하며 놈을 달뜬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일 것이다. "씻을 거냐?" 놈의 낮은 잠긴 목소리. 놈은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도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저렇게 피에 절어 있으니, 씻고 싶을 만도 하다. 나는 뻘쭘하게 서 있다가, 아니- 라고 한 마디 겨우 대답하고 욕실에서 나가기 위해서 Dick이 있는 쪽으로 걸었다. 좁은 문 때문에, 그 문을 스쳐 지나갈 때, 놈의 몸과 조금이라도 마찰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심장이 지끈거린다. 놈의 앞에 다다랐을 때에도, 여전히 비스듬하게 기대어 서서 움직이지 않는 놈이 이상했다. 나가주려고 하는데, 왜 안 비키는 거야? "....비켜....." 겨우 말했다. 눈 앞에는 근사한 놈의 흉터투성이의 피부가 보였다. 억지로 거기에서 눈을 떼며, 겨우 만들어 내보낸 목소리는 내 목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겨 있다. 그 말에 놈이 몸을 조금 옆으로 비켰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나를 여유로운 눈빛으로 내려다 본다. 그 눈빛은 왠지 재미있어하는 느낌이 다분했다. 재수없다고..그렇게 보지마. 어째서였을까..나는 꽤나 아쉬움을 느낀다. 나갈 공간이 생겨 버렸다는 것에...이런 걸까...빌어먹을이군.. 억지로 나가는 발걸음이지만, 분명, 그 걸음을 빨리 해야하기는 했다. 왜냐하면, 놈의 살결에 조금이라도 스치면 내 얇은 입술을 뚫고 바로 신음소리가 배어져 나갈 것만 같았으니까. 폭- 갑자기 놈의 머리카락이 내 어깨에 닿는다. 쿵- 심장은 내 발등 위로 떨어져 내렸다. 놈의 붉은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심하게 간질인다. 그러나 내 목 옆에서 느껴지는 놈의 숨결만큼은 아니었다.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닭살이 돋을 정도로 그 옅은 숨결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좋은 냄새가 나는군." 놈의 입술이 말을 하려고 움직일 때마다, 내 몸이 움찔거렸다. 다시 벽 너머로 들려오는 심한 신음소리에 놈도 나도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분명, 내 귀에만 들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놈의 귀에도 틀림없이 새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정말 죽을 지경이다. 어질어질 거려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놈은 고개를 들어올렸고, 나는 그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사실...한참이나 더 쳐다보고 싶었었다. 놈을 바라보며, 그동안 내 머리에서 내내 그려 왔었던 얼굴을 조금쯤은 만져 보고도 싶었고... 내 속 존나게 썩힌 댓가로 한 대 가볍게 갈겨 주고도 싶었었다. 그러나 나는 놈이 내게서 머리를 들어올리자 마자, 바로 방으로 나와버렸다. 뒤에서 놈의 느낌이...그 여유로운 분위기가 났지만.. 뒤돌아 볼 수는 없었다.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욕실에서는 물이 틀어졌다. 귓가에서는 아직도 계속 옆 방의 여자와 남자의 미칠 듯한 쾌락에 젖은 비명소리가 났다. 그리고 내 머리 안에서는 그 날 밤, Dick과 함께 엉켜 들어 정신이 나갈 정도의 쾌락을 느꼈던...섹스가 생각이 났다. 빌어먹을..담배..담배... 나는 침대 서랍을 뒤져서 담배를 찾아내고는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폐를 한 번 훑고 나올 때까지도...내 심장은 진정을 할 줄을 몰랐다. - 하아~!! 주..죽여줘요..더..더 세게... - 헉....헉....그만 조여....잘릴 것 같잖아!!..bitch!!!....그래...그렇게... - 아...아악....으...응... - 조..좋아...? 그래..그렇게 계속...허리 움직여 보라고.....헉...헉.... 옆 방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나를 미칠 정도로 흥분시켰다. 조용히 해!! 이 개자식들아!!! 하고 일어나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아무리 진정시키려고 해도...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놈을 안고 싶다... 미칠 정도로 끌어안고...놈의 몸을 만지고 싶고, 놈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고.. 놈의 마른 손바닥이 주는 쾌감을 느끼고 싶다. 빌어먹을..... 담배를 세게 비벼 껐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씻는 거라면... 같이 씻어도 되잖아. 괜히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낸다. 그리고 놈이 있는 욕실의 앞까지 갔다. 숨이 턱까지 찬 기분이다. 끼익- 손잡이를 잡고 연 그 곳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뜨거운 물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욕조 속의 열기 때문에, 창문도 없는 그 놈의 욕실은 더럽게 뿌옇다. 수증기가 가득 차 있어서 좁은 욕실 안은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욕조 안에 있는 놈의 중압감은..충분히 느껴지고도 남았다. 어스름하게 붉은 빛의 머리카락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목구멍으로 침이 한 번 넘어간다. "........가..같이 해....샤워...." 내 목소리는 평소답지 않게 높게 나갔다. 그건, 꼭 내가 샤워 뿐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놈에게 알리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놈에게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너무 심하게 흐린 욕실 안에서는 놈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큭...." 놈이 잠깐 웃는다. 그 낮은 소리가 소름끼칠 정도로 그 날밤 내 귓가에 울렸던 신음소리와 닮아 있어서 허리에 닿던 놈의 손길이 생각나서 미칠 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그렇게 입고 씻으려고?" 놈이 조금은 재미있다는 말투로 나를 비웃는다. 얼핏 ..쭈뼛하게 서 있었을 때에야... 나는 내가 열어놓은 문으로 수증기가 조금 빠져나가면서 만들어 낸 얼마간의 투명감 덕분에..놈의 붉은 머리카락을 볼 수가 있었다. 뜨거운 욕조의 안은...조금은 붉으스름한 빛의 물로 채워져 있다. 놈의 벌어진 상처에서 씻겨져 나오는 굳어진 피들이었다. 그렇게 심한 양은 아니었지만...상당히 아파 보이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 때, 뜨거운 열기와 맞물린 놈의 깊게 잠긴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렸다. "들어오려면, 다 벗고 들어와라." 수증기가 더 많이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랬다. 분명, 이 가운데에서 놈도 그렇고 나도 그렇겠지만...서로의 알몸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 자리에서 흥분으로 죽으라는 뜻과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 놈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귀까지 뜨겁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야하게 들렸다. 원래...이런 건가.....? ....내가 문을 닫지 않으면, 결국은 멀겋게 변하는 공기의 틈으로 놈을 바라보게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뜨거운 물 안에서...피투성이 상처를 씻어내는 놈이.. 나를 도발한다. 나는 엄청난 속도로 쾅-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문을 닫았다. 점점 빠져나가는 수증기 때문에, 놈의 붉은 머리카락이..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놈의 시선이 분명히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실상, 입고 있는 것은 낡은 청바지 뿐이었다. 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다시 공기는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고.. 놈의 붉은 머리카락도 시야 사이로 조금 가려지고 있었다. 욕조 안에는 놈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일 것이다. 나는 서둘러서 바지의 버클을 끌렀다. 그리고 청바지를 벗어 내렸다. 더불어서 팬티에 손을 대었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감을 느꼈다. 서서히 흥분해 가고 있는 내 물건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 내 위치에서는 너무 짙은 수증기 때문에 놈이 잘 보이지 않았고..내가 이렇다면, 놈도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찬물에, 세수라도 좀 할까..싶어서 세면대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 팔목을 잡아끄는 손길에 움찔 하고야 말았다. 욕조 안에 몸을 담은 놈이 가까운 세면대로 손을 뻗은 것이다. 놈의 긴 팔이 내 팔목을 세게 잡고 있었다. "같이 하자며?" 낮은 목소리는 조금쯤은 쉬어 있었다. 마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꽤나 아프다는 듯이...상당히 괴로운 느낌이 다분했다. 빌어먹을. 그 좁은 욕탕에 들어가면, 어차피 네 새끼랑 다리가 꼬이던가, 팔이 꼬이던가 할 수밖에 없단 말이다. 그러니까, 그 전에 이 열기로부터 정신이나 차리게 해달라고. 그러나 놈의 팔의 힘은 거절하기에 너무나 강했고...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평상시의 바싹 말라 있는 듯한 놈의 건조한 손바닥이 아니었다. 약간의 물기를 담은 그 손바닥은...왠지 미끈거리며 내 팔을 휘어잡아 끌고 있었다. 욕조 앞쪽으로 끌려간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서야 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의 물기 때문에 젖어버린 놈의 머리카락이...놈의 시선을 조금쯤은 방해를 하고 있었다.. 눈을 가리는 젖은 붉은 빛은 묘하게 색정적이었다. 그러나, 분명 나에게는 그게 좋았다. 놈의 검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는 조금 힘들었으니까... 검은 눈동자는 햇빛이 아닌 가운데서 더 검게 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자꾸 잡아끄는 그 손길에 나도 모르게 다가간다. "들어오라구." 놈이 목소리가 낮게 여유로운 웃음기를 배어낸다. 시원스럽게 내뱉는 목소리와는 다르게...나를 낮게 잡아끄는 그 손길은 왠지 열기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욕조 속으로 몸을 담근다. 역시나...꽤나 큰 사내새끼 둘이 들어가기에는 좁은 욕조다. 놈의 다리가 내 다리에 감기고 있다. 그것은 이 상황에서는 분명히 좋지 못한 거다. 조금씩 몸을 물 안으로 담그려고 할 때마다..철벅거리는 열기가 너무나도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뜨거워......" 피부가 화상을 입은 듯이 달아오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나간 한 마디. 사실..물이 뜨겁다기 보다는 놈의 손에 잡힌 내 팔목이 더 뜨거웠다. 몸이 다 들어가서 잠길만한 크기가 아닌 욕조에 Dick이 몸을 담근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비켜야 들어갈 거 아냐...." 나는 괜한 투정이 생겨서 놈의 다리를 밀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놈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 때문에 물 안이 조금 흐려지는 것을 보고 그것도 멈추고야 만다. 빌어먹을... 환자 새끼에게....뭐라고 하기도 그렇고..내가 피해서 앉아야 하나. "네가 다리 벌리고 앉으면 되는데?" 놈의 장난치는 듯한 목소리가 허리를 뜨겁게 달구는 느낌이 들었다. 빌어먹을 개자식... 놀리는 듯한 그런 말투 싫단 말이다. 화가 조금 올라오는 기분이다. 더불어서, 놈의 그런 한 마디에 반응하는 내 자신도 웃기고 짜증났다. 몸을 벌떡 일으키려고 했다. 욕조에서 나가고, 차라리, 세면대에다가 얼굴이나 씻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생각대로 했고, 몸을 일으키고 한 쪽 다리를 욕조 밖으로 꺼냈다. 빌어먹을 새끼. 갑자기 팔목이 아프게 끌어당겨진다. "앉아."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 화난 것 같은 느낌을 풍기는 목구멍을 긁고 나오는 듯한 쇳소리. 왠지, 더 몸을 나가게 했다가는 한 대 맞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모자란다고. 네 새끼와 안 엉키고 앉기에는. "...자리 없어." 갑자기 놈이 내 몸을 끌어당기더니,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다. 엄청나게 뜨거운 그 느낌에 바로 기절할 것만 같은 커다란 충격이 다리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뭐..뭐하는 짓이야!!!!!" 허벅지 안 쪽에 닿은 놈의 손바닥의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머리에서 스파크가 튈 정도의 충격이 왔다. 다리가 덜덜 떨리는 느낌이다. 놈이 내 다리를 문지르며 벌리기 시작했다. 시선을 내게 조금도 떼어내지 않는 놈은 굳이 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그...그만해..뭐...뭐하는 거냐고...." 끌어당겨진 내 몸은 더 이상 놈에게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세게 잡고 있는 팔목이 놈에게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하는 느낌이다. "읏......." "벌려." 놈의 목소리는 조금 괴로웠다. 그 목소리는 놈에게도 괴롭게 들렸고, 또한 내게도 괴로운 것이었다. 미칠 정도로 낮게 쉬어버린 목소리로 내 귀에 또렷이 들리도록 내뱉는 그 목소리는..미칠 정도로 모자란 산소와 함께 점점 내 숨을 가쁘게 하고 있었다. 벗어나려고 내가 발버둥을 칠 때, 놈의 틀어쥔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놈의 상처에서는 조금씩 피가 배어져 나왔다. 때문에..나는 그렇게까지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다리, 벌리라고." 미쳐버릴 정도로 야한 목소리로...그런 소리 내지 말란 말이다! 내 목소리는 더 이상 제대로 나가질 않는다. 그러나..내 다리는...분명 놈의 말대로 벌려지고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서 억지로 닫고 있는 입술과는 다르게. 놈이 결국 내 허벅지 사이를 다 벌리고 나서 욕조 안으로 완전하게 끌어내렸다. 내 몸은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놈에게 힘없이 끌려갔다. 내 다리는 놈의 허벅지 위에서 완전히 벌려진 채로 앉혀져 있다. 빌어먹을... 놈의 허리의 상처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놈의 흥분한 몸도 눈에 들어왔다. "하아....." 놈의 입술이 내 목에 닿았다. 그 혀가 뜨거운 내 쇄골에 닿으며 점점 농밀하게 얽혀든다. "제발...." 나는 놈을 밀어내려고 했다. 사실, 놈을 이렇게 유혹하고 싶었던 것은 나였다. 나는 놈을 정신 나가게 만들고 싶었고, 내게 애가 타도록 하고 싶었고 내 몸에 놈을 묻지 못해서 안달이 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결국...빌어먹게도 안달이 나고, 혀가 바싹바싹 마를 정도로 애가 타며 다리 사이가 뜨거워져 오고, 고개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허리가 휘는 것은 오히려 내쪽이었다. 놈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고 내게 점점 다가오는 그 혀에 미칠 듯이 반응하는 것은 결국 빌어먹게도...나였던 것이다. ".....개새끼들에게 쳐맞는 동안에도 말이다......" 조금씩 뒤로 넘어가는 내 목은...정말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저절로 허리가 휘어지는 느낌이었다. 놈의 낮게 가라앉은 쉰 목소리는...내 목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이거 생각만 나더군." 퓨즈가 나가서 머릿속이 까맣게 되어가 버리는 느낌. 놈의 손바닥이 등줄기를 한 번 훑고 내려간다. "아...으..." 소리는 내 입술을 뚫고 나오려다가, 금방 깨무는 내 이빨에 의해서 차단되고야 만다. 허리가 한 번 세게 튕기며, 뒤로 한 참이나 휘어진다. 때문에, 놈과 나의 하체가 심하게 마찰했다. ".....Shit......" 놈의 숨결은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욕설이 배어져 나오는 놈의 입술은 지나칠 정도로 관능적이다. 그리고 내 손은 벌써 나도 모르게 놈의 어깨를 긁어내리고 있었다. 찰박찰박한 물은 뜨겁기도 뜨거웠지만...놈과 나를 미칠 정도의 흥분으로 몰아갈 때의 뜨거움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뭐.......?" "하...지마....제발......" 원했던 거였다. 사실은, 놈이 이렇게 해주기를.... 놈의 몸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놈의 다리는 내 다리 밑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더 깊이 물에 잠겼다. 어느 사이엔가...나는 놈에게 깔린 형태가 되고 말았다. 한 쪽 다리는 욕조에 걸쳐진 상태였고, 방금 전까지 내 아래에 있던 놈의 몸은 내 위에 있었다. 나는 눈을 감으려고 했던 눈을 뜨고야 말았다. 놈을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놈의 넓은 어깨에서 드리워지는 그늘이 어둡다. 놈이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그런 놈을 올려다보며 놈의 가슴에 댄 손을 밀어내고 있었다. 빌어먹을...이렇게 있으니까........ ........무서워. 네 새끼가 내게 들어오던 때의 아픔도 기억나고.... 지금 내 벌려진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네 새끼도...너무 두렵고.. 무엇보다도... 내 눈을 내려다 보는 그 눈이 너무 두려워....너무 검다고.... "으...으읏.....하...하아....하..하지마..." 놈의 물건이 내 다리사이에서 들어오지 않고 조금씩 마찰만을 하고 있었다.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리는 미친 듯이 들썩이고 있었다. 이건...놈을 더 흥분시킬 뿐이다. 분명....내 들썩거림으로 인해..아직 들어오지 않은 놈만이 괴로울 뿐이니까..... 두려움과 함께 밀려오는 놈에게의 열망은 이상한 패러독스다. 제발... "그런 표정으로 하지 말라고 하면..말이다...J.D......" 내 귀 쪽에 닿은 놈의 혀가 너무나도 뜨겁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소름이 귓가에서부터 뒷골을 타고 척추 뼈까지 진하게 흘러내린다. "더 하고 싶어진다고......" - 한 번 빠져나갔다가 밀고 들어올 때는..온 머리의 스파크가 나가버리는 느낌이지. 왜 그 순간에 나는 그 노랑머리 새끼를 떠올렸을까. 분명, 지금 이 순간에는 Dick과 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상처투성이의 몸으로도 나를 간절히 원하는 놈의 모습이.. 놈의 신음이..놈의 뜨거운 눈빛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 머리에는 그 노랑머리 Russian 새끼가 한 말이 선명했다. 분명..내 방에서 세 번째 옆으로 가면, 놈이 묵고 있는 방이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방에는 Dick이 없다. 그러나, 그 언제에는 이 새끼가 노랑머리 안드레이라는 놈의 방에서 이렇게 지금 나를 안 듯이 놈을 안고...신음하는 놈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Dick새끼의 이 아름다운 어깨선도, 또 근사한 마른 근육도... 내 아래에서 느껴지는 놈의 물건도...모두 다,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나는 놈을 세게 밀어냈다. "비켜!" 어째셔였을까...왜 나는 이런 추악한 질투로 놈을 사로잡지 못해서 안달일까. 왜 놈을 다 소유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빌어먹을.... 그러나 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놈의 어깨를 세게 쳐내며 비키라고 발악을 한다. 그러나 조금도 내 허리를 끌어안은 팔은 벗어날 줄을 몰랐다. "비켜!!" 놈이 결국 내게서 몸을 한 번 떼고는 나를 내려다 본다. 그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나는 발악을 했다. 정말 두려웠으니까. 당장이라도.. 맞아서 죽지 않는다면, 다행이게. 놈을 이렇게 흥분시켜놓고.. 게다가, 더 우습게도 나조차도 나의 흥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입으로만 크게 놈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놈이 내 턱을 세게 잡고 자기 쪽으로 돌렸다. 그래서..나는 놈을 향해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퍼져 있던 온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놈의 시선은....차라리 영원히 마주치지 않음이 좋았다. 그 시선은 너무 스산하고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으니까. 내 턱을 잡은 놈의 손은 이제까지 놈이 내고 있던 열기가 거짓말이었나 싶을 정도로 차디찼다. "....네 새끼가...지금 나 갖고 장난하는 거냐...?" 목구멍은 다 말라비틀어졌지만, 내 목소리는 지금 내 귓가에 들려온 놈의 저 목소리보다는 쉬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욕망에 감싸여 있던 낮은 목소리는 이제는 분노와 함께여서 내게 두려움만을 느끼게 만든다. "네...새끼가..안은 놈이 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겨우 입을 열고...어쩌면 놈에게 맞아 죽을 지도 모르는 말을 꺼냈다. 내 목소리는 그르렁거리며 겨우 저 안에서 기어나온다. "다른 새끼도..안으면서...Fuck.....나 갖고 노는 건 네 새끼 아냐!!!!??" 빌어먹을...그 말을 하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눈도 닫았다. 이건, 무슨 계집애처럼 굉장한 질투를 놈에게 보여버린 거니까... 사내새끼로서 쪽팔려 죽을 지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사내자식들끼리....마치 사랑이라도 하는 듯이 말하고 있다. 나에게는 아니다. 나에게는 사랑이다. 그러나, 놈에게는 우스울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나는...조금...비참해진다. 놈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다만 놈의 어깨에 닿은 내 손만이 어색하게 뜨거움을 배어물고 있을 뿐이다. 놈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입술을 파고 들어오는 혀에 나는 눈을 뜨고야 말았다. 놈의 눈은 감겨져 있다. 그리고 내 다리를 들어올리는 놈의 손도 갑자기 뜨거움을 되찾는다. "으읍!!!" 나는 놈의 밀려들어오는 혀에 정신을 잃을까봐 너무나 두려움을 느끼며 미친 듯이 놈의 어깨를 쳐댔다. 그리고 긁어내리기까지 했다. 어찌나 강하게 밀려들어오는 건지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내 손톱 밑으로 놈의 피부가 벗겨져 나온다. 피가 배어져 나오는 손톱 때문에 나는 놀라서 비명이 나올 뻔 했다. 분명 죽을 정도로 아플 것임에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내게 다가오는 놈이 두려웠다. 무서워!!! 무섭다고!!!!!! 내 다리를 벌리는 놈의 몸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빌어먹게도..이상스러운 쾌감과 더불어서 나간... 신음이 섞이 비명이었다. 놈의 물건이 내 아래에서 스치면서 그 존재감을 말했기 때문에.. 내 몸은 떨리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상한 갈증을 느꼈던 거다. 그러나...지금은 아니다!! 하고 싶지 않아!!! 내 눈에는 네 새끼와 안드레이라는 개자식이 뒹구는 모습이 지금어 네 놈과 나의 모습에 겹쳐서 보인단 말이다!!! "놔!!!!! 놓으라고!!!!!!!!!!!!!" 그건 순간이었다. 놈의 움직임이 멈췄고....나의 움직임도 멈췄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놈의 눈은 바로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놈의 행동은 더 이상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놈의 입 또한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나는 놈의 뺨을 친 나의 오른쪽 손목을 잡고 조금은 떨며 놈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뜨거웠던 물은...이제 미지근해졌다. 놈이 주먹을 움켜쥔다. 나는 숨을 삼키고 입술을 막았다. 바로 맞아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놈은 한 참을 나를 노려보더니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놈의 허리께 에서는 내가 놈에게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했던 것 때문에 터진 꽤나 아물었던 상처로 피가 흘러나온다. 뚝- 하고 떨어져서 멀건 물에 번진다. "아주...날 죽이는군...네 새끼가......" 낮게 갈라진 목소리. 놈은 나를 때리지 않았다. 다만 걸려있는 바지를 입었을 뿐이다. 그리고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몸 그대로 욕실 문을 열고 나간다. 그 잔상이 이상하게 여운에 남았다. 싸늘한 공기가 열려진 욕실 문으로 들어온다. 쾅- 언청나게 커다란 마찰 소리. 세게 닫아버린 문의 소리. 놈은....욕실에서만 나간 것이 아니라... 방에서도 나간 것이다.... 놈이 나간 자리에는...놈의 몸과 엉켜 있었을 때의 뜨거움이 사라진... 차가운 내 몸만이 있었을 뿐이다.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어깨 위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그대로 느끼고만 있다. 머리카락은 젖어서 물기를 머금고 뚝뚝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습기가 찬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내 몸은...분노 때문인지..아니면, 놈이 가버렸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빌어먹게도 아쉬움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서 진동하고 있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은 꿈이었던가...빌어먹을.. 내 입술은 세게 깨물리며 비명을 지르듯이 고통을 호소하고 피를 떨어뜨린다. 그러나...아직도 내 허리는 후끈거린다. 그리고 나의 피부는 놈의 스치고 지나간 만져진 자국 때문에 한 여름에 화상이라도 입은 듯이 더운 열을 내고 있었다. 열려진 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만이...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나에게 인식시킨다. Fuck...불안해.. 네 새끼가 그렇게 나가버려서..빌어먹을 정도로 심장이 뛰고 아프고... 불안하고...개새끼... 네 새끼가 이렇게 나를 만들어 버려. 나를 한 순간에 돌아버리게 만들어 버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 "Shit......" 낮게 내는 욕설. 나는 급작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혹시...돌아온 걸까...나에게...네 놈이 돌아온 걸까.... 나는 몸을 급작스럽게 일으켰다. 덕분에 물이 새어나갈 배수구가 없는 욕실 바닥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잠긴 목소리가 놈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놈이라면....빌어먹게도 내 자존심 따위 다 누르고...Fuck..... 놈이 내게 다시 돌아온 거라면, 지금 내가 했던 후회 같은 어리석은 짓 다시 안 할 만하게 꼭 끌어안고 싶었다. 차라리, 놈이 내 곁에서 떨어져 나갈 바에야.. 이 미칠 것 같은 질투를 내리 누르겠다고..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내 앞에 나타난 놈은... 내가 그렇게도 기대하던 붉은 색의 머리카락이 아니었다. "휘익-" 경박한 휘파람 소리. ...젠장... 거구의 그림자가 욕실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 놈을 노려보았다. "이런....뭐야, 그 새 일이라도 치룬 거냐..?" Rockey놈... 아주 느긋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보는데 그 시선이 끈적거려서 기분이 아주 더럽다. "Fuck off.(꺼져)" 놈이 위아래로 나를 쳐다본다. 얼굴에 여유로움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문 좀 닫겠냐? 옷이라도 입고 싶은데." 나는 놈을 향해서 빈정거리는 말투를 내 뱉았다. 그것은 상당히 기분 좋지 않은 시선이었으니까. 놈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놈의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바지의 앞섶이 이미 말을 해주고 있었다. 어떠한 의미의 시선인지. 놈이 어떠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 끈적거리는 위아래로 향하는 놈의 시선이 얼마나 기분이 나쁜 것인지 말이다. "....Dick이 정신 나가는 이유를 알겠구만." "Fuck...off..좋은 말 할 때." 나는 이제 내 갈라진 목소리가 으르렁거리듯이 나가는 것을 억누르며, 놈의 앞에서 청바지를 주워입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새끼의 모습을 보니... 놈의 이러 끈적한 눈빛을 받고도 조금도 흥분 안하는 나를 보니... 내가 얼마나 Dick새끼에게 깊이 빠져 있는지 알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청바지만 입고 티셔츠를 손에 쥐고 욕실밖으로 걸어나가는데, Rockey놈의 뜨거운 열이나는 손이 내 팔을 휘어감았다. "어디가는 거냐." 놈의 뒤룩뒤룩 살이 붙은 얼굴이,오늘만큼은 사람 좋아보이질 않는다. "이거 놔라." "!!!!!!" 나는 놈에게 잡힌 손을 뺀 다른 손으로 둘리면서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낸 나이프를 겨눴다. 왠지 꾸욱 하고 다 나이프를 쑤셔넣지 않아도, 벌써부터 날이 잠기는 놈의 목의 살이 굉장히 거슬렸다. 놈은 이런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해봤다는 듯이 여유로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냐. 그 놈의 성격 좀 죽이라고." "내가 전에 말 안 했던가, 네 새끼 농담 짜증난다고." 나는 으르렁거렸고, 놈은 마치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내 팔을 놓고 두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의 의미였다. "Ya dicks on hard, you fucking ass hole. (네 물건 존나 섰어, 빌어먹을 병신자식아.)" 나는 나이프로 놈의 앞섶을 툭툭 건드렸다. 바로 놈이 얼굴을 시퍼렇게 굳혔다. 짜증나겠지. 큭큭... "나한테, 조언하기 전에 말이다...네 새끼 물건이나 잘 간수해. 앞으로도 내 앞에서 이렇게 번쩍번쩍 대가리 쳐들면...도려내 주는 수가 있다고."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놈의 어깨를 툭툭 쳤다. Fuck...빨리 나가버리자... 이 곳은 Dick 그 개자식이 얼마나 있었다고..벌써 놈의 내음을 배고 있었다. 이미 시뻘겋게 물들어 버린...그런 색깔이 얼룩져 버린 방처럼... 벌써부터, 놈의 내음을 감싸고 있었다. 뒤에서 Rockey 새끼가 따라나오는 게 느껴졌다. Fuck...왜 따라오고 지랄이야... 쾅- 나는 문을 최대한 세게 놈의 얼굴 앞에서 닫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차라리, 혼자 있는게 낫다. 그리고..빌어먹을 그 Rockey 새끼에게 내가 Dick을 찾고 있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여름이라 몸에서 땀이 많이 흐르는 건가, 아니면, 현재 내가 아직도 Dick새끼에의 열을 식히지 못해서 땀이 많이 나는 것인가.. 어쨌든, 티셔츠를 입기에는 조금 끈적하다. - 하...하악.....하고 싶어.....제발...들어와.....응....? 멈추고 말았다. 빌어먹게도...내가 멈춘 자리는....내 방에서 딱 세 개의 방을 걸어나온 곳이었고.. 거기서 들려져 오는 목소리는 한 번 들었지만, 나를 미칠 정도로 짜증나게 하고도 남았던..... 노랑머리 Russian 새끼의 목소리였다. - 제발....들어와 줘......오랜만이잖아...으..윽.... 거...거기는 안 돼....마..만지지 말아봐.....아..아악...주..죽겠어...그..그만!!!!! 으..윽.... 곧 죽어갈 정도로 흥분에 쩔어 있는 목소리. .......... 너... 아니겠지.. 부디.....아니, 제발....아니라고 말해줘라. 아니면...나 정말 돌아버릴 지도 모른다. "Fuck..." 갑자기 내 옆에서 느껴지는 욕설은, Rockey의 것이었다. 그리고 내 팔을 아프게 움켜쥐고 그 앞에서 다른 곳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도 Rockey놈이었다. 나는 세게 그 팔을 뿌려쳤다. 아마도..대가리에 정말 스파크가 나간다는 것은 이런거겠지. - 제...제발....Dick......!!!!!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분명 Rockey 새끼가 내 허리를 붙잡고 그 방문을 때려 부수는 것을 말리기 위해서 난리를 치고 있었고, 내가 그 방문을 부수고 말았을 때에는, 옆 방에서 섹스를 하고 있든 잡 새끼들까지 다 튀어나와 있었다. "...!!!!!!!!!!"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의자에 앉은 한 남자의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노랑머리 새끼의 뒷모습이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노랑머리 새끼가, 온 방안을 뜨거운 열기로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놈의 어깨 너머로... 나는 내 숨을 틀어막을 정도의 깊고 표정 없는 검은 눈과...불타는 듯이 새빨간 붉은 머리카락과 마주친다. 놈의 다리는 아직 청바지에 감싸여져 있었지만, 분명, 그 빌어먹을 노랑머리 개자식과 맞닿은 부분은 버클이 끌러져 있을 것이다. 젠장..... "..........." 노랑머리 새끼의 벌거벗은 허리에 가 있는 커다랗고 긴 손가락은.. 분명..내가 아는 새끼의 것이다. 그 손가락이 내 허리를 만질 때와 같이, 야하게 Russian 새끼의 허리뼈를 매만지고 있었다. "....뭐야.....?" 등 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노랑머리 새끼가 Dick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 허리를 받쳐 주는 손가락에 몸을 기대어 살짝 이쪽을 돌아본다. 순간적으로, 놈의 열기에 가득 찬 얼굴을 후려갈겨 주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다. 아니, 목을 졸라서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쿡....." 그 놈의 얼굴이 웃음기를 내 뱉았을 때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내 등 뒤에서는 Rockey 놈의 한 숨을 내쉬는 목소리와...여러 새끼들이 섞여서 방안을 들여다보는 꼴을 보이고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건, 미칠 듯한 질투를 넘어선 것이었다.. 내 자신이..방금 전까지도 놈이 내 방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만약 놈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내 간절한 마음으로 놈을 다시 끌어안을거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진심으로 화가 나며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Dick의 눈이 바라본다. 그 표정 없던 짙은 눈이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눈빛으로 의사를 전했다. 그 눈짓은...단 한 마디를 내포한다. 나가 - 내 주먹이 놈에게 날아가기도 전에, 아니, 내가 그러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Rockey놈이 내 허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제발, J.D. 참아라." 귓가에서 들리는 Rockey 새끼의 거칠은 숨결은, 현재의 상황이 상당히 곤란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내 엉덩이로 느껴지는 놈의 아직 가라앉지 않은 물건이,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래.... 개자식...빌어먹을 새끼야. Dick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내 목에서는 미친 듯이 뛰었을 때에야만 나곤 하던 피비린내가 저 안에서부터 역겹게 올라오고 있었다. 입안이 씁쓸한 느낌이다. 눈이 빠져버릴 것 같을 정도로 충혈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내 앞의 검은 눈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는 이런 거냐고... 정말 짜증나....Fuck.... 나는 입술을 배어 물었다. "다른 새끼 안는 거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Dick의 무심하리만큼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는 그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놈은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내 질문에 답했다. 놈의 입은 아무런 말을 안 했지만, 분명, 놈의 시선은 그만하고 꺼지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한다. "그럼...내가 다른 새끼 안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겠군." 나는 결국 추악한 질투를 내비친다. 그리고 내 뒤에서 아직도 흥분한 Rockey놈이 내 맨 허리를 감은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Dick의 표정없던 암흑과도 같던 검은 눈이 그 한 순간.... 표정을 담았다고 보았다면...나의 착각인 걸까. 나는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방에서 물러섰다. Rockey 놈의 팔을 내 허리에서 풀었다. 놈이 서서히 물러나지 않아 조금은 세게 힘을 주어서 풀어서야, 나는 놈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즐기라고.....네 마음대로 말이다, 개자식아." 그리고 나는 뒤돌아섰다. 분명, 내 어깨에 와닿는 Dick의 시선을 느끼면서. 야...이 씹새야... 네 새끼가 그렇게 다른 새끼 아무렇지도 않게 안는데... 나라고 못 그럴 거 같냐? 못 그럴 것 같냐고. 나는 마지막으로 뒤돌아서 놈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았다. 내가, 원하는...바로 오직 한 새끼의 얼굴이 나를 향해 있었다. 검은 눈이 조금 화가 난 표정을 짓는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얼굴 표정을 바꿔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개자식... 그래....나는 네 새끼 다른 어떤 새끼하고도 엉켜 있는 꼴 못 봐. 그렇지만, 네 새끼가 그러는데 나 혼자 참는 것도 못 봐. Fuck. 나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Rockey 새끼가 내 팔을 휘어잡았지만, 아주 세게 놈의 턱을 한 대 갈기고 바닥에 짓밟혀서 이제는 더러워진 내 셔츠는 그대로 두고 왔다. 새벽이다... 벌써, 몇 명의 창녀들은 일을 시작했고, 몇 명의 사내들은 이 좆같은 건물 안에서 그 여자들을 끼고 미친듯한 신음을 내뱉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금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미칠 것 같은 흥분과 짜증과, 분노와......아직....그 빌어먹을 노랑머리 새끼와 엉켜있을 Dick 때문에 머리는 식기는커녕 끝없이 뜨거워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Fuck...." 주머니에 겨우 한 대 꼬불쳐져 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새벽향기가 내려앉은 거리에서는 몇 명의 남자를 못건진 창녀들이 계속 지나가는 술 주정뱅이들 같은 사내 새끼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중에서.....나는 낯이 익은 한 놈을 발견했다. 놈은,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안드레이의 애새끼들 중의 한 명인, 전에 내게 심하게 당했었던 Russian 새끼였다. "Hey!!!!" 나는 놈을 소리 높여 불렀다. 그러나, 놈은 얼굴의 색을 하얗게 변화시키며 내 쪽에서 시선을 거두려고 애쓰고 있었다. 지레 겁을 집어먹은 꼴이...참으로 우습다. 그러나 나는 놈을 끈덕지게 불렀다. 그제서야 놈의 얼굴이 내 쪽으로 천천히 돌아나온다.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오라는 표시를 한다. 놈의 시선이, 내 얼굴을 훑는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내 목에서...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를, 그리고 지퍼만 채워져 있는 내 청바지에 다다른다. "이리 와.." 나는 놈을 불렀다. 그리고 내 발걸음을 골목 쪽으로 향했다. 놈이 마치, 멍한 곰처럼 순하게 나를 따라온다. 어두운 골목은 푸르스름한 새벽의 색깔을 머금기 시작했다. 놈이 내 몇 걸음의 앞까지 왔다. 그리고 이 골목은 아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음습한 곳이다. 놈의 눈에는 성적 호기심과, 더불어서 내게 당했었던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빌어먹을... 그런 눈을 한 새끼에게 뒤 대주고 싶지 않으니까, 눈 좀 풀어봐. 맛간 눈이라도 하라고, 차라리 말이다. 나는 놈의 시선을 받으며 물었다. "나랑 하고 싶냐?" 놈의 눈이 동공을 퍼뜨렸다. 색소 흐린 푸른 눈은 왠지 어둠속에서 선명했던 터라 꽤나 잘 보였다. "..........." 놈의 얼굴은 공포와, 두려움과, 욕망으로 뒤섞여 있어서 조금쯤은 웃음이 나왔다. 그 얼굴이, 조금도 당황함이 없는 Dick새끼의 여유로움과 겹쳐 보여서 아주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어째서 전혀 닮지 않은 새끼에게서조차 나는 놈을 찾는 거냐고. 나도, 다른 새끼랑 놀 수 있단 말이다, 아냐? 개자식아. 나는 얼어있는 나머지 점점 고개를 쳐드는 자신의 앞섶을 아프게 가리며 나를 쳐다보는 놈을 바라보면서 한 번 웃었다. 놈의 얼굴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내쪽으로 걸어오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오라고. 개새끼야. 나는 내 바지의 버클을 연다. 달칵-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내 앞의 새끼의 얼굴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지의 지퍼를 끌렀다. 그리고 내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빨리 오라는 눈빛을 보낸다. 내 머리는 지금 미칠 것 같은 질투 때문에...지금 이 순간...내 앞의 새끼의 머리카락이 붉은 빛을 띠는 것 같다고 착각을 하는 나의 멍청한 정신력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헉...헉...." 결국, 내 앞의 새끼가 내 코앞에까지 와서 헉헉거리는 숨을 내뱉는다. 갑작스럽게 내게 다가와서 입술을 문대는 놈 때문에, 나는 괴로움을 느꼈다.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밀려들어오는 조금은 술기운을 담은 냄새 때문에 정신이 어질할 지경이었다. 놈이 부풀대로 부푼 자신의 하체를 내게 비벼댄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쾌락이 아닌 아픔이 느껴지고 있었다. 놈은 상당히 거센 느낌이다. 빌어먹을...개자식... 왜 눈이 시큼해 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러고 있는 중에도...분명, 그 Dick 개자식이 다른 새끼를 안고 있다는 생각은.. 나를 미쳐서 돌아버릴 정도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괜히, 내 앞에서 헉헉대며 미친 듯이 바지를 벗어대는 놈의 어깨를 세게 끌어안을 뿐이다. .....네 새끼길 바랬다... 젠장...... "다...다리...벌려줘...." 내 앞의 놈의 입에서 나오는 미칠 것 같이 끈적한 느낌의 소리가 귓가에 더러운 느낌을 주며 전해져 온다. 나는 아무말 없이 한 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놈이 내 다리를 팔로 감싸 올린다. 눈을 감는다. 붉은 잔영이 내 눈에 어른거린다. 감고 있는...내 시선의 안에도..놈은 어른거린다...... 빡- "아아악-!!!!!!!!!!!!!!!!!!!!!!" 엄청난 소리. 비명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나는 내 얼굴에 튄 것 물기를 느낀다. 더불어서 내 몸에서 끼쳐지던 뜨거운 열기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내 다리도 땅으로 내려온다. 눈을 떴다. 뭐...뭐야!!!!! 내 앞에서는 붉은 머리카락이 내 눈가에 흘러 내려온 붉은 피와 함께 보였다. 아니, 내 눈가에 튀었던 그 피 때문에, 전혀 다른 새끼의 머리카락이 붉은 색으로 보이는 걸꺼다. 아니면...믿을 수가 없다... 놈의 넓은 등이 이제까지 나와 엉켜있던 놈을 미친 듯이 패고 있었다. "크아아악!!!!!...사...사...살려...살려줘...!!!!!!!!!!!!!" 비명을 질러대는 Russian 새끼의 목소리가 갈라져서 온 골목에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더 이상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인간을 완전히 죽이는 듯한 뚜둑하는 뼈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들만 들려오고 있었다. 내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내 위치에서는 Russian 놈이 죽어가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아니, 이미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다만...눈앞에 보이는 것은 놈의 등의 근육의 유연한 움직임 뿐... 분명....다른 새끼의 피와 함께 섞였을...놈의 허리에서 스며나오는 붉은 핏자국 뿐.... 미친듯한 폭력을 가하는 놈의 등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이성을 잃은 듯한 그 폭력을 내뱉는 모습은...이제까지의 Dick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내가...보고 있는 새끼가...너 맞냐....? 네 새끼가... 내 앞에 있을 리가 없다구... 맞지....너...정말 내 앞에 있는 거 맞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Russian 새끼는 죽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고, 조금의 미동도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는 조금은 숨을 내쉬는 붉은 머리카락의 뒷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질투하는 거냐?" 나는 놈을 향해서 최대한 비릿한 목소리를 던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하는 Russian 새끼의 모습에 동정표를 던져서 였을까.. 아니면...너무나 잔인한 폭력을 내 앞에서 보이는 놈에게 열이 받아서 였을까... 아니면...놈이....그렇다고.... 빌어먹을...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기를 바래서였을까..... 나를 돌아본다. 그 시선은 미칠 정도로 검어서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놈의 성격으로....바로, 이 자리에서 내 목을 비틀어서 죽인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 뒤로 보이는...얼굴의 형상과, 몸의 형상을 알아 볼 수가 없는 Russian새끼의 모습을 보며...소름이 끼치는 뒷골을 느끼고야 만다. 놈의 시선이 미칠 것 같은 살기를 담고 있었다. 그 메마른 갈색 피부에는...이제는 피가 투성이가 된 붕대와, 놈의 피가 아닌 다른 피가 튀어.....아직 채, 사라지지 않은 흐릿한 달빛에서 기묘한 공포를 선물하고 있었다. ".........." 놈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조금씩 놈에게서 발걸음을 뒤로 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놈이 내게 다가오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두렵다고 느껴지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낮게 가라앉아서....더 이상은 소리를 못 낼 것만 같은 목소리. 심하게 나는 그 쇠 긁는 소리에, 나는 몸을 멈추는 수 밖에 없었다. ".....오지 마." 나는 겨우 한 목소리를 짜내어서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말하고 죽나, 그냥 네 새끼에게 맞아 죽나 똑같다고. "........." 놈이 그 자리에서 서서 나를 곧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내가 오지 말라고 말을 하자, 놈이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그 마른 갈색 피부는...놈이 걸친 청바지와 대조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 붉은 피 때문인가... "....이건 뭐냐....?" "............." 내 목소리는 격앙되어 나갔고, 놈의 눈빛은 미칠 것 같은 살기와 증오와, 또다른..내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뒤 섞여 있었다. 그러나, 놈의 입은 대답을 않는다. "왜....네 새끼가 이 지랄인데....?" 내 목소리는 잠겨 있었으나, 그 분노를 잃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내게 닿은 놈의 시선은 너무나 스산하고 두려운 거여서 나도 모르게 메마른 입술을 혀로 겨우 축이는 수밖에 없었다. 놈의 시선이 내 다리에 향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 다 벗겨진 채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기에는 지금의 내 분노가 훨씬 컸다. "말해 봐." 내 시선은 이제 놈에게 닿아있기도 힘들었다. 점차적으로 다리에는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빌어먹게...여기서 놈에게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겠군... 참....죽는 것, 한순간이 좋은데...맞아서 죽기는 정말 싫다고...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겨우 벽에 기대었다. 놈에게...대답을 요하는 내 눈은 힘겹게 시선을 놈에게 향하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 진한 검은 색의 눈.... 내가...너무 무서운 새끼에게 반한 게 아닐까..... "네 새끼..다른 새끼에게 다리 벌리면 죽인다.." 놈의 그 낮은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에.. 나는 힘이 빠져버렸다... 할말이 그거냐...? 나는....네 새끼에게...듣고 싶었던 말....그런 거 아니었어..... 놈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놈의 내음이 내 코 앞에서 날 때까지 가만히 놈을 응시했을 뿐이다. 놈이 내 허리를 끌어당기는 손길에 그냥 나를 맡겼다. 더 이상 반항이라도 했다가는 정말 시체 되고도 남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 그 숨결이 뜨거워...내 몸이 다시 반응할까봐 두려웠다. 빌어먹게도... 이러한 때에조차도...내 몸은 여실히 반응하는 게 드러나니까. "대신......" 목덜미에서 울리는 건가.... 놈의 목소리가 귀에 공명을 하며 뇌까지 바로 울리는 기분이 든다. 입술이 말을 하며 움직일 때...나는 죽을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그리고 놈의 팔에 손을 얹었다. "나도, 다른 새끼 절대 안지 않을 테니까." 쿵-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것이라는 건 이런 걸까.. 내 허리를 감싸고 들어오는 놈의 마른 손바닥이.... 온기와 열기를 전한다.... 피비린내가 나는 골목에서... 나는, 들을 리가 없는...놈의 낮은 목소리가 낼 리가 없는...그런 말을 듣는다. ......내 팔은..놈의 어깨를 감쌌다.. 지금...내가 들은 말...사실이야....? 입 안에서는 이 말이 맴돌았건만....실제로 나의 입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러나..... 놈과 맞물린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으니.... 정말, 곧 죽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뜨겁게 뛰었으니.... 아마도...놈에게 내 대답을 전했을 것이다.... 새벽 향기가 이제는 후각으로 확실히 스며들며, 날이 밝아옴을 알렸다. 나는 Dick의 체온을 더 느끼고 싶었다. 더 끌어안고 있고 싶었고...더 놈의 메마른 몸을 느끼고 싶었었다. 그러나, 분명, 그러기에는 빌어먹을 시기가 아주 안 좋음이다. 놈은 현재,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 있는 중이었고...한 달 정도는 브루클린을 떠나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언제나, 놈이 이런 식으로 사고를 치고 나면, 뒤에서 Rockey 녀석이 말하길, 꼭 피하는 장소가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Dick이 자란 곳이기도 한 곳이다. 질 좋은 시가의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조금은 창가로 스며 들어오기 시작하는 이른 새벽의 햇빛이 Dick의 갈색 몸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황금빛의 피부는 이리저리 상처로 물들어 있었고, 놈은 아무런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깊게 난 상처들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놈의 허리에서 스며져 나오는 붉은 피는 놈의 손에 의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충 닦여지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더 고통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마른, 건조한 놈의 몸이 흰 붕대에 완벽하게 감싸이고, 핏자욱을 조금쯤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Rockey가 입을 열었다. "그래....거기로 갈 테냐?" Dick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 방에서는 나를 곧 잡아죽이지 못해서 살기가 섞인 눈을 하고 노려보고 있는 노랑머리 안드레이 새끼와, Rockey와, 머피가 와 있었다. 노랑머리 놈은, Dick을 한 번 노려보았다가 다시 한 번 나를 노려본다.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비웃음을 한 번 지어주었다. 놈이....오늘 새벽 Dick의 위에 앉아있던 모습은..상상을 하고 싶지 않아도 상상이 되는... 아주 빌어먹을 상황이었지만, 그래도...넘어갈 만 하다. 적어도, 오늘 나는 내 손안에 놈을 가졌으니까 말이다. 결국..잃는 것은 노랑머리 새끼였으니까 말이다. Dick의 입에 걸린 시가에서 좋은 향기가 배어났다. Rockey놈이 건넨 정말로 끝내주는 쿠바 산의 시가.... "아마도." 기가 막히게 좋은 낮은 목소리.... Dick의 입에 걸린 시가는 놈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유혹적으로 흔들렸다. 그 모습을 나는 아마도..머저리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멍한 시선으로....입술의 선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을. 두근- 놈의 검은 눈이, 마치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듯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꼭 심장은 뛰어야 한다는 듯이 박동을 해댄다. 놈의 눈가가 살짝 이지러진다. 그리고, 비웃음이 아니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근사한 눈웃음을 보내었다. 나도 모르게 귀가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남이 볼 때에는 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내 자신도 느낄 수가 있었다. 놈이 주는 기분 좋은 시선에 나도 모르게 몸이 나른해 졌을 때, 나는 꽤나 시끄러운 방문 밖의 복도를 느꼈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밖에서 들리고 있었다. 아마, 나만 알아챈 게 아닌 듯 하다. 다른 녀석들의 시선도 방문으로 꽂히고 있었다. 그리고...순식간의 공기는 조금쯤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방문 밖에서는, 머피 놈이나 Mac이 처들어 올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유명 연예인이나 받을 듯한 대우였다. - 어머~!!! Brian!!!! - 이런이런, Rockey는 지금 바쁘다구요. - 너무 오래만이야~!!!! 자기,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 - 잘 있었어, Ladies? 어째서 이렇게 볼 때마다 다들 이뻐지는 거지? - 풋...못 말려. - 그 놈의 입 담 때문에 이제까지 그 껄렁껄렁한 목이 살아있는 거라구요~!! - 그거, 근사한 칭찬인데~ - 못말릴 인간~풋.... Dick은 시가를 빨아들이며, 테이블 위에 얹힌 Mag(Magnum-총)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총알을 재었다. 나는 조금쯤은 당황을 하여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놈의 몸에서...이제 슬슬 피어오르는 기운은, 조금 전 나를 보고 웃었던 그런 부드러운 느낌이 아니었다. 지난 일년 반 동안, 놈의 분위기를 지배했던 그 살기였다. 철컥- "Hey...진정 좀 하라고...." 갑작스럽게 총기를 드는 Dick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Rockey 놈이 왜 저렇게 사색이 되어서 Dick에게 말을 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Dick과는 달리, 내 옆의 머피와 안드레이 새끼까지 얼굴이 색깔 좋지 못하게 질려가고 있었다. 벌컥- 문이 열렸을 때, Dick은 아무런 말 없이 들이닥친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탕- "꺄악!!!!" "악!!! 뭐, 뭐야!!!!!!무슨 소리야~!!!!!" "뭐...뭐야!!! 아무도 안 맞았지!!!!!" 문을 뚫고 나간 총성에 문 밖에서의 창녀들의 고함소리가 거셌다. 아주 돌아버릴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그 소란스러움이 건물을 다 붕괴시킨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뭐...지......? 한 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고 났을 때, 그 곳에는 벌써부터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는 Rockey와, 머피가 있었다. 안드레이라는 새끼는 다만 허옇게 질려있을 뿐이었다. 머리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들어온 남자는...Dick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버릇 없는 건 여전하군...." 남자의 얼굴이 그제서야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적어도 40대 후반쯤은 되어 보였다. 그러나, 절대 중년의 여유로움 따위는 보이지 않는...팽팽한 날카로운 당겨진 줄과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그러나, 그렇게 강해보이지는 않았다. Dick은 아무런 대답이 없이 시가를 손가락에 걸었다. 그리고 비릿하게 웃으며 문가에 서 있는 남자를 내려보았다. 분명, 문가에 서 있는 사내의 덩치가 적은 것이 아니었건만... Dick에 비하면, 상당히 눈의 위치가 낮은 듯 했다. "어른한테, 할 예우가 아니지 않나?" 남자의 조금은 화를 내는 듯한 목소리에, 주위의 공기는 살벌하게 내려 앉았다. 그쯤 되자, Rockey 놈이 갑자기 Brian이라는 그 사내에게 달려들며 인사를 시작했다. "어..어이!!! 친구!!! 오랜만이라고!!!!!" 어색하기 그지없는 커다랗게 고조된 목소리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쯤에서 Dick은 아무런 시선도 그 사내에게 던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테이블의 위에서 새로운 시가를 꺼내 올렸을 뿐. 그러나, 다들 알고 있었다. 분명, Dick이 이 사내를 그냥 살려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우를 갖추었다는 것을. 한 번도, 총이 빗나간 적이 없는 새끼다. 한 번 죽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곧바로, 골로 보낼만한 잔인함이 있는 새끼다. 그런 놈이, 한 발의 겨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총을 쏘고, 다음 발을 쏘지 않는 것은 정말 최대의 예우라고도 할 수 있었다. 사내는 낡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그 몸짓에서 이상스러운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게, 상당히 Dick과 닮아 있었다. Brian이라는 사내의 입에 시가에 불을 붙여서 물려준, Rockey는 척 보기에도 굉장히 조바심을 내는 모습으로 주위를 서성거렸다. Dick은 총을 주머니에 넣고, 나이프를 챙기며, 창문 바깥쪽을 비스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창 밖으로는, 이제 바로 Dick이 떠날 때, 탈 차가 보였다. "그래...Rockey, 장사는 잘 돼?" "언제나처럼, 그렇지 뭐...." Rockey는 손바닥을 서로 맞대고 어루만지며 말했다. Rockey놈 답지 않게, 그 살만큼이나 여유롭게 가지고 있었던 여유로움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 괜히 주위의 공기는 Dick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살기와, 그에 맞부딪히는 이상스런 사내의 기운 때문에 팽팽해지며 숨막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래, 아직도 패거리는 잘 있나?" "............" Rockey는 굉장히 Dick쪽을 신경쓰듯이 바라보며, 능글거리는 말투로 시가의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꺼내는 사내에게 겨우 한 마디를 건넸다. "자네가...조금 오래 떠나있어서 모르겠지만, 이 일대에서... 조금 큰 사건이 있었거든...." "So?" ".....스캐디 패거리는......" "큭......" "..........?" "스캐디라는 이름, 아직도 쓰는 거냐? 놀랍군.....?" Brian이라는 사내는 그렇게 비웃듯이 말하고, Dick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역시나, 네 새끼다워. 아비, 애인 이름이라고, 계속 써주는 거냐? 그러기에는....네 새끼의 잔인성과 어울리지 않는데? 아주...뻔뻔스럽잖아...나 같으면 속이 울렁거려서라도 못 쓴다구. 그 이름." 스캐디라는 이름이....Dick의 아버지의 애인의 이름이라고......? 나는 잠시 멍해지는 머리를 챙겨야 했다. 그 순간, 사내의 눈은 정확하게 Dick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Dick의 칠흙같이 검은 눈도 사내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Dick의 눈에서는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물건을 바라보듯이 무표정하게 사내를 쳐다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사내의 얼굴에서는 굉장히 짜증이 섞인 표정이 섞여 나왔다. ".......네 새끼는...그 눈까리가...아주 조금도 달라진 게 없구만... 지 애비와 꼬라지가 아주 똑같다고.....짜증나....." 그 때, Dick의 한쪽 입 끝이 올라가는 게 보였다. .....미쳐버릴 정도로...잔인한 얼굴..... 그렇게, 웃는 놈은, 아무리 내가 빠져버린 놈이라지만, 아무리 내가 사랑하게 되어버린 새끼라지만...소름이 끼쳤다. 그런데...Dick의 아버지......? 그러면, 지금 내 앞의 이 사내는 Dick의 과거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남자란 말인가....? "자..자..오랜만에들 봐서...꼭 이렇게 얼굴 찌푸릴 것 없잖아....?" Rockey놈은 분명히 긴장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목소리로, 주위의 살기를 어떻게 해서든지 환기시키기 위해서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 그 너머로는 머피를 바라보는 Brian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새끼, 상당히 많이 컸군...." ".........." 머피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분명, 얼굴을 상당히 많이 곤란해하고 있었다. 자꾸 Dick 쪽을 바라보는 게, 상당히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놈의 능글스러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초조감을 느꼈다. 그러나, Dick은 이 쪽으로 시선도 던지지 않는다. "그런데...이 쪽은 누구신가....?" 사내의 고개나 내 쪽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그 사내에게서 상당한 기운을 느꼈다. 분명,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굉장한 에너지였다. 그러나, 그 눈빛은 역시나 기분이 좋지 않은 음란함을 담고 있었다. 꽤나 담백하다고 생각했던 사내의 얼굴은, 이렇게 보니 끔찍스럽게 더러워 보였다. "이제는...남창도 키우냐, Rockey? 이런이런....얼굴이...꽤나, 여럿 잡게 생겼군. 허리도, 잘 놀릴 것 같고 말이지...." "what....!!!!!!......" 철컥- 다시 한 번 등 뒤에서 들린 총알을 재는 소리에, 나는 내가 들은 저질 농담에 화를 내기도 전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상한 기분부터 느껴야 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것은 낯익은 살기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던, 등에서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기운은 나를 숨막히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대 이쪽을 향해 있지 않던 Dick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놈의 총구는 분명히, 내 앞에서 역겨운 농담을 던졌던, Brian이라는 사내의 이마에 정확히 맞춰져 있었다. "Fuck!!!!!!" Rockey 놈이 다시 소리를 지르며, 내 뒤의 놈에게 손바닥을 내비치며, 나섰다. "Dick!!!!!" "비켜." Dick의 스산한 목소리가 주위에 깔릴 때, 러시안 새끼도, 머피도, 나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것 같은 살기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기가 심하게 팽창이 되어, 바로 깨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 겨우 연기를 내며 틈을 보듯이 피어오르는 것은 Dick의 입에 걸린 시가 뿐이었다. "호오......" 사내의 입은, Rockey의 뒤에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저, 꼬맹이가...혹시....."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Rockey놈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엄청나게 신경질적이고, 괴로운 소리였다. "Fuck!!! Brian!! 나 좀 살려줘. 나도 장사 해먹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니겠어!!!" Rockey놈의 시선은 내 쪽, 그러니까 Dick을 향해 있었고, 조금도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자기가 몸으로 막고 있는 Brian이라는 사내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건, 나도 질색이야." Brian이라는 사내는 손을 들며, 아무런 말도 않을 것 같더니,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껏...비웃음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Dick, 네 새끼도, 이제야 네 애비 심정을 조금쯤은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순간이었다. 내 옆을 스쳐지나간 붉은 잔영은 언제나 낯이 익으면서도.. 낯이 익지 않은...놈의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분명, Dick의 몸이 Brian이라는 사내에게 향하고 있었다. 빡- 엄청난 균열이 생기는 것 같은 소리. "아악!!!!!!!" Rockey놈의 얼굴이 한 순간에 한 옆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Brian이라는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고 Rockey놈의 피가 묻은 Dick의 주먹이 Brian이라는 사내의 얼굴에 내려 꽂히려는 순간, 두 새끼가 미친 듯이 Dick에게 덤벼 들었다. "Dick!!!!!!!!!!!!" "NO!!!!!!!!!!!!!!!" 안드레이와 머피 놈이 갑작스럽게 흥분하며 Rockey놈의 뒤의 Brian이라는 새끼에게 덤벼드는 Dick을 무슨 용기였던가 미친 듯이 한 쪽 팔을 잡고, 또 다리를 잡고 늘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Dick의 손에 들린 총이 놈들의 얼굴을 휘어 갈기며, 피를 터뜨리면서 내쳤을 때, 놈들의 손은 Dick의 팔과 다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새끼 구하느라,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이미, Dick의 눈은 빛이 나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Dick의 공격에, Rockey 놈은 엄청난 폭력을 당하고, 기절한 듯이 나가 떨어져 있었다.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를 못한다. Dick에게는.... 단 한 순간에, 총으로 쏴서 죽이는 게 시원찮을 놈을 죽도록 패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분명, 지금 이 사내는 그 정도로 Dick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아주 끔찍한 짓을 했던 것이다. 퍽- 퍽- 빠악- 내 위치에서는 미친 듯이 덤벼들어서...정신이 나간 맹수 마냥, 한 새끼의 위에서 발작을 하듯이 폭력을 휘두르는 Dick의 두려운 모습만이 보였다. 놈이 한 대를 때리기 위해서 주먹을 들어올릴 때마다... 그 주먹이 올라오는 속도마다.... 엄청난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Brian이라는 사내는 Dick의 얼굴에 몇 대 가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미친 듯이 날 뛰는 놈의 아래에 깔려서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아...아악-!!!!!!!!!!" 뚜둑- 분명....뼈가 끊어져 나가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린 것은...Brian이라는 사내의 것이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공기를 뚫고 들려오는 것은 경찰 새끼들의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였다. 그 소리가 들리자 마자, 나는 절대로 말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Dick을 바라보았다. "J.D!!!!!!!!!!!!!!!" Rockey가 언제 정신을 차렸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 분명, Dick이 떠나야 할 시간이 지난 것이다. 머피 놈이 내게 눈짓을 보냈다. 안드레이 새끼마저도..Dick에게 맞은 입에서 새어져 나오는 피를 겨우 감추며 내게 시선을 보낸다. 빌어먹을- 절대로, 안돼. 나, 네 새끼 잡히는 거 못 본다고. 아직도 미친 듯이 폭력을 휘두르는 놈의 등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덤벼들었다. 그것은 흡사, 미친 듯이 사냥을 하는 한 마리의 흑표범의 등에 달려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놈의 허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놈이 미친 듯이 움직이느라, 날개죽지의 움직임이 굉장히 격해져 있었다. "Dick!!!!!!!!! 제발!!!!!!!!!" 나는 비명을 지르며, 이를 악물고, 절대 내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미친 한 마리의 종마처럼 날뛰는 놈의 허리를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끌어당겼다. 놈의 몸은 역시나 내 쪽으로 조금도 기울지 않았다. 귀에서는 경찰들의 사이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그 때였다. 놈이 갑작스럽게 주먹을 멈췄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끔찍한 살기. 그건, 한 순간이었다. 놈의 손에 총이 걸리고, 바로 방아쇠를 당긴 것은. 타앙- "No!!!!!!!!!" "Brian!!!!!!!!!!" "No, Dick!!!!!!!!!!!!!!!" 뚝- 뚝- 떨어져 내리는 것은 피 대신에, 멀건 땀들이다. 내 관자놀이에서만 떨어지는 것도 아닌.... 내 주위의 안드레이, 머피, Rockey 새끼의 이마에서도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이 그 정체였다. Brian의 얼굴은 피떡이 되도록 얻어터져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대가리가 박살이 나지는 않았다. 내가, Dick의 팔을 세게 쳐내어.... 총은 허공을 향했던 것이다. "뭐하는....짓이냐...." Dick의 조금은 흥분이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가 놈의 등밖에 보지 못하고 있는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귀에 너무나도 가까워진 듯 공명하는 듯이 대가리를 아프게 때리는 경찰 새끼들의 사이렌 소리가, 내 목소리에 짜증을 더하게 만들었다. 나는 떨어지는 땀이 고여 흘러내리는 앞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리고, Dick의 등을 향해, 겨우 한 마디를 내 뱉았다. ".....빨리, 가. 나...네 새끼....경찰에 잡히는 거, 두 번은 못 보니까." 놈의 분노의 열기가 그나마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간다. 주위의 공기가 조금이라도 산소를 들이킬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으로 충분히 놈의 분노가 조금쯤은 사그라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ick은 가만히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분명, Rockey 놈이 더러운 뒷거래로 겨우 Dick놈을 빼내는 게, 절대 사면은 아니라고 했었다. 고로, 지금 놈은 한달 정도는 바로 죽은 듯이 숨어 지내야 하고, 그 곳으로 한시라도 빨리 떠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Dick도 뻔하게 알고 있었다. 이번에 잡혀서 들어가면, 그야말로 영창신세로 꼼짝없이 썩게 될 거라는 것도. "빨리, 이리 와!" 나는 Dick의 팔을 세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재빠르게 Rockey 놈의 팔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정신 차리고, 빨리!! 어느쪽!" Rockey 놈의 얼굴은 내가 손으로 후려칠 때마다 그 살을 덜덜 떨어내며 진동을 했다. 벌써, 경찰 새끼들이 온 것만 같아서 발이 동동 굴려진다. "지금, 차 대어 놓은 곳, 경찰 새끼들의 눈에 띈 것 같아! 다른 통로 쪽 없어?" Rockey 놈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 거대한 체구가 일어섰을 때, 놈은 이미 반 피떡이 된 시체 마냥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Brian이라는 사내를 내려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Dick을 노려보았다. "잔인한 새끼." Dick의 한쪽 눈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Roekey 이 새끼가 미쳤나. 지금 이 상황에서 욕을 해서 될 거냐고!!!! ".....네 새끼 그렇게 잔인하게 구는 거 아니다!!!" Rockey는 입으로 계속 Dick을 나무라면서 테이블의 한 쪽에 밀어 놓았던 커다란 자루 같은 백을 꺼내서 Dick에게 넘겼다. "조금의 식량이고, 돈이다. 뭐 거기에서는 돈 같은 건 필요가 없겠지만!" 놈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굉장히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빠른 움직임으로 몇 개의 Tec9(Infratec의 9mm권총)와 tray eight(38구경 권총) 두 자루와 탄피를 다른 백에 집어넣어 Dick에게 던졌다. Dick은 한 손으로 그걸 받아든다. 그리고, 어깨에 걸었다. "일주일에 한 번, 머피 놈이나 안드레이 놈 시켜서 식량 보내주마. 일주일은 지금 가지고 있는 그걸로 버텨. 그리고, 거기에도 통조림 몇 개 따위는 있을 테니까." Rockey놈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날이 이제 꽤나 밝아, 눈에 띄기가 쉽다. "앞에 대어놓은 차는 솔직히, 너무 튀는 포르쉐 아냐." 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Rockey놈에게 물었다. 놈은 Dick에게 맞은 자리를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당연히, 그건 아니지." "..........?" "뒤로 빼어놓은 차가 따로 있으니까, 그거 타고 떠나." 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서 달려갔고, Dick과 나, 그리고 머피는 아무런 말이 없이 Rockey의 뒤를 따랐다. Rockey는 달리는 와중에 한 사내를 붙잡고는 방에 있는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말을 전했다. 굉장히 허름하고 바로 내려앉을 것 같은 더러운 차. 그러나, 분명, 이런 차가 눈에는 안 띌 것이다. 이 더러운 거리에서, 포르쉐는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고 눈에 띄는 느낌이다. 그런 차가, Dick과 함께 있으면 더 할 것이다. Dick은 아무말 없이, 차 뒤에 짐을 실었다. 그리고 바로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나는 놈을 따라가기 위해서 조수석에 몸을 실으려고 했다. 그러나, 내 팔은 Rockey와, 머피에게 붙들렸다. 굉장한 완력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놈들의 손아귀 힘이 나를 괴롭게 했다. "...뭐야....이거 안 놔!!!!!!!!" 나는 낮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Dick을 바라봤다. Dick의 눈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나를 한 번 지긋이 바라보더니, 갑자기 내 머리카락을 잡고 끌어당겨서 살짝, baby kiss를 했을 뿐이다. 입술에 와닿는 그 느낌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다시는 떨어지기 싫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얌전히 있어라." 놈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리고, 한쪽 입가를 들어올리며 웃는다. Rockey놈에게, 눈짓을 하는 모양이...이렇게 하도록 네 새끼가 시킨거로군.... 이...개새끼가...지금...나 엿먹이는 거냐.....? 나는 내 팔을 있는 힘껏 뿌리쳤다. 아무리, 내가 완력에는 약하다고 해도 말이야...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개같을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거 몰라? 빡- 나는 머리를 최대한 뒤로 세게 제껴서 Rockey놈의 얼굴을 들이박았다. "으, 으억!!!!!!!!" 놈의 얼굴에서 코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더불어 팔의 힘도 굉장히 약해졌다. 그 틈을 타서 나는 뒷다리로 놈의 허벅지를 세게 밟아버렸다. 그리고 느슨해진 한 쪽 팔을 풀어내어 미안하지만, 머피놈의 얼굴을 한 대 세게 갈긴다. "윽!!!!!!!!!" 머피의 얼굴에서도 피가 나기 시작한다. "......개자식......" Dick은 떠나려다 말고, 미친 표범처럼 날뛰는 나 때문에, 발걸음을 멈춘다. 놈이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나도 갈 거다." 나는 조금은 숨을 세게 쉬며 녀석에게 시선을 맞추고 내 의사를 전했다. 내가 간다고 했다. 네 새끼가, 허락하고 말고도 없어,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아!!!!! "안 돼." 놈이 입에다가 시가를 물면서 말한다. 분명, 시간이 시간인지라, 벌써 몸은 차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네 새끼...나 이렇게 두고 가도 안 불안해?" 놈이 갑작스럽게 멈칫한다. 나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정말, 다른 새끼들에게 다리 안 벌릴지, 확신할 수 있냐?" 놈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살기를 뛰며 내게 다가왔다. 주위의 머피 놈과, 안드레이, 그리고 피를 내내 흘리는 Rockey놈이 숨을 집어삼키는게 느껴졌다. 내 말도 그랬지만...그 말에..반응을 하는 Dick 때문에라도 놀랬을 거다. "너..뭐라고....?" 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으며, 내 목을 한 쪽 손으로 졸라왔다. 그러면서 한 쪽 눈썹을 들어올린다. 굉장히 짜증이 섞여 있다. "불안하면....... 나 데리고 가던가." 나는 조금은 힘든 숨을 내쉬며 놈을 바라보았다. 놈의 눈이 굉장히 흔들리고 있었다. 네 새끼....나 버리고 못 가. 정말 나 버리고 가면, 나도 정말 다른 새끼랑 자버릴 테니까. "......Fuck....." 놈의 눈살이 굉장히 찌푸러졌다. 그리고는 내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고 끌었다. 그 마른 손바닥이 내 손목에 닿을 때의 기분이...끝내주게 좋은 느낌이다. 그때였다. 머피 놈이 내 팔을 잡는다. 나는 그런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What....?" 놈은 아무런 말을 않는다. 다만, 시선으로 내게 계속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 분명, Dick이 앞에 있기 때문이리라. 내 옆에 서 있는 놈의 살기가 내 어깨까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나는, 머피 놈이 내게 전하려는 말을 알고 있었다. - 가지 마. 그러나... 나는, 머피 놈의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지금, 나 Dick, 이 새끼 또 놓치면...정말 내가 견딜 수가 없어. 마음 같아서는 놈이 가는 곳이 사형장이라고 해도 따라가고 싶으니까. 부디, 이해해라. Dick의 눈이 머피 놈과 시선을 마주하자, 머피 놈이 바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는 결국은 꽉 움켜쥐었던 내 손을 놓았다. 그제서야...나는 무언가 내 손에서 온기 같은 것이 떨어져 나감을 느낀다. ...그것은...이상한 아이러니였다. 우연히 든 시선의 너머에... 나는 또 한 번 내 눈을 아리게 하는 한 모습을 만나고야 만다. 머피 놈의 뒤로, 2층의 창문에서 나를 내려다보는...Nicole과도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는...일을 하고 나서인지...가운 같은 것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마저도 애처롭고 아파 보일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불안해 보이는 눈..... 그녀의 눈은...조금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지나치게 걱정스러운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진 초록색의 눈이 나의 눈과 마주쳤을 때, 나는 내 입술에다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 .....Peace.(안녕히). 나는 미칠 정도의 속도로 액셀을 밟아 대었다.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얼굴에 상처를 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센 저항을 하며 내 쪽으로 부딪혀 온다. highway로 들어섰다. Dick이 알려준 길대로 빠져 나와, 지금은 straight way다. 경찰들의 눈을 피해서 뉴욕을 빠져나오는데는 확실히 성공을 한 거다. 조금은 심장에 안도감이 깃들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도,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열어 젖혀 놓은 차의 뚜껑 때문에, 뜨거운 햇살과 대조되는 시원한 바람은 Dick의 붉은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헝크러뜨렸다. 그 붉은 빛이, 분명 내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바로 내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상한 잔영을 느꼈다. 아마도..햇빛 때문이리라..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Dick놈을 흘끗 바라보자, 놈은 의자에 몸을 깊게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놈의 감은 눈은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놈의 긴 다리는 차의 안에서 약간은 불편하게 구겨져 있었고, 더운지 벗어버린 셔츠덕분에, 실컷 놈의 몸매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차라리, 내가 차를 운전하지 않고, 놈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놈의 몸을 바라보는 것은 근사한 일이었다. 이리저리 상처도 많이 나 있고, 색깔도 굉장히 메마른 느낌이었지만... 이상할 정도의 관능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배어 나온다. 오늘 새벽에...들었던 놈의 한 마디가 계속 귓가에 울리는 느낌이었다. 놈다운 말이었다. 듣고 싶었던 조금은 간지러운 말 대신...놈은... 철저하게 놈다운 한 마디로 나를 완벽하게 구속했다. 혼자 웃다가, 다시 놈을 한 번 보기 위해서 시선을 잠깐 돌렸을 때, 나는 심장이 멈춘 듯 했다. 잠자는 듯이 고요히 감겨져 있던 놈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 놈이 오른쪽 팔을 괴어 머리를 기대고 그 근사한 턱선을 보이며 나를 비스듬히 내려다본다. 나는 그저, 운전을 핑계로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말았다. 분명, 내 심장은 놈의 시선 하나하나에 미친 듯이 뛰고 있다. "....뭐...뭘 그렇게 보냐...." 빌어먹을, 이런 식으로 목소리가 나가는 것은 좋지 않았다. 분명, 내가 의식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놈에게 인식시키니까. 예상대로, 놈은 조금은 재밌다는 듯이 마른 웃음을 웃는다. 낮게 큭큭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기분 좋게 울렸다. 한없이 두려운 놈이고, 한없이 잔인한 놈이었다. 그러나...한없이 내 심장을 뛰게 만들고...한없이..나를 미쳐버리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 놈이었다. 놈의 손가락이 내 귓가에 감겨들었다. 순간 몸을 움찔 했다. 잘 못 하면 정말 highway에서 사고나서 바로 뒤지는 수도 있어!!! 그러니까! 운전 중에는 건들지 말라고!!! "거..건들지 마." 또 말은 어긋나듯이 나간다. 내 목소리가 떨리는 느낌이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다. Dick의 손가락이 놈답지 않은 부드러움으로 귓가를 감싸고 들어온다. 놈의 손가락이 나에게 닿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나칠 정도로 흥분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건들고 싶은데?" 놈의 나른한 목소리가 귀에서 징- 하고 울린다. 나는 놈이 나를 놀리는 소리를 들으며 귀가 뜨거워지는 걸 가만히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놈답지 않은 다정스러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마음이 이상하게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바람이 시원하다. 그리고....그 바람에서는...너무나 오랜만에 맡아보는... 기분 좋은 행복의 향기가 났다. 나도 모르게....저절로..... 작은 웃음을...터뜨리고야 말았다. 너무나...오랜만에 웃어보는.... 너무나...오랜만에 진심으로 기뻐서 웃게 되는.... 그런 순간이다.......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 천국에서 당신을 만난다면..당신은... 내 이름을 알까요... Would you be the same if I saw you in heaven 천국에서 당신을 보면, 예전과 변함 없이 똑같을까...... I must be strong and carry on 난 강인하게 계속 삶을 살아 가야해....... 'Cause I know I don't belong here in heaven..... 난 이 천국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Daniel의 목소리는 지극히 낮지만, 그의 얼굴의 온화한 미소처럼 언제나 부드러웠다. 그가 정비를 쉴 때마다...기타로 음악을 연주해 줄 때는.... 분명, 모르는 곡임에도..처음 듣는 곡임에도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련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었다. 그는 언제나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하며, 기타를 연주했는데... 그 목소리에 맺혀 있는 가련함에, 가끔 나도 같이 눈물이 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고는 했다. - 근사한데....? 누가 부른 곡이에요, Dan? - 에릭 크랩튼. - 곡명은 뭔데요? - Tears in Heaven. 그의 희미한 웃음은 꽤나 아파 보였다. 그에게...천국이라는 건, 죽어서 가는...그런 곳이 아니었다. 다만....현재...그가 살고 있는, 이 곳이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브루클린의.....자동차 정비소... 다만....그 곳이었을 뿐이었다.... shit.....나 생각해 봤는데..... Daniel....혹시 말이에요... 당신은....당신의 미래를 불렀던 게 아닐까...... ......왜인지..... 나에게는...그렇게 아프게만 들렸어....... - 끼익.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7시간쯤 운전을 했을 때, 교대를 했던 Dick이 차를 세운 곳은 굉장히 어둡고 시끄러운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조금은 경악이 섞인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브루클린에서 꼬박 18시간 넘게 도착한 그 곳은 새벽 1시의 시간이라는 으스스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끔찍하게 어두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소름끼치게만 느껴지는 시원함이 아닌 오싹한 차가움으로 다가오는 바람은, 기분이 나쁠 정도로 습하고 짠내를 담고 있었다. 차가운 밤바다의 무서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음산함과 음습함을 완벽하게 머금고 있는 아슬아슬한 절벽의 한 위에 잘 간수했더라면 꽤나 괜찮았을 집이 한 채 있었다. 누군가가 별장으로 지어놓은 모습과 같은 것이었는데,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 창문이란 창문은 다 깨어져 있었고, 그 유리조각들 조차도, 오래 전부터 조금도 치워지지 않은 상태인 마냥 그대로였다. 여름이면, 살만하지만, 겨울이면 절대 살지 못할 그런 곳이었다. 게다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사람의 숨을 막히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이런데서.....?" 나는 Dick을 쳐다보았다. Dick은 여전히 나른한 움직임으로 차의 문을 한 손으로 잡고 밖으로 살짝 뛰어내린다. 그리고는 청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참을 가만히 집을 노려보았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시선에는, 이상한 감정들이 교차되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애정이 섞인 시선일 수도 있었으나... 어떻게 보면, 진한 증오가 섞인 감정일 수도 있었다. 검은 눈은....지극히 어두운 이 밤중에도 확실히 더 진한 어둠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놈의 기분이 다운이 되고 있는 거다. 이젠...그런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문득....아까, Dick에게 죽을 정도로 쳐맞은 한 새끼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Dick의 아버지라.... 놈의 아버지도, 갱이었던 걸까..... 그리고, 그 놈이 한 말은 뭘 뜻하는 거지....? 나는 Dick의 넓은 어깨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놈의 시선은...굉장히 먼 곳으로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놈은....절벽의 한 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곳은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곳으로...끔찍스럽게, 깎아지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벌써, 상당히 멀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놈이 내 손이 금방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놈을 향해 뛰었다. 왜였는지 모르지만....언제나 위태위태한 새끼였고...언제나 내 심장을 쥐고 흔드는 놈이었다. 갑작스럽게...그 쪽으로 다가가는 놈은....내가 보기에 더없이 위험해 보였다.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다만 놈을 향해서 있는 힘껏 뛰었을 뿐이다. 내 시선 바로 앞에 놈의 마른 빛의 등 근육이 완벽히 다 보일 때까지.. 나는 그렇게 뛰었다. 놈은 절벽의 바로 가장자리의 끝에 서 있었다. 나는 정말 두려웠다. 놈을 좀 더 이 쪽으로 끌어당기고 싶었다. 놈에게 가까이 다다랐을 때... 나는 힘없이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입을 열었다. "위험해....." "............." 놈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놈의 피부만큼이나 메마르고 건조한 시선을 저 너머 어딘가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절벽의 아래로는 검은 빛의 바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굉장한 파도가 몰아붙여지고 있다. 그 빛은 너무나도 어둡고 두려운 것이었다. 아니...빛을 조금도 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바다는....어쩌면, 놈의 눈빛을 닮은 것이었다. 미칠 정도로 검다. 그러나, 귓가에 들려오는 그 엄청난 파도의 소리는 커다란 울림으로 귀를 자극하며, 그 존재를 인식시켰다. 나는 손바닥을 들었다. 그리고 놈의 등을, 날개 죽지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닿아있는 이 감촉을...영원히 잃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놈이 숨을 쉴 때마다 내 손바닥도 함께 움직인다. 굉장히 낮은 움직임인데도...내 손을 타고...내 몸의 전체로 그 감각이 스며든다. 갑작스럽게 놈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놈의 입가에 굉장히 비틀린듯한 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놈이 짓는...그 웃음보다, 훨씬 더 잔혹해 보이는 모습이다... 놈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순간적으로 굉장히 섬뜩했다. 그러나..동시에 이상하도록...놈답지 않은 애절함이 보였다. "내가, 너...여기서 뛰어내리라고 한다면....." 나는, 어쩌면 너무나도 바보 같고 머저리 같은 질문을 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왜였던가..내 머리가 인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입술에서는 그런 어리석은 말 한마디가 비어져 나가고 있었다. .....정말이지.......놈의 시선은..굉장히 놈답지 않았다. "뛰어 내릴 수 있어.......?" 침을 삼켰다. 목구멍에 걸렸었다가..다시 저 너머로 넘어가려고 하는 말을 겨우 밖으로 분출해 내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며 놈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당연히...라는 부끄러운 말은 목구멍 저 너머로 삼켜버렸다.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내릴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 목구멍으로 겨우 삼켰다. 놈의 눈빛이..어쩌면, 나에게 이런 바보같은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일지도 몰랐다. Dick은 내게서 시선을 돌려서, 저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피식- 놈이 낮게 웃는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나는....놈의 그 마른 지나치게 검은 시선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게도 커다랗게 귀 안에서 뛰는 것 같이 느껴지는 심장도 말할 것 없었지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농담으로라도....뛰어내려 봐.....이런 말 따위... 할 수가 없었다. 놈은...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가버릴지도 모르므로... 정말...입술이 떨어지지 않고, 혀가 움직이지 않아, 조금도 그런 말 따위 꺼낼 수가 없었다. 그 말은...기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놈은 나라는 녀석에게 조금도 미련을 갖지 않고, 뛰어내릴 수 있는 놈이니까... 나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그렇게 죽어야 되는 상황이라면...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놈이니까... 속이 쓰리다..... 사실은.... 나도...아무런 망설임 없이...뛰어내릴 수 있다고...... 그러나...지금 나를 바라보지 않는 놈의 왠지 먼 시선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부끄러움 때문에도...나는 그렇게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 더 한 것은...놈은 나에게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유치한 질문 따위... 아니..어쩌면 나에게 조금도 기대하지 않는 그런 말따위... 물을 필요를 못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째서...나는 너를 사랑하게 되었으면서도.... 또 너의 마음도 나와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서도..... 이리도, 어쩌면..이리도...마음을 졸이고...아파해야 하는 거냐... 어째서...냐고...... 차가운 바닷바람조차도, 내게 제대로 된 답을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다만...내 앞에 있는...나를 바라보지 않는 한 놈의 뒷모습을.. 끌어안는 수 밖에 없었다. 뺨에 와닿는...놈의 피부가 무섭게 건조하다는 것도... 또...지나칠 정도로 피비린내가 난다는 것도...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단 하나도....말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놈이 먼저 들어가는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아직도 내 어깨에 내려앉아 떠날 줄을 모른다. 집 자체가, Dick의 어린시절을 다 삼켜버리고도 남았을 것 같을 정도의 중압감을 갖고 있었다. "유리 조심해라." 놈의 낮은 목소리가 경고를 한다. 깨진 창문틀로 그냥 넘어 들어간 집은...정말 보통의 집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상당히 괜찮은 가구들이 있었고, 조금은 먼지가 쌓인 듯 하지만, 누군가가 집을 돌보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 정도로 정리가 되어있는 느낌이다. Dick은 집안에 들어서서, 삐그덕 거리는 계단으로 아래의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놈을 따라서, 먼지가 좀 쌓이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에 도착을 했을 때, 그곳은 보통 집의 지하가 아니었다. 그건, Bar였는데, 빈 집치고는 꽤나 많은 술들이 있었다. 그리고...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 스트리퍼들이 춤을 출 장소와 같은 곳도 있었다. "......집 치고는....이상하군...." 나는 꽤나 의문스럽다는 듯이 말을 했다. Dick은 냉장고를 한 번 열어보고는 인상을 쓴다. 분명, 사람이 살지 않는데,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관리를 시키는 집인게 틀림이 없다. 그럴바에야, 저 바깥의 와장창 다 깨져있는 창문이나 좀 신경쓰지. Dick은 맥주를 한 캔 꺼내더니 내 쪽으로 하나를 던지고, 한 캔을 더 꺼낸다. 그리고 냉장고의 문을 닫았다. 그런, 간단한 움직임에도 근사한 놈의 마른 근육의 움직임은 보는 나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느긋이 걸어서, 커다랗고 척 보기에도 엄청나게 푹신해 보이는 소파로 다가갔다. 놈은 많이 피곤했는지 인상을 쓰며 소파에 몸을 묻듯이 맡겼다. 길다랗게 기대어 누운 놈의 몸이 내 시선에 완벽하게 들어와 잡혔다. 나는 그 앞에 가 앉았다. 놈이 나를 바라본다. 그 비스듬한 시선은... 상당히 야하게 보였다. 먼지가 분명, 우리 사이에서 떠돌고 있었는데도... 그래서 분명, 내 시선에 놈이 뿌옇게 보일만 했는데도..... 지금 내 눈에는....선명한 붉은 색이 요동을 친다. 놈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진다. 그건...정말 놈 답지 않을 정도로 나를 놀라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리 와 봐." 놈이 나를 부른다. 낮게 갈라진 목소리는....끔찍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아직, 놈의 주먹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내게 내민 마른 손바닥에는, 어제, Brian이라는 사내를 패면서, 주먹 가득 머금었던 피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러나....그 손은 피가 묻어있다고 해서 거절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놈에게 다가갔다. 놈은 소파에서 몸을 나른하게 일으켜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건...분명 신기한 일이었다.. 놈이 나를 이렇게 올려다본다는 것은 말이다. 굉장히 특이하고...이상한 경험이었다. 언제나 나를 내려다보는....그런 놈이었으니까...... 나는 놈의 붉은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굉장히 부드럽다. 전혀 놈답지 않은....그런 부드러움이었다. 그러고 가만히 있는다는 것 자체도,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언제나..놈에게서는, 위험스러운 느낌이...또 아픈 느낌이 풍겼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상당히 지쳐 보이는 놈이 있을 뿐이었다. 귀에서는 굉장히 시끄러운, 파도의 소리가 들렸다. Dick이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라고.... 주위에 보이는 깨진 술병과, 마약의 잔해물 같은 것들은... 놈의 어린 시절이, 분명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 해서.... 기분이 가히 좋지는 않았다. 놈의 넓은 어깨가, 내 허벅지에 닿아있다. 그 어깨뼈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놈답지 않은 따뜻한 맨살의 체온은....상당히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그것은 조금씩 이상한 느낌으로 번져가기 시작한다. Dick의 손이 허리 조금 아랫부분을 쓰다듬으며 올라가기 시작하자... 곧바로, 놈의 벗은 어깨가 닿아있는 허벅지는 상당히 이상한 느낌을 주기 시작한다. 놈의 몸이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이 놈에게 끌려갔다. 놈의 무릎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았을 때, 놈의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아 왔다. 놈이 혀를 입가에서 움직일 때마다...별다른 애무가 없이도 움찔움찔 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빌어먹게도...나는 정말 철저하게 놈에게 반응을 하다. 그건, 그렇게까지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었다. "몸에서...피 냄새 나...." 나는 놈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놈이 키스를 하다말고 쿡쿡거리며 웃는다. 내 입가에서 느껴지는 그 미칠 정도로 달콤한 숨결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놈의 지독하게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허리가 징-하고 울리는 느낌이었다. 놈과...함께 뜨거운 물에 잠겨서, 피곤을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 "......유혹이 어설픈데....?"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 빌어먹을!!! 녀석은 나를 놀리고 있었다. "유혹하려면...제대로 해야지, J.D. 확실히 세워보라고." 놈은 자신의 물건을 손가락으로 노골적으로 가리키며 맥주를 들이키고 낮게 웃는다. 그 얼굴은...분명, 한 대 날리고 싶도록 미웠어야 함에도 불구하고..돌아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어서, 나는, 다만 마주본 상태에서 낯빛을 붉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켰다. 놈은 많이 피곤했는지,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이건 뭐야?" 나는 놈을 쳐다보며, 내 앞의 기다랗게 세워진 스텐드와 같은, 바를 바라보았다. 얼핏 보니, 분명, 창녀들이나 스트리퍼들이, 춤을 출 때, 몸을 휘감는 바임에 틀림이 없었다. 보통, 이 바에 몸을 의지하고 사내들을 유혹하는 춤을 추니까. Dick은 나른한 시선을 이쪽으로 던지고만 있었다. 분명, 많은 피곤을 느껴서일 것이다. 그러나..그 피곤에 섞인 시선에...내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놈은..나를 달아오르게 하는데, 세상에서 둘도 없는 스피드를 가진 놈인 것이다. 그것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 것이었는데...놈은 흥분을 하고 있지 않고 있음에도... 나는 이렇게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라는게..화가 났다. 놈이 눈을 감는다. 피곤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이미, 나는 뜨거워졌다.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한 번 손에서 굴렸다. 팍-! 놈이...천천히 눈을 뜬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조금은 놈을 비웃듯이 비릿하게 웃었다. 정신차려. 나, 봐. 이쪽, 보라고. 눈 감지도 마. 자신의 귀에서 내 의도대로 정확히 3cm부위에 꽂힌 칼을 Dick은 천천히 눈을 돌려 노려보았다. "............" 놈은 칼을 뽑지도 않고,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Dick의 뒤의 벽에 꽂혀 있는 나이프를 뽑기 위해, 놈 쪽으로 손을 뻗었다. 소파에 무릎을 묻는다. 내 한 쪽 무릎은 Dick의 다리 사이를 한 번 꾸욱 눌렸다. 놈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놈이 인상을 쓴다. 하긴...그 성격에, 옆에 나이프가 박혔는데, 안 팬 게 어디야.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번 피식 웃게 된다. 하지만, 그 나이프 덕분에, 놈의 시선이 올곧게 내 쪽으로 뻗어져 나온다. 몸이....안 달아....? 나는 스트립 쇼를 위한 긴 바를 잡고 한 번 빙- 돌아보았다. 왠지 느낌이 좋다. Dick의 시선은 조금쯤은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놈의 몸은 소파에 깊게 파묻힌 채다. 나는 놈의 눈에 시선을 완벽히 맞추며,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내 셔츠의 단추를 아래서부터, 하나씩, 나이프로 뜯기 시작한다. 투둑- 단추가 하나 떨어져 내린다. 가장 아래쪽의 단추였다. 투둑- 두 개째. 놈의 눈썹 한쪽 끝이 올라간다. 재미있다는 눈이다. 아직은...여유롭군.... 그렇게만, 바라봐. 곧 있다가는...내게 매달리게 해 줄 테니까. 나는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낡은 오디오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음악이 좋을까... 툭툭- 음반을 쳐대며 찾다가...꽤나 끈적한 사운드의 재즈곡을 발견한다. 그리고 PLAY- 이미, 귀에 들어오는 음악은 꽤나 관능적이다. "춤출래?" 나는 Dick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눈으로 물었다. 놈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가만히 응시를 했을 뿐이었다. 어차피, 내 쪽으로 오게 될 거야. 나는 그렇게 웃으며, 놈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다시 나이프를 들었다. 투둑- 세 번째 단추다. 놈의 시선이 조금쯤은 달라지고 있었다. 내 아랫배가, 셔츠의 사이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네 번째 단추를 나이프로 튿으며 떨어뜨렸을 때, 놈의 목에서 작은 욕설이 나온 것도 같았다. 끈적한 음악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마지막, 단추를 뜯었다. 투둑- 이제, 나는 온전히 셔츠를 벗은 몸이었다. 벌어진 셔츠를 그대로 벗어 땅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칵테일 바처럼 생긴...창녀들이, 춤을 출 때 매달리는 기둥(바)이 있는 테이블의 위로 올라섰다. 바는 두 개다. 내가, 손으로 잡고 있는 이 바는 너야. 보여? 놈의 눈가가 일그러진다. 나는 그 바를 마치, Dick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듯이 끌어안았다. 시선은, 조금도 놈에게서 떼지 않았다. 놈의 눈이 점차 검어지는 게 보였다. 아직도...아니야? 나는 버클을 끌렀다. 그리고, 지퍼를 내린다. 놈의 눈이 이제는 굉장히 어두워졌다. 바지를 벗어 내렸다. 조금은 추운 느낌도 들었다. 내 몸은 조금쯤 흥분을 하고 있는 상태다. 들려오는 음악소리는....내 머리를 미쳐버리게 만들 정도로 뜨거웠다. 바에 길게 감았던 다리를 서서히 비비며, 천천히 몸을 내린다. 마치, 이 동작은 창녀가 사내를 유혹할 때, 추는 스트립 댄스를 연상시킨다. 내가 걸친 건, 팬티 하나 뿐이다. 나는 내가 감싸고 있는 바를 애무한다. 이건- 너야, Dick.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바를 감싸안고 굉장히 소중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키스를 하듯이 혀를 그 곳에 갖다대었다. 그제서야, Dick의 목 저 너머에서 낮은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놈의 근육이 시야에 들어온다. 빌어먹을 정도로 나를 심하게 자극하는 그 시선에... 나는 벌써 많이 흥분한 내 중심을, 바에 대고 살짝 마찰을 시킨다. "하...아......" 금방이라도 절정에 닿을 것처럼... 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로, 가버릴 것처럼 흥분되는 기분에 허리가 튕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Dick은 맥주를 들이키며 나를 바라볼 뿐이다. 재미있다는 듯이... 그러나...분명, 놈의 시선은 미칠 것 같은 흥분을 담고 있었다. 안 와....? 정말....? 나는 내가 그렇게 소중하게 애무하던 바를 감싼 내 다리를 거둔다. 그리고, 거기서 손을 뗐다. 옆의 다른 바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리고, DIck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놈의 시선이 이제는 짜증을 담는다. 너도 이해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가고 있어. 네가 오지 않으니까. 네 새끼...버려 버릴 거라구... 나는, 길게 세워진 두 개의 바중에서, 내가 이제까지 애무하고 끌어안고 있던 바를 버리고, 다른 바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때.... Dick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는 조금은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벌써 꽤나 많이 흥분해 있는 나는, Dick이 다가와서 한 번이라도 건들기만해도 금방, 절정에 닿아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놈이 결국은 몸을 일으킨다. 커다란 키와...근사한 몸매가...청바지 하나에 감싸여....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칵테일 바처럼 생긴 곳의 너머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바텐더처럼. 이미 놈의 셔츠는 벗겨져 있었고, 지금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놈이 내 앞에 다가와 섰다. 근사한 근육의 움직임이....내 눈에 들어왔다. 숨이 막힌다. 미칠 것 같은 흥분 때문에...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놈은 손님인 마냥, 바를 사이에 두고 나와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느끼며, 술을 한 병을 꺼낸다. 그리고, 그 술병을 열어, 끔찍하게 독한 향기의 보드카를, 입 안으로 점점 털어 넣고 있었다. 내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보드카는 내 상체로, 또 내 아랫배를 지나, 청바지 안으로 스며들어간다. 그 스며들어가는 보드카의 움직임에 따라, 놈의 시선도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몸이 조금씩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술을 마시느라 넘겼던 고개를 놈의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서, 다시 내렸다. 내 온 몸은 술로 뒤범벅이 되어있다. "보드카...싫어...?" 나는 놈을 보며 웃으며 말한다. 놈의 얼굴은...이제 조금쯤은 괴로워 보이는 표정이다. 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놈에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리고, 테이블의 위로 올라가 앉았다. 꽤나 높은 테이블 덕분에, 놈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감쌀 수가 있었다. "먹기...싫어.....?" 나는 다리를 놈의 허리에서 거두었다. 그리고, 놈의 아랫배 근처에 발을 가져다 대었다. 놈이 조금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반응을 한다. 근육으로 탄탄한 아랫배에 닿은 발이 쾌감을 불러온다.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까지... 그리고 그 곳까지...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전하고 있었다. 조금 더 발을 아래로 내린다. 그 발의 끝에, 놈의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하는 물건이 닿는다. 나는 발을 조금 더 움직여 한번씩 놈을 자극한다. "여기......?" 놈의 얼굴은 조금 찌푸러진다. 입가에서 조금씩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갈라지고, 쉰..그 소리는...내 아래에도 자극을 주기 시작한다. "..........." 놈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발을 한 번 더 움직였다. 분명히....놈이 흥분을 한다. 그것도....아주 강하게.... 발 끝으로 놈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내 허리의 끝까지 계속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간질간질한 느낌으로. 놈의 입에서 한 번 더 낮은 신음이 배어져 나올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발을 거두고 놈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놈의 눈에 시선을 주었다. 방금 전까지 여유롭던 놈의 눈에 조금씩 빛이 사라지고 있다. "더...하고 싶어.....?" 나는 웃으면서 물었다. 내게는 이런 여유로움을 부릴만한, 그런 여유가 없었다. 미칠 정도로 놈을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내 아래 때문이기도 하지만. 놈이 내 다리를 잡고 끌어당긴다. 그러나, 나는 반항을 하듯이 그 손을 거절한다. 놈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그러나, 곧 그 마른 손바닥이 내 허리를 감고 들어오며, 그 입술이 내 가슴에 닿기 시작한다. 기절하고 싶을 정도의 쾌락. "하...하아...읏....." 놈의 입술이 내 가슴의 한 부분에서 집요하게 머물며, 보드카를 빨아 먹을 때..죽을 것만 같은 쾌락이 등뒤의 뼈부터, 엉덩이의 끝까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미칠 정도로 야한 소리가 놈과 나밖에 없는 이 곳에 파도 소리와 함께 나기 시작한다. 놈의 몸이 점점 숙여진다. 배꼽 근처에까지 와서 그 혀가 자극을 할 때, 결국 나는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아...앗..으...으읏!.." 테이블의 위에서 나는 뒤로 휘어지는 허리를 겨누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고 만다. 벌써부터 땀이 뚜둑 흘러지고 있었다. Dick의 팔이 내 허리 아래쪽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놈의 붉은 머리카락에 한 손을 넣고, 한 팔로는 그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내 다리는 어느 사이엔가, 놈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놈이 나를 끌어당겨 들어올린다. 나는 놈의 허리에 매달린 채로, 놈의 어깨에 매달린 채로, 놈에게 들려 있었다. 놈의 조금은 거친 숨이 귓가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굉장히 흥분한 놈의 아래도, 내 엉덩이로 느껴졌다. "확실히...이거....세우는데 성공했어...... 큭....." 낮게 쉰 목소리로 지릿하게 귓가에 울리는 그 목소리에, 놈의 아랫배에 닿아있는 내 물건이 쓸리는 기분에, 나는 놈의 어깨에 매달려서, 놈의 허리를 더 다리로 세게 조였다. "하...아......"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색스러운 소리가 새어나간다. "정말....미치겠군......" 이제는 여유로움도 찾아볼 수 없는 그 목소리에, 나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나를 안고, 놈은 자신이 방금 전까지 누워 있던 소파로 간다. 그리고 나를 내려 놓았다. 놈이 나를 바라본다. 그 팔은 내 머리의 양쪽에 놓여 있었다. 푹신하고 충분할 정도로 넓은 소파 위에서...벌써부터, 흥건히 땀을 흘리고 있는 나는.. 놈의 시선을 받는 게 너무 두려웠다. 내려다 보는 그 시선은 욕망에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놈의 검은 눈은...나를 미칠 정도로 흥분시켰다. 나는 몸을 돌렸다. 놈의 팔 안에서 나는 최대한 몸을 돌렸고, 결국 놈의 시선을 피했다. 놈의 시선이 닿는 곳은 이제, 나의 등이다. 부끄러운 느낌이 왜 이렇게 강한 것인가.... 나는 놈의 품안에서 빠져나가려고, 팔을 앞으로 뻗었다. 놈이 내 팔을 세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등 뒤에서 정말 미칠 정도로 섹시한 목소리가 들린다. "도망치지마.." 놈의 마른 손바닥이 내 허리뼈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팬티의 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하...하지마...." 내 목도 쉬어버렸다. 낮게 갈라지듯이...아니, 어쩌면 조금은 새되게 나간 소리는 놈을 흥분시키는 촉진제가 될 뿐이다. 놈의 손이 결국은 팬티를 벗겨 내린다. 나는 분명, 내 표정이 놈에게 보이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미칠 정도의 흥분이 허리선을 타고 들어온다. 놈의 바지 버클을 끌러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정말 돌아버릴 정도로 야하게 들렸다. 놈의 손이 엉덩이 사이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신음 때문에, 손으로 입을 세게 틀어막았다. 허리 가장 아래에서부터 지끈거리며, 전기 충격같은 느낌이 난다. 놈이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으읏..." 다시 급작스럽게 터져나오는 소리를 막으려고 손바닥으로 세게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 죽이지 마." 놈이 내 팔을 끌어당긴다. 뒤로 감긴 내 팔이 굉장히 자세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나는, 왠지 놈의 손에 죽을 정도로 흥분하는 것은 오직 나 뿐인 것 같아서 조금쯤 억울함을 느꼈다. 결국, 나는 몸을 들어올렸다. 놈이 숨을 들이키는 게 느껴진다. 내게는 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섰을 때, 놈이 나를 끌어당기는 손길을 느꼈다. 그리고, 놈도 몸을 일으킨다. 내 허리를 감싼 그 팔은...너무나도 뜨거운 느낌이다. "도망가지 말라고." 놈의 목소리는 이제 쉬어서, 내 귓가에서 짜릿하게 울린다. 갈라질 정도로 낮아진 그 목소리가..놈의 흥분을 말해준다. 그리고, 내 아래의 허리에 닿는 놈의 물건이 분명히, 놈이 내게 뜨겁게 반응하고 있음을 알렸다. "왜...?" 나는 놈의 물건을 엉덩이사이로 마찰을 한다. "윽........" 놈의 입안에서만 굴려지는 것 같던 낮은 야한 신음은... 이제 내 귓가에 들릴 정도로 확실했다. 나는 다시 허리를 약간 움직인다.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 안은 Dick의 숨결이 굉장히 뜨겁게 내 쇄골로 떨어져 내린다. 더불어, 놈의 붉디붉은 앞머리카락도, 내 어깨를 간지럽혔다. "좋아.....?"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놈에게 물었다. 그러나, 놈이 내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물건을 확실히 내 엉덩이 사이에 마찰을 시켰을 때에는, 그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할 정도로 내 몸이 전류를 일으키듯이 떨어대었다. "하...하악...그..그만해....Dick...." "좋아......?" 놈의 낮은 목소리가 웃음기를 담는다. 그리고, 내 질문을 확실히 반복했다. 그러나, 이 번 만큼은 나는 놈을 흥분시키기 위한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바로, 지금이라도 절정에 닿을 것 같은 나 자신의 흥분 때문에. 놈의 손바닥이 내 물건을 자극한다. 내 목은 놈의 어깨에 기대어져 뒤로 젖혀진다. "하...하앗....으...." 놈의 손이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내 몸도 뜨겁게 열기를 띠어간다. "아...아앗!!!!" 한 순간이었다. 내 허리에 전류가 흐르며...나는 흰색의 눈물을 놈의 손에 토해내었다. 온 몸이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놈의 손에 묻은 내 정액이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엉덩이 쪽으로 가득히 닿는 그 미끈거림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들어...와....빨리..." 나는 선 채로, 앞의 벽을 짚었다. 그리고, 미끈거리는 느낌을 내는 엉덩이를 Dick의 중심에 대고 끊임없이 마찰을 시도했다. 허리는 휘어져 있다. 놈에게, 더 잘 보이도록 내 엉덩이는 들려져 있는 상태였다. 미칠 정도로 부끄러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놈이 들어와 주기를 바라는 욕망에, 자존심을 굴복시킨다. 놈의 몸은 한 순간이었다. 온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뒤에서 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놈의 몸은... 뜨거운 느낌으로 내 허리를 달군다. 그러나....미칠 것 같은 고통으로 내 몸을 갈랐다. 놈이 괴로운 신음을 내뱉는다. 나만큼이나...괴로운 신음이었다. "힘...빼...." 낮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하지만...나는 힘을 뺄 수가 없었다. 더럽게 아프고...더럽게 고통스럽지만..앞으로 올 쾌락에의 기대에 놈을 더 세게 조일 뿐이었다. 놈이...서서히 밀고 들어온다. 입술을 깨물었다. "아...아앗...." 그...순간...그...찰나를 기다린다. 놈의 움직임이..조금씩 여유로워진다. 아까보다 부드럽다고 느끼자마자, 놈이 건드리며 스친 한 지점에서 불꽃이 일며 도미노처럼 내 허리뼈를 타고 엄청난 쾌락이 머리카락 끝까지 스민다. 손톱이 벽에 박히는 기분까지 들었다. "하...하악!!!!!" 놈이 찾아낸다. 미칠 것 같은 흥분을 만들어 내는...돌아버릴 것 같은 쾌락으로 몸을 빠져들게 만드는 그 한 곳을 찾아냈다. "더....더....!!!!" 나는 팔을 들어올려, 뒤에 있는 놈의 목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놈에게 애원했다. 더 깊이 들어와 달라고... 더....더 느끼게 해달라고..... 그 붉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땀이, 내 가슴 쪽으로 떨어져 내린다. 다행히도...그 땀은...붉은 빛이 아니었다. 귀에서 들려오는 놈의 신음은...미칠 정도로 야한 것이어서.. 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동반한 쾌락에...일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숨쉴 새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놈의 몸을 느끼며... 정신이 놓일 정도로 뜨거운 흥분과...쾌락을 느끼며.... 마지막의 놈이 내 안에서 완전히 퍼져 나갈 때까지... 놈의 끌어안은 목을 놓지 않았다. 정말......그대로...다시는 놓고 싶지 않았다........ [BGM] Tears In Heaven - Eric Clapton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B/pop0B74692.asf 눈을 떴을 때, 나는 조금은 숨을 참아야 했다. 내 앞에서 검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도록 깊게 닫혀진 눈은... 그 붉디 붉은 머리카락을 베개 위로 흐트러뜨리고...이제껏 본 적이 없는.. 그런 편안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가만히 놈을 바라본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인 얼굴이다. 조금은 갈색을 띠는 그 피부도, 또 내 어깨에 올라와 있는 놈의 팔도....모두 다 내게는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지만, 그런 것 따위, 지금은 걱정할 것이 못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이대로 계속 놈과 늙어 죽을 때까지..이렇게만 살고 싶었다. 이렇게..다 깨진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같은 것... 너무나도 따사로이 느껴지는 이런 빛의 입자 같은 것... 하나하나, 다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놈이 눈을 뜨길 기다린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놈을 바라보며, 놈이 그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기만을 기다렸다. 만약에 그렇게 바라본다면...... 틀림없이....나는 근사하게 마주 웃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놈에게 보여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놈이 눈을 뜨고, 미친 듯이 뛰는 심장 때문에, 괴로운 발작을하는 가슴 때문에 힘든 숨을 몰아쉬는 나를 쳐다 보면서 나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한 말 때문에.... 그 기가막히게 낮은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에..... 나는 얼굴이 빨개지기도 전에....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I want to do it all night.(밤새도록 하고 싶다...)"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다. 밤에는 무섭도록 시리고 춥게만 느껴졌던 그 바닷바람은, 지금은 뜨거운 햇빛에 탈 듯이 갈증을 느끼는 내 마음을, 또 내 머리카락을 시원스레 쓰다듬어 주는 기분이 들었다. 발에 찰박거리는 파도가 모래에 내가 발자욱을 남길 때마다 하나하나 그 자취를 지워버렸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그 길은, 완벽하게 지워져 있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내 옆에서 걸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내 뒤에서 걷지도 않았다. 다만, 내 앞에서...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선에서...그렇게 걷고 있었다.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듯이, 놈의 붉은 머리카락도 그렇게 헝클어뜨린다. 햇빛이 밤의 이 절벽아래의 무서운 분위기와는 전혀 대비되는, 따뜻한 느낌을 주며, 놈의 마른 갈색의 피부를 쓰다듬고 있었다. 놈이 움직일 때마다, 청바지의 낡은 주름이 자잘하게 움직이며 빛에 반사를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놈의 상체의 낡은 상처들까지도... 그 빛은 치료를 해주는 것 같았다. 마음이 뜨거워진다. 믿을 수 없이 고요한 놈과 나 사이에 파도소리만이 음악처럼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눈을 감는다.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일까.... 세상에서....현재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 나의 표정은 지금 어떨까.... 귓가에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것은...이제는 마치, 낡은 오디오에서 틀려져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처럼 내 귓가를 끊임없이 선율로 맴돈다. 나는 갑작스럽게 내 등뒤에서 피부를 쓸어내리는 마른 손바닥에 몸을 움찔 하며,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는 분명 붉은 빛의 잔상이 휘돌고 있을 것이다.... 어젯밤부터, 끊임없이 내 후각을 자극하는 놈의 살내음이.. 내 등에서부터 진하게 묻어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손바닥의 피부를 쓸어 올리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등뒤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놈의 고른 숨소리는.... 분명, 내 뒤에 녀석이 존재하고 있음을....확실히 알린다. 놈은 나를 돌려서 내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 그 검은 눈동자로 나를 직시하며, 가만히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었다. 나는 다가오는 그 검은 눈동자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내 이마에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을 즐긴다. 그리고, 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파도가....음악이었다...... 놈과 나는....서로에게 한참 기대어 그대로 천천히 움직인다. 손에 닿은 놈의 어깨 느껴지는 놈의 피부는...메마르고 푸석푸석했지만.. 물기가 어린 음악이 있어서, 더 이상 그렇게 마른 느낌은 들지 않는다. 놈과 맞닿은 내 몸의 한 부분 한 부분이...태양의 열기 때문인가 다 뜨거웠다. 감은 눈을 떠서 잠시 내 이마에 맞닿은 놈의 열기를 느끼며 시선을 올린다. 놈이 눈을 감고 있었다. 흔들리는 파도 소리는 이 순간이...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렇게..평안한 모습의 놈을 본 적이 없었다. 나와...함께 있어서 그런 거야......?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입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놈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노래는....어쩌면 지나치게 슬픈 곡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에서만큼은.... 나에게 있어 눈물날 정도로 행복한 곡일 뿐이었다.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 천국에서 당신을 본다면....당신은 내 이름을 알까... Would you be the same if I saw you in heaven 천국에서 당신을 보면, 예전과 변함 없이 똑같을까..... 놈의 눈이 떠진다. 그 검은 눈은 이제 내 시선에 확실히 맞닿아 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나는 눈을 한 번 웃었다. I must be strong and carry on 난 강인하게 계속 삶을 살아 가야해....... 'Cause I know I don't belong here in heaven 난 이 천국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이상한 감정으로 휘돌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아련하고 슬픈 감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내 허리에 감긴 놈의 팔이...뜨겁게 느껴진다. Would you hold my hand if I saw in heaven 천국에서 당신을 보면, 내 손을 잡아 줄까....... Would you help me stand if I saw in heaven 천국에서 널 보면, 날 도와 일으켜 줄까..... I'll find my way through night and day 난 계속해서 내 갈 길을 찾아야 해.. 'Cause I know I just can't stay here in heaven 난 이 천국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내 이마에 닿은 놈의 이마가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진다. 파도를 음악 삼으며...또 내 노래를 음악 삼으며... 우리가 추는 이 춤은......아무도 보지 않는다. 오직, 놈과 나의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그런 몸의 움직임이었다. 태양과 파도만이 우리를 바라본다. Time can bring you down Time can bend your knees 세월은 널 파멸시킬 수 있고, 무릎 꿇게 할 수도 있어 Time can break your heart 마음의 상처도 입히고, Have your begging, please Begging please 애원하고 간청하게 할 수도 있지. 놈의 붉은 머리카락의 잔영은....이제 확실히 내 마음에 새겨진다..... 아마도...이렇게 새겨진채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작은 소리로 마지막 구절을 읊조렸다.. Beyond the door there's peace I'm sure 저 문 밖에는 평화가 있을 거라 확신해. And I know there'll be no more Tears in heaven..... 그리고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확신해....Dick..... 나는 놈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그렇게 웃었다. 놈은......눈가에 작은 미소를 지어낸다. ......믿을 수 없는 행복은, 손에 잡고 있기...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나는...그걸 조금 더 일찍 알아야 했다...... [BGM] Dumb - Nirvana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154717.asf 시간은 확실히 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2주 째 계속 머물러 있었던 이 곳에서, 나는 내가 평생 다 누려보지도 못한 행복을 한꺼번에 다 누린 기분이었다. 이 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놈은 끔찍스러운 살인을 저지르는 스캐디 패거리의 리더도 아니었으며...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갈겨대며, 다른 새끼들의 피를 터뜨리는...그런 잔인한 놈도 아니었다. 다만, 내게 조금쯤은 서툴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비웃음이 아닌....그런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하는...그런 놈이었다. 그러나, 나는 놈이 가끔 한 곳을 응시하며 생각하는 듯이 눈을 감을 때.. 그 몸에서 전체적으로 흐르는 팽팽한 살기와 같은 기운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마냥, 즐겁게만은 웃지는 못하는 놈의 얼굴은, 간헐적으로 내게 브루클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더불어서, 이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마치 피비린내의 절정에 나를 파묻게 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것은 굉장히 괴로운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놈이 내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많아서 나는 꽤나 자주, 브루클린을 잊고 있을 수 있었다. 그 피비린내의 괴로움과.... 약들에 찌들어 사는 창녀들과,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살인과... 피투성이의 괴로움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갱들... 모든 것을 꽤나, 자주....잊고 있을 수 있었다. 피자집에서 일을 하던, 그런 일상적인 생활과는 분명..멀어진 것임에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행복과는 멀어졌음에도... 어쩌면, 굉장히 불안하고 괴로운 도피 생활을 하고 있음임에도.. 어째서 나는 이렇게 마음이 터질 듯이 행복한 걸까... 침대에 누워서 담배를 태우고 있을 때, 나는 문득...Paul과 Jim...그리고 Nicole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을 때가, Paul놈이 나를 도와주려고, 어설픈 힌트를 주었을 때였는데... 피식- 웃음이 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초가을이 밀려오는 기분이다. 가을...이라....... 나는 내 옆에 누워있는 놈의 뒷 모습을 마냥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정도로 근사한 근육들이 내 눈에 어른거린다. 마른 내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본다. 역시나 가슴이 뛰는 만큼, 손바닥에 있는 내 심장의 박동도 크게 뛰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 깨진 창문의 바깥으로 보이는 차 한 대가 시끄러운 진동소리를 내며 내 시야에 들어오기 전까진. 그리고, 나는 그걸로, Dick의 한가로운 낮잠도 완벽히 깨고 말았음을 깨닫는다. - 끼이이익 - !!!!!!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분명, 머피 놈이 5일 전에 다녀갔다. 아직 식량이 다 떨어지지도 않았고, 놈이 올만한 시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차는 머피놈의 것이 확실했다. 머피 놈이 그 검은 얼굴이 허옇게 질릴 수도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한 얼굴로 이쪽으로 뛰어 오고 있었다. Dick은 느긋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바로 침대에서 기어 나와 청바지를 주워 입었다. 그리고는 깨진 창문으로 뛰어나갔다. "What the fuck !!!!!(뭐야)?!?!!!" 놈이 조금은 급하게 뛰어왔는지 내 앞에서 숨을 골라내고 있었다. 그 얼굴은 너무 힘들어하며, 어깨를 헐떡이고 숨을 내쉬느라,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나는 놈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Why the fuck are you here?(왜 온거냐!!!!)" 놈이 힘든 숨을 내쉬며 내가 흔드는 대로 몸이 흔들리는 것을 방관하며, 자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땅을 향해 머리를 내린다. 그리고 힘든 숨을 내쉰다. "What the fuck are you doin' here?!!!(뭐하는 거냐고!!!)" 놈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나를 바라보며 그 검은 눈을 들었다. 검은 피부에서, 오직 보이는 놈의 흰자위만이 엄청난 자리를 보이며 희번뜩이고 있었다. 그 눈을 노려보며 나는 놈의 어깨를 주먹으로 한 번 세게 갈겼다. 말을 안 하는 놈의 얼굴이 굉장히 상기되어 있다. 고통에 일그러져 있는 얼굴은 현재 어깨의 아픔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Fuck......." 놈이 힘들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내가 한 대 더 날리기 전에 놈이 입을 열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이 내 뒤로 시선을 넘긴다. "Dick......" "............" 내 뒤를 돌아보았더니, Dick이 어느새 뒤에 나와 있었다. 입에는 내가 항상 피워대고는 하는 싸구려 담배를 물고 있었다. 확실히, 질 좋은 시가는 아니다. 그리고, 놈의 시선과, 표정도 그 시가의 냄새 때문인가...기분이 더럽다는 것을 보이는 듯 했다. ".....경찰 새끼들이....." 머피 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뭐냐...들통이라도 난 거냐...!!!! "Rockey 새끼를 어제 찾아왔어. 아무래도..눈치를 까고 있는 것 같아. 네가 더 이상은 브루클린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거기까지 말하고 머피 놈은 힘들게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쉬었다가 하는 바람에, 거세게 어깨를 한 번 떨었다. 그리고 나머지 말을 내뱉었다. "이 곳...조금 있으면, 왠지 놈들이 알아낼 것 같다구..." "........." 내 가슴은 미어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심장이 엄청나게 크게 뛰어대는지라, 머피 놈이 다음에 하고 있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째서, Dick은 이런 순간에도 아무런 표정이 없을까. 다만, 놈은 비릿한...미소만을 짓고 담배를 물며 파도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So...I've tried (그래서 나는...)" 나는 머피놈이 하려는 말을 들으려고 힘이 빠져나간 것 같은 내 시선을 들어올렸다. "Rockey....는...?" 내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져서 나간다. "Dick이...브루클린에 없다는 게 밝혀지고 나면....굉장히 위험하다고...나더러..." 머피놈이 우물거리며 입을 열고 있을 때, 내 뒤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낮게 깔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Shit the fuck up.(입 다물어라.)" 나는 고개를 돌렸다. 놈의 표정은 여전히 지나치게 여유롭다. 그러나, 내 시선에 부딪혔을 때는, 약간의 불안감을 담았다. 그것은...무엇에 대한 불안감인거냐....? 나를 바라보는 네 시선이 왜 그렇게 불안한 거냐고... 나는 주먹을 꼭 틀어쥐고, 머피 놈을 향해서 물었다. "고로...수사망이 넓혀지는 게 문제라는 거로군?" 머피 놈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내게 만들어 보인다. "Yeap...(그래..)"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내 뒤에서는 내 목을 끌어당기는 손길이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힘이었다. "쓸데없는 생각 마." 나는 내 시선을 Dick에게 돌리지 않았다. 다만, 내 앞의 머피 놈에게 내 시선을 맞추고 있었을 뿐이다. 뒤에서는 미칠 정도로 뜨거운 Dick의 체온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뜨거운 열기가 내 머리에서 피어오른다. 미칠 것 같은 걱정. 그것은 나 때문이 아닌, 자신을 걱정할 줄 모르는 한 새끼 때문이었다. 내 시선은 언제나 솔직하다. 그리고 그 무서우리만치 솔직한 시선은, 언제나 Dick만이 눈치를 챈다. 그러니, 내 눈은 현재, 어쩔 수 없더라도 머피 놈을 향해 있어야 한다. 지금 Dick을 바라보면 안되었다. 분명,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은, Dick이 볼 때에, 쓸데없는 생각이 분명했으니까. [Dick, 인생에서 단 한 번 부탁이다. 딱 3일만 여기서 나 기다려 줘. 아무데도 가지 마. - J.D] 나는 조용히 볼펜을 내려 놓았다. 미칠 정도로 뜨거운 밤이다. 어째서 이렇게 내 몸을 완연히 적시는 땀이 흐르는지를 알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내 머리카락이 뜨겁게 목덜미에 엉켜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만을 알 수가 있었다. 가만히 침대에서 자고 있는 놈을 내려다본다.. 놈의 붉은 머리카락은 밤중임에도, 깨진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을 받아 이상하리만치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그 붉은 머리카락이 담고 있는 기운 때문에.. 네 새끼가 여기까지 온 거다... 너는..어째서 그렇게 붉은 머리카락인거냐..... 마치, 한 순간이라도 타오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머피 놈은 지금 지하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Dick은 오늘은 많이 취했다. 놈이 나를 의심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것은 왠지 나를 기쁘게 했으나...그것을 배신하는 것은 나를 슬프게 했다. 지나치게 많은 Cracks(합성마약)를 피웠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술을 먹였다. 놈은...어느새 인가... 내가 입으로 넘기는 그 독한 보드카를 남김없이 받아마셨던 것이다. 적어도 네 병은 그렇게 스트레이트로 받아 넘겼다. 그것은 아무리 술에 강한 놈이라도 골로 가기에 충분할 정도의 알콜 빈도였다. Dick은 눈을 굳게 감고 있었다. 파도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놈을 한 순간만 바라보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마도..그 순간은 적어도 20분은 되었던 것 같다. 놈의 근육과 붉은 머리카락과, 방금 전까지 내 몸을 애무했던 긴 손가락... 높은 코와 굳게 닫혀진, 이제는 그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눈과, 결이 아름다운 눈썹. 빌어먹을.. 시간이 없다고, J.D. 어째서...이렇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절대 아무의 귀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한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놈이 깨지 않게, 놈을 지나, 조용히 창문으로 향했다. 깨진 유리조각들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땅바닥을 밟으며, 나는 집의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머피 놈이 몰고 온, 꽤나 좋은 차 위로 사뿐히 몸을 날려 올라탔다. 시동을 건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차를 멀리 세워놨던 지라, 시끄러운 파도소리에 익숙해진 Dick의 귀에 잘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그렇게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엑셀을 밟았다. 방향은, 브루클린이다. "They can't trigger you, Dick." (그 새끼들은 널 절대 못 쏴..Dick.) 혼자 조용히 읊조렸다. 분명, 그 말은 사실이다. 그건, 내가 증명을 해 보일테니까. [BGM] Drain You - Nirvana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N/pop0N145980.asf 18시간이 넘는 운전은 나를 지치게 하고도 남았다. 한 번 얼굴을 씻고 거울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았다. 꽤나 피곤하고 눈 밑이 거뭇거뭇한 얼굴이 나를 마주 바라보고 있다. 창백하게 질려있어서 바로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이..... 상당히 위태위태한 느낌이다. 빌어먹을 정도로 괴로운 피곤함이 내 어깨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역겨운 화장실의 냄새가 후각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렇게 피곤함의 괴로움의 끝에 내 후각으로 밀려드는 건, Dick의 근사한 몸내음이 아니라는 게... 왠지 조금쯤은 짜증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들린 약을 바라보았다. 나는 브루클린에 도착한 즉시 들어온, 작은 역겨운 내를 내는 모텔의 화장실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 샤워기를 틀어서 물을 머리카락에 적셨다. 목덜미 께에서 일렁이는 머리카락의 길이는...Dick과 비슷하다. 머리를 헹구어내자, 맨머리를 감을 때는 절대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조금은 탁한 색의 물이 머리카락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타월을 머리카락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바로 마구 비벼서 최대한 빨리 건조를 시켰다. 물기를 다 털어 내고 나서....거울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거울 안에는...여전히 J.D가 있다. 그러나, 그 머리카락의 색깔만은 붉디붉은 색깔이다. 나의 갈색 빛이 도는 검은 머리카락은....사라진지 오래다. 아직, 놈에게서 떨어져 나온지, 18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머리카락에서 흐르고 있는 이 붉은 머리카락의 색깔은, 벌써 놈에 대한 그리움에 내 눈이 젖어들게 만든다. 빌어먹을- 이 번일 제대로 끝내고 돌아갈 테니까, 나 만났을 때, 내 머리에다 대고 총이나 날리지 말라고. 그 더러운 성격 한 번 거역했다가 죽을 뻔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말이지...큭큭... 나도 모르게 눈가에 섞인 눈물과 함께 웃고야 말았다. 그건....정말 이상한 경험이다. 18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그런데도 벌써 네 새끼가 보고 싶다..... 나는 그 왠지 모를 그리움에 손가락을 뻗어서 거울 속에서 나를 마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카락....역시, 너하고는 잘 안 어울리는데....?" 나는 조금쯤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욕실의 바깥으로 나갔다. 투투툭- 테이블 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백에서 털어 내었다. Rockey놈이 떠날 때 챙겨 주었던 Tec9(Infratec의 9mm권총) 한자루, tray eight(38구경 권총) 두 자루, 또 머피놈의 차안에 있었던, uzi(이스라엘제 반자동 소총) 한 자루가 있었다. "이걸로...Dick이라고 설치기에..충분하나...?" 나는 청바지의 허리께에 손을 얹고 가만히 테이블을 내려보았다. Clip(탄창)은 충분하다. 문제는..어디를 치느냐인데... 길거리 지나다니는 애송이 새끼들 몇 명 족친다고, Dick이라는 존재감을 경찰들에게까지 뚜렷히 나타낼 수는 없다. 왠만한 갱단을 혼자 치기에는 조금 빡세게 힘든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Rockey 놈에게 원조를 부탁하기에는 분명히 위험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 새끼, Dick에게 바로 연락을 하고도 남을 새끼니까. 적어도, Dick이 내가 어디로 사라졌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정도의 시간은 벌어야 한다구. 나중에, 나를 죽이려고 펄쩍 뛸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아는 새끼라고는 Mac과 안드레이 놈 밖에 없는데... Mac은 원래 연락을 할 수가 없고...빌어먹을.. 그 새끼 마음을 알면서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남는 건, 안드레이밖에 없군. 그 빌어먹을 새끼에게....어떻게 도움을 청하냐. 내 자존심이...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나는 입술을 깨물어 버렸다. 이미, 여기까지 온 것 부터가, 내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놈의 행세를 하겠다고 생각을 한 것 부터가, 나의 자아성, 정체성을 잠시나마 포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새끼가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존심? 정말 웃기고 있군, J.D... 나는 다시 입술을 깨물고 생각을 시작한다. 주머니를 뒤져봤자 나오는 건 더럽게 맛이 없는 담배 뿐이다. 이번에, 일 성공하면, Rockey 놈에게 맛좋은 시가 좀 몇박스 얻어야겠다구...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사실은, 쓰러져서 죽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스캐디 패거리가 사라지고 난 뒤의 이 거리의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갱단들을 꽤나 조사를 해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원조도 필요하고.... 머리카락을 모자로 감싸 누른다. 실제의 Dick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일단 일을 벌이기 전까지는 나는 붉은 머리를 숨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 Chris놈에게 가보아야 겠다. Rockey놈이 원조를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잘 모르고 있었을 때, 총을 사러 가고는 했던 놈이다. 그 지하 아지트에 가서 일단 정보 따위 입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hris 놈....아마도, Rockey 놈의 아래겠지만, 분명, 내가 입을 잘 단속시키면 꿈쩍도 못할 새끼니까. "So....is that all? (그래서, 그게 다냐?)" Chris놈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러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놈의 대가리에 총을 겨누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꽤나 친하게 지냈던 녀석이니까 어깨 두드려가며, 술이나 한잔 하면서 말을 해도 괜찮은 거였다. 그러나, 놈이 내게 잘 못 나왔다. 이딴 식으로 나오면 안되지... "J.D....이러지마..." 철컥- 놈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이러지 말라고?" 나는 비웃음을 머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놈을 내려다 보았다. 놈은 의자에 앉아 총을 닦고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멈춰서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지금 놈에게 움직일 수 있도록 허락이 된 것은 그 빌어먹을 주둥이 뿐이었다. "But....I...I don't know nothin'!!!!!" (하..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래, 그 말만 지옥에서도 계속 되풀이해라." 나는 놈의 머리통에 대고 총을 날릴려고 했다. "Nooooo!!!!!! Stop!!! Wait!!!!!!!(자..잠깐 기다려!!!!!!!!!)" 놈이 땀을 흘리며, 자신의 장부를 가져다 내 앞에 펼쳐 놓았다. "이봐...이건 좀 알아줘...나도 장사를 해먹어야 하잖아. 하루 이틀 아는 사이도 아닌데...." "Shit up, and open it.(입 닥치고, 열어봐.)" 놈이 장부를 떨리는 손으로 열자마자, 나는 그걸 빼앗아 읽기 시작했다. 물론, Chris 놈의 머리에는 총을 겨눈 채이다. "........." Vigo 새끼들의 찌꺼기들끼리 모인 패거리가 하나 있고... 챈 패거리랑 스캐디 패거리는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했으니, 있을 리가 없고... 이건....?? 새로 생긴 패거리인가....? 나는 그 노트에 적힌 이름을 노려보았다. Tricks....? "이 새끼들 중에서 제일 조직력 괜찮은 패거리 어디야?" Chris놈의 얼굴은 이제 허옇게 질리다 못해서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까지 주었다. 나는 조금은 불쌍해 져서 놈의 이마에 딱 대고 있던 총부리는 치웠다. 그러나 여전히 놈에게서 총을 거두지는 않았다. "....Vigo의 패거리들은...리더가 없으니까, 거의 오합지졸이야...." ".....음....." "그...Tricks라는 놈들은, 왠지, 스캐디 패거리랑 비슷하기는 한데... 조금..다인종적이고...." "흐음...." ".........." "아지트는?" "Please, J.D. Don't make a scene.(제발, J.D.소란 피우지 마....)" "What will you do for your live?(네 목숨을 위해 뭘 할테냐?)" 나는 다시 한 번 총구로 놈의 이마를 두 번 살짝 툭툭 쳤다. 놈의 시끄러운 참견이 짜증이 난다. 놈의 얼굴이 다시 급작스럽게 어두워진다. "......예전에....그...스캐디...패거리 있던데...에서 두 블록 내려가면 있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렇게 비슷한 느낌의 갱단이....스캐디 패거리와 그렇게 비슷한 곳에 아지트를 정하다니... 나는 놈에게서 총을 치우고 내 뒷주머니에 넣었다. "Rockey한테 뒤로 꼬발리면 죽여버린다. 어떻게 찾아서라도 죽일 테니까." "......." "그 새끼는 결국에 알게 될 테니까, 한 이틀만 입 닥치고 있어." ".....O.K......" 나는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머리에 후드 티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나왔다. .......이제....어쩐다. 지금 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새로운 갱단을 치기에는... 그 오합지졸의 Russian 새끼들이 조금 모자란 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 혼자 보다는 괜찮을 것이다. [BGM] Coma White - Marilyn Manson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M/pop0M73009.asf "네 새끼가...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 "Look...(이봐..)" "더 지껄이면 죽여버린다." 나는 아주 신경질 적으로 나를 노려보는 노랑머리 새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정말 한 대 패서라도 녀석을 끌고 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지금 내가 기어 들어온 이 갱단의 분위기도 상당히 무시무시했다. 어디까지나 나에게 좋은 감정들만은 안 가지고 있을 테니까. 여러 가지로, 네 새끼의 갱단과는 조금 많이 삐그덕 거렸지... 나는 그 날 Dick에게 맞아서 병신이 되어, 이제 이 곳에 보이지도 않는 놈을 비롯하여, 내게 상당히 질색을 하는 안드레이 새끼의 똘마니들을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Dick 때문이다." 놈의 얼굴이 움찔 한다. 어두운 창고 비스무레한 곳에서, 놈은 박스의 한가운데에 올라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어림잡아도, 50여명은 넘는 Russian 새끼들이 나를 둘러싸고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죽이겠다는 듯이 살기를 내뿜어대고 있었다. "......근데.......?" "..........." 놈의 목소리는 짙게 갈라져 있었다. 그래도, 한 갱단의 보스를 할 정도의 살기는 충분히 갖추고 풍기고 있는 놈이다. ".....네가 필요하다." ".....왜? 그 새끼 내 거 아닌데? 네 꺼 아냐, 이 죽을 개자식아!!!!!!!" ".........내 건 맞는데, 네 새끼도 그 새끼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쾅- 놈이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내 얼굴을 후려갈기며 덤벼들었다. 덕분에, 다른 놈들의 살기가 공중에서 마구 흩어지는게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깔렸다. 놈이 내 위에 올라와서 내 멱살을 움켜 쥐었다. "What....? 뭐라고, 이 개자식아....?" ".....You should help me.(넌 나를 도와야 돼..)" 나는 놈에게 잡힌 멱살 때문에 잘 나오지도 않은 숨으로 겨우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면, 네 새끼가 좋아하는 그 새끼, 사형이니까." "........." ".........What will you do?(어쩔거냐?)" 나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놈을 노려보며 물었다. ".....He's nothing to me.(그 새끼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다.)" 안드레이 새끼의 입에서는 어쩌면, 피비린내 보다도 독하게 들릴지 모르는 한마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Yeah?(그래?)" 놈의 허연 얼굴이 기괴스럽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일그러졌다. 나는 그런 놈을 바라보며 비웃음이 아닌, 요청의 눈빛을 보냈다. 놈의 짜증내는 얼굴이 내 멱살을 세게 쳐낸다. 그리고는 나를 땅바닥에 처박듯이 한 번 밟고는 일어섰다. "네 새끼가 대신 잡히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뒤돌아선 놈의 목에서는 갈라진 유리파편 같은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잡히기는...누구 좋으라고." 나는 놈을 향해 한 번 비릿하게 웃었다. 그 즉시 놈의 차가운 Russian Blue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러나, 일어나고 있는 나를 다시 밟지는 않았다. "Fuck...." "...일단, 여기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해야하니까. Dick이 다른 곳으로 튀었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해야한다고."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서 말했다. ".........." 놈은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자신들의 떨거지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내 쪽까지는 잘 들리지도 않는 헛소리가, 즉, 러시아어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간혹 튀어나오는 영어는 그닥 좋은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What did you say, Andrei!!!!(뭐라고 하는 거야, 안드레이!!!)" "Hey, are you mad!!!??(미쳤어?)" "Shit the fuck up!!!(닥쳐!)" 젠장...똘마니들이면, 똘마니들답게 입닥치고 따라올 것이지 더럽게 말 많군. 짜증나게. "Hey, 다들 내 말 잘 들어봐." 나는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놈들이 서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봐, Leader가 한마디를 하면 말이다.... 똘마니 새끼들이라면 찍소리 않고 따라오는 거라고. 안드레이 네 새끼가, 이렇게 한 갱단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Tricks에게 이 거리를 잡혀버린 이유가 뭔줄 알아? 공유는 있지만, 전유는 안 돼. 그리고, 네 새끼는 절대적으로 애새끼들이 절대적으로 쫄게 만들던지, 신임을 얻던지 입 다물고 리더를 따르는 정도의 위치에는 올라서 있어야 한다고. 네 새끼는 그게 안 돼. 태어나면서부터, 위에만 서는 그런 놈이 못된단 말이다. 그런 놈은 따로 있는 거지. 스캐디 패거리를 이끈 바로 그 새끼처럼 말이다. "이봐들......다들, 나한테 감정 안 좋은 거 아는데." 나는 조금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말했다. 놈들은 곧 날 죽이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안드레이도 있고 하기 때문에 바로 내 대가리에 대고 총을 갈겨대지는 않는다. "Tricks 같은 갱단에 한 번 깔리면, 그대로 깔린 채 살아야 한단 말이다." "What!!???" "내 말은, 적어도 구역을 나누어 가지려면, 한번쯤은 붙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라고." ".........." 놈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섣불리 치고 들어오지는 않는다. 놈들의 한 가운데에 있는 안드레이 새끼의 얼굴도 나를 향해 있었다. "좋은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아. 이번에 확실히 밟아놓으면, 편하단 말이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며, 최대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한숨을 내 쉬듯 연기를 뿜어 내었다. 놈들의 시선은 움찔거리고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수긍은 한 것처럼 보였다. 이것 봐, 사실은 네 새끼들은 어쩌면 함정에 빠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Dick이라는 네 새끼들이 잘 모르는 한 빨간머리 동양인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 놈은 알고 있어. 안 그래, 안드레이? 어쩌면, 사랑은 이렇게도 빌어먹을 것인지도 모른다. 어리석게, 여러사람을 희생하더라도, 원하는 한 놈은 지키고 싶은 이런 말도 안되는 바보행각인지도 모른다고. "So....What is your choice?(그래서, 선택은?)" 놈들의 얼굴은 전부 내 쪽을 향해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던진 한마디는, 앞으로의 놈들의 인생에 또 하나의 갈림길을 던져 놓는다. "............" ".........." ".........." "..........." 놈들의 시선으로부터, 대답이 온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안드레이에게 고개를 까닥했다. 놈들은, 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도전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마지막 자존심의 발악일지도 몰랐다. 몸이 죽는 것에의 괴로움보다, 여기서는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그 빌어먹을 자존심이라는 것의 죽음과 밟힘과 모욕이 더 괴로운 것일테니까. 인생은, 이토록 어리석고, 방종하며, 끊임없는 죽음에의 도전일지도 모른다... [BGM] Antichrist Superstar - Marilyn Manson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M/pop0M20780.asf 놈들의 아지트는 정말 빌어먹게도, 예전의 스캐디 패거리의 아지트에서 너무나도 가까웠다. 정말 황당할 정도로 가까웠다. 아직도 그 곳에서는 역겨운 시체 냄새가 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떠나질 않는데, 이곳에서는 또다른 새로운 마약과 창녀들의 신음과, 질낮은 싸구려 시가들과 사내들의 더러운 헉헉거리는 소리 따위가 진하게 깔려있다. "이 바닥이란....어쩔 수 없나보군...."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으며, 뒷 주머니의 나이프를 확인한다. 그리고, 뒤집어 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젖힌다. 붉디 붉은 염색한 내 머리카락이 초가을의 바람에 휘날린다. 안드레이 놈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나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왜, 그립냐?" 나는 놈을 쳐다보면서 한 번 농담을 던졌다. 놈의 얼굴이 급작스럽게 굳으며 내 멱살을 움켜쥔다. 그 덕분에 나는 여유로이 물고 있던 어제 산 꽤나 비싼 시가를 땅에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What the fuck.....(뭐야....)" 나는 조금은 케켁대며, 놈을 노려보았다. 놈의 허연 얼굴은 어쩌면 밤에 물들어 조금은 시퍼렇게 변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꽤나 이쁘장한 그 얼굴은, 오늘만큼은 독기에 서려있어서, 끔찍하게 잔인해 보였다. "....그런 농담 한 번 더 하면 죽여버린다." "참아주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목을 틀어쥔 놈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내가 신호만 보내면 바로 그 안으로 뛰어들어갈 자세가 되어있는 Russian 새끼들을 바라보며, 내 손에 쥐어진 tray eight(38구경 권총)을 틀어 쥐었다. uzi(이스라엘제 반자동 소총)로 먼저, 놈들의 아지트 문을 딴다. 나는 가장 앞쪽에서 내게 시선을 맞추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탕-!!!!!!!!! 갑작스럽게, 뜨거운 달빛 아래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싸움은 시작이 된다. 다섯명의 새끼들이 먼저, 총알받이 마냥,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분명, Chris놈을 족쳤을 때, 놈들이 금요일에는 여자들과 뒹구느라 바쁘다고 했으니, 이쯤이면 될 거다. 일을 크게 벌리면 벌릴수록, 내가 눈에 더 잘 띄면 띌수록 이 작전의 효과는 좋았다. "What!!!!!!!!!!!" "꺄아아아아아악!!!!!!!!!!!!!!!!!!!" "What the... Fu....!!!" 벌써, 이 창고의 바깥까지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기 시작한다. 역겨운 소리와, 열려진 창고의 문으로 새어나오는 토사물들과, 뇌수의 냄새가 밤을 물들여가고 있었다. "Hey!!! Tricks!!! Here is your tomb!!!(Tricks! 여기가 네 새끼들 무덤이다!!!)" "Pass the mag to me!!!!(총 넘겨!!!)" 탕- 탕- 탕- "Give it to me!!!!!!(이리 줘!!!)" "Fuck!!!!" "Help!!!!!!!!!!!" 탕-! 탕- 나머지 놈들이 바로 쳐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뻗어있던, Tricks 놈들의 역겨운 비명소리와 피비린내가 더 심하게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창고의 입구 쪽으로는 벌써 몇 명이 반 시체가 되어서 기어나오고 있다. 벌써 바닥은 핏물로 흥건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안드레이 놈의 팔을 붙들고, 뒷문으로 급속하게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내 앞으로 도망치려고 뛰어나오는 새끼의 대가리를 정확히 날렸다. 놈의 이마에 구멍이 나며 내 앞에서 터져 나간다. 나도 모르게 오랜만에 맛보는 피 맛에,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더러운 습관이군. ...이런 거에 익숙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야. 내 팔을 붙잡으며 떨어져 내리는 시체를 발로 걷어차며, 나는 어두컴컴한 안에서 닥치는 대로, 애새끼들을 잡고 한쪽 손에 빼들은 나이프를 꺼내 놈들의 성대를 도려내고, 한쪽 손으로는 정확하게, 한방으로 놈들의 대가리를 날렸다. 놈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진다. 피같이 붉은 내 머리카락이 놈들의 시야에 잡혀서일 것이다. "Dick.....?" 놈들의 몇 명은 아무래도, Dick을 아는 듯 했다. 그리고, 분명 자신들의 눈을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 기억을 하는 몇 명의 새끼들은 팔이나 다리를 쏴주마. 나중에 경찰들에게 잘 보고 하라고!!!! "저 뻘건 머리 뭐야!!!!!!" 나는 놈들의 팔과 다리를 그어대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그 소리에 쾌락을 느끼고 비릿한 비웃음을 짓는다. 안드레이 놈은 몇 명을 쏘다가 나를 쳐다보며, 질린 듯한 얼굴을 한다. 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Call.(전화해.)" 놈이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주위는 꽤나 많은 새끼들이 뒤져서 시체가 되어 있었고, 나이프에 잘려 널린 창자들이 바닥을 미끌거리게 만들어 대고 있었다. 그것은 역겨움의 산물이다. "사..살려줘!!!!!!!!" 내 옆쪽에서는 한 Russian 새끼가 Tricks의 한놈의 눈을 도려내고 있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는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Russian 새끼들..더럽게 독하군... 굳어버린 피들은 내 워커바닥에 진득하게 늘러 붙음으로써 발걸음을 움직이는데 제약을 만들어 버린다. 안드레이 놈이 멍한 얼굴을 한다. "Call!!!!!!!(전화하라고!!!)" 나는 놈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놈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정색을 하며 뛰어나간다. 놈이 경찰에 전화를 한다. 이미, 여기 사는 쓰레기들이 지나치게 많이 들리는 총성에 신고를 했을지도 모르나....그래도, 확실한 게 좋잖아. 나는 아슬아슬하게 경찰들의 눈에 띄어 줘야 한다고. 나는 내 쪽으로 미친 듯이 덤벼드는 애새끼들을 한 대씩 갈겨대며, 미친 듯이 폭동의 중간으로 뛰어들었다. 내 쪽으로 총을 쏘는 새끼를 바로 내가 죽인 한 놈의 시체로 막아낸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어깨에 피가 스쳐나갔다. "Fuck!!!!!!!!!!!!" 나는 소리를 지르고 바로 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를 내 쪽에 총을 갈겼던 새끼의 이마를 향해 정확히 날렸다. 완벽하게 놈의 이마를 3cm 정도 뚫으며 들어간다. 보기 좋군......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주위의 Russian 새끼들의 수를 헤아렸다. 아예, 거의 전멸이다. 게다가, Tricks 놈들도 전멸에 가까웠다. 몇몇 남은 새끼들은 미친듯한 비명만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미 죽은 것들은, 아예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건....완벽한 청소군. 발바닥에 걸거치는 시체들이, 왠지 오늘따라 슬프게 보인다. 이러지 말자구.... 크큭...... 딸칵- "Dick.....?" 내 뒤에서 들린 딸칵거리는 소리의 주인공은 미친 듯이 손을 떨고 있었다. 덕분에 내 머리가 그 총구에 따라 조금은 진동을 할 정도였다. 병신.. 나는 바로 고개를 낮추며 뒤돌아,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내가 Dick이라는 놈인지 확인을 하려던 놈의 얼굴을 확실히 이마로 박았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패 대기 시작했다. 주먹에 와닿는 놈의 이빨의 느낌이, 상당히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크아아아악!!!!!!!!!!!!!" 뚜둑거리며 입 안에서 이빨을 떨궈내는 놈의 얼굴이 비명을 지른다. 그 눈만은 찌르지 않았다. 나, 제대로 봐 놔라. 이 뻘건 머리 말이다. 그리고, 바로 놈의 멱살을 놓는다. 이미 그 놈은 미쳐버린 것 같은 눈으로 손만 덜덜 떨고 있다. 안드레이 놈이 나간지 10분. 경찰의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귓가에 떨어져 들어온다. 나는 뒷문으로 돌아온 안드레이 새끼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놈이 내 시선에 눈을 맞추고, 바로, 준비해둔 휘발유를 가지고 들어온다. "나가!!!!" 나는 명령을 하듯 얼마 남지 않는 Russian 새끼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바로 라이터를 꺼냈다. 마무리조차도, 완벽하게 놈처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안드레이 놈이 바깥에서 포진하고 있던 두 명의 Russian 새끼들과 휘발유를 들고 이리저리 시체 위에다가 뿌려대기 시작한다. 얼마전까지 쾌락에 들떠 미친 듯이 놀던 새끼들은 이제는 땅바닥에 누워 휘발유를 몸으로 흡수하고 있다. 나가기 시작하는 Russian 새끼들을 바라보며,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 바로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미친 듯이 뛰어 나온다. 경찰들의 눈에 확실히 이 붉은 머리카락의 잔영을 남겨야 한다. 이 곳에 아직, Dick이라는 새끼는 있는 거니까. "Freeze!!!!!!!!(꼼짝마!!!!)" 지랄, 꼼짝말라고 꼼짝 않는 범죄자 봤냐? 나는 아직 차에서 다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미친 듯이 총을 겨누고 식은땀을 흘려대며 어디에 총구를 두어야 할지 모르는 애송이 경찰 새끼 두명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아마도, 가장 가까이서 순찰을 하고 있던 놈들이 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 애송이들이잖아? 이건 꽤나 다행인데? 나는 비웃음을 흘리며, 놈들의 뒤로 몸을 움직였다. "Freeze!!!!!!!!!!!!" 놈들이 바로 기척을 깨닫고 내 쪽으로 총구를 겨눈다. 나는 놈들의 시야에 완벽히 잡혔지만, 놈들에게 총을 겨눈 채로, 상당히 거리를 두며 미친 듯이 뛰어나갔다. 더불어 내 주위에의 Russian 새끼들과 안드레이가 엄호를 하며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놈들이 어설픈 총을 갈겨댄다.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며. "So...We've done.(끝냈군...)" 안드레이 놈의 쉰 목소리가 내가 등을 기댄 벽에서 느껴지는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한기가 내 등에 스미듯이 내 귓가에 스며들었다. 나는 힘든 숨을 내 쉬며, 대답했다. 목구멍 저 안 쪽에서는 이미 너무 많이 뛰어 버려서 피가 역류하면서 느끼지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다. ".....Yeap...." "용케 안 죽었어." 놈이 나를 바라보며 비릿한 빈정거림을 한다. 사실, 총알받이라는 게 있어서 안 죽었는지도 모르지. 같이 뛰어 도망치던 새끼들 중의 두 명이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 "그래......" 나는 다시 쓴 웃음을 지으며, 놈에게 말을 했다.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분명, 그 경찰새끼들에게 확실하게 내 이미지를 각인 시켰을 거다. 미칠 정도로 타오르는 붉은 머리. 그리고, 불타오르는 그 장소에서 기어 나온 몇 명의 Tricks 패거리들이 Dick의 존재를, 확실히 브루클린에 있는 Dick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미칠 정도로 힘들게 숨어 들어온, Rockey의 구역에, 아직 경찰 새끼들은 따라 들어오지는 못했다. 나는 바로, 이 염색을 지워야 했다. 내가 숙박을 했던 그 모텔로 돌아가서. 아니...Rockey놈에게 가는게 나을까...어차피 지금쯤은...Rockey도 알고 있을텐데. "죽길 바랬는데 말이지." 안드레이 놈은 꽤나 힘든 표정을 지으며 벽에 기대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왠지 모를 빌어먹을 슬픔과 허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시릴 정도로 차가워 보이는 그 Russian Blue의 눈동자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총이 스쳐 꽤나 아플 정도의 출혈을 하고 있는 내 팔을 다른 쪽 손으로 세게 틀어막으며,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네 새끼가 얼마나 희생했는지 알아. 그러니까, 그런 말 따위 해도........... 나는 조금은 지친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칠 정도로 뜨거운 밤이다. 이렇게 초가을이 뜨거울 수 있는지...예전에는 절대 알지 못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얼마간은...성공인 건가.... 부디, 나 죽이진 말아줘, Dick. 이것도, 알고보면, 다 너를 위해서라구. 그리고, 네 새끼 때문이니까.... shit..... 사고 좀 그만 쳐, 개새꺄..... 너 때문에...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네 새끼 때문에.... 나는 두려울 게 더 많아지고만 있으니까...... 아련한 피비린내가 내 후각으로 밀려든다. 이것이....Dick의 것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BGM] To Be With You - Mr. Big http://tjap.bugsmusic.co.kr/japmusic/jap/0V/jap0V115479.asf 『 현실이 꿈이라고 판단될 때, 인간은 어리석게도 더 큰 실수를 한다. 그것은 인간이 꿈이라는 것은 언제나 현실과는 맞닿을 수 없으며, 언제나 현실과는 극과 극에 위치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고, 그 실수를 감싸주고, 망각하게 해주리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착각은 나중에는 너무나 날카로운 칼이 되어, 심장을 난도질한다. 우리는 이렇게 어리석다. 』 - Mario . Contrachello . Jovanni - Jim, 자냐? - No, J.D....다만, 무슨 이야긴지 생각을 하구 있었어. - 음...대충 이해는 가냐? - 응. 쉬운데? 나는 피식 웃는다. 그리고, Jim 녀석은 제 아비를 닮은 얼굴을 하고는 골똘히 생각하는 눈을 하며, 작디작은 한쪽 손을 턱에 괴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본다. 그 날은 내가, 피잣집을 쉬는 날이었고, Paul녀석은 밤 늦게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 생긴 날이었다. 덕분에, 나는 그날 늦게까지, 나와 책 취향이 맞는 Jim 녀석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똘망똘망한 Jim 녀석은 마치, 우유를 마시며 우수에 잠긴 듯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 J.D는 사랑에 빠진 적 있어? - 뭐? 나는 마시려고 하던 콜라를 코로 뿜을 뻔 했다. 고작 8살밖에 안된 녀석의 입에서 사랑 타령이 나오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 Anna 라는 애가 있어. - 이름 되게, 고상하게 들린다? - 근데 이상해. - 뭐가? - Anna 가 내 지우개를 빌려가면서 손이 부딪혔는데, 그리구, 웃는데 여기가 아픈 거야. 나는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하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봐 주었다. 열심히 자기 가슴을 퍽퍽 쳐댄다. 녀석이 웃으면서 말한다. - Daddy한테 말했더니, [사랑]이래. Daddy도 엄마 만났을 때 그랬대. 어이쿠, Paul !!! 정말 애 교육 너무 잘 시키는 거 아니냐? 대뜸 사랑이라고 결정을 지어주는구나... 나는 이마에 손을 올려놓는 수 밖에 없었다. - 막, 심장이 아파. - ..........너 같이 어린애가 말하기에는 너무 진한 문장인데? - ....몰라, 지끈지끈 하구, 숨쉬기 힘들어. - .......... - 그리구, 가끔 슬프지도 않는데, 눈물이 나. Anna를 생각하면. - .......... - 근데두...계속 생각해.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데, 계속 생각해. 그 때, 나는 녀석을 더 놀릴 수가 없었다. 다만, 녀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어서 잠자리에 들라고 재촉을 했을 뿐이다. 아마, 지금도 놀릴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면, 정말 녀석이 맞으니까. 나도 알고 있으니까..... 계속, 계속...생각하니까..... 심장이 아무리, 지끈지끈거려도 말이다....... 멀리서 바라본, Paul놈은 상당히 말라버린 것처럼 보였다. 놈은 언제나처럼 창백한 흰 얼굴에, 옅은 금발이었지만, 그리고...서른살 밖에 안된 젊은 놈이었지만...그 얼굴은 상당히 괴롭고 힘들어 보였다. 그게, 나 때문이라면, 혹시나 내 걱정 때문이라면 정말 마음이 아파서 가슴이 찢어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피자 배달원이 들어왔는지, 꽤나 건장해 보이는 어린 녀석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한다. 바람이 시원하게 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다. 어제 다시 검은 색으로 물들인다고 들였지만....요상스럽게도 그 빨간색은 완벽히 빠져나가질 않고, 검은색을 먹어서 적갈색 비슷한 머리카락이 되어버렸다. 왠지.....Dick이 그렇게 내 마음에 물들어 버린 것처럼, 절대로 이 염색이 빠지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20분 째다. 잠시만 보고 가려고 했다. Rockey 놈에게 들려서, 고급 시가 몇 박스 얻고, 먹을 것 얻어서 Dick에게 돌아가야하니까 말이다. 지금쯤이면...머피 놈도 돌아와 있을 것이다. "Jim은 잘 있어?" 나는 혼자 중얼 거렸다. 저 멀리에 있는 Paul에게 절대 들릴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놈, 역시나 착한 녀석이라서 네 속 별로 안 썩히지?" Paul이 가게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피운다. 녀석답지 않은 어두운 얼굴에 심려가 가득한 느낌이다. ".....나...어떻게 지내나, 가끔 물어보고 그래?" 나는 여전히 멀리 있는 Paul녀석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조금 있으면, Jim 녀석 생일인데....이번에야말로 녀석이 전부터 졸랐던 책 사주기로 약속했었는데 말이야....." 나는 조금은 울먹거리듯이 나오는 목소리가 짜증이 나서 입을 닫아 버렸다.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는 조금도 나답지 않았다. 그것은 약하기 그지 없었고...어리석게 들리기 그지 없었다. 아직도 그 피잣집 주위에, 사복 경찰들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나는 빨리 몸을 피해야 했다. 분명...Paul놈에게도 이건 굉장한 스트레스 일거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감시를 당한다는 건.... 정말 미안하다..... 잘 돌려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녀석에게도, 그리고 사복경찰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몸을 숨겼었던 작은 골목안으로 몸을 돌리고, 담을 타고 넘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Paul의 피잣집과 정말 몇 블록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곳은......작은 담을 넘은 이 곳은....벌써부터, 지옥이다. 바로..이렇게, 벽을 하나를 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는 Paul이 있는 그 쪽으로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상한 종류의 두려움을 내게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아련함 또한 불러 일으켰다. 마음이...찢어지게 고통스럽다. 대 낮에도 다리를 벌리고 지나가는 사내들을 유혹하는데, 지쳐버린 창녀들이.... 힘없는 눈길을 가끔씩 마른 하늘에 던지는...그런 곳이었다. "Shit...." 나는 작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서 입에 물었다. 조용조용히 움직이며, Rockey 놈의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날씨가 여름이 한 번 가며 기승을 부리는 것인가..... 완전히 인디안썸머다.... 괴로울 정도로 탁한 공기가...가슴을 채운다... Rockey놈의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나는 주위를 몇 번이고 살폈다. 혹시나, 경찰이 와 있는 낌새는 없는지, 아니면, 아직 다 전멸시키기까지는 못한 Tricks의 몇 명의 개새끼들이 주위에서 어른거리지는 않는지....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그 석양에 붉게 물들었었던 회색눈동자를 기억해 낸다. 놈은...잘 지내고 있을까. 그저, 한 2주일 동안 안 본 것 뿐인데도.... 왠지, 2년은 안 본 것 같은 이상한 아련함을 주는 놈이다. 왜 회색은 붉은 기운을 먹어도 회색인거지....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기도 전에, 몇 명의 창녀들이 나를 유혹하며 가슴을 그러모아 보이고, 다리를 벌려 보이기도 하고, 어깨를 쓰다듬기도 한다. 그녀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이런 슬픈 유혹 따위는....받고 싶지 않다.... - 끼이이익- 빌어먹을, 문 좀 기름칠 해라. 더럽게 끼긱거린다고, Rockey. 나는, 한 숨을 내쉬며, 역시나 마찬가지로 삐거덕거리는 오랜 건물의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한계단 한계단 밟고 올라설 때마다 계단이 비명을 질러댄다. Rockey놈의 방이 있는 3층의 복도 앞에 섰을 때, 나는 내 앞에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련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 모습. Nicole. 그러나, 그녀는 이상하게도 Rockey의 방문 앞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잔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분명, 내 쪽으로도 한 번 얼굴을 돌렸는데,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머리에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완전히 넋이 나가서 나를 알아채지도 못했다. ".....Nicole.......?" 나는 그녀를 놀래키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낮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놀라고도 남았는지 그녀가 어깨를 크게 떨며 내 쪽에 시선을 올린다. 아마도, 소리를 지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J...J.D.....?" 그녀가 굉장히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묻는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쪽으로 최대한 빨리 발걸음을 했다. "무..슨 일이에요, Nicole!! 안색이 왜이렇게 안 좋은건데요?" 나는 여전히 그녀를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았다. 부디, 내게서 피비린내가 풍기지 않기를. 간밤의 미칠 정도로 진득한 피비린내가. 그녀의 짙푸른 초록색의 눈은 굉장한 공포로 질려 있었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마침내 덜덜 떨기 시작한다. 그리고, 쥐꼬리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손톱을 하도 물어뜯어서인가, 다 터져 있었고, 피를 배어내고 있었다. ".....M...Mac...이 모르고 있었어요....나...나...Mac이....그런 짓 할 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나는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며 말했다. "....M...Mac은....실수를 했어요....Zenith가....천국에서.......화낼지도 몰라요......" "뭐..라구요?" 나는 그녀의 어깨를 세게 붙잡고 말았다. Zenith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Nicole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은 Rockey의 방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그녀의 몸이 발작 증세에 가깝게 떨고 있었다. "...그..그사람을 도우면 안되는 거였는데....Mac..이..잘못 했어요.....나..나 오늘 말했어요....나..Mac한테...." 더 이상 그녀를 채근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비오듯이 쏟아져 내리는 그 땀방울들은 마루위에 또렷한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나는....미칠 정도로 이상하게 뛰는 심장 때문에 귀가 웅웅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 제대로 말해!!!! 그게 사실이야!!!!!???? - 무..무슨 소리야!!! Dick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 죽여버리겠다. 나한테 거짓말 마!!!! - Fuck!!!! 어디서 헛소리 듣고 와서 이러는 거냐? - Rockey. 이쯤이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 Fuck off!!!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말아, Brian!!! - 그래... 사실이었군. - 그렇지만, 그 새끼는 이미 죽었다고!!! Zenith를 죽인 그 날 말이야!!! - 하.... - 지금, 이것 말고도, 어제 있었던 사건까지....큰일이 한꺼번에 터졌다고. - 정말 골 때리는군.... - 철컥- 그것은, 분명 확실하게 들리는 총알을 재는 소리. - 참으라고....응? 우리 사이에 왜 이래..... - 우리 사이......? - Hey....진정하고....... - Dick 그 개자식 어디 있나. - 이봐...제발... - 어디 있냐고!!!!! - J.D도 녀석과 같이 있어!!! 그래도 꼭 가서 죽여야 겠어? - What?(뭐)? - J.D를 데리고 갔다고, 그 자식이. - ......그거....왜 말 안했냐......... - ............... - 네 새끼가 정말 저승길을 자초하는군. - 기다려 봐!!!!!!!!!!! 끼릭- Rockey 의 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손에 이상하게 땀이 나서 미끈거리는 감각을 가지고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연다. - 끼이이익- 여섯 개의 눈이 나를 향한다. 익숙한 네 개의 눈은.....확실히, 이 자리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짙은 회색 눈은.... 이렇게 여기에 있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J.D......?" 한 놈의 목소리가 컬컬해져서 미친 듯이 놀랐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놈은 눈을 껌벅거리며,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My God......." 한 놈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다 끝났다는 듯이, 소파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 나머지 한 놈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통을 느낀다는 듯이 온갖 인상을 쓰며 나를 바라보고 욕설을 내뱉는다. 그러나, 나는 그 둘에게 오랫동안 시선을 줄 수가 없었다. 다만.....다 갈라져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한 놈에게 시선을 맞춘 채, 한마디를 내 뱉았을 뿐이다. 그 회색 눈조차도...이번에는 당황한 표정을 거두지를 못한다. 창 밖으로, 미칠 정도로 차가운 느낌의 비가 쏟아져 내린다. 갑작스럽게 엄청나게 쏟아져 내리는 그 비는 시끄럽게 울어대며, 공허한 이 가운데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내 목소리는.....그 보다도 더 싸늘하고 떨렸다..... "....너....왜 여기에 있는 거냐......." [BGM] Great Big White World - Marilyn Manson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M/pop0M20783.asf 그 회색 눈동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나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놈을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다. 목소리가 어떻게 나간 것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왜...네 새끼가 여기에 있는 거냐....." 나는 다시 물었다. 사실은, 내가 정확하게 묻고 있는가...라는 것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Rockey놈과 Brian이라는 사내를 알았다는 듯이... 마치....그 때, 네 새끼가 이 건물에 있었던 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 기우가 병신 같은 지껄임이었다는 듯이.... 마치...Rockey 들과....한 패라는 듯이......? "J.D...잠깐," 놈이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나는 그런 놈에게서 한발자국 물러섰다. "오지마!!!!!" 나는 바로 내 주머니에서, Tec 9(Infratec의 9mm권총)을 급작스럽게 꺼내며 정확히 놈의 이마에 겨눴다. 손이 미칠 정도로 떨린다. 이렇게 떨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죽는다고 생각을 했던 순간에까지도. 한 걸음씩 더 물러섰다. 그 회색 눈은 굉장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거절당한 그 손을 다시 움켜쥐며 조금은 떨었다. 그 눈은 미칠 정도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놈의 손이 떨리는 만큼이나. ".....말해라......" 내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갈라져 있었으며, 메말랐으며 나조차도 억양을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네 새끼는...스캐디 패거리가 아니야. 이 곳은...너에게 무덤이 될만한 곳이면 곳이지, 이렇게 애새끼들과 담소따위를 나눌만한 곳이 아니란 말이다. "....Mac....네 새끼......." 내 목구멍에서는 침이 넘어가며 피비린내를 풍겼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었던 떄문이리라.. 다만, 그 때문이리라... 미칠 정도로 머리 저 안 쪽에서 치고 들어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터질 것 같은 심장은...나를 미쳐버리게 만들고 있었다. "말 하라고!!!!!!!!!!!!!!!!" 결국 나는 절규를 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놈이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Rockey쪽으로 돌린다. "...J..D.....Fuck...어제의 일...역시나.....네 짓이었나....?" Rockey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놈의 목소리도 창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빗소리만큼이나 떨리며, 공포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Mac놈의 회색의 눈동자가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J.D....다 설명할게...." ".....뭘...설명한다는 거냐...? 그 때....Rockey 새끼들과 너가 같은 패거리면서... 마치, 원수인 것처럼 총 빼들고 쇼 한거...? 가운데서 땀을 비오듯이 흘리던 내가 우스웠겠군." ".....No....J.D...." 놈의 목소리는 상당히 격앙이 되어 있었다. "이제...다들 모여서, Dick을 죽일 작당이라도 하고 있는 거냐......?"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런 거냐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곳에 Dick을 홀로 내버려 두고 왔다. 놈을....혼자 두고 왔다. 머피놈이...Rockey놈들과 한패라면...Dick은...정신없이 취해있는 그 상황에서.....그...상황에서.... 나는 정말 돌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놈들을 죽여야 겠다는 생각같은 것은 지금 할 수가 없었다. 미칠 정도로 뛰고, 괴롭고 숨쉬기가 힘든 심장과 폐 때문에 온 몸이 발작을 일으킨 것만 같았다. "J.D!!!!!!!!!!!!!!!!!!!!!!!!!!!!" "기다려 봐!!!!!!!!!!!!!!!!!!" 미친 듯이 몸을 돌려, 방문밖으로 뛰어나갔다. 놈에게 가야한다!!!! Dick을 홀로 두고 왔다고!!!! 빌어먹을... 미칠 정도로 어리석은 내가...놈을 그냥 두고 왔다. ......Dick......! 제발.......!!!!!!!!!!!!!!!! 나는 미친 듯이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머리카락을 내리 누를 듯이 끔찍하게 퍼붓는 비는...방금 전까지 그렇게 무더웠던 초가을의 날씨는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싸늘하게 내 피부를 파고든다. 너무나도 추운 느낌이었다. 미친 듯이 몸이 떨리는 것이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미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돌아버릴 정도의 분노 때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차!!!! 차!!!!! 나는 미친 듯이 골목을 돌아 나오며, 차를 찾았다. 빨리, 가봐야 한다. 그리고, 놈을 구해야 한다. 그 때, 내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강하게 틀어 안았다. 나는 미친 듯이 발작을 하며, 뒤의 새끼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 힘은 무서울 정도로 위압적이어서, 도저히 내 힘이 먹혀들지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놈의 내 어깨를 짓누르는 손에 미친 듯이 반항을 하며 몸을 돌려 놈에게 있는대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다가, 내 손에 들린 총구의 끝을 놈의 목에 갖다 대었다. "J.D....." 쉰 목소리. 미칠 것 같은 힘든 피비린내를 풍기는 그 숨은 얼마나 힘들게 놈이 뛰어 왔는지를 알게 만들었다. 얼핏 내 어깨 쪽으로 늘어지는 검은 머리카락. 그 빌어먹을 회색 눈이 분명, 시야에 없음에도 확실히 보이는 기분이었다. 힘들게 찬 숨을 내쉬는 그 입김이 내 코앞에 걸린다. "다, 설명할게. 나 믿어라. 진짜.... Zenith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 거니까." 나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미칠 것 같은 발악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에, 그리고 긴장해서 발악을 했던 팔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미칠 정도로 아프게 때리는 빗줄기만이, 내 몸을 억세게 짓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제발....이게 무슨 상황인건지....알려줘, Zenith.... 제발....제발....... 눈에....벌써, 피에 물들어버린, Dick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지금 내 팔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Mac이라는 놈의 얼굴을 똑바로 노려볼 뿐이었다. "......말해........" 내 목소리는 Mac놈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낮게 쉬어 있었다. 목구멍이 찌릿찌릿하고 아파서...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괴롭고...괴로웠다..... "말하라고...지금 말하지 않으면, 정말 나 돌아버릴 테니까." "Dick...에게 가려고 하는 거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놈을 노려보았다. 시선은 미친 듯이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때문에 얼마간의 방해를 받는다. "..........." "몰랐던 거였다....Zenith와 그따위로 관련된 놈인줄 알았으면... 절대, 돕지 않았어." 뭐....라고.....? 돕지 않았다니...무슨 말이야......? 빗소리 때문에 내가 잘 못 들은건가.......? ".......정말...돕지 않았을 거다......." "뭐...라고 하는 거냐.....?" 나는 덜덜 떨리다 못해, 공기의 속을 완벽하게 진동하는 내 목소리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미칠 정도의 두려움이...또 기분 나쁜 예감이... 머리 속을 마구 헤집어 놓고 있었다. "J.D!!!!!!!!!!!!!!"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Nicole이 완벽하게 허옇게 질린 얼굴로 어깨를 감싸고 덜덜 떨면서 서 있었다... 그녀의 초록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당신도....뭔가 알고 있는거야......? 돌아버릴 것 같아... 미쳐 버릴 것 같다....... 나만 모르는...뭔가가 있는 건가........? 하늘에서 목놓아 우는 것 같은 소리의 비만 내 어깨를 세게 두드려대고 있다..... "......J.D....이건, 정말, Mac도 몰랐던 거에요..." 텅빈 창고에서 나는 뚝뚝 물기를 머금고 떨어져 내리는 내 앞머리카락의 거추장스러움 때문에 짜증을 느낀다. Nicole의 맑은 목소리가 귀에서 어른거리듯이 들린다. "............" "Mac이..오늘 돌아버린 건....이 일을 알아버렸기...때문이에요.... 아니었다면....그 남자 돕지도 않았을 거라구요...." 제대로 설명해...뭐라고 하는거야....? 그 남자를 돕다니? Mac이 누굴 도왔다는 거냐고!!!!!!!!!!!!!!! "Zenith는....정말 어리석은 여자였던 건지도 몰라요. 사랑 하나에 그렇게 매달리는 게 아니었는데...." "............" 나는 미칠 것 같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한 이런 창고 안에서.... Nicole은...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떨면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Mac은 아무런 말이 없이 나를 가만히 응시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남자...Zenith가 죽는 그 순간에도....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선을 돌렸다구요!!!!!!!!!" 이제, Nicole은...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커다랗게 창고에 울렸지만...내 귀에까지 잘 닿지는 않는 느낌이다. 지금..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거지..........? "그 남자.....?" 내 목소리가 이렇게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고 말았다. 마치, 오랫동안 목감기에 걸려 켁켁대는 사람처럼, 어쩌면 약하게 보일 정도로 간절하게 울리는 내 목소리는 철저히 쉬어있었다. "그 남자....이상하게도, Rockey에게 오면, 언제나 Zenith만을 찾았죠...." "............" ".....Zenith는...그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반했어요.... 하루 종일 들떠서 어쩔 줄을 몰랐죠...저는 정말...그녀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었...." Nicole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울먹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지금 내 머리는..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당신...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멍한 눈을 들어서 그만큼이나 멍청한 시선을 내 앞의 여자에게 주었다. "그 남자에게...Zenith는 아래의 똘마니에게 던져줄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는데.....말이에요......" 여자는 이제 바닥에 쭈그려 앉아 목이 막혀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긁듯이 겨우겨우 내고 있었다. 숨이 막혀서 죽겠다는 듯이. "........Zenith가 죽던 날에도....그 빌어먹을 미친 변태 새끼가 Zenith를 죽이던 날에... 나는 미친 듯이 뛰어나가, 그 붉은 머리카락을 찾았어요. 그 남자는...복도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어요......바로, 그 방문 앞이었는데....나는...무서웠는데도....소리를 질렀어요.... 구해 달라고 하려고....Zenith가 죽어간다고....당신은...Zenith의 애인이지 않냐고....." ".............." "남자가....남자가....정말 그렇게 끔찍하게 악마 같은 웃음은... 이제까지의 내 삶에서........" "..............." "....남자가.....무심히 웃었어요.....'죽으라고 그래.'......라고 하면서....." 무슨..거짓말 하는 거야...Nicole....지금... Zenith가 사랑했던 남자가....Dick이라고 나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진짜....? 그게...지금 말이 되는 거라고...나에게 말하는 거야.....? 그리고...Dick의 눈 앞에서....Zenith가...그렇게 처참하게...죽어 나갔다고.....? "...Zenith가...열린 문으로 그 변태새끼에게 깔려 죽어가면서....그 붉은 머리카락의 똘마니 새끼에게 깔려서 죽어가면서....바라본 그 시선에.....붉은 머리카락의 남자는.. 물었어요......비릿하게 웃으면서........" " '재미 좋냐' 고........." 나는 멍한 시선으로 Nicole의 입이 움직이는 것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귀에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Dick과, Zenith과 조금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나는, 이제는 여자의 옆에서 들리는 쉰 목소리로 시선을 돌렸다. Mac의 얼굴이 가물가물해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여자의 목소리 보다..더 간략하게 놈의 목소리는 귀를 파고 들었다. "알았다면...내 손으로 놈을 죽이고야 말았을 거다....." "......그 말이......무슨.....?" "이제까지...놈과 내가 손잡고 일한 건...항상 성공이었어... 언제나...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딱딱 들어맞았지." 머리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미칠 것 같은 전류만이 들끓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해....말도 안 되는 소리로...나 놀리지 말라고... 네 새끼가..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 Mac놈은 내게, 자신이 Dick과 오랫동안 일을 해온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미친거야....., Mac.......? "놈은 앞에서의 리더로써, 나는 대체로, 다른 패거리에 끼어, 그 패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Dick에게 보고를 하지....가끔은....이간질도 시키고.." "....뭐........?" 지금....뭐라고 하는 거야......? 이미...Dick을 알고 있었다고....? 네가....? Mac, 네 새끼가.....? 그러니까....놈과...너는....지금 한패였다고 말하는 거냐.....? "....스파이로 들어가서, 챈 패거리와 Vigo 패거리를 이간질시키는 게 내 일이었고....그 날 밤...그 사고가 있던 날....원래는, 놈과 내가 챈 패거리를 완전히 밟아버리기로..약속이 되어 있었어......" 나는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까실하게 말라오며, 손은 미친 듯이 떨리고 앞은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나라는 놈은...철저하게 뒤로만 움직였기 때문에....Dick과 Rockey 놈...머피 놈 정도만 내가 스캐디 패거리라는 걸...알고 있었다...." "..............?" "놈과...한 번도 틀어진 적이 없었어... Dick놈과 나는 언제나 확실히 일을 마무리 지었지...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이 주변의 갱들이 스캐디, 챈, Vigo 이렇게 크게 세 갈래로 나뉘고 오합지졸 새끼들이 사라진 건....놈과 내가 해 놓은 일이다....." "........." 믿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믿을 수가 없었다...아니라고 해줘...지금 내가 끔찍한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 Zenith...당신과 나는....같은 눈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이거..농담이지...끔찍한 악몽일 뿐이지.....? "너는..그때...피자배달을 오면 안되었어.....그 아파트에....." "............" 나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귀가 윙윙거리며 울리고 있었다. 미칠 정도로 뜨거운 느낌이다. 귀가 뜨거웠다..... 마치, 내가 듣고 있는 모든 것은, 한낮의..그것도 너무나도 뜨거운 여름의 한낮의 미칠 정도의 악몽에 불과하다고 그렇게 알려주려는 듯이 내 귀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Dick...그 새끼는...그런 것까지 계산에 넣지 못했을 테니까....." ".............." "내가,너를 만나리라는 것도......" ".............." "내가...너에게 미칠 정도로 빠져들 것이라는 것도......." ".............." "내가...놈을 무시하면서까지, 네 아파트에까지 찾아가버린 것도....." ".............." ".....그리고....놈 자신이....그 사실에 미칠 정도로...반응을 하리라는 것도 말이다...." "............." "....놈이...장난이라 생각했는데....그 날 밤, 너의 아파트로 너를 찾아갔을 때, 만난 Dick은... 정말 날 죽이려고 했었지...." ".....지금......." "그 때부터, 나는 놈과 내 사이는 완벽히 깨져버린 거다." 나는 멍하니, Mac의 입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놈의 입이 계속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귀에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다만,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만을 느꼈다. [....D...J.D....!!!!!!!!!..] 미친 듯이 흔들리는 느낌에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 얼핏 넘어가는 시선의 끝자락에서 그 회색 눈에 안타까움을 담고 Mac이 내 어깨를 세게 붙잡아 흔들어대고 있었다. [BGM] It's Been Awhile - Staind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0/pop0062207.asf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강렬한 선율과도 같은 소리가 귓가에 파고 들었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헉....헉..... 손바닥을 내려다 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내 손에 Dick의...붉디 붉은 피가 물들어 있었다. 미칠 정도로 뜨거운 그 피가.....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꿈인가.... 꿈속에서..Zenith는 미칠 정도로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울었다. 왜 그렇게 울었던 거야....? 당신...내 앞에서 한 번도 운 적 없잖아.... 내 품에 쓰러진...Dick놈의 피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당신...왜 우는 거야.... 머리카락을 타고 땀이 뚝뚝 흘러내린다. 그 땀은 진득하고 덥기 그지 없었다. 미칠 정도로 척척하게 다리에 감겨드는 침대의 모포 만이 나를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가 꿈인 거냐..... 나는 제대로 시선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빌어먹게 싸늘한 회색 눈을 발견한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에는 분명, 슬픈 감정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르나, 그 색깔은 그 감정을 잘 표현해 주지를 못한다. "정신이 든 거냐....." 나는 놈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내 턱에서는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 땀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빌어먹게도....그건 꿈이 아니었군....."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믿을 수 없는 일은, 꿈이 아니었다. 꼭,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오열하게 만들며, 쓰러질 정도로 괴로움만을 주는, 그런 일들은...언제나 나에게는 현실이었다. "나..말도 안 되는 소리 들어서...." 나는 이제는 말라서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쓸어 올렸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그렇게 생각을 한다. Zenith...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야.. 이럴 수는 없다구.... 나는 몸을 침대에서 급작스럽게 일으켰다. 그리고, 맨살에 꽤나 차가운 공기의 저항감을 느낀다. 방안은 춥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내 몸에는 아무것도 입혀져 있지 않았다. "다 젖어서, 말리고 있는 중이다." 나는 침대에서 2m 가량 떨어진 곳의 의자에 앉아서 나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시선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놈의 시선은 내게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옷 내놔..." 더 말할 필요도 없어. 오늘 네 새끼가 한 말 하나도 안 믿어. 다...거짓말이니까. 그 때, 내 머리에 진초록의 슬픈 눈을 빛내는 Nicole이 스쳐 지나갔던건.. 왜였을까.... 어째서, 그녀의 말만은 진실이라고 내 가슴에서 울려대는 것일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옷 다 안 말랐다." "알아. 내 놓으라고." 나는 이를 부득이 갈며 놈을 노려보았다. 놈이 굉장히 피곤한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리고는 그 검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린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지금까지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보이지도 않는 표정을 방바닥에게 지어주며, 놈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심하게 갈라져 있었고, 또는 굉장히 메말라 있었다. 건드렸으면, 네 새끼는 이미 죽었어, 개자식아. "지금 죽여버리는 수도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움직여서 내 옷을 직접 찾았다. 그리고, 조금은 물기를 떨어뜨리며 라지에터 구석에 널려있는 팬티와 청바지를 찾아낸다. 집어들려고 Mac 놈의 곁을 지나고 있을 때, 나는 놈이 세게 끌어당기는 손길에 힘없이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손은 너무나도 뜨거워서 내가 화상이라도 입은 것 같았다. 놈의 숨결은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내 귓가에 스며드는 놈의 숨결이 놈이 가지고 있는 회색 눈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돌아버릴 거 같아...." 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굉장히 구슬프게 들렸다. "이거 놔라." 나는 나를 세게 끌어안은 놈의 팔을 밀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이번만큼은...언제나 쉽게 물러나던 놈의 몸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비켜." 놈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만, 계속 나를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비켜!!!!....이 개........읍!!!!!!!!" 내 입이 욕설을 다 뱉아 내기도 전에 숨이 나오던 곳은 완벽하게 틀어 막혀 버린다. 뜨거울 대로 뜨거워서 열병이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온도를 내뿜는 거칠게 말라버린 입술이 내 입술을 틀어막고 있었다. 머리가 뜨거워진다. 놈이 끌어안은 내 허리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숨이 막힌다. 놈의 검은 머리칼을 손가락에 쥐고 밀어내려고 발악을 하며 한 쪽 손으로 놈의 어깨를 세게 쳐 댔다. 그러나, 내 입술에 들어온 숨은 급격하게 나의 산소를 앗아가며 정신을 멍하게 만든다. "으...으으...읍!!!!!!!" 순간이었다, 놈의 입술이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내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놈의 커다란 손바닥이 입을 막고 들어온다. 나는 나를 밀어내며, 침대 위에 내 팽개치는 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놈이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본다. 그 회색 눈은 두렵기 그지 없을 정도로, 그리고, 이제까지 놈의 눈에서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의 흥분을 담고 있었다. "너만 보면...미칠 거 같았는데...." "............" 나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한다. 놈이 셔츠를 위로 벗어 올렸다.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놈의 이상한 색깔의 피부가... 드러나고 있었다. Dick과 다른 상처 하나 없는 매끈한 몸. 순간, 나는 놈이 의미하는 바를 인지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다는 것도. "죽여버린다!!!" 나는 거기서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세게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셔츠를 벗어 던지자 마자, 놈이 내 두 팔을 세게 옥죄어 온다. 도저히, 나와 비슷한 체격이라고 생각했던 놈의 몸에서 나올만한 완력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이상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놈 답지 않다. 언제나 뭔가...이성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그런 놈이 아니었다. "....이거...놔!!!!!" 놈이 내 목에 입술을 묻고 들어온다. 그리고 내 다리 한 쪽을 벌리고, 자신의 몸을 그 사이로 이동을 시켰다. 그 순간, 놈의 비에 젖은 바지의 느낌이 허벅지 안 쪽에 슬금슬금 닿으며 이상한 마찰을 한다. 나는 놈의 안에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했다. 몸이 뜨겁게 반응을 하기 전에...사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나의 흥분을 드러내기 전에, 나는 놈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놈의 바지 버클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미칠 정도의 두려움이 내 등골을 오싹하게 하며, 허리뼈를 자극한다... 놈의 시선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다만 미칠 정도의 뜨거움만을 담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발악을 하는 내 모습이..순간적으로 한심해 보인다. 빌어먹을... 놈의 혀가 내 가슴께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놈이 고개를 듬과 동시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혀를 깨물기 위해서 입을 세게 벌렸다. 바로 세게 입을 내리며 깨물려는 순간....내 입 안에서는, 나의 물컹한 혀의 느낌이 아닌...단단한 느낌의 것이 존재감을 알린다. "Fuck......" 나는 놈이 인상을 찌푸리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 입 안에서 놈의 손가락 두개를 빼지 않고 가만히 노려보는 것도. 입안으로 비릿한 피가 넘어온다. 어찌나 세게 물었던가...놈의 손가락이 찢어지고, 그 안에 내 이빨이 박힐 정도다.. "정말...죽기라도 하려고 했나...이렇게 세게 물어 버리고...." 놈이 웃는다. 그러나, 웃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놈을 말없이 노려보고만 있었다. 내 입가의 옆으로 놈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피만이 자욱을 남기며 베개 쪽 내 뺨 옆으로 흘러 떨어져 내릴 뿐이다. ".....그렇게...싫어....?" 놈의 눈이 웃는 듯 이그러진다. 그러나 나는 놈의 눈이 웃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회색 눈은...그처럼 푸석하게 말라있었음에도..금방 놈의 눈답지 않은 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그것은 내 가슴에 자취를 남겼다. 굉장한 뜨거움으로...내 가슴에 떨어져 내렸다. "빌어먹을 일이군....." 놈의 입에서는 자조적인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나는 놈의 눈가에서 흘러 떨어진 것 때문에 놀라서 한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내 입안에 들어와 있는 놈의 손가락이 아직도 피를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에...이상한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혀 깨물지마. 안 건드릴테니까...." 놈의 목소리가 쉴 대로 쉬어서 내 위로 힘 없이 떨어져 내린다. 그 눈을 바라보며, 나는 응답의 표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나, 더 이상 놈이 나를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 눈을 돌리고, 내 입안에서 손을 빼어내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라도..내가 다시 혀를 깨물까봐. 내 위에서 놈은 물러나며 셔츠를 집어 들었다. ".....오늘밤은 여기서 자라.....갑자기 어디로 나간다거나 하지 말고." "........" "어차피, 난 안 들어올테니까." 놈은 그렇게 말만을 남기고 바로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 문을 닫고 나가는 것조차도....Dick과 너무 달라서 눈물이 날 뻔 했다. 놈은 이렇게나 조용히 나간다. 그리고...아무런 존재감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놈이 내 마음에조차도 존재감을 남기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이렇게 괴로운 숨을 쉬게 하는 붉디 붉은 자욱을 남기는 그 자식은... 언제나 그 존재감을 알렸다. 어디에서건...내 시야로 파고 들고, 내 청각으로 파고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에 꽉 들어차는 자신의 존재를 남긴 건지도 모른다.... [BGM] Not Meant For Me (Song By Wayne Static) - Static X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O/pop0O123100.asf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얼마나 울면서 벽에 기대어 있었던가...내 어깨가 마른 움직임의 떨림만을 그 슬픔의 발악에의 잔여물로 남기고 있었다. 아직도 잔상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 그 회색 눈동자의 상처 입은 것 같은 표정은 잊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왠지 만날 때마다...나에게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실로 이상한 일이었다.. 눈가에서 아직도 짠내가 난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너무나 한꺼번에 벌어져 버렸어.. Dick이라는 놈이...정말 Zenith가 사랑했던 남자라면...나는... 그녀와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진 건가..... 그녀와 같은 사내를 바라보고, 두근거려 하며... 같은 놈의 시선을 받고, 그 하루가 즐거우며...미칠 정도고 가슴이 아리고.. 뜨거워지고...그랬던 건가... 나는...당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또 사랑한거야.....? - 산다는 게 즐거워.... 나도 그랬어...Zenith...있잖아... 나도 말이야.....당신과 똑같은 남자를 바라보면서... 똑같은 붉은 남자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어... 사는게...즐겁다고...미칠 정도로....행복하다고.... - 사랑을 할 때는 더욱 그렇지... 그 목소리가 귓가에 흔들거리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다시 무릎에 얼굴을 묻는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을 할 때는 더욱 그렇지.... 당신과 나는....같은 새끼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당신의 그 부드러운 진초록의 아름다운 시선이... 언제나 향하고 있었던 건...오직 한 곳이었어..... 그리고...지금 내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도...오직 한 곳이야... 살려줘....나..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 Zenith..... 죽을 것만...같아..... Nicole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 새벽 4시가 다 되어 갈 때였다.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내 정신과는 달리, 이 빌어먹을 몸뚱아리는 제대로 움직여 지지가 않았다. Rockey놈도 알고 있는 건가... 아니야... 난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확인 할거야... 아닐거다....Zenith가 죽어가던 그 날...그렇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던 놈은..절대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그 놈 아닐 거라고.... "Shit...."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청바지를 주워 입으며..또 그 청바지만큼이나 제대로 마르지 않은 내 눈물을 주워 삼키며, 나는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Tec 9을 챙겨들었다. 그리고,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Nicole.....그녀의 눈이 나를 직시하며 말을 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Zenith가 그대로 살아 돌아오며,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앓았다. "........." 나는 나도 모르게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리고 바로 방을 나갔다. 주위를 돌아보았을 때, Rockey놈의 건물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Mac놈이 방을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병신같이도...내가 그따위로 정신을 잃어서 그렇다... 빌어먹을..... 나는 내가 저지른 일로 시끄러워졌을 주변을 경계하며 조금은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쓴 공기를 마셨다. 새벽의 공기는...너무나도 습기찼으며... 어제의 비는...이제, 여름이 다 갔음을 알리겠다는 듯이 차가운 기온만을 자신이 지나간 자리에 남겼다. Rockey놈의 건물 주변에도, 창녀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어제의 추적추적한 비의 잔여물로 이슬과도 같은 습기와 조금씩의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중이고... 지금쯤이면....다들, 방에서 신음을 내뱉고 있을 때니까.... 너무나도 어두운 거리를 돌고 돌아서 Rockey놈의 건물 앞에 섰을 때, 나는 잠시 움찔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놈은, 분명 어제 Mac과 Rockey놈과 함께 있었던..Brian이라는 사내였다. 2주도 전에, Dick에게 맞아서 터질 대로 터진 얼굴은 제대로 아물지 않았고, 한쪽 팔에는 아직도 깁스를 하고 있다. 빌어먹을 정도로 헝클어진 머리가, 처음에 그 사내를 보았을 때의 당당함이 잘 배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초췌해 보였다. 사내의 시선이 바로 내 쪽으로 기운다. 그러더니, 조금 안색을 달리하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도 사내를 노려보았다. "뭐야....Rockey놈 찾아온거냐...?" "........" 사내는 조금쯤은 술에 취해 걸걸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붙였다. 그러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골목에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쩌렁거리며 울리고 있었다. 이 새끼....미쳤나....? "크크큭......." "..........?" "네 새끼가 벌인, 쇼...하나도 소용 없었어..." 나는 주먹이 저절로 틀어쥐어지는 걸 느꼈다. 습도 어린 날씨와는 상관없이 메마른 내 주먹은 지금이라도, 놈의 대가리를 박살내고 싶다는 충동을 내 자신에게 확실히 전하고 있었다. ".....진짜 새끼가 와 버렸으니까....." "뭐....?" "Dick, 그 새끼, 이 거리에 있단 말이지. 진작에 왔어...." 숨이 틀어 막혀 지는 기분이다. 분명...내가 3일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그럼...내가 한 일은..... "네 새끼가 밟아 죽여버린 그 갱단...." "...........?" "Dick이 모은 새끼들이었다." ...뭐.......? 나는 다리가 휘청거리는 걸 느꼈다. "스캐디 패거리 다시 만들려고, 놈이 모았던 새끼들이었지...." 사내의 입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처럼,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그 소리들은 도저히 믿을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아니었다. 빌어먹게도 미칠 것 같은 괴로움이 내 목구멍 저 너머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말이야.....? Tricks...와...Dick이 상관이 있다고........? "무..무슨 말이냐...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나는 쉬어터지다 못해 이제는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는 목구멍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숨을 헐떡였다. 말도 안 돼..... "도망가, 꼬맹이." 사내가 내 얼굴을 세게 움켜 쥐면서 말했다. 그 힘이 모든 걸 다 짓뭉개겠다는 듯이, 다 일그러뜨리겠다는 듯이 끊어질 듯한 압력을 준다. "...........?" "그 개자식은...완전 지 애비를 빼닮았어...아마, 죽는 꼴도 비슷할지도..크큭..."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나는 빠르게 놈에게 덤벼들어 그 멱살을 움켜 쥐었다. 그리고 놈의 목을 숨도 못 쉴 정도로 세게 틀었다. 바로 그 얼굴의 색깔로부터, 반응이 온다. 굉장히 괴로워하는 표정이었다. 이미, 술에 꽤나 취해 붉은 기를 머금고 있던 그 얼굴이 괴로움에 일렁거리며 일그러졌다. "무슨 소리냐.....?" "....다....." ".........?" "다......죽었으니까......" 나는...지금 내 귀에 들려온 소리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놈이 피를 토해내는 듯이 괴로움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내 얼굴에 술기운이 가득한 숨을 내뿜는다. 뜨거울 정도의 그 기운은, 확실히 내가 현실 속에 있음을 각인시킨다. "Rockey 새끼, 죽었다고!!!!!" 머리에 굉장한 충격이 온다. 쾅-! 뜨거운 느낌....목덜미부터, 역겨움이 스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죽을 지경이다...숨이 틀어막힌다.... 금방이라도 역겨움을 토해낼 것만 같았다. "거짓말 마...." ".....내가 돌아왔을 때....이 꼴이었다......" "....Mac....은.....?" "..........." "말해, 이 개자식아!!!!!!" 나는 놈의 목을 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제서야 놈의 눈이 술기운을 조금이라도 뱉어내며 그 시선을 나를 향했다. "...놈은 없었어." ".........." 손목에 힘이 빠진다... 적어도...어젯밤 그 불쌍한 회색눈의 새끼는...죽지는 않은거냐...? "....도망가....애송이....안 그래도..죽겠지만...나도..마찬가지고..크크큭......" "웃기지 마라...." 확인하기 전까진 안 돼. 나는 놈을 세게 밀쳐내고 미친 듯이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건물의 문 앞에서 한 창녀의 몸이 내 발에 차였다. 총으로 죽은 게 아니었다. 다만, 나이프로 깨끗하게 목이 잘려 있었다. "우욱-" 나는 올라오는 구역질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벽을 짚었다. 미칠 정도의 괴로운 숨이 목구멍 너머로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내 손바닥이 확실히 벽에 자욱을 남겼다. 그것은 미끌거리는 피가....벽에 흥건히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명의 창녀들의 시체가 널려있었지만... 다 죽은 건 아닌 것 같다... "우.....윽....." 계속 토악질이 올라온다. 여자들의 멍한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내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시선이, 마치 내가 옆으로 누워서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얼마간 기울어지고 있다.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핏자국들이 보였다. 아무런 총탄의 자국도 없었다. 다만, 어지러운 피들만이 벽에 선명히 묻어 있을 뿐이었다. "하...아.....하....아...." 나는 미칠 것 같은 역겨움을 겨우 삼키며. Rockey놈의 방문 앞에 다다랐다. 살아있는 창녀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주위에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설마....도망가게 해주는 선처를 베푼 거냐....Dick....? 흔들거리는 시선을 겨우 들어서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벽에 기대며 조금씩 앞으로 들어갔다. 열려진 방문의 정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분명..비릿할 정도의 역겨운 피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 내 얼굴에서 비오듯이 떨어져 나오는 땀을 한쪽 손으로 훔치며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바로 욕실의 문 앞에 섰다. 여기까지 다다르자 미칠 정도의 피비린내가 역겨움을 내며 후각으로 밀려든다. 쾅-!!!!! 발을 들어 세게 문을 걷어찼다. "으......" 입을 틀어막았다....... "으......아아아아악--!!!!!!!!!!!!!!!!!!!!!!!!" 뚝- 뚝- 내 입에서 들려온 소리인가....? 아니야..설마...이럴 리가 없어.... 이게 말이 돼? 내 눈이..어제부터...아니아니, 내 귀도.. 어제부터 미친 게 틀림이 없어..... 멍하게 눈을 들었다...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던 바지가...피에 흥건하게 젖는 게 느껴졌다.. ......아니야....... 아니야...아니라고!!!!!!!!!!!!!! "No!!!!!!!!!!!!!!!!!!!!!"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눈 앞에 두 명의 남녀가 서로 성행위 도중이었는지..엉켜서 죽어 있었다..그렇지만...이건 아니야.. 말도 안 돼..... 내 눈앞에....Rockey놈이...피를 머금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누워있었고....그 위에....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피부를 가졌던... 미칠 정도로 진한 초록의 눈을 가졌던 그녀가...아무것도 입지 않고..... 죽어 있다...... 피...피..를 머금고....그...초록색 눈을...확실히 내 쪽으로 돌리고... 죽어 있었다..... 죽어...있었다고...? 웃기지마...말이 안 돼... 저건...Nicole이 아니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바닥을 짚었다. 그 미칠 것같은 끈적한 피 때문에 손바닥이 자꾸 미끄러져.. 이상해..일어날 수가 없어.... 손바닥이....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 이상해....일어날 수가 없어.... 나...그렇게 바라보지마, Nicole..... 아니,아니..당신이 아니지... 당신이 아니야....초록색 눈은 많아...많아.... 등뒤에서 갑작스럽게 미칠 정도의 그림자가 내 위로 드리워진다. 그리고 그 만큼이나...낮아서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을 주는 목소리가 내 위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손바닥으로 입을 막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 입술을 아프게 물었다. 비명이 비어져 나올 것 같다..... "Hey....." 숨이 멎는다. 등 뒤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낯익은 목소리였건만.... 몸이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움찔한다. 내가..죽었나..?....그리고..이건 현실이 아닌 거다... 이렇게 끔찍한 상황이 있을 수도 없고...... 이렇게..미칠 정도의 공포가 있을 수도 없어... 몸이 덜덜 떨렸다. 그건...이상한 느낌이었다. 공포...인가....? 등줄기에서 흘러내리는 그 목소리의 여운은...미칠 것 같은 압박감으로 내 몸을 잠식해가고, 갉아먹어가고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눈물이라고 자각을 하는 것도..힘들었다. 이 상황에서는... 그것이..피라고 생각이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Dick... 네 새끼...어떻게 이렇게 잔혹한거냐....나도...이렇게 죽일거냐? 그래....? 나는 어쩌면...돌아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혼돈 속에서.. 돌았던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라면..내 입가에 이렇게 비릿한 미소가 떠오를 수는 없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나는 몸을 겨우겨우 비틀거리며 일으켰다. 손바닥에는 미칠 것 같은 붉은 피가...물과 섞여 희석되어 흠뻑 젖어 있었다. 후들거리는 손으로 겨우 벽을 짚었다. 그리고, 힘들게 몸을 돌렸다. 바로 눈 앞에....타는 듯한...진짜 붉은 색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너무나도 끔찍한 잔인성을 가진 그 붉은 빛... 놈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역시나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때말야.... 내가 바라본 그 눈빛은...역시나..마지막이었던 거야....? 두 번 볼 수 있는...그런 건 아니었던 거지....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눈은 말이다.... 이건...브루클린이 만드는 우리인걸까.... 응....? 그런거냐....? 이 거리가...너로 하여금 그렇게 피에 굶주리게 하는 거냐.....? "나 돌아버리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놈의 낮은 목소리는 피비린내와 섞여서 진득하게 아래로 가라앉는다. 내 뒤에서는 여전히 그 녹색의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 나는 놈을 노려봤던 것인지..아니면...애처롭게 바라봤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꺼질 것 같은 정신의 저 너머에, 붉은 잔상이 아스라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네 새끼 찾아서 헤매게 만들지 말라고." 놈의 그 말에...나는 기뻐해야 하는 건가....? 알지 못하는 내 입술은 묘하게 비틀릴 뿐이었다...심장이 강해진거냐...? 그런 거라고 해야돼....? 그래서.....이렇게 찢어질 듯이 아파도..이상한 미소 하나쯤.. 입가에 걸 수 있는 거라고....? 일그러지는...미소쯤...입가에 걸 수 있는 거라고....? 어째서...어째서 죽인 거냐... 아무런...잘못도 없었는데....그녀는...아무런.... 잘못도 없었는데.... 놈이 내 쪽으로 갑작스럽게 다가섰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놈의 얼굴이 잔인하게 일그러진다. "......이리 와....." "............" 나는 갈 수 없었다. 놈이 한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그 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만...미칠 정도로 증오가 섞인 눈빛...아니면, 치가 떨릴 정도로 놈의 손을 잡고 싶은 미친 내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낄 뿐이다. "..........." "......이리...와라....." 놈의 목소리는 이제 낮다 못해 쉬어버린 것 같았다. 내 눈 앞에 보이는 놈의 마른 긴 손가락이...피로 흥건히 적셔져 있었다. ....당신의 피야...Nicole.....? Dick........ 네 새끼 손...잡고 싶어... 그러나..잡을 수가 없어.... 내 심장이 미친 듯이 거부해...내 머리가 두렵다고 소리를 질러... 그리고...내 등뒤에서 그녀가 나를 노려봐.... Dick.... 어째서.....죽인 거냐.....? 나는 놈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놈의 눈을 마주 보았다. 놈의 얼굴이 조금 의외라는 듯이 인상을 쓰며 나를 내려다본다. 놈이 갑작스럽게 내 팔을 움켜 쥐었다. 그 순간 엄청난 뜨거움이 내 팔에 감겨 들었다. 나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놔!!!!!!!!!!!" 미친듯이 비명을 질렀다. 내 목이 다 쉬어버릴만큼 놈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 비명을 지르며 발악을 했다. 그녀가 노려보고 있다고!!!!!! Dick이 내 팔을 세게 잡았던 만큼이나 세게 나를 내팽개쳤다. 나는 조금은 중심을 잡지 못하며, 창문쪽으로 내던져졌다. 그 때쯤 되자, 이제 내 머리에 남는 것은 분노와 공포와 이상스러운 애증의 휘돌아침이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목구멍이 입을 열때마다 무언가에 턱턱 걸리며, 괴로운 숨을 내었다. 그리고, 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마다, 괴로울 정도로 피가 밑에서 진득하게 바지를 감으며, 나를 잡아챘다. 계속 미끄러지면서도 나는 놈에게서 시선을 움직이지 않았다. 놈이 나를 내려다 본다. 붉은 머리카락이.....춤을 춘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이 놈의 광기어린 눈동자를 선명하게 미춘다. 나는 그런 놈의 시선을 받으며 몸을 창문 쪽으로 움직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놈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을 뿐이다. 후각으로 밀려들어오는 피비린내가 미칠 정도로 나를 자극한다. 정신이 어질어질 한 건...어째서일까..... 나는 창문 쪽으로 다가서서 팔꿈치로 미친 듯이 유리창을 깨어대었다. 그 와중에도 놈은 조금도 움직이질 않는다. 다만 인상을 찌푸리고 피투성이가 된 나의 팔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였다. - J.D!!!!!!!!!!!!!!!!!!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래쪽에서는 싸구려 트럭에서 머피 놈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 뛰어내려!!!!!!!! 트럭의 뒤쪽이, 내 다리가 빠져나가고 있는 창문 쪽에서 가까이 바로 아래에 닿아있었다. 그것도 푹신한 여러 시트 같은 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 운전석의 바로 옆에서 Brian이라는 사내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인지, 그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다만...굉장히 다급한 느낌이었다는 것 밖에는. 나는 바로 그 아래를 바라보다가, 내 쪽을 노려보고 있는 Dick을 바라보았다. "왜...그랬어...?" 내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그리고, 놈의 시선도 깊게 잠겨 있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놈의 얼굴은...나를 미칠 정도로 비참하게 만들었다. 왜...그랬던 거냐..... 놈의 시선이 살기를 띠고 있다. 내가 뛰어내린다면, 금방이라도 내 대가리를 날려버리겠다는 듯이 놈의 손에 들린 나이프는 빛을 내고 있다. 나는...그것조차도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나는 놈의 앞에서 눈물을 흘려버린 것이다. 돌아버릴 정도로...괴로운...눈물을...놈의 앞에서 보여버린 것이다... "3일간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갈라지다 못해 쌕쌕거리는 소리를 낼 정도로 쉬어버린 목소리와는 달리.... 나는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미소였는지... 눈물이었는지...기억이 나질 않는다. ".......개자식........" 그리고 나는 아래로 몸을 던졌다. 파악-!!!!!!!!!!!! 그리고, 푹신함보다는 압력감이 온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다. 내 눈에는...미칠 정도로 어두운 하늘이 들어온다. 그리고...미칠 정도로 붉은 잔상을 남기는...언제나 내 가슴에 그런 흉터를 남기는...붉은 머리카락이 들어왔다. 놈의 얼굴이...어떤 표정을 지었는가는 보지 못했다.... 그런 채로..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적어도.....놈이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 표정을 지었기를 바랬다..... 그래봤자.....내 마음만 하지는 못할 테니까... [BGM] Forsaken - Disturbed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O/pop0O123090.asf 나는 초록색 눈이 두렵다. 이제는...두번 다시 초록색의 눈빛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초록의 눈은...언제나 죽음과 연결이 되는 걸까... 내가 알았던 끝없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초록의 눈을 가졌던 두 사람은, 모두 처참하게 죽었다. 마치, 그 붉은 피와 철저한 대비색을 보이는 듯이.. 청명한 아름다움을 가졌던 눈빛의 여자들은... 탁하기 그지없고 뜨겁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피속에서 죽었다. 그것은..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괴로움이다....... 눈을 떴을 때, 마른 형광등의 빛만이 어수선스럽게 내 시야를 자극하고 있었다. 마른 입술 너머로 텁텁할 정도로 아픈 목구멍이 느껴진다. 침을 한 번 삼킬 때마다 괴로운 비명을 질러대는 느낌이었다. 바깥은 낮인가 보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상스러울 정도로 따뜻한 햇살이, 내 몸의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J.D..!!!" 낮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내 이마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부드럽게 주억거린다. 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넘기는 손길은...머피의 것이었다. "정신이 들어.....?" "..........." "그 자식, 더럽게 오랜만에 깨는군." "...맞아..이틀이나 정신을 잃은 채였다, 임마." 나는 시선을 옮겨, 머피 놈의 뒤에 서 있는 Brian이라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얼굴은 여전히 맞아 터진 자국 그대로 꽤나 아파 보였지만, 그날 밤과는 달리, 생기가 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머피가 내 머리를 들어올리고, 컵을 입에 대어 주었다. 까실하게 말라있던 입술이 물기로 젖어들며, 나의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내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이틀 내내 땀을 흘려대었던가 몸에 걸쳐진 옷은 흠뻑 젖어 있었다.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이...괴로울 정도로 밝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몸을 일으켰다. 몸이 이곳저곳 안 쑤시는 데가 없었다. "바깥, 난리도 아니다. 경찰들...Dick..그 새끼 찾느라고...." "........." 머피 놈의 목소리 또한 심하게 잠겨 있었다. 나는 땀에 젖은 셔츠를 벗어 올렸다. 그러다가...순간 너무나도 허전한 감촉에 숨을 멈추고 말았다. "....내...팬던트....." 나도 모르게 급작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내..팬던트!!!!!!" 발작이라도 할 듯이 경련을 일으키는 나를 머피 놈이 급작스럽게 끌어안는다. 그리고 내 눈앞에 바로 팬던트의 줄을 잡고 떨어뜨렸다. "내가 주웠어." "...!!!!!!!!" 나는 놈의 손에서 팬던트를 뺏듯이 잡아채어 들고..한참을 손에 느껴지는 그 묵직함을 느꼈다.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사라져 버린 줄 알았어... 나는 조용히 그 팬던트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눈물이 떨어지려는 걸 억지로 삼켰다. 목구멍이 아릿하게 넘어오는 눈물의 시큼함을 넘기는 기분이다. "......정말, 네 놈에게는 빌어먹을 인연이더군....." Brian이라는 사내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한 순간에 내 귀를 뚫고 들어왔다. "이런 기가 막히는 일은..세상을 다 뒤져봐도, 몇 건 안될걸..." "Brian!!!!" 머피가 갑작스레 그의 입을 막겠다는 듯이 소리를 낮게 내었다. 그러나, 그의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설마....Dick 그 미친 새끼에게 가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마라, 꼬맹이." "닥쳐....." "Brian!!! 그만해요!!" 머피 놈이 내 욕이 튀어나가기 전에, Brian이라는 사내를 막으려고 일어섰다. 나는 입술을 깨어 물며 Brian이라는 놈을 노려보았다. 사실...내 눈에 보이는 빛의 잔상들이 다 붉은 빛으로만 보여도... 몇 번이고, 놈을 찾아 헤매이는 괴로움으로 숨을 못 쉴 것 같은.. 꿈만을 반복해서 꾸었어도..나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정말..미칠 것 같았다... 놈을..보지 않고....내 안에서 지우고 살아갈..용기가 없었다.... 그러나...내 손에 쥐어진 팬던트의 뜨거움은...Zenith를 계속 생각나게 하고 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Dick의 너무나도 잔인한 그 눈빛을... 가슴이...빌어먹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지고 있다... "그 팬던트, 아는 새끼냐?" 갑작스럽게 귓가에 울리는 Brian의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아는...'새끼' ? 분명...Brian이라는 사내가 그렇게 물었다. Zenith와 닮은 Nicole이라는 여자를 알았을, 사람이, 오히려 팬던트 안에 있는...Daniel의 존재를 묻고 있었다. "알고 넣고 다니는 건가?" "Brian!!!!!!!!그만 하라구요!!!!!" 머피 놈이 갑작스럽게 일어서며 Brian의 멱살을 움켜 쥐었다. 그러나 그 사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놈의 얼굴을 휘어갈겼다. 머피의 얼굴이 한 쪽으로 확실히 돌아간다. 그리고 마루바닥에 피의 흔적을 남겼다. "네 새끼가..그렇게 감추려고 해봤자 소용없어." "........." 머피 놈의 살기 어린 시선이 Brian을 향했다. 갑작스럽게...전에, 머피 놈이 나의 팬던트를 보고 기겁을 했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 때 녀석도...분명...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었다. 그러나...어쩌면, 내가 듣고 싶지 않아 한다는 이유로 입을 닫았을 지도 몰랐다. 순간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지 마, 머피." 나는 놈에게 말했다. 아니라면 바로 머피 놈은 Brian이라는 상처가 많고 병자와 같이 흔들흔들 하면서, 괜히 목소리만 큰 그 놈에게 주먹을 날렸을 지도 몰랐다. "무슨 말입니까...?" "........두 번 기절시키고 싶지 않으니, 한가지만 물어보지." "........" "그 팬던트안의 사람들, 너와 무슨 관계냐?" "........." "Shit....." 머피 놈이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나는 혹시 놈이 Zenith에 관련된 일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소리를 내어 말했다. "Zenith에 관한 일이라면...이미 알고 있어." 머피 놈은...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그래....." 놈이 고개를 끄덕인다. "Daniel에 대해서는?" 갑자기, Brian이라는 사내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 한마디 때문에 나는 순간 몸을 벌떡 일으키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놈에게 덤벼 들어 안그래도 아파 보이는 그 얼굴을 벽에다 밀어붙였다. "...네...네 새끼가...어떻게 그 이름을 알아....?" "Fuck!!!!!!!!!!!!" "J.D!!!!!!" 머피가 내 팔을 붙들며, 나를 말린다. 그러나, 내 눈에는 핏발이 설 것 같은 뜨거움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거 놔! 저런 새끼가 알고 있을...그런 이름이 아니란 말이다!!! 사내의 입에서 욕이 비어져 나온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낮게 소리를 질렀다. "이거 놔라, 애송이! 제대로 듣고 싶으면!!!!" 나는 당장에 놈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그러면...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놈의 목을 놓았다. 그리고....놈의 시선을 노려보며...이야기를 기다렸다. [BGM] Exit Music - Radiohead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R/pop0R22304.asf 한 낮인가.....아니..아니... 이렇게 뜨거울 수 있나.......? 햇빛이 낡아빠진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내 쪽으로 바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멍하니..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 곳은 여전히 자동차 정비소였다... 마치...내가 다시 열 여섯 살의 소년으로 되돌아 온 것처럼...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뚝- 내 얼굴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는데... 어디서 흐른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눈물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땀이었으면...그랬으면 좋겠어.... 제발...눈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건...이미 너무 많이 흘려 버렸거든...... 이것 봐...너무 많이 흘려서...눈물을 더 흘린다면...그야말로 탈수증으로 죽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구... 아니...죽는게 더 나으련가....? Daniel....당신 말이에요....그 때..... 무슨 생각했어요....? 그 때....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지금도...저 정비소 쪽으로 달려가면...당신이 서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여전히 나를 향해서 근사하게 웃어줄 것만 같아.... 가끔 내 머리 쥐어박기도 하면서..... 바보 녀석이라고, 농담으로 혼내기도 하면서... 그리고...콜라로 이렇게 초가을의 더운날에는... 서로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웃어 줄것만 같아... 왜.....왜 나를 이렇게 만들어요......? -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 잘 들어. - Brian...꼭 말해야 겠어? - 머피, 입닥쳐. 어차피 모르고 넘어간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 네가 이 새끼의 인생의 끝까지 책임질거냐? - ........... - 일단, Daniel이라는 놈이 절대 꼬맹이 네 새끼가 아는 것만큼 좋은 놈이 아니었다는 거. 확실히 하고 넘어간다. 놈은, 갱이었고, 앞에서만 소시민이었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네 새끼 앞에서만 언제까지나 착한 놈이었는지 모른다....이거지. 네 새끼가 어떻게 그 놈을 기억하고 있는 줄은 몰라도, 확실히 그렇게 인간성 좋은 놈은 아니었어. 당신도...나 같은 생활을 한 거에요? 그런데...바보 같이, 나 당신이 분명히 바라지 않았을 텐데도... 당신을 닮았네.... - Dick 그 놈은 어렸을 때부터 지 아비랑 똑 닮았어. Jin은 Dick만큼이나 잔인하고, 널려진 시체 따위에는 코웃음치는...그런 놈이었지. 옆에 있는 새끼들까지 다 질려버릴 정도였으니까....아직 애 새끼들었던, Dick과 머피..이 놈도 그렇고...나도...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며, Jin놈과 쏘다녔지만... 속으로는 벌벌 떨고 있었지... - Daniel이...스캐디 패거리에 들어온 건, Dick이 스무살 되던 해였다. Jin 못지 않은 잔혹성으로 놈은 당장에 Jin의 오른팔 자리에 올랐었어.. 그 때, Daniel은 스물 여덟살이었지. 놈이 얼마나 악마같았는 줄 아냐....? 당신이 악마 같았다고 하더라구요..... 내 앞에서, 얼마나 천사같았었는지...그 얼굴은 모르고... 또 얼마나 당신의 표정이 아파보였는지...그 사람은 모르고 나에게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당신이 악마였다고..... 나는 그 한낮의 뜨거운 거리에 주저 앉았다. 여전히 공기는 나를 숨막히게 할 정도로 더웠다... 빌어먹을 놈의 이 열기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건가...... - 그런데...그만큼, 사람 혼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기도 했어. 여자든, 남자든 놈에게 반하지 않은 놈이 없었으니까. 일단...외모로는 말이다. 나중에는 다 질려버렸어. 끔찍한 그 성격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목에다 대고, 죽죽 그어버리는 놈의 나이프 날이나... 어제까지도 동고동락하던 동료를 Jin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죽여버리는 잔인성이나...모든 게 말이다.....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밖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이렇게...아직도 선명히 떠오르는 부드러운 미소와..손길밖에 기억하지 못하는데...그 손이 지금의 나처럼 피에 물들었었다고...하네요.. 나는...아직도 못 믿겠어..... - Jin은...거칠 게 없는 놈이었지. 홀홀 단신으로 그 패거리를 일으켜 세우고 이 거리에서 정말 마약과, 창녀들, 총에 대해서라면 뒤로 뚫려있는 모든 줄을 움켜쥐고 있었던 놈이었으니까.... 미칠 정도의 잔혹성을 가진 놈이었으니까.... 놈에게 있어서, Dick도 아무것도 아니었어. 언제나 내팽개쳤었지. - 언젠가는...거슬린다고, Dick을 죽여버리라고 보낸 다른 새끼들을 Dick이 반 죽도록 패버린 적도 있었어. 그 때, 내가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몰라.. 아무리 잔악한 놈이라도, 자기 자식을 죽이라고 한다는 건...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거든. - 그런데, Dick 그 새끼는....아비가 지를 죽이려고 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조금도 흔들리지도 않았어. 미동조차도, 눈물조차도, 쓴웃음 조차도 없었지. 그 때, 곁에 있었던 머피 놈이...돌아버리는 줄 알 정도로 숨막히는 무표정으로... - ......Brian...... - 머피, 끼어 들지 말아라. 사막의 한 가운데 있는 마냥...미칠 정도로 목이 말랐다. 그러나...나는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만, Daniel의 정비소였던...그 정비소를 가만히 바라보며...신호 하나 건너서 있는 그 정비소를 가만히 바라보며...차 올라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숨을 겨우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 Jin 같은 새끼에게 가장 두려운 일이 뭔줄 아냐? 바로...심장이 멎을 정도의 괴로움에 빠지는 거다...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괴로움 말이야... 다시는....빠져나오지 못하는...그리고...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결국은 죽을 거라는 걸 아는 괴로움 말이지..... - Jin에게 이런 괴로움을 준 새끼가...Daniel이었지.. 미칠 정도로 잔인하고 광폭하고 두려운 놈이었음에도...그와 너무나도 상반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던 Daniel말이야. 사내자식이었음에도...스캐디 패거리의 모든 사내들을 홀릴 정도로 근사한 잘생긴 새끼 말이지.... - Jin 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그만큼....미칠 정도로 가지고 싶던 새끼기도 했어. .....돌아버릴 정도로...갖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던...새끼기도 했어... 그런데..뭐가 문제냐고....? - Daniel이 원한 놈이 Jin이 아니었거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뜨거운 햇살이 내 얼굴에 바로 떨어져 내렸다. 왜 이렇게...높은 것인지.... 당신이...내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Daniel....너무...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어째서........ - Daniel이 원한 놈은 다른 놈이었다는 건....더 문제였다. Daniel이...미칠 정도로 원했던 새끼는....다른 놈이었어.... 제 아비와 같이...검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던.... 제 아비와 너무 닮아서..소름이 끼치곤 했던.... - 그렇지만...제 아비가 미칠 정도로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던 새끼였지. 바로..Daniel이 ...미칠 정도로 원하고 갈망하던 그 새끼였다고.... - 젠장...Brian 그만하면 안돼요!!! 이 녀석 눈이 나갔다구요!!!! - 지금에서 그만둘 수는 없어. 어차피, 나중에 아는 것보다야.. 지금 완벽하게 끝내는 수 밖에 없다고! - Fuck......... - 3년 동안, Daniel은...미칠 정도로 냉혹하게 살인을 하면서도, Dick을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휘어지고는 했지. 그걸...Jin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못했어. 혹시라도 떠난다고 할까봐, 아니면, 아예 자신의 눈 앞에서 Daniel이 사라져 버릴까봐 말이야....큭....그런 면에서..Jin은..어쩌면, 이미 Dick에게 졌었던 건지도 모르지. 자기 애새끼한테 말이야. - ......왜냐면, Dick은 Daniel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거든. 끔찍하게 외면하고 외면했지. 함께 일을 나가지도 않았고, 함께 싸운 적도 없어. 이리저리 잘만 피해 다녔었다. 그러던 놈이 변한 건.....Jin이, 자신의 아비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 걸 알았던 그 날 밤이었어. 그 날 밤부터, 놈은 Daniel 에게 더 없이 잘했지.... - Daniel이 몰랐을까....? 천만에...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놈이 거부를 하지 못한 건..어쩔 수 없는 거였지.....원래... 빌어먹을 사랑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 있잖아요 Daniel .....나....당신이 슬픈 눈으로 그 노래 불렀을 때부터...알고 있었어요. 얼마나 미칠 것 같은 절망적인 사랑에 빠져있었는지... 나...알았던 거 같은데.....아는 척 할 수가 없었어..... 그냥...바보같이..당신이 그렇게 미칠 정도로 슬픈 눈으로 담았던 시선...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에요. 나....알고 있었던 거 같은데......... - Jin의 속이 얼마나 뒤끓었는줄 알겠냐...? 다시는 Dick을 죽이라는 말따위는 꺼낼 수도 없었지. 그 바로, Daniel이 사라졌을 테니까. 그리고, Daniel은...Dick이 죽으면, 자신도 죽을만큼, 놈에게 깊이 빠져 있었어. - Dick이, Jin에게 스캐디 패거리를 넘겨달라고 했을 때, Jin이 코웃음치면서 말했지....아직 사람 피 맛도 못 본, BG(baby gangster - 살인의 경험이 없는 갱스터) 에게 패거리를 줄 수는 없다고. 웃기지 말라고 말이야. 한 명이라도 죽여보고나 그런 말을 하라고 말이지. OG(original gangster - 살인을 한 경험이 있는 갱스터)라도 되야,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말이다. - 그 때....Dick이 얼마나 잔인하게 웃었는 줄 아냐....? 나는..그 때 직감했어....이 놈에게 있어 살인 따위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그리고, Jin은...자신의 아들을 벼랑의 끝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그 때, 나는 숨을 집어 삼켰었다. 지금 생각해보면...아니, 숨을 멈췄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정신을 잃었던가... 그 후에 들었던 말은...다 내 꿈이었던가.... 햇빛은...너무 뜨겁다...... - 그 날밤....Daniel은 한 번도 웃어준 적이 없는 내게 웃어 주었었어. 그래서...나는 그 마지막 모습을 놈의 얼굴로 기억을 하고 있지. 죽여주게 아름다운 그 모습을 말이야. 눈물이 날 정도로...아름다운....그 모습을 말이다..... - 아마...알고 있었었나 보다... 자신이 어떻게 갈지..... 그러나...그 날 밤,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도 알고 있었어... Dick이 처음으로 놈을 안은 날이고....빌어먹을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날이거든..... 그래서...자신이 어떻게 갈지 알면서.....미칠 정도로 행복한 웃음을 짓는 수 밖에 없었지. 뜨거워...Daniel...너무 뜨거워요. 햇빛이..억장이 무너질 정도로..내 어깨를 내리 누르고 있어요.... - Dick이 Jin에게 돌아왔을 때엔....그 검었던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어 있었어. Jin이...놈에게 물었을 때.....대답했지. - 너무...진한 피가 머리카락에 튀어서....지워 버릴 수가 없다고..... 그래서...도저히 그 물이.....빠지질 않는다고...... - 다음에...Jin은 죽었다. 한 발이었어. Dick이...미칠 정도로 광분을 해서, 이제까지 한 번도 잃은 적이 없었던 이성을 잃은 Jin을...확실히 죽인 게. - 자기 아비를 죽인 놈이었다.... 미칠 정도의 증오심 따위는 이미 놈을 넘어섰어. 나는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 자세로.... 멍하니, 정비소를 바라보았다. 정비소에서는 한 흑인이 일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마치 오래전부터 그렇게 일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그 모습을 향해 달려가는 꼬맹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 그 모습은....나를 닮았다. 그리고..그 꼬맹이 녀석을 향해 미소를 짓는 흑인남자의 얼굴은... 그...미소는...그...미칠 정도로 따뜻한 미소는.... Daniel을...닮아 있었다. 햇빛은...너무나 아름답다. 오늘은....Daniel의 미소와 너무나도 닮은 아름다운 날이다..... 뚝- 뚝- 눈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이 물을...나는 더 흘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다시는 흘릴 수 없을 거라고..... 그렇지만, 그 물은...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다시는 멈추지 않겠다는 듯이...이대로...계속...계속.... 흘러내리겠다는 듯이... "Daniel......" 나.....마음 먹었어요..... 혹시라도..나 죽으면.....그리고...나 만나면.... 혼내지 말아요..... 그래도....당신을 위해서라고...난.... 난....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니까...... 거기서...만나면....나...혼내지 말아요..... 그냥...언제나처럼, 웃어주세요....언제나처럼, 내 머리카락 흐트러뜨리고.. 가끔은 몇 대씩 쥐어박기도 하면서..... 그렇게...웃어 줘요. 그리고......그 때는....나...놈 사랑한 거..... 이해해...줘요......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부디..다시 나오지 말아라, 눈물아.. 이걸로, 제발 끝을 맺자....다시...내 눈에서 흘러나오지 말아라.... 마지막으로....손등으로 눈물을 다 닦아내었을 때... 미칠 정도의 고통을 주는 멍만이..심장에 남아있었다... [BGM] P5hng Me A*wy/Maike Hinoda(Feat. Stephen Richards) - Linkin Park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L/pop0L129199.asf 머리카락이 뜨거웠다. 오후 내내 햇빛을 받은 머리카락은 건조한 움직임으로 내 얼굴을 쓰리게 쓸어 내렸다. 이미, 진한 밤인데도.... 그 뜨거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제 밤 내내 꾸었던 악몽은...현실이었다. 그리고...거기에 남아있는 잔여물 또한...현실이었다. 나는 눈가가 쓰린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짠내가 아직도 진동을 한다.... 미칠 정도로 손등으로 쓸어대어...이제는 조금쯤 부은 모습일 것이다. 입술이 바싹바싹 타오르고...가슴은 미칠 정도로 아린다. 괴로움의 눈물은..어제부터..죽어라고 흘려댔었다. 괴로울 정도로 아픈 고통의 비명으로...그렇게 죽어라고... 흘려내었다. 다시는...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그렇게...애원하듯이 생각을 하면서..... 머피 녀석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옆의 Brian이라는 사내는 이미 괴로움을 지나 고통스러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놈과 나는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놈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놈은 예전과 같은 건방진 얼굴 그대로였지만... 왠지 슬퍼보이고 괴로워 보이는 표정을 담아버린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떼고, 몸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음식을 차 안에 넣고 머피를 돌아다 보았다. 늦은 밤이다...빨리 떠나야 한다. 머피 놈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하는 말마다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Brian이라는 사내는 착잡한 표정으로 입에 싸구려 시가를 물고, 계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먼 하늘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깜깜하다. 오늘의 밤 하늘은 이제껏 내가 본 어떤 하늘보다도 검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Dick이 네 새끼들 확실히 찾아낼거야..." 나는 중얼거리듯이 머피에게 말을 했다. 놈은 걱정스러운 것을 넘어서서 조금은 공포와 두려움이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피할 수 있으면...부디, 잘 피해라." 나는 입술을 악물고 머피 놈에게 말을 했다. 사실은 두려웠다. Dick이 이 녀석들을 찾아내서 또다른 피를 낼까봐... 사실은, 어떤게 더 두려운 것인지는...잘 모르겠지만... "너를 죽이려거든....그 땐 확실히 말해." 놈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살아있으면..말이야....나도 네 새끼들이 정말 무사했으면 좋겠다고...하지만...어디에 숨던..놈은 네 녀석들을 찾아내고야 말테니까... "내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Dick이라면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했음에도..머피 놈을 죽이지는 않을 거라고...나는 어리석을지도 모르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내가 놈에게 가졌던 모든 믿음은 언제나 배신을 당하는데도. 머피가 내 팔을 붙잡았다. "꼭...가야 되겠냐...?" 나는 처음으로 놈의 얼굴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런 일들...처음부터 다 말해버리고 싶었는데, 말을 못하고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놈의 심정이 얼마나 답답했을지...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네 새끼한테, 평소에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나는 잠긴 목으로 겨우 그렇게 한 마디 했다. 머피 놈의 시선이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놈을 끌어안았다. 놈의 목덜미에서, 이제까지 내가 놈에게서 느끼지 못한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너무 따뜻해서 나는 눈가가 시큰해져 버렸다. "죽지 말아라....." 그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확실히...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Dick이 놈들을 찾아내지 못한다고 하든, 찾아낸다고 하든.. 놈들이 잘 살아있기만을 바랬다. "너도....." 머피 놈은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놓았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빌어먹을 인생을 이제까지 죽지 않고 살아온 건..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무엇에 나를 걸고...살아왔었던 것이었을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재빨리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을 했다. 뒤에서...머피 놈이 소리쳐 부르지는 못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이쪽을 향하고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이..백미러를 통해서 보일 때..나는 이상한 쓰디쓴 감정 같은 것을 느꼈다. 이상하게도...더 이상은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건,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그러나..내가 너무나도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Dick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꼭, 지금과 같아 달라고... 지금과 같이..조금의 눈물도 나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그렇게 간절히..바라고 있었다. 불이 꺼진 피잣집을 몰래 바라보았다. 그 피잣집에는 아무도 없었고...아무런 인영(人影)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내 눈에는...그 앞에서 Paul의 주먹을 피해서 도망치는,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나는 그 녀석의 피잣집 앞에서 책을 읽었다. 땡땡이를 치기도 했고, 가끔, 배달이 없을 때는 낮잠을 자기도 했다. 봉급이 너무 적다고 놈에게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으며, 배달을 땡땡이 쳐서 몇 번쯤인가 녀석을 곤란하게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정말 피를 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거라고.. 너와 Jim.....귀여운 그 꼬맹이 녀석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에 피를 묻힐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리고...나는...언제나 Paul...너와 Jim 녀석의 앞에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너희를 보면..나는..그렇게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거든....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이렇게까지 와버렸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빛은, 내게 조금도 Paul과 Jim을 생각나게 하지 못했다...그들은 언제나 빛이었으니까. 그러나, Paul의 모습과, Jim의 모습은..너무나도 선명해서 굳이 여러 번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몇 번이고 보고 싶은 이들이었다. 있잖아........ Paul...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는데, 언제나 못 했었던 것 같아. 그 때, 내가 피자 두 판 뒤로 빼돌렸던 거 미안해. 배달 안하고 농땡이 친것도. 그리고, Jim녀석에게 몰래 맥주 한 모금 마시게 했던 것도.. 그리고 너네 집에 있는 책 두 권 그냥 가져와서 안 돌려준 것도... 너무너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나는 입술에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 담배의 맛은 쓰디 써서.. 입맛을 버리기에 충분했다. 그건...지금의 내 마음과..심하게 닮아있었다. 애석하게도 말이야... 나는 마지막으로 그 피잣집의 잔상을 눈에 담고 눈을 감았다. 얼마쯤의 시간이 흐른뒤...눈을 떴다. 잘 살아. 나는 차를 돌렸다. 숨을 내쉰다... 담배 연기가 Dick...놈의 피부만큼이나 메마른 가을하늘로 올라간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별은...하나도 없었다. 머피 놈이 전해 준 지도를 펼쳐 들고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바보 같이도...길을 제대로 기억못했다. 놈이 운전한 거리를 조금은 헤매가면서...도착을 했을 때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쓰러져 버릴 것 같은...피곤함이 온 몸에 스며들어 있었다. 짠내가 물씬 풍기는...그 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제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는...그런 느낌을 받았다. 마치..이곳이야말로..오랫동안 있어왔던 곳처럼... 분명..밤이라 무서우리만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내는 곳이었음에도... 내 오랜 기억 속의 추억의 장소처럼.... 그런 느낌을 주었다. 며칠 전부터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은.. 마치 꿈인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꿈인 것처럼....느껴졌었다.... 그 전에는...Dick과의 이곳에서 미칠 정도로 행복했던..그 시간이..꿈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다르구나... 나도 모르게 쓰디쓴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검푸른 파도의 소리가 시원하게 귀 안에서 메아리친다. 나는 차에서 내려 공기를 들이 마셨다. 왜 여기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인지.....나도 몰라...Dick... 깨닫지도 못했어... 다만....네 새끼가...들어주지 않은 내 부탁...내 약속... 지키려고 나는 발악을 했었나 봐... 그래서...이곳으로 돌아왔나 봐...네 새끼가..있어 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쓴웃음을 담배로 지우려고 애쓰며, 입에 한 대를 빼어 물었다. 얼마나 쓴맛인지 모르겠다...내 입가에 지어지려고 했었던.. 그 웃음보다도 더 쓰고...더 쓰린...그런 느낌이었다. 몸을 움직여서 절벽 쪽으로 걸어갔다. 벌써 바람은..겨울바람인 마냥...춥기가 그지 없었다. 그러나...내 마음에서 부는 바람은 그것보다도 훨씬...더 차가운 느낌이었다. 이 곳에서 있었던 일들은...다 어디로 간 걸까.. 내가 너를 끌어안고...네 새끼의 마른 피부를 입술로, 또 나의 피부로 느끼며...기쁨과 환희에 젖었던...그 날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네 새끼의 작은 미소 하나에..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결려하며.. 웃어대던..나는...어디로 간 걸까... 이 곳에서...네 새끼와 늙어죽을 때까지..살고 싶었던.. 빌어먹게도 어리석던 내 날들은 어디로 간거지... 나는 담배를 마른 입술에 걸었다. 맛이 좋고 나쁘고는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미리 내 영혼을 다 새어 내보내고 싶었다. 담배 연기에 실어서. 바다 위로. "......큭....." 흘리지 말자고 생각했던 눈물은...더이상 내 눈에서 배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눈물로도 다 뱉아내지 못하는 찌릿한 아픔만이 가슴을 후벼파며 들어올 뿐이었다.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집 쪽으로 향했다. 바스락거리는 유리파편들은 여전히 내 발에 밟힌다. 그리고, 내 움직임의 자취를 하나하나 다 잡겠다는 듯이 확실히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지른다. 유리들의 비명은...아름답게까지 들렸다. 들어선 집 안은 여전히 음산하고 괴로운 고통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곳은...어쩌면, 놈의 마음과 너무나도 닮은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둡고...침침하고...아파 보였다. 나는 지하 쪽으로 내려갔다. 눈이라도 붙이자...놈은...꼭 올테니까. 나를 죽이려고 하든, 아니면, 변명을...하려고 하든..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는 웃고야 말았다. 변명...? 차라리, 전자를 택하겠지. 내 대가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날리겠지... 그래도...개자식... 네 새끼가 변명을 한다면...나는 안 들을 수가 없을 거다. 그러니까..한 번이라도..내가 들은 거.. 다 거짓말이라고 해줘... 나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듯이 생각을 하며 지하 쪽으로 향하는 계단을 확실히 다 내려왔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올린 순간, 숨을 멈추고 말았다. 쿵-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커다란 박동. 그리고 손에 배어드는 땀... 나는 시선을 한 곳에 붙들린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둠속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붉은 빛의 담뱃불 뿐이다. 그 빛만이...새카만 어둠속에서 완벽히 제대로 보였다. 그러나...바로 그 담뱃불은 땅으로 떨어져 내려, 놈의 발에 밟혀서 자취를 감춘다. 지나칠 정도로 검은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은...새카맣다 못해..어둠 속에 놈이 그대로 잠겨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놈의 검디검은 셔츠도....검디검은 바지도.... 또...미칠 정도로 어둠에 흡수되어 버리는...놈의 근사한 몸도.... 하나하나....내게서 산소를 앗아간다. ......놈의 붉은 머리카락은...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미칠 정도로 검은 머리카락이...놈의 눈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내 시선이 닿는 순간... 심장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이제...뛰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 너무나도 검은 머리카락은...놈의 눈가를 덮어서...놈의 화려함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그런 모습은...왠지 나에게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하게...아프다.... "머리카락...너무 안 어울려...." 내 입에서 나간 말은 그게 다였다. 붉디 붉은 머리카락이 사라지고...검고 검은 머리카락이...놈에게 돌아와 있었다. 나는...왜인지..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검은 머리카락이야..... 어째서...그런 거야..... "그래........" 나는 놈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그 느낌을 조용히 받아 들였다. 그 느낌은...예전의 그 두려운 느낌보다도... 예전의 그 시린 열정의 느낌보다도 더 아프게 다가온다. 고개를 숙인 내 얼굴을...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들어올리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버린 듯 했다. "....응....너무..안 어울려........" 나는 짜내듯이 입술을 비틀어 한 마디를 꺼냈다. 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비릿하게 지어진 것인지...아니면.... 놈의 눈에도 빌어먹을 정도로 애처롭게 보이게 지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나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놈의 앞에서... 숨을 내쉬는 것조차 힘들어서...그렇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어서.... 웃는 얼굴을....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놈은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언제나처럼......그렇게 먼저 내게 다가오고 내게 자신의 독점욕을 보이는 시선을 하지도 않았다. "여기 있는 걸...나와의 약속을 지킨 걸로 하는 건 아니지? 시간이 한참 지나도 지났어...." 나는 농담이라고 던지는 말에..내 감정이 섞여나가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웃었다. 놈의 얼굴은...따라 웃어주질 않는다. 다만...싱겁게 올라가는 한쪽 입가를 내게 보이며... 낮게 중얼거렸을 뿐이다. "설마....." 그 모습에...나는 바로 놈에게 다가가서 목을 끌어안는 수밖에 없었다. 놈이...가만히 숨을 내쉬다가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나는 한참을 그대로..서서 놈의 체온을 느꼈다. 뜨겁기도 하고....차갑기도 하다... 언제나 놈의 몸은 커다란 대비였는데...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이번에는..온 몸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그건...내 심장을 파고드는 고통의 메아리로 남는다. 놈의 넓은 등을 감싸 안는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검은 셔츠 너머의 그 마른 피부의 느낌은...너무나도 아프고...괴로웠다. 놈의 어깨에 묻은 내 입술은...놈의 체온에 따라 뜨거워 졌다가... 다시 차가워지기도 하며.....아리게 쓸렸다. 눈은 감는다. 내 어깨에 떨어지는 놈의 앞 머리카락은 더 이상 붉은 색이 아니다. Daniel... 마지막이에요. Zenith.... 정말 마지막이야.... 그러니까...나...이 놈 한 번만..품에 안을게... 한 번만 더 안는다고....한 번만...더 안아본다고.... 나...너무 혼내지 말아줘요..... 이 놈...내 팔 안에 두는 마지막 시간..... 너무 책망하지 말아줘... 나는...놈의 어깨에...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마음으로는 눈물을 흘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걸..놈이 알지 않기를 바랬다. 내가 마음으로..울고 있다는 것 절대 알지 못하기를 바랬다. 다만, 나는 놈의 앞에서 예전처럼 그렇게 웃고만 있는 것이라고...놈이 그렇게 알아주기만을 바랬다. 놈은...시선을 내려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조금도 흔들림 없이 내 어깨에 놈의 머리를 내리고...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다. 그건...놈답지 않은...다정함이어서.... 나를 더 울렸다. [BGM] Outside - Staind http://tpop.bugsmusic.co.kr/popmusic/pop/0B/pop0B78755.asf 입을 열었다. 놈의 숨결이 밀고 들어온다. 차가운 입술과 뜨거운 숨결의 대비는.. 내 입술을 얼얼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혀가 입술 주위를 맴돈다. 미칠 정도로 뜨겁게 밀려들어오지도 않으며, 차가운 공기를 느끼게 할 만큼 떨어져 나가지도 않는다. 다만...놈의 내 목덜미를 감싼 커다란 손바닥의 느낌만큼이나.. 가까운 곳에 있기만 했다. 눈을 감고..놈의 혀가 들어오기를 바란다. 열려진 입술 바깥만을 애무하던 그 숨결이... 내 입안으로 뜨겁게 들어왔다. 머리가...하얗게 변색되는 느낌이 들었다. 온 머릿속이..뜨겁고..뜨거워서...마음이 우릿할 정도로...아렸다. "하아....." 산소가 부족했던 내 목구멍으로.. 놈이 잠시 열어준 입을 통해 공기가 넘어간다. 그리고..나는 한 숨을 내쉬었다. 놈이 셔츠를 벗어낸다. 그 검디검은 셔츠는....놈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눈을 떴을 때 맞닿은 그 검은 머리카락에...나는 어색함을 느끼며.. 놈을 바라보았다. 놈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그것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표정을 담고 있었다... 왜...그런 눈으로 날 봐......? 그렇게 보지 말아라... 나는 나도 모르게 손바닥을 뻗어 놈의 눈을 가렸다. 손바닥으로 놈의 속눈썹이 감기는 것이 느껴진다. 알아줘서 고마워... 그렇게 보지마... 네 새끼..눈...이미..충분히 잘 기억하니까... 제발...말이다..... 놈의 얼굴이 가까워져 오며, 나의 손등이 내 눈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내 목덜미 쪽으로 놈의 혀가 닿는다. 나는 손바닥을 놈의 눈에서 거두었다. 그리고 내 허리를 세게 감싸안는 그 손을 가만히 느꼈다. 놈의 혀가 나의 쇄골을 애무한다. 언제나 오는 뜨거운 그 느낌은...나의 숨결을 미쳐버릴 정도로 격하게 만들었다. "하...하아....." 놈의 혀가 나의 가슴에 닿는다. 나는 저절로 휘어지는 허리를 참지 못하고 휘어졌다. "으..읏...." 그 순간...놈의 손가락이 나의 손가락에 엉겨들었다. 나는 내 손가락에 닿는...그 조금은 낯선 느낌에 다시 몸을 움찔 했다. 놈이 나를 끌어안고 서서히 나를 바닥에 눕힌다. 마른 먼지의 느낌이..등에 그대로 느껴졌다. 놈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온다. 나는...채 벗지도 않은 바지임에도.. 이상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미 흥분한 내 몸은 너무나도 뜨겁고 열기에 들떠서...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놈의 뜨거운 마찰에...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그...그만..." 놈이 점점 더 마찰을 해온다. 바지가...조금씩 벗겨져 나간다. 팬티까지도 다 벗겨져 나간다. 놈의 손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다. 그리고....미칠 정도로 흥분을 시키는 뜨거움으로 내 아래에서 마찰을 한다. "...으...으읏...하..하아....." 나는 목을 뒤로 휘고, 놈의 물건이 내 아래에 스칠 때마다 미친 듯이 허리를 들썩였다. 아직 놈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내 몸은 이미 놈을 받아들인 것처럼 경련을 하고 있었다. "들어와...." 나는 쉴대로 쉬어버린 목소리를 내며 팔로 놈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질척할 정도로 땀이 배어난 내 피부와 놈의 피부가 마찰을 하며 조금은 야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금...!!..." 놈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그 움직임에..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놈답지 않은 다정함으로...들어오고 있었다... 고통으로..죽을만큼 아픔에도...마지막으로 품어보는 그 놈의 몸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심장이 뻐근할 정도로 뛰고 있었다. 미칠 것 같은 흥분에 내 다리는 점점 조여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Dick은 내 다리의 사이에 커다란 손바닥을 놓고 조여지는 것을 막았다. 죽을 거 같아... 움직여줘...죽을 거 같아.... 놈이 움직이질 않는다. 분명...끝까지 들어오지도 않았다.... 놈이 나를 내려다 보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가릴 뿐이었다. ...마주보고 싶지 않았다... 마주보기...두려웠다.. "무서워...하는 거냐...." 움찔- 귓가에 와닿는 알싸한 낮은 소리. 그건...놈의 조금은 화를 내는듯한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손바닥을 치웠다. 그러나..눈을 뜨지는 못했다. "날 봐." ".........." 놈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내 얼굴위로 떨어져 내린다. 그것은 너무나도 무거운 중압감을 가지고 있어...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서늘한 느낌을 선사했다. "네 놈..안고 있는 새끼, 제대로 보라고." "..........." 나는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는....너무나 많은 피를 손에 묻혀온...한 새끼.. 만약에...죽는다면..지옥에밖에는 가지 못할 한 새끼... 나에게서 가장 소중했던 두 사람을 앗아간...한 새끼.... 그리고.... 내가 너무나 사랑해서...곧 숨이 멎을 정도로 아픈 심장으로도.. 계속 계속 원해왔던...한...새끼가 있었다. 밤보다도 검은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본다. "네가...안고 있는 놈은 나다." "..........." 놈이 내 턱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몸을 내쪽으로 점점 더 내렸다. "네 품에 안고 있는 새끼...나라고." 각인을 하듯이 주입을 시키는 그 목소리...나는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였을까... 마음은...미친 듯이 울고 있었는데... 나는..놈에게 부드러운 미소밖에 지어줄 수가 없었다. 이 순간...나는 어리석게도 놈에게 증오의 표정이나...죽이고 싶다는 살기 따위..보내줄 수가 없었다. 다만...놈의 시선을 마주바라보며...너무나도 두려워서 마주치기 힘들어 했었던.. 그 시선을 마주 바라보며...미소를 짓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너무 아파서...나는 웃는 수 밖에 없었다. 놈이...나의 눈에서 조금도 시선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은 낮은 신음이 배어나오는 입술을 깨물며...내 안쪽으로 서서히 더...깊숙히 들어오고 있었다. "아...아악...!!!!!" 놈이 뿌리끝까지 들어오고 말았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미칠 정도의 고통이 다리사이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놈의 몸이 다 들어올 때...커다랗게 뚫리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힘들게 힘들게 숨을 몰아 쉬었다. 놈의 검은 머리카락에서 땀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내 얼굴에 자취를 남겼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할 때에도...그 검은 눈동자는 내게서 조금도 떠나지 않는다. "아...아앗!!!하..하..악...." 나는 숨을 겨우겨우 내쉬며, 놈이 내 안으로 밀고 들어올때마다.. 허리를 뒤틀었다. 미칠 정도의 아픔과....마찰이..쓰라렸다. "하..하악!!!!" 갑작스럽게 내 허리가 튀어오른다. 너무나 뜨거운 느낌이 밀려들어온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미칠 정도의 느린 움직임에...갈증이 난다. "더...더......" 놈의 몸이 내게 밀려들어오며,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들어올 때마다..천천히 자극하는 그 곳은...나를 미쳐버리게 만들 정도로.. 커다란 쾌락을 주었다. 허리를 뒤틀며, 다리를 놈의 허리에 세게 감았다. 그리고 계속 천천히만 다가오는 놈의 몸을 내 다리로 옭아매어 더 끌어당겼다. 엉덩이를 움직이자, 놈이 힘든 숨을 내쉰다. 괴로운 듯한 소리였다. 그러다가...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세게 밀려들어온다. 나는 놈이 빠르게 들어올 때마다 미친 듯이 휘어지는 허리 때문에.. 놈의 어깨에 의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쾌락이다... 이 세상에서..다시는 가져보지 못할...그런 쾌락이다... 그래서...너무나도 아까운...너무나도 안타까운...그런 쾌락이었다..... 나는...그 날 밤,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놈이 내 안에서 퍼져나갈 때...그 때...나의 눈물도 실어 보냈었던 것 같다. 다시는...놈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서...그래서....내 눈물을... 놈에게 실어보냈던 것일지도 몰랐다. 내 안에서 뜨겁게 퍼져나가는 기운은.... .......누구의 눈물인 걸까.......... 햇빛이 어지럽게 휘날린다. 그것은...너무나도 뜨거운 느낌이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날이다. 마치..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없다...... 놈이 없다.... 분명..내가 어제 내 품안에 그렇게 세게 끌어안고 잤었던...그 놈이.. 내 곁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런...자취조차도 없었다...마치..원래부터, 이 곳에 놈은 없었다는 듯이.. 처음부터, 나 혼자였다는 듯이.....그렇게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어젯밤 내 품안에 품었던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그 검은 머리카락은.. 원래의 Dick의 원죄와 같은 빛깔인걸까.... 아니면..나의...원죄와 같은 빛깔인건가....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놈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낡은 소파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기운이..차다...이미....놈의 체온은 느껴볼 수가 없었다. 뚝- 결국...낡은 갈색의 소파가...진한 검은색의 점을 먹고 들어간다. 떨어뜨리기 싫었던 물은..결국 떨어지고야 말았다. 왜 이런 걸까.... 나는...내 목의 팬던트를 손으로 감쌌다. 너무나도 뜨겁고...아름다운 느낌이다...이제껏 나를 지켜주었던...그 팬던트가.. 내 손에 잡혀 있었다. 놈은...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의 팬던트에 대해서... 서로를 안을 때조차도..절대로 벗지 않았던 팬던트에 대해서... 놈은 절대 물어보지 않았다... 어째서 였는지..... 나는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팬던트를 열었다. 내 어깨 쪽으로 쏟아져 내리는 깨진 창문틈의 햇빛이... 너무나도 뜨겁고 따스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바라본 두 사람의 눈빛은 부드럽고 달콤해서... 내가..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뿐이라고....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Daniel...오늘 날씨 너무 좋아요... 왜 이렇게...좋은 거에요..... 나는요..오늘 같은 날은...아주 추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주..아주...추워야 한다고...그렇게 생각하는데.... 아직 초가을이라서 그래요.....? 나는 비실비실 몸을 일으켜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 미친 듯이 얼굴을 씻었다. 씻고...또 씻고...또...씻었다. 나중에는...얼굴이..아프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씻어대었다... 거울을 바라보았다. 메마르고 건조하게만 보였던..내 얼굴이...지금은 이상하다.. 너무나도...이상했다..... 어째서...인지...내 얼굴은...누군가와 닮아있었다.... 손바닥을 펼쳐 거울의 사람을 만져본다.... 손가락으로...눈과...코와..입술을...다 쓰다듬어 보았다.... 그 눈동자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나는 숨을 멈췄다.... 빌어먹을......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언제나...궁금했어.... 언제나....... 어째서..그런 얼굴을 할 수 있었던지... 어째서 그런 부드러운 표정을 할 수 있었던지...어째서..... 그렇게...행복한 표정을 할 수 있었는지.... 나는 몰랐어... 나는..정말 정말 몰랐어...Zenith...Daniel..... 나....정말 몰랐었어...... 어째서..두 사람이...그렇게 아름다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는지....... 나는 몇 번이고 미친 듯이 울어대었다. 아무도 없는...낡은 화장실에서...그렇게....속이 다 헤어져 터져버릴 정도로 울어버렸다. 어리석었던 나는 깨닫고 말았다.... 너무나 어리석고 어리석었던 나는...깨달아 버렸다.... 나도..... 나의 얼굴도... 나의 눈동자도..... 나의 미소도..... 놈을 사랑했던....두 사람을....닮아있었음을........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바닷바람에 흩날린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날씨는...내가 집밖으로 나오면서...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하늘은 오랫동안 인상을 찌푸린 것처럼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점점 땅에 닿고 싶어서 발악을 하듯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처럼 무거워 보이기 그지 없었다. 내가 서있는 절벽은 내려오는 하늘을 찔러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가파른 절벽의 끝 중에서도 끝에, 한 그림자가 서 있다... 내 앞에는...예전에는 붉디붉은 잔상으로만 눈에 남았던 놈의 검은 머리카락이 들어왔다. 놈의..커다란 키도...긴 다리도....여유롭게 검은 바지의 주머니에 넣어진 커다란 손도....마른 갈색의 피부도, 각진 팔꿈치도.. 하나하나 다 눈에 들어왔다. 놈의 목덜미에...조금의 뼈가 드러난다. 왠지...그것은 꽤나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손은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놈에게 다가가는 내 발걸음은...어떤 이유에선가...조금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나는...왜였는지 모른다. 다만...놈과..나의 거리를 좁혀 갈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게 욱씬거리며 뛰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나는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언제인가 그랬던 것처럼 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내 뺨에 와닿는...그 마른 근육들과...날개죽지뼈를 느끼며, 심장이 지금까지도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이것 봐라.... 나 아직도 이렇게 뛴다.. 너..... Nicole을 죽이고... Zenith의 죽음을 방관하고... Daniel...을 아프게 하며....끝내 그 슬픈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너와 같은 잔인한 새끼...내 품에 안으며... 이렇게 미친 듯이 뛴다... 등으로 느껴지냐.... 내 심장이 아프게..너에게 반응하는 거....? 여기서 보이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영원히 가지고 싶어했던, 어리석은 한 새끼의 심장...곧 터져버릴 정도로 뛰어대는 거... 느껴지냐.... 느낄 수 있냐....? 오늘이...나에게 얼마나 아픈 날인지... 얼마나..돌아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인지.... 원망하고 증오하고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차마...네 새끼 사랑한 거...후회는 못하는 내 마음...느껴지냐...? 후회 못하는 내가 싫어서... 그런 내가 역겨워서..얼마나 울어댔었는지... 너는...느낄 수 있냐....? 이...개새꺄...... 나는 놈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힘겹게...너무나도 힘겹게 풀었다. 그리고 내게 등을 돌리고 있는 놈의 목에....나의 팬던트를 걸었다. "선물이야....." 놈이...말이 없다. 그러다가..한참 후에 나를 돌아보았다. 그 검은 눈동자가 스산하기 그지 없어...나는 몸을 떨어야 했다. 한 참을 놈의 시선에 눈을 맞췄다. "이거...뭐냐...." 나는 다시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웃었다. 그리고, 놈의 입술에 재빠르게, 짧은 키스를 한다. 한번의 짧은 순간의 입술의 스침이었음에도...나는 죽어서까지도 이 입술의 느낌을 잊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놈에게서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선물이야...." "........." 놈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무엇인지..너 알고 있었지... 그리고...나에게 묻지 않았지......그 사람들...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했던 사람들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놈에게서 조금씩 더 멀어졌다. 놈이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나와 놈의 거리는 10m를 넘어선다. 그쯤에서 나는 멈춰섰다.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요...Daniel...? 알고 있었어요....Zenith....? "내가 그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가...당신들이 사랑했던...너무나 잔혹하고 잔인한...이 새끼... 미칠 정도로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거....? 돌아버릴 정도로....빠져버리게 될 거라는 거....? 다시는....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거..... "얼마나...내가...그 두 사람 때문에 행복했는지...알고 있었어....?" 얼마나...놈을 품에 안고 행복해할 것인지... Daniel....Zenith...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죽었을 때....얼마나 심장이 터져버릴 정도로 아팠는지.. 알고 있었어....?" 지금....내가....이렇게 심장이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을 정도로.. 아프게 될 거라는...거... 당신들은 다 알고 있었어요...? Daniel...Zenith.... 알고....있었어요.....? 나는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바로 총을 빼들었다. 그리고........ 놈을 향해 겨누었다. "대답은 하지 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울지 않았다. 놈의 눈이 검디 검게 살기를 내 비추었다. "큭......" 갑자기 웃는가 싶더니, 놈이 총을 빼들고 내게 확실히 겨눈다. "J.D....이런...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나는 놈의 눈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놈을 겨냥한 내 손도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놈은 너무나도 빠르게 총을 빼어들고 정확히 내 머리에 겨누고 있었다. 분명, 놈이 방아쇠를 당긴다면, 나는 그대로 즉사다. ".....감히, 내 머리에 총을 겨눠....?" 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더니...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웃기다는 듯이... 너무나도 황당하다는 듯이.... 한참을 웃어대던 놈이 한 순간에 웃음을 멈춘다. 일순간 놈의 얼굴에 자리잡은 그 표정은...내가 어제 품에 안았던 그 놈이 아닌 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너무나도 잔인한 얼굴... 브루클린의 피를 뒤집어 쓴 채의 Dick... 나를 향해 비릿한 얼굴로 말을 한다. "이렇게 뒷통수 때리라고, 내가 네 새끼 키운 거 아니지..." 놈이 나를 바라보며, 총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나는 놈에게 확실히 총을 겨누었다. 그....마른 갈색의 피부의....심장에.... "먼저...가." "........" "나...따라갈테니까." "........." "혼자...보내지 않을 테니까...." 나는 겨우 말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겨우..겨우...말을 꺼내서..말했다... 놈의 눈이... 웃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은..어쩌면, 조금은 슬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Daniel... 나..오늘, 당신의 복수를 하려고...총을 빼들었어요. Zenith.... 나..지금..심장이 저릿할 정도로...내 마음을 온통 차지했던 한 새끼의 심장에...총구를 겨누고 있어... 놈과 나는...행복할 수 없는 거겠지... 절대...그럴수는 없는 거겠지.... 그렇지만.... 그렇지만...말이야.... 정말...마지막으로....Daniel...Zenith.... 나...부탁...하나만 해도 돼.....? 놈과 내가....다음에 만날 땐..... 절대..사랑할 자격이 없는 새끼들이라도...절대...그럴만한...자격이 없는.. 놈과 나 같은 새끼들이라도... 그냥..버려줘.... 나라는 놈....그냥...버려줘... 놈과 한번은..사랑할 수 있게.....미칠 정도로 행복할 수 있게... 그 때는.... 놈과 나....그냥 버려줘... 어째서 나는 듣지 못했을까... 너무나도 커다란 목소리로...한 새끼가 소리를 지르며 내게 뛰어오고 있었음을.. 그 목소리는 파도소리보다도 훨씬 컸었을텐데... 어재서..나는 듣지 못했을까... 나는 다만....내 앞의 검은 눈동자에 사로잡힌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을 아프게 떨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먼저 가.... 정말...먼저 가는 거 뿐이야... 나도...따라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정말 조금이면 돼...... 검은 눈동자가 마지막에서야...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휘어진다. 나는 그 얼굴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놈의 얼굴은...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그 모습..그대로다.. "쏠 수 있다면...쏴 봐라..." 마지막에 놈이 한 말을 들었다. 방아쇠에 걸린 놈의 손가락이 내 시야에 확실히 들어와 박힌다. 놈이 내 머리를 정확히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쏠 수 있다면." 그리고, 놈은 빠르게 내 심장 쪽으로 총을 내렸다. "NO!!!!!!!!!!!!!!!!!!!!!!!!!!" 내 어깨에 센 타격이 느껴진다. 시야는 갑작스럽게 기울어진 느낌이었다. Mac놈이다!! 놈이 내 어깨를 내리 누르며 내 뒤에서 달려들었다.... 그러나...나는 눈을 정확히,Dick의 심장에 맞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그 검푸른 절벽의 위에서....... 총이 운다..... 내....눈에는..... 놈의....미소가....들어왔다..... 순간.....놈의 총이.....내 심장에서 비켜나간다..... 놈이 겨누었던 총은...내 심장에서 비껴간 채로, 울지 않았다. 어째서...... 탕 -!! 내 손에서 놈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 총.... 놈이 피를 뒤집어쓰고 웃는다..... 놈이...웃는다.... 미칠 정도로...붉은 피를 뒤집어쓰고...웃는다.... 그 붉은 잔상은...영원히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내가 품에 안았던 그 새끼는..... 검푸른 바다의 너머로....떨어져...내리고 있다... 하늘은..... 절벽의 끝에 찔리며...눈물을 토해내었다...... 마지막의 검디 검은...놈의 머리카락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놈의 잔인함만큼이나... 붉디 붉은......피다...... 붉은..... 피다..... "으아아아아악!!!!!!!!!!!!!!!" 비가 내 얼굴을 때리며 쏟아져 내렸다. 아플 정도로..쏟아져 내리는 하늘은...바로 나의 총 끝에 걸릴 것만 같이 낮게 드리워져 아픈 피를 토해내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총을...... ....총을....내린 거냐..... 목놓아 우는 것 같은 하늘의 아래에서...미칠 정도의 차가운 피만을 토해내는 하늘의 아래에서...나는 멍하니...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J.D!!!!!!!!!" 놈이..내..앞에서 사라져 버렸어. 기다려. 지금, 갈 테니까.. 나는 내 관자놀이에 바로 총구를 가져다 댄다. 놈과 나의 마음은 여기서 끝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뚝- 뚝- "개새끼!!!!!!!!!!!" 퍽- 몸이 세게 밀쳐진다. 너무나도 아찔한 아픔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아직도...죽지 않은 거야...? 나는 내 위에서 나를 미친 듯이 쳐대는 회색의 눈동자를 본다. 퍽- 얼굴이 돌아갈 정도의 충격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내 손에서 총이 멀리 떨어져 나간다. 아픔 때문에 마비된 손에는 총의 감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칠 정도의 아픔이...지금 느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죽을만큼 견딜 수가 없다. 놈이 가버렸는데.... 내 턱에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은... 내 눈물만큼이나 짰다. 나는 나를 미칠 정도로 흔들어 대는 Mac의 팔을 느끼며, 미친 듯이 Dick이 떨어져 내린 절벽으로 뛰어갔다. "NO!!! J.D!!!!!" 그 가파른...절벽의 끝에는... 놈이 없었다... 영영...사라지고...없었다... 내...손안에서...영원히..사라지고 없었다. 다만....놈의 붉은 피가 스며있던 땅에...빗물이 흘러들며... 그 피를 씻어내고 있었다. Mac의 손이 내 어깨를 붙들어맨다. 미칠 정도로 아픈 힘으로...나를 붙들어맨다.. 검푸른 바다너머로....미칠 정도의 붉은 열정을 가졌던... 새끼는....내 심장까지 갖고...가 버렸다. "으아아아악!!!!!!!!!!!!" 손톱에...흙이 박혀든다. 놈의 피가 묻은...흙이....박혀든다... Mac 놈이 내 어깨를 잡은 채 놓지 않는다. 나는....고개를 숙였다..... 잔뜩 쉬어버린 내 목소리가, 빗속에 파묻혀서 흘러나왔다. 잘 들리지 않았음에도... 나는 내가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랑해......." 피가 스며들어 있는 흙은...놈의 내음만큼이나... 진하고...슬프다.. 나는...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다.... 한 번도...해보지 못했다.... 놈에게...한 번도 소리내어 말하지 못했다.... "사랑해........." 흙이 입술에 닿아, 놈의 피부만큼이나 까실한 느낌을 준다. 절벽에...나의 절규만이 울린다.... 놈이 검푸른 파도의 너머로 사라져 버린 그 순간, 나는 영원히 나를 잃었음을..... 깨달았다. 미칠 정도의 폭우가 떨어져 내리는 절벽의 끝에서는..... 고통스러운...나의 절규만이 울린다.. - 사랑해!! 이 개자식아!!!!!!!! 나의 사랑은.... 끝났다......... "어떻습니까.....?" "아직,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환자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고..영양의 상태가 너무 나빠요... 정말..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싫다고 발악을 하는 녀석, 병원에 집어넣을 수 없어요." "......그렇지만, 환자를 위해서라면, 이게 더 좋을 겁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기 팔목을 그어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병원에서 그런 것까지 다 방지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한다면.....습니까....?" 점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게 힘들어진다. 팔목에 감긴 붕대는 너무나 꽉 나를 조이고 있어서, 수갑을 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겁다.... 무거워...... 자고 싶지 않아... 자면...놈이 보여...잠이 들면...다시 깨어나기 싫어.. 놈이 나에게 부드럽게 키스를 하거든... 부드럽게..놈답지 않은 부드러운 손길로...내 몸을 쓰다듬어. 그리고...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도 해주지... 나도...놈의 귀에 한 번도 들려주지 못한 말도.... 놈이 내 귀에 속삭여줘...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계속...이렇게 안고 있고 싶다고...... 놈에게서 다시는 벗어나기 싫어... 그런데도...나는 현실로 돌아오지... 다시 돌아오기 싫은 현실에서 눈을 뜰 때의 상실감 따위..다시 느끼고 싶지 않단 말이다... 나는..약속을 했어..놈에게.... ...꼭 따라겠다고... "J.D......" 나는 힘겹게 눈을 떴다. 내 팔목을 부드럽게 감싸올리는 회색 눈이...나를 내려다 보았다. "좀 잤어...?" 나는 눈을 한 번 깜박였다.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말라서 비틀어진 입술을 Mac이 계속 물수건으로 적셔준다. 그러나...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갈증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놈이 나를 붙잡아서 부드럽게 일으킨다. 그리고 등에 베개를 받쳐주며, 입에 스푼을 가져다 대고 조금씩 주억거렸다. 먹으라고 계속 조금씩 밀어넣는다. 멀건 스프가 골을 아프게 한다. "토할 거...같다...." 나는 겨우 입을 열어서 놈에게 말을 했다. "벌써...한달이야...뭐라도 좀 먹어야지..." 놈이 인상을 쓰며, 내 마르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넘겼다. 나는 그 놈의 얼굴을 바라보며 겨우 말했다. "배 안고파..." "먹어야 돼..." "거기에 데려다 줘." 나는 놈의 얼굴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지난 한 달 간..미칠 정도로 계속 말했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했다. 회색 눈이 기묘하게 일그러진다. 그 표정은, 정말로 조금은 지친 분노를 담고 있었다. "안 돼...." 쉴대로 쉬어버린 낮은 목소리가 나에게 제재를 가한다. 지난 한달간, 미칠 정도로 빠져나가려고 애썼던 나는 완벽히 놈에게 감금을 당한채다. Dick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고 있어. 바로 가야한다고. 그 곳에. "몇 번이고 그을 거야.." "......Fuck!!!! 제발, J.D!!!!!!!!!!!" "....데려다 줘." 놈이 입술을 세게 깨문다. "나는...왜 안되는데...?" 나는 시선을 돌려 회색눈에 맞췄다. 놈의 표정은 기묘했다. 이미 시간이 놈의 얼굴에서는 멈춰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조금의 공기의 파동도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네 새끼..이렇게 사랑해도...왜 안 되는건데..." 놈이 내게서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조차, 놈을 기억나게 만들어, 나는 미칠 것 같았다. 왜...안되냐고...? Mac...그건 나도 몰라.... 왜 안되는 건지...나도 몰라... 그러나..이것 봐...내가 지금 네 새끼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누구를 생각하며,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지... 나는 입을 열었다. 내가 Mac놈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약속은...정말 거짓말이 아니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나는 해야만했다. 나는...이 거짓말을 꼭 해야만 했다. "나...한 번만 거기 다녀오면...놈 잊을게. 다시는..생각하지 않을 거다..." 너무나도 매끄럽게..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 입에서는 거짓말이 새어나갔다. 회색눈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도 다를바가 없는...그런 시선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아무말이 없다. 거짓말인지...참말인지...아무런 확인도 없었다. 어쩌면..놈은...정말 나의 심정을 알아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하고 입안에서 웅얼거리며..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어색하고..오랜만에 지어보는 웃음이라... 그것은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일이었고...괴로운 일이었다. 회색눈이 일그러진다. 그것은..웃음을 담고 있었다... 우는 웃음을...담고 있었다. "지금, 가자....여기서는 별로 멀지 않아..." 놈이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어서 나를 내려다보고, 모포에 감싸인채, 한껏 말라버린 내 몸을 끌어안아 품에 들어올렸다. "J.D....따뜻하네...." 놈의 코가 나의 목덜미에 박힌다. "네 새끼는..언제나 냉랭한 바람만 나에게 풍겼는데...오늘 되게 따뜻하네...." 놈의 목소리에는 가느다란 떨림이 있었다. 그 쉰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그런 종류의 것이 있었다. "미안...." 나는 내 코에 와닿는 마른 냄새를 풍기는 Mac의 머리카락을 느끼며 한 숨을 내 쉬었다. 마음의 한구석이...이렇게 찌릿하게 아파 오는 것은...무엇 때문일까...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스치고 간다. Mac은 운전하는 내내 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Mac에게서 시선을 돌려, 내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Dick....거기는 어때.. 네가 간 곳은...천국이야..지옥이야....? 나는 너와 만날 수 있을까....? 아직도...날 기다려 줄까....? 오늘에서야...너에게 갈건데...나...기다려 줄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내 입에서는 노래가 새어나왔다. 그것은...놀랄 정도로 쉬고...아픈 목소리였다. Would you hold my hand if I saw in heaven 천국에서 당신을 보면, 내 손을 잡아 줄까....... Would you help me stand if I saw in heaven 천국에서 널 보면, 날 도와 일으켜 줄까..... Mac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지만....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계속 노래를 불렀을 뿐이었다. I'll find my way through night and day 난 계속해서 내 갈 길을 찾아야 해.. 'Cause I know I just can't stay here in heaven 난 이 천국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Time can bring you down Time can bend your knees 세월은 널 파멸시킬 수 있고, 무릎 꿇게 할 수도 있어 Time can break your heart 마음의 상처도 입히고, Have your begging, please Begging please 애원하고 간청하게 할 수도 있지. 붉은 석양이 눈안에 스며든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감은 내 눈안에도 붉은 빛이 스며들었다. 마지막으로 내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내 입가에서 맑은 잔향으로 남는다... Beyond the door there's peace I'm sure 저 문 밖에는 평화가 있을 거라 확신해. And I know there'll be no more Tears in heaven..... 그리고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 깨진 유리의 파편을 밟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리고...그 유리들이 햇빛에 반사가 되어, 너무나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는 것은 더 이상한 기분이었다. 떠날때에는...석양이 지는 붉은 빛의 저녁이었는데.. 도착을 했을 때에는....밝디밝은 해가 떠올라 있을 때였다. 잔부스러기와 같은 햇빛이...유리에 반사되어 눈앞에서 어지럽게 흩날린다. "J.D....." Mac이 내 손을 붙잡는다. "....한 시간 후에 보자..." 나는 놈의 손을 놓았다. 나는 놈에게 한시간의 약속을 한다. 놈의 시선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나는 그런 놈을 바라보며, 목덜미를 끌어당겨 깊이 안았다. 마지막까지도..내가 놈에게 하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끔찍할 정도의 잔인한 거짓말이었다. 그러나...나는..놈의 괴로움을 위로해 줄 수 없었다. "....한시간 후에...데리러 와...." 미안해...Mac.... "그 때 보자구..." 미안해....Mac....미안해..... 나는...아마도 한시간 후에는...이곳에 없을 터였다. 내 심장을 가져가 버려서 내가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어 버린.. 그 새끼에게..가 있을 것이었다... "........." 회색의 눈이 내 목덜미에 깊은 입맞춤을 남겼다. 그 곳에 떨어져 내리는 물은...너무나도 뜨거웠던 그 물은.. 나는 모른척 하기로 했다... 너무나 뜨거워서...온 피부가 타버릴 것만같은 아픔을 남기는...그...물은.... 영원히...모르는 척...해주기로 했다.... 놈이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내게 등을 돌린 그 순간부터...나를 절대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놈이...한 시간 후에 내게 오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영원히...나를 놓아주었음을... 바스락거리는 유리를 밟고, 집의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내가 이곳에서 놈을 품은 게..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 집은 너무나도 죽어버린 것 같이..아파 보였다. 놈의 삶만큼이나 멍들어 있고...괴로운 그런..느낌을 주고 있었다. Dick.... 처음 만났을 때의 네 새끼의 붉은 잔상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검은 잔상도... 내 눈에 너무나 잘 남아있어. 너는...그렇게나 깊은 자취를 나에게 남겼다.. 아마..내가 사라지면서 영원히 없어져버릴...그런 자취들이겠지만.. 허락이 된다면, 다음생에서는...꼭 네 새끼에게도.. 내 자취 남기고 싶어...그래서..다시는 나 놓치지 말고.. 나 만나기 전에..아픈 괴로운 기억따위..만들지도 말고... 그저, 처음부터 행복하게 만나서... 끝까지...행복하게...사는..그런 사랑같은거.. 꼭 너와 해보고 싶다. 그러니까....다음에서는.....그렇게 아픈 놈으로 태어나지 말아라... 다음에는....말이야.... 나는 그런 미소를 지으며... 지하로 내려갔다. 기분은 이상하게 안정이 되며, 가슴은 왜인지 모르게 뛰는 기분이다. 놈을 품었던 곳이다. 이 곳에서 나는 그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몇 번이나 놈을 품었었다. 놈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춰졌을까... 내 눈동자에서..놈은 내 사랑을...놈에게 깊이 빠져버렸던 내 마음을... 읽었을까.... 놈과 내가 엉켜 들었던, 그 소파에 다다랐을 때.... 나는...발걸음을 멈춰버렸다. 먼지가 쌓인 그 곳에.... ..........? 나는.... 그 자리에서 숨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팬던트- 검은 머리의 놈의 붉은 피와... 영원히 저 절벽의 너머로 떨어져 내렸던....그... 팬던트가...나의 앞에...떨어져 있었다. ....말도....안 돼...... 손이 미친 듯이 떨린다...다리도..지금 내가 어떻게 서있는지를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한 진동을 하며 떨리고 있었다.. 결국...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버렸다. 내가....지금...환상을 보는 건가.....? 덜덜 떨리는 손이..내 앞에 있는 팬던트가 환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쪽으로 뻗어지고 있었다. 서늘한 감촉의 쇠의 그것은... 분명히...존재하며, 내 손에 그 존재감을 남긴다. "........말도....안 돼....." 나는 입술에서 저절로 새어나오는 그 말을 억지로 삼키며... 그 팬던트를 손에 꽉 틀어쥐었다. 세게 틀어쥐었던 그 팬던트를...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손을 펼쳐 보았다.... 굳게 닫혀진 그 팬던트가...내 앞에서 그 낡은 빛을 내고 있었다. 설마.... 나는..그 팬던트를 열었다. 딸칵- ....... 하나님........ 눈물은...이미 다 말라버렸다고..... 나는....그 날, 그 절벽에서 놈을 보내버린 그날.... 미칠 정도로 울부짖었었던 그날..... 다 말라버렸다고...다시는 열정을 가지지 못할 내 심장과 함께... 말라 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지금 내 눈에서 미친 듯이 흘러나오는...이것은.. 눈물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미칠 정도로...곧 팬던트를 떨어뜨릴 정도로...떨리고 있었다... 팬던트의 안에는..... Daniel이 없었다..... Zenith도 없었다...... 다만....... Paul의 피잣집의 앞에서...책을 읽으며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 팬던트의 안에는......Dick을 몰랐었을 때의.....열 아홉 살의 내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웃고 있었다...... ".....뭐야...." 나는 손바닥으로...메마른 손바닥으로 내 눈을 짓눌렀다. 제발..다시 나오지 말아달라고... 미칠 정도로 세게 뛰는... 너무나 아프게 뛰는 이 가슴을...한순간만이라도.... 진정시켜 달라고..... ".......이거...뭐야......." 네 새끼가.....이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그렇다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같은거... 그런 거라고 말하지마..... 아직....네가 여기에 있다고.... 나와 같은 하늘아래에서 숨을 쉬고 있다고..... 그런거라고....믿게 만들지 마......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미친 듯이 울었다.... 깨진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가을의 바람이...내 머리카락을 휘젓는다. - 바보 녀석.... 마치....Daniel이.....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 같이..부드럽게 내 머리카락 사이에서...바람이 살랑거린다... 바람의 고요한 울림과 어우러진...파도 소리는...Zenith의 아름다운 목소리마냥.. 귓가에 청명하게 울려들고 있었다... 나는...눈을 감았다. 눈을 닫으면....다시는 물이 떨어져 내리지 않을 거라고...생각해서였다.... 그러나...참을 수 없는 울음만이 미친 듯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나...이 새끼...사랑해도 되요........? 우리.....너무나도 잔인하고....사랑할 자격따위 없는 우리.... 사랑해도....되는 거에요.....? Daniel과 Zenith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나....너무나도 부드러운 바람은 내 뺨을 스치며..눈물을 말린다. 그리고...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손길로 내 머리카락을 흔들거리게 만들었다. 그것은......바람이 말리고 간 뺨에 다시 눈물이 자욱을 남기게 할만큼.. 다정한 것이었다... 파도가....집 앞에서 작은 메아리를 만들어 낸다.... -....나....사랑해도 되요.......? 죄 많은 우리들.....용서받을 수 없는 우리들....사랑해도...되는 거에요.....? 채 삼키지 못한 울음이..목구멍에서 비어져 올라온다.... Beyond the door there's peace I'm sure 저 문 밖에는 평화가 있을 거라 확신해. 끼이이익- 차가 급정거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마....Mac이..아직도 떠나지 않았던가....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유리가 소란스럽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귀에 메아리친다. 그리고...너무나도 빠른 발걸음으로...내려오는... 발걸음이 귓가에 울려왔다... 햇빛이 꺠진 창문의 틈으로...그 가을의 아름다움을 알리듯이 떨어져 내린다.... 후들거리는 다리는....그 자리에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만들었다. "........." "........" 나는....뒤 돌지 못했다.... 뒤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은...나의 세포가 반응을 하는..... 이 느낌은....내가 이 세상에서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었다.... "..........." 마치...나의 심장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아프게 뛰기 시작한다. 다시..나의 가슴으로 들어온 것처럼.... 분명....놈과 함께...푸르디 푸른 절벽으로 떨어져 내렸을... 그 심장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너무나 세게 뛰어... 너무나...아프다.... 그러나.... 너무나......뜨거웠다..... "Hey........."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 조금은...숨이 찬....낮은 목소리.... 꿈에서...몇번이고 들었던 목소리...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그 목소리... 몇 번이나 가슴을 부여잡고 나를 잠에서 깨게 했던... 그 목소리..... "Hey....sweet......." 나는...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분명...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믿고 있었다. 그러나...내 입은...아니었다... 나의 심장이 만들어 내었던...그 목소리는.... 나의 그런 생각과는...상관없이...공기 중에 청명히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며 내 입안에서 떨어져 나갔다. "살아있다면........" 침을 삼켰다...목구멍이 우릿하게 아파온다... "살아있다면.........한 번 더 할까........" 내 목소리는....어쩌면...떨렸는지도 모르겠다....놈의 그 말을 기억하며.. 그대로 읊조린 내 목소리는....정말...돌아버릴 정도로 떨렸는지도 모르겠다. 미칠 정도로... 살아있다면..... 우리...용서받지 못할 사랑이라도.... 처음부터 저주를 받으며 시작한 사랑이라도..... 한 번...만.... 딱 한 번만.....더 할까.... 더....할까.... 이 세상에서....... Daniel....나...그래도 되요.....? Zenith......나....그래도...돼......? And I know there'll be no more Tears in heaven..... 그리고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다만....덜덜 떨리는 내 심장을...다시 내게 돌아온 내 심장을 움켜쥐고.. 겨우 숨을 내쉴 뿐이었다.. "I want do it.........." 지독하게 낮은 목소리는.... 내 귀에 스며든다....너무나도..아름다운 음악처럼.... "I want to do it.......my whole life.....(평생동안....하고 싶다...)" 그 때... 나는 몸을 돌렸다. 미칠 것 같이 뛰는 심장은..놈이 나에게 되돌려 준 것이다.... 놈이...나에게 다시 가져온...그것이다...... 내 눈에는, 내 눈 안에 깊이 가두어 두고..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름다운 모습이 보였다. 나는...웃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웃었는지도 모르겠다..... 놈이...나를 향해서.....웃었기 때문에.....나를 바라보며 웃었기 때문에.... - And I know there'll be no more Tears in heaven..... 그리고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 나는... 놈을 향해서 한 걸음...다가섰다.... 그 발걸음의 끝에...창문으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이 닿는다.... 놈을 끌어안은 그 바닷가에서 처럼...햇빛만은...우리를 똑바로 바라본다... 절대....용서받지 못하는 사랑이라도........ 그것은.... 놈과 나의...이 세상에서의...사랑을.... 시작하는 것을.....축복하는 것으로...... 그런 것으로........느껴졌다.... 사랑해....... 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닫는...내 발걸음의 끝에는..... 햇빛과 함께 나의 마음도 닿는다...... 사랑해.......... 놈의 검은 눈동자는....내 마음을....듣는다....... 햇빛이 부드럽게 놈과 나의 사이에 떨어져 내린다...... - Beyond the door there's peace I'm sure 저 문 밖에는 평화가 있을 거라 확신해. - And I know there'll be no more Tears in heaven..... 그리고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